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STGB Chapter 666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666화 신세계 (1)

이백호와 무슨 사이냐는 것·

아마 GM 입장에선 지금까지 겨우 꾹 참고 있다가 꺼냈을 질문일 것이다· 아무래도 그동안엔 물어볼 타이밍이 없었으니까·

보니까 어떻게 말을 꺼낼지도 고민한 거 같고·

“그··· 따지는 게 아니라 단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아까 둘이서 얘기를 하러 나가시던데····”

“그래서?”

“저 남자가 남작님에게는 꼬박꼬박 존대를 쓰는 것도 그렇고··· 조금 신기해서 말입니다····”

사실 이게 결정적이었을 거다·

어째서 그 안하무인인 이백호가 나에게만은 경어를 쓰면서 대우를 해 주는 걸까·

이게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겠지·

‘심지어 얘는 나랑 이백호가 어떻게 처음으로 만났는지도 알고 있고 말이지·’

이백호와의 첫 만남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당시 한스 I로 위장한 채 내게 접근했던 GM과 이백호가 격돌했고 그때 나는 우연히 그 광경을 목격했다가 불똥이 튀었다·

‘그땐 진짜 뭐 이런 개또라이가 있나 싶었는데····’

단지 궁금하다는 이유 하나로 왕가의 기사들이 가득 깔린 곳에서 이백호는 나를 붙잡고 플레이어냐고 물으며 겁박했다·

‘이게 벌써 몇 년 전 일이구나····’

새삼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느끼며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글쎄? 딱히 좋은 관계는 아니다· 애초에 놈과 처음 만났을 때는 적이었으니까·”

“흐음 적 말입니까···?”

“그래 웬 이상한 놈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더니 나를 죽이려 들었지· 어찌 된 영문인지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내 진술을 듣고서 전혀 모르는 얘기라는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갸웃하는 GM· 왠지 그 모습이 조금 웃기면서도 티 내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다음에 만난 건 노움트리였지·”

“노움트리··· 말입니까····”

“그래 동료들과 의뢰차 그곳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그놈과 또 마주쳤다· 그러고 나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고··· 내 동료와도 얽힌 악연이 있었지·”

괜히 어설프게 거짓말을 했다간 모순점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기에 나머지는 대충 뭉뚱그려 말하며 축약했다·

어차피 미샤 이야기는 얘도 알고 있을 테니까·

“동료 말씀이십니까····”

“너한테 자세히 말하긴 좀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거래가 있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정리가 됐다고 하심은····”

“일종의 휴전 상태에 가깝다· 놈도 나도 서로를 건드리면 피를 본다는 걸 아니까· 조심하는 거지·”

그런 내 말에 GM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이백호가?’라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설마 내 무력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느낌도 있었다·

‘거 서운하게·’

변명을 하기 위해 어느 정도 각색을 넣은 얘기지만 그렇다고 말 자체가 거짓말인 건 아니다·

일대일로 싸워서 이백호를 이길 자신은 없지만·

반대로 질 자신도 없거든·

아무튼·

“아까 무슨 관계냐고 물었지?”

내 질문을 받고 고개를 주억이는 GM을 보며 나는 그 무엇보다도 명쾌하게 나와 이백호의 관계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내게 있어서 이백호는····”

이번엔 딱히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은 서로 이용할 게 있어서 칼을 뽑아 들지만 않고 있을 뿐·

더 이상 헷갈릴 일은 없다·

“언젠가 직접 대가리를 부숴 버려야 할 놈이다·”

이백호는 적이다·

***

“궁금한 건 이게 끝이냐?”

“예···· 아무래도 위험한 자이니까요· 남작님과 그자의 관계를 먼저 인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냐?”

“그자와 한편이 아니라고 하시니 마음이 놓입니다· 그자는 얽혀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 인물인지라···· 아 물론 남작님도 아시는 거 같지만 말입니다·”

마지막에 내가 했던 선언에서 진심을 느꼈을까?

GM은 이백호를 향한 나의 적대감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그 감정에 대해서도 만족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긴 안심하는 것도 당연한가? 지금 여기서 내가 이백호랑 친하다 하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지는 거니까·’

어쨌든 그렇게 녀석과의 이야기가 마무리된 후·

다시금 자리로 돌아오자 이번엔 이백호가 GM을 불러냈다·

“야 너 잠깐 나 좀 보자?”

“저 저 말입니까?”

마치 학교 일진에게 호명당한 듯 어깨를 움찔하는 GM·

녀석이 도움을 바라는 듯 나를 응시한다·

“내 동료는 무슨 일이지?”

“에고 남작님 걱정하지 마십쇼· 흠집 하나 안 낼 테니까· 얘가 있어야 마법진도 고칠 수 있는데 제가 그럴 거 같아요?”

뭐 그럴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단지 GM이 하도 저런 눈빛을 보내는 탓에 외면할 수 없었을 뿐·

“···보이는 곳에서 대화를 나누도록·”

“네· 그러죠 뭐· 야 그러면 됐지?”

“····”

그렇게 상황이 정리된 후 GM은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놈을 따라갔고 뭐라 막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중에 시간 나면 독순술이라도 좀 배워 볼까·’

소리가 차단된 탓에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다만 일단 분위기만 보면 이백호가 뭐라 짜증을 부리고 GM은 어색하게 웃으며 뭐라 변명하고 있는 듯했는데····

‘그러고 보면 얘네도 마지막이 좋지 않았지····’

GM은 이백호를 커뮤니티에서 추방했고 이 때문에 이백호도 녀석에게 앙심을 품은 적이 있다·

뭐 그 이후로 저 둘이 따로 만난 적이 있는진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일찍 끝났네?’

의외로 저 둘의 대화는 금방 끝났고 GM이 어딘가 기운 빠진 얼굴로 돌아왔다·

“무슨 얘기를 나눈 거냐?”

“예전에 좋지 못한 사건이 있었어서··· 그에 대한 해명을 좀 하느라··· 하하하····”

쯧 알려 줄 수 없다는 거네·

이건 나중에 이백호한테 따로 물어보든가 해야지·

“그럼 얼른 자자 이제 좀 있으면 아침이라 얼마 자지도 못하니·”

“예··· 그럼 남작님도 쉬십시오·”

이후로는 별다른 일 없이 다들 짧게나마 눈을 붙였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는 바로 이백호가 말한 ‘포탈’을 작동할 준비를 시작했다·

“차원 비석···?”

“비슷하게 생겼죠?”

“혹시 이런 게 대륙 곳곳에 숨겨져 있는 거냐···?”

“글쎄 더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애초에 이것도 그 의문의 할배가 찾아낸 거라고 해서···· 이거랑 연결된 포탈 말고는 아직 본 적이 없어요·”

의문의 할배라면 분명 아우릴 가비스를 말하는 걸 텐데····

“근데 생긴 것만 비슷할 뿐이지 미궁에서 보던 차원 비석이랑은 좀 달라요· 그냥 손대면 열리는 게 아니라 무조건 마력을 집어넣어 줘야 하거든요·”

음 그래서 마력 파장이니 뭐니 했던 거구나·

원래 여러 마법사들이 마력을 분담할 때는 평소에 합을 자주 맞췄거나 미리 준비를 해야 한댔으니까·

“그럼 시작해 보세·”

“예····”

이내 차원 비석 앞으로 다가간 파멸학자와 GM이 동시에 비석 위에 손을 올린 뒤 눈을 감는다·

그리고····

후우우우웅-!

눈에 보일 정도로 밀집되어 형형색색의 빛깔을 뿜어내는 마력이 일렁거리더니·

솨아아아아아아아-!

흘러 들어간 마력이 점점 응축되며 평소에 자주 보던 포탈의 형체를 갖춘다·

“먼저 갈 테니 잘 따라 들어오세요· 이 포탈은 5분 정도밖에 유지가 안 되니까!”

포탈이 열리자마자 이백호가 첫 번째 순서로 뛰어들었고 이백호의 동료들도 자연스레 그 뒤를 따랐다·

“어····”

“뭐 하냐? 가지 않고?”

“예···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혹시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일단 GM부터 포탈을 태워 보낸 뒤 나도 서둘러 그 너머로 들어섰다·

그리고····

번뜩-!

미궁에서 포탈을 탈 때와 비슷한 부유감이 들며 시야가 회복된다·

일단 신속하게 주변 지형지물부터 확인하려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나는 멍하니 굳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첨탑 형태의 인공 조형물·

사람이 다니기 편하도록 평평하고 고르게 눌러진 흙바닥·

또한 통나무를 베어 만든 집들이 바둑판 배열처럼 열을 맞춰 세워져 있으며 저 멀리로는 반쯤 무너진 목책이 보인다·

“마을···?”

“아 말 안 했나? 여기가 바로 노아르크 애들이 정착했던 장소예요·”

노아르크 개척지였다·

***

나와 GM이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이백호가 어깨를 으쓱하며 다가와 노아르크 개척지에 대한 소개를 시작했다·

“도시에 비할 수는 없지만 나름 살 만해 보이지 않아요? 집도 있고 마을 전체를 두른 목책도 있고 우물도 몇 개나 뚫어 놔서 부족할 일은 없고· 저기 목책 밖엔 작물을 키우던 밭도 있어요· 큰 강은 아니지만 동쪽으로 가면 강도 있고·”

내 예상과 달리 노아르크 개척지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제대로 구색을 갖춘 상태였다·

나였어도 여기서 나름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거 같달까?

뭐 문제는 전에 말했던 그 ‘괴물’이겠지만·

‘완전히 유령 마을이네····’

마을을 빙 두른 거대한 목책은 반쯤 부서져 있으며 세워져 있는 집들도 파손의 흔적이 여실하다·

또한 곳곳에서 검게 변색된 핏자국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아 그리고 이거·”

이백호가 이제 포탈이 사라진 차원 비석을 툭툭 건드리며 말을 잇는다·

“이걸 어떻게 이용해서 미궁으로 가는 포탈도 열던데 그건 그 의문의 할배만 가능하고 다른 사람은 못 해요· 우리 할배도 어떻게 하는 건지 감도 못 잡더라고요·”

“감도 잡지 못한 건 아니네· 시공간 계열의 마법인 것은 알아냈지 않은가·”

“거 그게 그거지· 핑계는····”

이백호가 파멸학자를 놀리듯 말했지만 사실은 그 아우릴 가비스가 이상한 거다·

7층으로 직행하는 포탈을 연 것도 그렇고·

수만 명을 텔레포트 시킨 것도 그렇고·

뭔가 그 할배는 항상 자기 혼자 이 세상의 규칙을 마음대로 갖고 노는 듯한 느낌이거든·

“그런데 이렇게 마을까지 열심히 지었으면서 미궁엔 왜 그렇게 들어왔던 거냐?”

“그야 얘네도 먹고는 살아야 할 거 아니에요? 보니까 도망칠 때 식량도 제대로 못 챙겨 와서 여기 올 때까지 마물 고기까지 먹었다던데?”

“···밭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에이 그것도 나중에서야 만든 거예요· 그리고 애초에 밭이라고 해 봤자 시범용에 가깝던데요? 작물도 거의 자라지 않고 그 많은 사람들이 먹기엔 턱없이 부족했대요·”

“그럼 마석이 필요해서 그랬다는 거군?”

“뭐 아무래도 그 이유가 가장 크겠죠?”

“다른 이유도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내가 은근슬쩍 묻자 이백호가 또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한다·

“그 여기도 마물들이 나타나잖아요? 결국 정수를 안 캐면 언젠가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리고··· 왕가가 자기들을 찾아낼지 모른단 불안도 있었을 테고·”

음 확실히 그렇게 말하니 이해는 된다·

노아르크 개척지는 7계층에 속하는 암흑 대륙의 ‘회색 벌판’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까·

마주치는 몬스터들의 등급도 꽤나 높았을 터·

“아 물론 그 괴물이 나타난 후로는 전부 다 의미가 없어졌지만요· 몇 번이나 와서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니까 그 고집덩어리 성주도 그냥 성벽 안에 들어가자고 마음을 바꾸던데요?”

“그렇군····”

“아무튼 그럼 질문은 여기까지만 하는 거로 하고· 얼른 나가죠!”

이후 마을 소개를 끝낸 이백호는 우리를 이끌고 마을 바깥으로 향했다·

그리고····

“···제가 알던 회색 벌판과는 영 다른 모습이군요?”

허리까지 올라오는 초록색 수풀이 가득한 벌판이 저 멀리까지 펼쳐진다·

“아! 확실히 미궁이 훨씬 더 세기말 분위기가 나긴 하지? 그래도 나오는 마물들은 다 비슷해· 지형 자체도 일치하고·”

“그 그렇습니까···?”

혼자 중얼거린 말에 이백호가 친절하게 답변을 해 주자 역으로 당황한 듯한 GM·

“백호 씨 전방에 마물입니다·”

그때 마을을 벗어나기 무섭게 궁수 레이튼 브라이엇이 센서에 뭔가 걸린 듯 경고를 뱉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크와아아아아아앙-!”

수풀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마물이 몸을 일으키며 위협하듯 하울링을 터트린다·

“바이테리온이군요· 등급은 3· 야수종에 속하는 마물입니다· 약점인 속성은 딱히 없으며 물리 내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가급적이면 마법을 이용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흡사 백과사전을 읽는 듯한 말투로 설명하는 GM·

얘가 옛날에 탐험가였을 시절에 어떤 느낌으로 지냈는지 대충 알 것도 같다·

‘편리하긴 하지만 그래도 같이 다니면 조금 피곤했을 스타일이네·’

아무튼 그래도 GM의 설명에 보충 설명을 더하자면 ‘바이테리온’은 회색 벌판에서만 가끔 발견되는 희귀 몹이다·

그리고····

“운이 좋군·”

불사자 각인의 8단계 재료를 뱉는다·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Bjorn Yandel the Barbarian

Bjorn Yandel the Barbarian

Score 9.5
Status: Ongo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