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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ression Is Too Much Chapter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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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07

확실히 천마는 기존의 군타르와는 달랐다. 그냥 다른 게 아니라 ‘굉장히’ 달랐다.

“군타르다.”

“언제 돌아온 거지?”

“몰골이 왜 저래?”

기존의 군타르는 전투가 끝나면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투기장의 보호 아래 은밀하게 제 거처로 복귀하곤 했다.

천마는 달랐다. 녀석은 사람들이 지켜보건 말건 뭐라 지껄이건 말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걸었다. 좋게 말하면 남들을 신경 쓰지 않았고 나쁘게 말하면 남들을 벌레로 봤다. (회귀 초창기인지라 이전 같은 ‘털박이다.’ 따위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조용한 복도에 접어들었을 즈음.

“칼을 겨눠라.”

“…뭐?”

“내게 칼을 겨누라고 했다.”

걸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천마. 녀석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으나 귀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마구 쫑긋거리고 있었다.

“내 몸에는 천사들이 심어 놓은 인격이 존재한다. 녀석과 합의해서 ‘전투 중’에는 내가 주도권을 가지겠다고 합의했지만. 지금 다시 튀어나오겠다고 발악한다. 적절한 위협이 도움이 될 것이니라.”

“아.”

맞다. 저 몸에는 천사들이 심어 놓은 인격이 있다고 했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군타르가 미쳤다.’ 라고 생각한 것이기도 하고.

그런데 황제와의 싸움에서 목숨의 위협을 느껴 천마가 주도권을 잡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전투 상황이 아닌지라 원래의 인격이 다시 나오려고 한다는 거구나.

뭐 지금 내가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천마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나는 순순히 검을 뽑아 녀석의 목에 겨눴다. 어차피 지금 찌른다고 해도 즉사는 피할 것이고 녀석이 수인의 생명력으로 버티면서 마력을 해방하면 난 회귀한다. 모험하기 보다는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릉.

실제로 내가 검을 겨누자 스스로의 목을 조르려던 천마의 손이 잦아들었다. 직전까지 몸이 통제를 벗어났음에도 천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저 걸을 뿐이다.

“별로 놀라지 않는 기색이구나.”

툭 던지듯 말하는 천마. 잠깐 내가 너무 반응이 무덤덤했나? 연기를 했어야 하나? 아니다. 어차피 지금부터 할 거짓말을 생각하면 알고 있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당장은 말을 아끼자.

“…”

“도착이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천마 또한 재촉하지 않았다. 그렇게 걷고 또 걷다 보니 기억 속에 있는 광경이었다. 투기장에서 랭커들에게 마련해준 거처다. 왜 어둡고 아무것도 없는 그 공간 말이다. 바닥에 먹다 남은 음식 부스러기가 놓인 것도 동일했다.

“수인이란 종은 축복받은 종이지만 진정으로 강해지고자 하는 의지가 모자라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 삶을 태운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지.”

발로 음식물 찌꺼기를 밀어내며 말하는 천마. 나는 문득 궁금증이 생겨 그에게 물었다.

“한 행성의 인간을 몰살시켰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다.”

“왜 그랬지?”

“혐오스러워서.”

마치 오늘 먹은 점심 메뉴를 말하는 것만 같은 일상적인 어조다.

“왜 혐오스러웠는데.”

“나약해서.”

“약한 게 죄야?”

“신체적 약함을 탓하는 게 아니다. 타고나기를 약한 건 죄가 아니다. 하지만 강해지려 노력하지 않는 건 죄다. 약자에겐 선택할 권리가 없다. 우주 개척 시대가 도래하고 온갖 법이 생겼어도 이는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생명이라면 마땅히 강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죽은 사람 중에 단련한 사람도 있을 텐데.”

“그따위 강함이 노력한 것이라면 죽어도 싸다.”

“…”

이전에도 느꼈지만 천마가 나랑 멀쩡하게 대화해 주는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꽤 강해져서인 것 같았다. 저놈은 약한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모양이었으니까.

“그럼.”

자리에 앉는 천마. 그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는 등반자인가?”

“…탑이라는 걸 알고 있구나.”

“내가 몇 천 년 전의 사람이라지만 의식은 남아 있었다. 검에 깃든 형태로 돌아가는 꼴을 관조하고 있었지. 나의 세계에 탑이 등장한 것도 멍청한 놈들이 실패한 것도 전부 알고 있다.”

나의 검날을 바라보며 말하는 천마.

“탑을 정복하는 것에 실패하고… 세계가 신의 지배하에 들어가는 과정에 내 영혼만 추출 당했다. 나 같은 건 ‘밸런스’에 맞지 않아서 제거해야 한다더군. 이런 식으로 살아날 줄은 몰랐지만.”

“…너네는 왜 실패했냐.”

“나약해서.”

“…”

“약해서 실패했다. 그게 전부다. 내게 탑을 오를 기회가 있었다면 성공했을 것이다.”

그리 말하는 천마의 표정은… 모르겠다. 수인이라서 인간과 생김새가 달랐던 탓인지 아니면 수천 년 전의 사람인지라 감정이 옅어져서인지.

“이 몸의 주인 군타르는… 원래 내 영혼이 담긴 검을 얻은 녀석이었다. 나는 놈에게 다양한 무술을 가르쳐 주었고 녀석은 시원찮았지만 나름대로 노력했도다.”

“천사들은 군타르가 유독 가스에 중독되어 죽었다고 하던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행성 간 이동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된 시대에 가스에 대한 대책이 하나 없을까. 군타르는 탑을 오르다 죽었다. 현재 이 세계의 시점이 ‘탑이 등장하기 이전의 세계’일 뿐이다.”

그러니까 천마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자기 제자 비스름한 놈이 탑을 오르다 죽었고. 천마 본인은 영혼이 추출 당해서 제자 몸에 들어온 셈인가. 말 그대로 장난감처럼 다뤄진 모양이니 천사들에 대한 증오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네 차례다.”

“무슨 차례.”

“말해라. 천사들과 어떤 관계인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는지.”

“아아.”

당연하지만 천사들의 편이여서는 안 된다. 천마는 천사를 증오한다. 하지만 또 너무 거리가 있어서는 지금의 상황이 설명이 안 된다. 천마에 대해서 정보를 습득할 방법이 천사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적당히 서먹한 사이면서도 천사에게서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사이.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말이 되려면…

“난 천사들에게 협박당하고 있다.”

“협박?”

“그래. 협조하지 않으면 28층을 완전히 망가뜨려 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더군.”

“흠.”

아까도 느꼈지만 천마의 감각은 예리하다. 거짓말을 아예 만들어 내어선 안 된다. 적당히 거짓에 진실을 섞어야 잘 먹힐 것이다.

천사가 나를 협박한 것은 사실이다. 천마를 막지 못하면 28층에 오는 플레이어가 다 죽을 수도 있다고 했고. 꼭 자기를 도와달라고 하기도 했고. 뭐 대천사가 오면 해결될 것이라는 말은 누락했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28층의 균형이 무너져서 너를 투입했는데. 예상 외로 너의 인격은 남아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너를 죽여야 한다고 하더군. 네가 있으면 28층은 지옥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내게 도움을 요청했던 거다.”

“과연… 그런 거였나.”

고개를 끄덕인 천마는 대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나를 축출한 대천사는 부재중인 것 같도다.”

“…갑자기?”

“등반자인 너는 몰라도 대천사라면 나에 대한 개입 정도는 능히 할 수 있다. 그 정도의 강자다. 하지만 녀석은 우리가 탑 얘기는 물론이고 천사에 대해 얘기까지 했음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조금 여유를 벌었구나. 만약 네가 천사들의 꼭두각시였다면 지금 이 대화를 듣고 있었을 터.”

그러니까 대뜸 내게 탑 얘기부터 했던 것은 일종의 낚시질이었다는 건가. 내가 뭔가 유도하려고 하는지 확인하려는 것도 있던 것 같고.

“마음이 조급했으나 조금은 진정해도 되겠군. 시간을 벌었다.”

그동안 천마가 급해 보였던 것은 대천사 때문이었던 모양. 그는 여전히 내 칼날 끝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혀를 날름 핥았다.

“네가 두려워하는 것은 내가 등반자들을 모조리 죽이는 상황인가.”

“…그래.”

“나는 탑을 탈출할 작정이다. 그러니 네가 걱정하는 상황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협조해라.”

”…?”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다. 탑을… 탈출한다고? 탈출? 그게 말이 되나?

“나 정도라면 가능하다. 힘을 온전히 되찾을 수만 있다면 능히 할 수 있다.”

“…힘을 어떻게 되찾는데?”

“현재 나의 영혼은 대부분 봉인되어 있다. 네놈이 칼로 겨누고 있는 덕에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안전해진다면 언제고 거짓 인격이 다시 튀어나올 터다.”

칼날을 톡톡 두드리는 천마.

“그러니 통제권을 유지하고 영혼의 힘을 되찾기 위해선 싸워야 한다. 강자와 싸우고 또 싸워 내 영혼의 점유율을 올리는 동시에 나를 감싼 제약을 해제해야 한다.”

제약. 내가 신경 쓰던 단어가 나왔으나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협조한다면 등반자들은 건드리지 않겠다. 대신 네놈도 천사들을 쳐 죽이는 건 막지 마라.”

“어떻게 협조하면 되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진다. 하지만 대놓고 투기장 놈들을 학살하는 건 원치 않은 시선을 끌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다. 대천사 그놈이 복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니 원래는 역겨운 인간만을… 아니 약자만을 골라서 죽일 생각이었지만. 이미 천사들이 알고 있었다니 무의미한 짓을 할 뻔했도다.”

척. 녀석의 기나긴 손톱이 나를 가리킨다.

“대신. 네가 나와 싸워라. 적당히 서로의 진심을 드러내지 않을 정도로만 선을 지키면서. 계속 싸우는 거다. 누구도 볼 수 없게 은밀한 곳에서.”

이때 직감했다.

“내가 힘을 전부 되찾을 때까지.”

이놈은 역시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이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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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gression Is Too Much

Regression Is Too Much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One day, a Tower appeared, and with it a proclamation by God that Humanity is to be judged for becoming too corrupt. Regression… It’s an ability so fraudulent that it doesn’t require any detailed explanation. Yes, I also agree that it is a fraudulent ability, but… Isn’t it too much to regress due to just a slightest inj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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