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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ression Is Too Much Chapter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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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5

김준호의 상상과는 달리 인터넷에서 ‘엘릭서’에 관한 정보를 통제하는 사람들이 들인 품은 그리 많지 않다.

애초에 ‘엘릭서’에 대한 언급 자체가 많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절대다수는 그냥 ‘엘릭서 같은 거 보상으로 안 나오냐?’ 라는 식의 망상 글이었고 진지하게 엘릭서에 관하여 글을 쓴 멍청이는 한둘에 불과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엘릭서가 너무 과하게 귀중했기 때문이다.

-하급 엘릭서 [S+]

‘운이 매우 나쁘지 않다면 이것은 여벌의 목숨이 되어 줄 것입니다.’

한 병을 온전히 섭취 시 신체적 결손을 모두 치료합니다. 저주나 마력적 불균형에도 약간의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템 설명을 읽는다면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에 알 수 있다. 이건 지금까지 나온 포션에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얻는 경로도 2층에서 플래티넘 보상을 얻거나 4층에서 모든 플레이어와 NPC를 살려야 하는 등 입수 난이도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 4층은… 천사가 얻으라고 만들어 둔 보상이 아니기도 했고.

200병. 골동품이나 수집품 업계에서 200개는 너무 많다고 볼 수도 있지만 소모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걸 마실 수 있는 인간은 지구에서 딱 200명밖에 되지 않는다. 너무나도 너무나도 귀하다.

“이게 있다는 게 알려지면 죽는 거 아니야?”

“…사리는 게 맞는 거 같은데.”

그리고 엘릭서가 귀한 만큼 그걸 지닌 사람들은 조심스러워했다.

보물이란 건 그것을 지킬 힘이 있는 사람에게나 가치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탑이 등장함에 따라 인류 간의 힘의 차이는 더더욱 심화하였다. 엘릭서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살해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뒷세계의 경매에 8병에 달하는 엘릭서가 올라왔지만… 그것들의 주인은 이미 세상에 없다. 판매된 엘릭서 가격이 천문학적 수준에 이르렀으므로 사람을 죽여 치우고 평판의 하락을 감수하는 것이 훨씬 싸게 먹힌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엘릭서에 관한 정보를 통제하는 사람들이 들인 품은 그리 많지 않다. 그저 기존에 존재하던 감시 시스템에 몇 가지 명령어를 추가하고 약간의 인력을 배치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기억해야 한다.

김준호를 주목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

11층. 드워프들의 요새로 향하는 길목.

“그러니까 전처럼 11층을 클리어하면 된다는 거지?”

“그렇지.”

나는 최지원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최지원의 기억이 보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왜 굳이 기억을 보존하지 않았느냐고? 내가 의도한 건 아니고 최지원의 요청이 있었다. 원래 우리는 기억을 지키기로 결심하면 놀이공원에 간다거나 수족관에 놀러 가는 등 데이트를 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곧장 회귀한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녀가 굳이 이야기해 주지 않으니 나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중이다. 뭐 중요한 거면 나중에 따로 이야기해 주겠지.

“그럼 나 이제 갈게?”

그렇게 계획 설명이 끝나고 붕붕이로 전신의 피부를 슥슥 베어 상처를 연출한 최지원이 요새를 향해 떠났다. 나도 기억 속에 있는 공터로 걸어가 죽은 동물의 해골을 머리에 걸쳤다. 

“나는 사신이다.”

이번 회차의 나는 스스로 사신을 칭할 것이다.

**

사신은 단검을 사용한다. 나는 장검을 사용한다. 두 무기는 완전히 용처가 다르고 빈말로도 비슷하다고 할 수 없다.

“히 히이이익…!”

“넌 이 ‘사신’의 손에 죽어 마땅한 놈이다.”

그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적을 완전히 제압한 뒤에야 단검을 사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단검을 주로 사용한 건 아니지만 대충 단검’도’ 사용한다는 인상을 남겨 놓은 것이다.

이후 한 일은 동일하다. 전처럼 사람들이 뭉치도록 유도하고 멀리서 모습을 드러내며 겁을 주고 흔적을 남기며 긴장감을 유지한 뒤.

꽈르르르르릉!!!

최지원의 손에 화려하게 퇴장했다.

[11층을 클리어했습니다.]

그렇게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당일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예매한 뒤 그대로 침대에서 곯아떨어졌다. 숲에서 노숙하는 일은 도통 익숙해지질 않는 것 같다.

“갔다 올게. 협회에 연락하는 거 잊지 말고.”

“기다릴게.”

다음 날 저녁. 나는 최지원에게 손을 흔든 뒤 공항으로 출발했다.

지난 회차에는 나와 최지원이 함께 일본으로 향했지만 이번에는 나 혼자 비행기에 올랐다. 아무래도 혼자 가는 쪽이 더 효과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일본어를 못 하지 않냐고? 괜찮다. 일본어를 쓸 일이 없을 테니까.

-승객 여러분 우리 비행기는 곧 착륙할 예정입니다. 좌석 벨트를…

잠깐 눈을 붙이자 이미 일본에 도착해 있었다. 이번 회차는 사신의 집으로 향하는 대신 예약해둔 호텔로 향했다.

“이야 이게 호캉스인가?”

적당한 실내 온도와 보드라운 호텔 이불을 만끽하며 뒹굴거리기를 한참. 해가 저물고 가로등이 켜지고 술에 취해 떠들던 사람들의 소리도 잦아들었을 무렵 호텔을 떠나 사신의 집으로 향한다.

“어디 보자…”

시간은 새벽 3시. 4층에 위치한 사신의 집의 불은 꺼져 있다.

“CCTV는 없는 것 같고…”

주위를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순간.

“읏차.”

나는 작은 홈이나 실외기 따위를 잡으며 아파트의 외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류의 등반을 많이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초인에게 이 정도 운동은 누워서 떡 아니 모찌 먹기라고 할 수 있다.

“후우.”

몇 초만에 유우키의 방 밖에 도달하자마자 손바닥으로 살살 창문을 밀었다. 역시 창문은 잠겨 있지 않다. 보통 바깥쪽 창문은 잘 안 잠가 두거든.

“…”

그렇게 아무런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사신의 방에 침입하는 데 성공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침대를 확인하자 세상모르고 곯아떨어진 사신이 보인다.

“…?”

아니다. 저 새끼 방금 움찔했다. 다만 상황을 파악하고 나를 방심시키기 위해 자는 척을 하는 중이다. 왼손도 뭔가 수상하게 꼼지락거리는 것이… 단검이 있는 것 같은데? 잘 때 단검을 숨겨 두고 잔다고? 미친 새끼 아니야?

뭐 어쨌거나 사신이 일어났다는 것을 인지한 나는 저벅저벅 걸어가 그의 책상 의자에 걸터앉았다. 지금부터는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큼큼. 목소리를 낮게 깔아 주고 눈빛은 날카롭게. 흉내 내는 이미지는… 강찬. 묵직한 보스 느낌으로 가자.

“사신. 아자이 유우키.”

“…”

“나다. 김준호.”

이 녀석이 내가 자기를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도 얘가 당연히 나를 아는 것처럼 굴었다. 실제로 이미 알고 있기도 했고.

“…”

하지만 대답하지 않고 꼼지락대는 사신. 이불을 푹 뒤집어쓴 녀석의 전신에서 마력이 일렁거린 순간.

“죽어!”

사신은 완전히 투명해진 상태로 이불을 박차고 나와 단검을 휘둘렀다.

“…!!”

“느리군.”

허나 놈의 손목은 손쉽게 내 손에 막힌다. 이 녀석 능력치가 높은 편이 아니다. 은신 지속 시간을 늘리기 위해 마력을 찍은 건가? 어쩐지 마력 양이 좀 많다 했다.

“사신. 전부터 너를 지켜보고 있었다.”

​공격이 막힌 사신이 눈을 휘둥그레 뜨건 말건 나는 준비한 대사를 찬찬히 읊는다. 목소리는 평소보다 굵고 여유롭다.

​”너의 의도는 이해한다. 세상엔 죽어 마땅한 놈들이 있어.”

“아니 아니.”

당황하여 아무 말도 못 하던 사신이 잠이 덜 깬 갈라진 목소리로 읊조렸다.

“정말 정말로 저를 지켜보고 있었다고요? 당신이?”

“그럼.”

“…우와.”

“그리고 꽤 많이 실망했다.”

살짝 올라가려던 사신의 입꼬리가 그대로 바닥을 향해 쳐박힌다.

“너의 방법은 너무 세련되지 못해. 특히 민간인도 죽인 건 크게 실망했다.”

​”…하 하지만… 고문을 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의 진가를 알아 볼 방법이 없어서…”

“그게 세련되지 못하다는 거다.”

붙잡고 있던 사신의 손목을 놓아준 뒤 과거 녀석이 보여준 것처럼 깍지를 끼고 입가를 가린다. 아마 저녀석 눈에는 내가 냉철한 수완가처럼 보이지 않을까.

“사신. 너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나?”

“…”

“너 때문에 죽은 민간인에게 미안하지 않나?”

“어 어쩔 수 없었으니까…”

고개를 돌리며 내 시선을 피하는 사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나는 더욱 몰아붙였다.

“너 자신이 무고한 희생자가 된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나? 네 가족이 죽어야 한다면? 그때도 어쩔 수 없을까?”

“…”

녀석은 이제 막 잠에서 깬 참이고 내가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압박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사신은 진정한 의미에서 압도당했다. ‘경외’ 특성이 터지며 녀석의 은신 특성이 복사된 것이 그 증거다.

갈 곳을 잃은 사신의 눈이 방황하고 침을 꿀꺽 삼키고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내 말은 명백한 정론. 반박할 방법 따윈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저보고… 저보고 뭐 어쩌라는 건데요…”

결국 나의 압박을 이기지 못햇는지 흐느끼는 목소리로 징징대는 사신. 원래 멘탈이 완전히 터진 사람은 ‘그래서 나보고 뭐 어쩌라는 건데’ 모드에 진입하기 마련이다.

“그건 내가 찾아보겠다. 너는 기다려라. 내가 널 위한 ‘영웅’의 역할을 준비하기까지.”

“…제가 영웅이요?”

“너에겐 자질이 있다. 날 믿어라.”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질렀다.

결국 사신의 행동은 영웅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꿔보이겠다’ 라는 욕망이 가공된 결과다. 그걸 적절한 방식으로 만족시켜 줄 수 있다면 이 녀석을 갱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겸사 겸사 나도 이득을 좀 보고.

“11층에 적절한 대역을 준비해 놨다. 그리고 협회를 통해 네가 죽었다는 소문을 돌릴 생각이다. 그럼 넌 활동을 멈추고 그 소문에 신빙성을 더해 주면 된다.”

“…”

“다시 연락하겠다. 기다리고 있어라.”

그 말을 끝으로 난 쿨하게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협회와 커넥션이 있다는 사실도 암시했고 죽어야 하는 대역 하나 정도는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거물이라는 것도 암시했다. 나의 이 허세에 대한 사신의 반응은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앞으로 녀석이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본 뒤 결정하면 그만이었으니.

**

일주일이 흘렀다. 사신은 내 말을 따른 것인지 심경의 변화가 있던 건지 진짜로 활동을 멈췄다. 그리고 협회는 사신이 활동을 멈춤과 동시에 ‘사신이 죽었다.’ 라고 대서특필했다. 최지원이 협회에 ‘내가 사신을 죽였습니다.’ 라고 제보한 결과이자 내가 적극적으로 사신을 연기한 결과이다.

다만 이번에는 사신의 신상이 퍼지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의 반응이 훨씬 덜 격렬했다. 그냥 최지원이 못된 악당 한 명을 치웠다 정도?

하긴 실시간으로 일가족의 인생이 파멸하는 자극에 비한다면 이 정도 소식은 그냥 슴슴하겠지. 당사자가 이미 죽기도 했고. 여튼 그렇게 사신의 죽음은 일주일간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우린 일주일 동안 뭘 하고 있었냐고?

지난 일주일 간 나는 정보 수집에 열을 올렸다. 최근 너무 꼼꼼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확인해야 하는 것들을 미리 확인하지도 않고 대충 대충 넘어가다니. 나답지 못하다.

이번에 알아내고자 한 것은  첫째. 변한 내 마나의 성질. 그리고 둘째. 사신의 사회적 죽음으로 인해 변한 것들. 그 나비효과를 관측하고자 한 것인데…

우선 첫째 내 마나의 성질은 완전한 한기를 띠고 있다. 시험 삼아 엘릭서를 마신 뒤 마력을 이리 저리 활용해 봤는데 과하게 마력을 쓰면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이 회귀할 것만 같아 그만두었다. 이건 아무래도 시간을 두고 차차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둘째. ‘무려’ 일주일이나 투자했음에도 정보 조사 결과는 비교적 지지부진했다.

“준호야. 나 진짜 못 찾겠어…”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리던 최지원이 의자를 뒤로 길게 빼며 책상에 엎드린다. 그녀는 조금 전까지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지고 있었다.

인터넷에는 지금도 탑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2층이 어쨌니 3층이 어쨌니 4층은 너무 어렵니 뭐니… 허나 6층부터는 언급이 급격히 줄어들고 진짜로 ‘최상위권’ 이라고 부를 만한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는 인터넷에 올라오지 않는다. 정보 조사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인맥을 좀 만들어야 하나.”

이유는 뻔하다. 상위권 플레이어들이 자기들만의 닫힌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이다. 자기들끼리 진짜 귀중한 정보를 돌려 먹고 있겠지.

하긴 언제까지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을 수 있을 리가. 그건 너무 희망적인 생각이다.

어디 이너 서클에 가입해야 하나? 현재도 강찬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의 플레이어 인맥은 궤멸적인 수준이었다. 11층에서 지원이한테 인맥을 좀 쌓으라고 해볼까? 그러면 신비주의 이미지가 흐려지는데…

“…윤중현?”

윤중현에게 연락한다면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번 회차에서는 그와 연락이 되질 않았다. 사신이 죽었다는 정보를 먼저 접하면서 뭔가 바뀐 걸까? 하 이것도 좀 알아내야 하는데.

아무튼 요약하자면… 우리는 심각한 정보 부족을 겪고 있다. 심지어는 이미 클리어한 11층의 동태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몇 번 정도는 더 회귀를 반복하며 정보를 수집해 보겠지만…

이대로라면 그냥 12층에 머리를 박는 것 외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잼인 파트 같아서 우겨넣었습니다…

//

덤벙대는 주인공과 꼼꼼한 주인공… 꼼꼼한 쪽이 개연성은 챙길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좀 늘어진다고 생각하여 일부러 생략을 한 부분이 좀 있었는데…

다시 보니까 좀 신경 쓰이더라구요… 앞으로는 요약을 하는 한이 있어도 가능성을 다 테스트 해보고 올라가는 쪽으로 전개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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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ression Is Too Much

Regression Is Too Much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One day, a Tower appeared, and with it a proclamation by God that Humanity is to be judged for becoming too corrupt. Regression… It’s an ability so fraudulent that it doesn’t require any detailed explanation. Yes, I also agree that it is a fraudulent ability, but… Isn’t it too much to regress due to just a slightest inj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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