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STGB Chapter 678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678화 꿈 (5)

깨지 않는 꿈이 이어진다·

“오빠 저 오늘도 왔어요·”

거의 매일같이 현별이가 면회를 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빠가 정신 차리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따로 알아봤어요· 솔직히 말해 찾는다고 찾아질까 싶기는 했는데··· 정말 운 좋게도 찾았어요·”

이 꿈속 세상에서 현별이는 게임 속에 끌려가지 않았으며 어머니에게 내 소식을 들은 다음에는 자주 찾아와 나를 도와주고 있었다·

바로 이렇게·

“이백호라는 전역 군인이요· 오빠가 자주 하던 [던전 앤 스톤]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더니 어떻게 찾아지긴 하더라고요?”

“만나서 얘기 좀 나눌 수 있냐니까 여자냐고 먼저 묻더라고요? 그렇다고 하니까 만나겠다고 하던데··· 만나서 하는 짓도 그렇고 약간 좀 여자에 미친 애 같아요·”

“아 잠깐 얘기가 샜네· 아무튼 중요한 건 걔도 게임 속에 빨려 들어갔다거나 한 건 없었어요· 어··· 실망하셨어요?”

실망은 무슨·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이 꿈속 세상에서 게임 속에 끌려간 사람은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였다·

내가 굳이 캐나다 친구에게 편지를 보냈던 것도·

진심으로 내가 미친 건 아닌가 싶어졌거든·

하지만 다행히도 어제부로 결과가 나왔다·

아무리 약물을 먹이고 그 지랄을 한들·

나는 미치지 않았다·

뭔가 꿈이라기엔 이상한 부분이 많고 쓸데없이 현실적인 부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곳은 꿈속 세상이다·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것도 뭔가 나에게 아주 유리한·

‘지금 생각하면 경찰들도 이상했지·’

암만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해도 그 난리를 피웠다· 한데 강 팀장은 아직도 가끔 찾아와 얼른 낫기를 바란다며 호의적인 말을 뱉어 댄다·

어디 그뿐인가?

“오빠 얼른 나으면 같이 남산이나 가요· 거기 야경 좋아했잖아·”

현별이는 헤어진 전 남친에 불과한 내게 너무나도 지극정성을 다하고 있고·

“한수야··· 내 탓이다 내 탓이야···· 내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네가 이렇게 될 일은 없었을 텐데····”

내 역린이었던 어머니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내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바라고 바랐을 말들을 계속해서 토해 낸다·

정말 말 그대로 꿈 같은 세상이라 해야 하나?

‘그래서였을지도·’

지금 생각해 보면 약물이나 그런 것의 영향보다도 이게 더 컸을지 모른다·

여기가 현실이고 내가 미친 게 아닐까 여긴 것도·

원래 사람이란 게 전기장판 위에 한번 누으면 그냥 계속 그대로 있고 싶어지는 법이잖아?

‘하지만 이제는 일어나야겠지·’

캐나다 친구의 편지를 지지대 삼아 박약해져 가던 의지를 다잡은 나는 다시금 탈출 계획을 세워 나갔다·

병원의 구조를 파악했고 근무자들의 성향과 스케줄도 분석·

그러면서도 순순히 치료를 받는 척하며 방심하게끔 유도했다·

그렇게 착실히 준비를 해 가던 무렵이었다·

“한수 씨 사실 그동안 한수 씨는 물론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지만···· 저는 한수 씨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사 명목으로 면회를 온 강 팀장이 내게 뜬금없는 말을 던진다·

상태가 호전되는 척 연기 중이던 나로서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었다·

“예? 그건 제가 다 지어낸 얘기 아닙니까? 저는 이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죄송합니다···· 호전되는 듯한 지금에 와서 이 말을 하는 게 옳은지 계속 고민했습니다마는····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여기 이 영상을 봐 주시겠습니까?

이내 부탁하듯 말한 강 팀장이 휴대폰을 꺼내서 저장되어 있던 동영상을 재생했다·

‘뭐야 이건···?’

동영상 속 전에 내가 조사를 받았던 경찰서였다·

카메라는 책상 위에 올려진 모니터를 비추고 있었는데····

“보이십니까? 여기 이 모니터에 적힌 글자들·”

모니터에는 알 수 없는 로그들이 떠 있었다·

화질이 좋지 않아 모니터에 적힌 글자들을 영상을 통해 읽어 내리긴 어렵지만 다행히 강 팀장이 옆에서 대신 읽어 주었다·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캐릭터 정보 및 일지가 기록되며 관리자에게 전송됩니다·”

“성인식을 무사히 끝마쳤고 새로운 장비를 꼈고 종합 아이템 레벨이 얼마 만큼 올랐고···· 대충 그런 게임 메시지 같은 게 빼곡히 적혀 있더군요· 심지어 실시간으로 갱신이 됐습니다·”

“캐릭터 정보 같은 것도 가끔 적힐 때가 있었는데 그때 그 캐릭터의 이름이 ‘비요른 얀델’이었습니다· 한수 씨가 말한 이름과 일치하죠·”

이곳이 꿈속이라 판단하고 탈출 계획을 짜고 있던 내게는 갑자기 이게 뭔가 싶은 상황·

“근데···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건데요?”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강 팀장이 잠시 멈췄던 동영상을 다시 재생한다·

“여기 모니터 주변을 잘 봐 주시겠습니까? 네 바로 여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모니터에 아무런 선도 연결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본체는 물론 전원선도 아예 꼽혀 있지가 않아요·”

어··· 그것도 그러네?

일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게 대체 뭘 뜻하는 거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지요· 이것 때문에 더더욱 한수 씨의 말이 진짜가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내가 미치지 않았단 겁니까?”

“아뇨 그건 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상황이 무척이나 수상하단 겁니다·”

“수상하다니요?”

고개를 갸웃하자 강 팀장이 주변을 쓱 둘러보다가 목소리를 낮췄다·

“이 모니터를 서로 가져온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증거 보관실에서 분실됐습니다·”

“····”

“마치 누군가 증거를 인멸하려 한 것처럼요·”

뭐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 거야?

***

강 팀장의 말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기껏 이 세상이 꿈속이라고 완전히 믿게 되었는데 이런 영상을 보여 주다니?

뭐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가짜인 거야?

혹시 내가 이곳을 현실이라 믿지 않으니까 믿게 하려고 강 팀장을 보내 이런 걸 보여 준 건가?

‘아니 그럼 애초에 캐나다 친구한테 그런 답장이 안 오게 했으면 됐잖아?’

모순을 해결하면 다른 모순이 생겨나는 상황·

새삼 머리가 아파 오지만 그럴수록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그리고 나는 선택할 수 있다·

내가 무엇을 믿을 것인지·

‘결행일은 나흘 후····’

이내 탈출 계획이 완성되고 기일까지 잡혔다·

그날 나는 이 병원을 탈출해 바깥으로 나갈 거다·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이 꿈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생각을 해 봐야 할 테고·

‘왠지 [던전 앤 스톤]에 그 방법이 있을 거 같기는 한데····’

물론 이건 내 추측일 뿐 확실한 건 아니다·

다만 병원에서도 다 허락을 해 주면서 [던전 앤 스톤]은 못 하게 한 걸 보면 수상하긴 하다·

뭐 치료에 방해된단 명분이 있긴 했지만서도·

‘[던전 앤 스톤]을 다시 한번 깨는 것· 그게 트리거일지도·’

일단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그러니 중요한 건 탈출이 첫 트라이에 성공하는 것인데····

‘혹시 모르니 한 번 더·’

결행일까지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는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부족한 점이 없는지를 찾았다·

그리고····

하루 이틀 사흘·

그렇게 결행일을 하루 남겨 놓았을 시점이었다·

“이한수 환자분! 면회예요!”

누군가 내가 입원한 병원에 방문했다·

현별이 어머니 강 팀장·

십중팔구 셋 중 하나일 거라 생각했으나 막상 가 보니 나를 반긴 이는 생판 모르는 할아버지였다·

종족은 백인·

복장은 신사를 연상케 하는 정장·

무기처럼은 보이지 않는 고급진 지팡이·

‘지팡이를 들었다고 마법사는 아니겠지만서도·’

일단 낯선 사람을 보면 분석을 하는 것·

라프도니아에서 생긴 습관—·

“자네가 한수 군이로군·”

놀랍게도 순혈 백인처럼 보이는 노인은 나를 보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썼다·

난 뒤에 있는 젊은 사람이 통역가인 줄 알았는데·

그냥 수행인 같은 건가?

알 수 없지만 딱 한 가지는 분명했다·

“예 그런데··· 어르신은 누구십니까?”

어째선지 느낌이 좋지 않다·

그야 이런 사람들이 날 찾아올 이유가 뭔가?

딱 봐도 돈 많고 지위도 높아 보이는 사람인데·

심지어 나랑 연관도 없는 사람이 면회를 올 수 있던 것부터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인데····

스윽·

이내 백인 노인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중절모를 벗으며 탁자에 올려 둔다·

그러면서 가려져 보이지 않던 얼굴이 드러났다·

덕분에 소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아우릴 가비스라는 사람일세·”

두근-!

“자네가 플레이한 [던전 앤 스톤]을 제작한 사람이기도 하지·”

이 할배까지 나타날 줄은 몰랐건만·

명색이 컨셉이 ‘꿈’이라서 그럴까? 정말이지 전개를 한 치 앞도 읽을 수가 없—·

“그런데 말일세·”

깊이를 헤아리기 어려운 할배의 날카로운 눈빛이 내게 고정된다·

어딘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분위기·

“보아하니 자네는 이미 나를 알고 있던 거 같군?”

거 저쪽 세상이나 이쪽 세상이나 이 할배한테는 뭘 숨길 수가 없네·

“아무래도 그쪽에서 또 다른 나를 봤나 보군?”

“또 다른 나···?”

“흐음 거기까지는 알아내지 못한 건가····”

현대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할배의 입맛 다시는 소리를 듣자마자 온몸에서 옛날의 감각이 깨워진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당한다·

그래 그러니까····

“됐고 본론만·”

목소리를 내리깔며 깊은 눈동자를 똑바로 직면하자 할배가 이유 모를 미소를 입가에 걸친다·

어딘가 흡족해하는 듯한 미소·

“나는 자네가 미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세· 그리고 자네를 이곳에서 빠져나가게 도울 능력도 갖고 있지·”

“····”

“한데 이 말에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이미 빠져나갈 계획을 세워 둔 모양이지?”

하 이 할배는 뭐 이리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떠보는 건지·

“본론만·”

목소리를 조금 더 내리깔며 강한 어조로 말하니 할배가 천천히 고개를 주억인다·

그리고 마침내 본론으로 들어선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이 할배는 한 가지가 궁금해 나를 찾았다·

“그 아이를 만났나?”

“그 아이가 누구지?”

짐작 가는 것이 있긴 했으나 모른 척 되묻자 할배가 고개를 저었다·

“···됐네· 질문을 바꾸지·”

뭐야 괜히 궁금해지게·

“어찌 돌아올 수 있던 겐가? 심연의 문이 열린 것도 아닐진대·”

“···여기까지 왔을 정도면 이미 조사는 다 해 봤을 텐데?”

“아 자네가 경찰이나 의사에게 말한 기록들 말인가? 그거라면 진작에 확인해 봤····”

태연히 말을 잇던 할배가 돌연 입을 꾹 다물더니 돌연 크게 웃음을 터트린다·

“하하핫! 아하하하하!”

“····”

“혹시 자네는 정말로 이 세상이 꿈속 세상이라고 믿고 있는 겐가?”

비웃는 듯한 뉘앙스인지라 맘 같아선 대답하기 싫었다· 하나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어떠한 정보도 얻지 못할 터·

“할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네?”

“한수 군 자네가 뭐라 믿든지 간에 여긴 틀림없는 현실일세· 자네가 있던 곳과는 다를지라도·”

“있던 곳과는 다르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이 세상에는 자네가 말한 ‘치트 모드’는 존재치 않네· 그렇기에 오직 자네만이 심연의 문을 열고 라프도니아로 넘어갈 수 있었지· 하지만····”

말꼬리를 흐렸던 할배가 말을 잇는다·

“그렇다고 이곳히 현실이 아니란 뜻은 되지 않네·”

“믿기 어려워도 모두 진짜일세· 자네에게 용서를 비는 어머니도 헌신적인 전 연인도·”

믿기 어려워도가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그럼··· 증거를 대보든가·”

다만 배짱을 부리는 태도로 나가자 할배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아니 됐네· 그럴 필요까지야·”

“댈 수 있는 증거가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고?”

살살 긁어 봤음에도 예상했던 반응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음대로 생각하게· 어차피 자넨 이곳이 꿈속이라 생각하지 않나·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마음이라면 구태여 설득할 이유 또한 없지·”

하··· 여기서 이렇게 나온다고?

갑자기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지만 탈출을 앞둔 상황인지라 한 방 때려 줄 수도 없었다·

“그럼 이만 일어나겠네· 무운을 빌지·”

정말로 볼일이 다 끝났다는 듯 쿨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할배·

물론 그냥 여기서 보낼 수도 있었지만····

“잠깐·”

왠지 찝찝해진 나는 할배를 멈춰 세웠다·

“할 말이라도?”

어··· 용건이 있어서 잡은 게 아니라 그냥 이대로 보내면 안 될 거 같아서 잡은 건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거나 묻기로 했다·

“꿈에서 깨어나는 방법이 뭐지?”

“으흠?”

“어차피 그쪽도 내가 돌아가길 바라는 거라면 그냥 말해 줘도 되는 거 아닌가?”

거듭된 물음에 나를 빤히 바라보던 할배가 또다시 피식 웃었다·

“바라는 것일세·”

“···뭐?”

“자네가 돌아가길 바란다면 자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리될 걸세· 한데 아직까지도 이곳에 있는 걸 보니····”

“····”

“말과 달리 자네도 이곳이 제법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뭐래 나는 이 순간에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구만·

“아 병원이나 경찰 문제라면 해결해 두겠네·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뭐라 하건 절대 헷갈리지 말자·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Bjorn Yandel the Barbarian

Bjorn Yandel the Barbarian

Score 9.5
Status: Ongo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