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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ression Is Too Much Chapter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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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4

높은 곳에 올라야 비로소 시야가 트인다는 말이 있다. 아마 어딘가의 동기부여 영상에서 보았던 것 같다. 말의 요지는 높은 곳에 올라야 시야가 트이니 일단 노력해서 좋은 학교 좋은 기업에 들어가라는 거였던가.

나는 이 말에 적극 공감한다. 오로지 최고의 학교와 최고의 직장만 찾는 현대사회의 병폐에 공감한다는 뜻이 아니고 높은 곳에 오르고 보니 실제로 시야가 트였기 때문이다.

탑을 겪으며 벼려진 육신도 육신이지만… 내게 주어진 능력 회귀. 이 능력은 정말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게 열어주었다. 까놓고 말해서 이제 내게 불가능이란 없다.

갑자기 창이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면 창을 단련하면 된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간 창의 숙련도가 검을 넘어설 것이다.

친해지고 싶은 혹은 치워버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냥 실행으로 옮기면 된다. 그 사람의 성격이 뒤틀려서 혹은 무력이 너무 강해서 힘들 것 같다고? 한 번이 아닌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하고도 힘들까? 아예 천외천의 경지에 달한 천마 같은 존재는 현실에 없다. 다른 인간의 운명을 건드리는 건 내겐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단순한 인간이 아닌 사회라면 어떨까? 내가 한국 대통령을 하고 싶다고 마음먹는다면 할 수 있을까? 아마 가능할 것이다. 마이클 지터를 치워버리고 플레이어 협회장을 노린다면? 역시 가능할 것이다.

불가능은 없다. 아주 오랜 시간을 들인다면 뭐든 가능하다. 정신력이 무한하지 않다고? 인간성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내 인격이 뒤틀리는 걸 담보로 하면 된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인류의 역사가 나의 의지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내가 앞으로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변한다. 즉 인류의 방향성이 내 손에 달려 있다.

그러나 너무나도 많은 것이 가능해서일까. 나는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역으로 압도되어 버렸다.

과거 튜토리얼 혹은 탑 안에서 회귀할 때야 큰 부담감이 없었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때나 나 자신이 숱한 회귀를 거치기 직전에 불과했다. 탑 안은 그래봐야 닫힌 공간이니.

그러나 현실에서 지내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내가 이고 있는 부담감의 무게를 체감하게 된다. 아무리 회귀가 있다고 한들 이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는 문제인지 연신 고민하곤 한다. 나의 행동으로 인류가 영향을 받는다. 단순히 뇌를 비우고 마음 가는 대로 결정할 수 없다.

지금도 그렇다.

“그건… 제가 답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윌리엄 스미스는 정말 많은 것이 가능하다. 그는 현대 인류의 종착지라는 암을 극복했고 신체 결손 또한 훌륭하게 치료해내었다. 플레이어가 탑에서 얻은 경험치의 비약을 몰아 먹은 덕분에 레벨도 낮지 않다. 다른 뛰어난 치유 능력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인류 최고의 치유 능력자는 윌리엄 스미스다. 그는 성자요 기적의 현신이요 인류 희망의 상징이다.

그러고 지금은 그 뛰어남이 그 훌륭함이 그 능력의 무궁무진함이 그를 속박하는 중이다.

윌리엄 스미스도 속으로는 알고 있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걸. 이대로 가면 몸이 더 망가져 버린다는 걸. 이러다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걸. 그게 이성적이고 올바른 판단이라는 걸.

그런데도 고민하는 이유는… 마음이 개운치 않아서. 지금 밖에서 윌리엄 스미스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죽기 직전의 환자들이 눈에 밟혀서이다.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윌리엄 스미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인 것 같다.

“…제가 그동안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최대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준호 님이 말씀하시니 무게가 다른 것 같군요.”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윌리엄 스미스.

“실은 이미 주변에 자문을 구했습니다. 아내에게도 자식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말이죠. 다들 절 말리더군요. 현명하게 생각하라고.”

그는 머그컵에 담긴 포션을 한 모금 마신 다음 내 손을 살포시 잡았다.

“저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조언을 주신 직후인지라 조금 죄송하지만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난 윌리엄 스미스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것만 같아 묵묵히 방을 나섰다.

이튿날 윌리엄 스미스가 환자 치료를 재개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사진 속 윌리엄 스미스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

미국에서 머무른 지 한 달이 흘렀다. 도중에 한국 정부가 최지원이 미국에 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약간의 소동이 있었지만 마이클 지터가 적절하게 조치한 덕분에 크게 번지진 않았다.

우리는 그동안 플레이어 협회에서 제공한 건물에서 먹고 자며 시간을 보냈는데 높은 곳에서 멀리 보인다는 격언은 여기에도 적용되었다. 협회 소속 건물에서 머무르다 보니 정세가 변하는 모습을 누구보다도 생생히 관찰할 수 있더라.

그렇다. 세계는 변하는 중이다. 단순히 초능력자가 등장하고 괴물들이 등장하는 것을 넘어 정말로 사회 체계가 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 시작은 미국 대통령의 탄핵이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꺼져라!”

“죽어 버려! 무능한 밥벌레 같으니라고!”

대통령은 연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의 역량을 벗어난 일이었다 어필하고 다녔지만 여론은 너무나도 싸늘했다. 대통령이 사건 발생 초기에 잠수를 타버렸기 때문이다.

“여기 이 녹취록에 따르면 ‘세계의 운명을 바꿀 연구를 진행 중이다.’ 라고 말씀하신 저의가 궁금합니다.”

“꾸준히 언급되는 ‘책’이 뭡니까? 무슨 사이비 종교에 홀린 겁니까? 예산이 도대체 어디로 간 겁니까?”

“해명하십시오!”

게다가 대통령이 수상쩍은 연구에 세금을 빼돌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자 이건 누구도 커버가 불가능할 정도로 불길이 번졌다. 여당 의원들도 ‘대통령이 미쳤나?’ 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닐 정도로 자살 행위였던 것이다.

“…어쩌면 제가 잘못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묵묵히 백악관에서 버티던 대통령은 어느 날 기자 회견을 열어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이후 소문이 돌기로 대통령이 세금을 빼돌려 지원할 정도로 단단히 밀고 있던 연구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듣고 포기한 것이라고.

그렇게 플레이어 협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미국 정부가 실각하자 자연히 모든 권력을 휘어잡은 것이 바로 마이클 지터.

“괴물이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늘에 용이 나타날 때마다 도시 위에 미사일을 쏠 겁니까? 아니면 좁은 길목 사이로 탱크를 보낼 겁니까? 군대가 쓸모없다는 게 아닙니다. 대신 괴물들을 때려잡는 데에는 강한 플레이어가 훨씬 ‘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희생자에 신음하던 미국인들은 뉴욕의 용을 물리친 마이클 지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며 다른 나라에도 괴물이 등장했고 그때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인도에서 커다란 코끼리를 제압하지 못해 미사일을 여러 발 쏜 것이 그 일례다.

“효율의 문제입니다. 플레이어 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나야만 합니다. 제가 감히 제안하건대 각국의 정부는 탑의 부산물을 웃돈을 주고 매입해야 합니다. 탑을 오를 동기를 사람들에게 부여해야 합니다.”

-마이클 지터의 말이 맞아.

-도심지에 매번 미사일을 쏠 거야? 강한 플레이어를 육성하는 게 맞아.

-만약 마이클 지터가 없었다면 어땠겠어? 아마 우리 하늘에 핵을 쏴야 했을걸.

미국인들은 마이클 지터의 연설에 공감했다. 아니 전 세계인들이 공감했다. 인류 사회는 비로소 강한 플레이어의 필요성을 부르짖게 되었다.

-탑을 오르지 않고 1층에 머무르는 버러지들에게는 불이익을 줘야 한다.

-열심히 탑을 오르는 사람들에게는 합당한 이익을 줘야 한다.

처음엔 다소 허무맹랑해 보이던 마이클 지터의 ‘플레이어의 시대’는 정말로 윤곽이 잡혀 나갔다. 처음엔 무슨 스포츠 선수를 보듯 연예인을 보듯 플레이어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이제 정말로 영웅을 보는 것처럼 플레이어를 바라보았다. 자기네 목숨이 달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강한 플레이어를 보유한 나라가 더 안전하다. 미국을 봐라. 마이클 지터 덕분에 최악의 위기를 넘기지 않았느냐. 인도를 봐라. 자기네 땅에 미사일을 갈겼다.

그리고 이것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 바로 플레이어 협회의 ‘플레이어 랭킹’ 제도. 강한 플레이어가 더 많은 나라가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져나갈 즈음 협회는 플레이어 아카데미 제도와 플레이어 랭킹을 발표했고.

“S급 랭킹 2위가… 최지원?”

“우리나라가 세계 2위인 거야? 그 수많은 나라를 제치고?”

한국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부어진 국뽕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세계 2위’ 최지원이라니. 듣기만 해도 뽕이 마구마구 차오르지 않나.

사실 상황이 여기까지 온 이상 나는 현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사회가 변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했고 강한 괴물의 등장이 슬슬 뜸해지기도 했으니까.

“준호야.”

그러나 변수는 항상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하는 법.

“우리 이제 회귀하면 안 될까?”

먼저 회귀를 제안한 쪽은 최지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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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ression Is Too Much

Regression Is Too Much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One day, a Tower appeared, and with it a proclamation by God that Humanity is to be judged for becoming too corrupt. Regression… It’s an ability so fraudulent that it doesn’t require any detailed explanation. Yes, I also agree that it is a fraudulent ability, but… Isn’t it too much to regress due to just a slightest inj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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