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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GB Chapter 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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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화 나비 (1)

촤아아아아아-!

배가 별빛 물결을 헤치며 천천히 나아간다·

“오 이제 몬스터가 안 나오는 걸 보니까 이제 어그로는 다 풀린 듯하네?”

“백호 어그로가 뭐요?”

“아 진짜 몇 번을 설명해줘야 기억할래?”

“····”

언제 위급 상황이 있었냐는 듯 평화로워진 선상·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남작님·”

“그래 너도 무사해서 다행이다·”

MP 충전을 완료한 GM이 뒤늦게 안부 인사를 건네와 대화를 좀 나누려는 중에 렉 아우레스가 크게 웃으며 끼어든다·

“하하핫! 나는 멀쩡히 일어날 거라 믿고 있었소! 그 불멸의 거인이 이런 데서 죽을 리가 없지 않소이까!”

“불멸의 거인··· 이라니요?”

“아! 방금 내가 만든 이명이오! 멋지지 않소? 아주 잘 어울리기도 하고!”

“저거 또 헛소리 시작했네· 뭘 진지하게 받고 있어? 그냥 무시해·”

이백호의 조언을 받은 GM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상처받은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는 렉 아우레스·

아 물론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아이고! 내가 왜 이런 팀에 들어온 건지! 이곳처럼 전사를 대우해 주지 않는 곳도 없을 것이오!”

고개를 숙인 건 모두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것처럼 다시금 시끄러워진 아우레스·

이런 일이 익숙한지 난간 쪽에서 조용히 주변을 경계하던 궁수가 주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번엔 두 명이군요·”

‘두 명’이 누구를 뜻하는지 되물을 필요는 없었다·

신관 제이나와 파멸할배·

필드 효과로 잠에 든 두 명·

“백호 이대로 수색을 이어나갈 겁니까?”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저기 남작님한테 물어봐· 개성과 자유로움으로 가득한 우리들의 새로운 리더즈니까·”

“리더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 됐으니까 그냥 남작님한테 물어보라고·”

“···가만 보면 헛소리는 아우레스보다 백호가 더 자주 하는 거 같습니다·”

“엉? 뭐라 했냐?”

“···아무것도·”

이백호의 헛소리에 궁시렁대던 궁수가 빠르게 태세 전환을 한 뒤 내 옆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렵니까 남작님은? 예정대로 꿈결 호수 수색을 이어갈 계획이십니까?”

음 글쎄····

사실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던 문제이긴 한데····

좋아 결정했다·

“일단 꿈결 호수는 이후로 미루고 우선 용골산을 먼저 수색하는 게 나을 거 같다·”

“용골산 말이지요····”

내 말을 들은 궁수는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군요· 어쩌다 보니 배도 이미 용골산 근처까지 왔으니·”

“게다가 폭포 근처에는 드라이즌까지 이미 나타난 상황이라 제대로 된 수색이 어렵지· 용골산을 먼저 수색하고 그다음에 상황이 좀 진정되면 그때 다시 이곳에 오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내 판단이다·”

만약 이 계획에 불만이라도 있으면 지금 말하라는 눈빛을 이백호에게 보내자 이백호는 그냥 알아서 하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거 쿨한 척하기는·’

다른 생각이 있었으면 일단 반대부터 했을 거면서·

아무튼 그렇게 목적지가 정해진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계속해서 용골산이 있는 방향으로 배를 몰았다·

그리 빠른 속도가 아니었던 만큼 몬스터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응?”

중간에 위기감이 드는 순간도 있기는 했다·

“자네 빼고는 모두 잠들었군·”

파멸할배와 나 빼고 전원이 필드 효과로 잠에 드는 일이 생긴 것인데····

‘확률이 대체 몇이야?’

꿈결 폭포에서 인원의 절반 이상이 잠드는 확률은 매우 낮았기에 괜히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혹시··· 불행의 전조인가?

그런 생각도 들어 열심히 사방을 경계하며 배를 몰기도 잠시·

“····”

아 진짜 어색해 죽겠네·

“····”

차라리 몬스터라도 튀어나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불편한 침묵·

결국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봐·”

툭 던지듯이 부르자 난간 앞에 서 있던 파멸할배가 날 돌아본다·

들었으면 쳐다만 볼 게 아니라 대답이라도 하는 게 예의 아닌가도 싶지만····

그런 걸 아는 할배였으면 그런 일도 없었을 터·

그냥 이 기회에 궁금했던 거나 묻기로 했다·

“대체 운명이라는 게 뭐냐?”

“참으로 포괄적인 질문이로군·”

“전에 에르웬을 보고서 나 다음으로 많은 운명을 타고 났다고 했잖아· 그게 무슨 뜻인지가 궁금해서·”

“지금은 자네 옆에 지내며 빛을 거의 잃었지만 말일세·”

“아니 그러니까 그 운명이라는 게 대체 뭐냐고·”

재차 묻자 파멸할배는 난간 아래 흘러가는 별빛 물결로 시선을 옮겼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힘이 있네· 마력 신성력 마나· 일반적으로 아는 그러한 것들만이 아니라 분노와 사랑 같은 감정 또한 힘의 근원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자원’으로 분류할 수 있네·”

“···그래서?”

“운명이란 뭐라 딱 정의하기에 어려운 성질을 지녔네만 나는 운명 또한 그러한 힘들 중 한 종류라 생각하네· 쓰면 쓸수록 닳는다는 점에서 특히나 더·”

“쓰면 쓸수록 닳는다고?”

내 되물음을 들은 파멸할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은 무한하지 않네· 보통 사람들은 서너 개 정도만을 갖고 살아갈 뿐이지· 그마저도 선택에 따라 줄어들기도 한다네·”

음··· 뭔가 싶어 가만히 듣기는 했는데 무슨 사이비 교단 세미나에 온 거 같다·

“잠깐만 지금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고 있는 거 같은데·”

“하지만 운명이 무엇인지 물은 건 자네 아닌가·”

“난 단지 에르웬에게 한 말이 뭔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이내 딴길로 새려던 이야기의 주제를 다시금 설정하자 파멸할배도 내가 궁금했던 것에 대한 답을 내주었다·

“에르웬 포르나치 디 테르시아 말인가····”

“그래 걔한테 한 말들이 대체 뭔 뜻이었냐?”

“말 그대로일세· 그녀는 그날 자네 다음으로 많은 운명을 지니고 있었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그녀를 제거하려 했네·”

“하지만 실패했지·”

“그래 그리고 그날 내가 죽이지 못했던 요정은 지금은 혈령후라 불리는 강자로 성장했고 말일세·”

“그게 다 운명의 힘이라는 거냐?”

“맞네· 보통 사람들에겐 그 정도 운명은 주어지지 않으니까· 주방장이 될 것인가 학자가 될 것인가· 일반인들의 운명은 딱 그 정도이지· 절대 왕이 되거나 역사에 이름을 남길 사람이 될 수는 없네·”

그리 말한 파멸할배가 난간 아래에서 시선을 떼고 나를 바라보았다·

“자네와는 다르게 말일세·”

“···?”

“자네가 가진 운명의 크기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네· 설령 이 도시의 왕이 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자네에겐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

“····”

“물론 자네를 강렬히 끌어당기는 그 운명과 공존이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얘기지만 말일세·”

“그 운명이라니?”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파멸할배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알고 있지 않은가? 자네는 언젠가 심연의 문을 열게 될 운명이라는 걸· 자네의 운명이 아무리 커다랗다 한들 ‘기록’을 바꿀 수는 없네· 뭐 그거야 직접 겪어본 자네가 더 잘 알겠지만 말일세·”

직접 겪어봤다라····

아무래도 파멸할배는 내가 20년 전 시대에 다녀온 이야기도 아는 듯했다·

‘하긴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거의 이백호랑 단짝처럼 붙어다녔으니까·’

잠시간 대화 중에 생겨난 공백·

그 틈을 이용해 나는 주변을 쓱 훑어보았다·

이백호를 포함해 모든 일행들이 곤히 잠에 빠져 아직은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따라서····

“벨베브 루인제네스·”

“풀네임을 듣는 건 아주 오랜만이로군·”

“이백호와는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냐?”

솔직히 말해 질문을 하면서도 정말로 답변이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꿍꿍이랄 것까지는 딱히 없네마는?”

“없기는· 뒤에서 나를 이용해 뭔가 하려고 하는 중인 걸 모를까 봐서?”

“흠··· 이백호의 속내는 모르겠네마는 적어도 난 자네를 이용할 암계 따위는 생각지도 않네· 이백호와 다니는 건 다른 부분에서 목적이 일치했기 때문일세·”

“그럼··· 일치했다는 목적이 뭔데?”

은근한 목소리로 떠보듯이 물었음에도 파멸할배는 딱히 숨길 일이 아니라는 듯 쿨하게 대답했다·

“심연의 문을 열지 않고서도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일세· 이백호는 그걸 플랜 B라고 하더군·”

“아····”

플랜 B라면 예전에 이백호가 언급한 적이 있다·

한데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로 파멸할배는 나에게 관심이 없고 플랜 B에만 열중하고 있는 듯한데····

“심연의 문 없이도 돌아가는 거··· 그게 정말 가능한 거냐?”

조심스런 내 질문에 파멸할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했다·

“가능하네· 이론상으로는·”

“이론상으로는?”

“아직 준비할 게 많아서 시도는 하지 못했네· 그리고 그 준비를 위해 이백호와 함께 다니는 것이고·”

“···그랬군·”

“아무튼 자네가 믿을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난 정말로 자네를 대상으로 한 암계 따위에는 관심도 없네· 혹여 내 방법이 실패한다면 모를까·”

“그래도 이백호랑 같이 다니는데 뭔가 아는 게 있진 않나?”

“글쎄· 이백호도 뭔가 생각이 있겠지만 따로 묻지 않았네· 그건 내 일이 아니니까· 설령 도와달라 해도 도울 일도 없을 걸세·”

“네 목표에 이득이 되지 않는 한 말이지?”

“바로 그렇네·”

빈말로라도 아니라고 할 법도 한데 바로 수긍하는 파멸할배의 모습에 오히려 신뢰가 갔다·

진짜 나한테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 해야 하나?

“····”

연애에 있어 밀당이 중요하듯·

다시금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색에 잠기는 걸 보고 있자니 외려 이쪽에서 호기심이 생긴다·

‘그러고 보면··· 이 할배도 ‘악령’이었지·’

정확히는 우리 이전 세대의 악령이다·

그들은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 출신으로 게임이 아니라 다른 방식을 통해 이곳에 불려왔다·

뭐 세대가 다르다보니 그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한 적은 거의 없지만·

“루인제네스 네가 살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지?”

“내가 살던 세상이라····”

질문을 곱씹듯 먼곳을 바라보던 파멸할배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을 내놓았다·

“기억나지 않네· 내가 이 세상에 불려온 것은 아주 어린 시절일 때였으니까·”

“···뭐?”

“어두운 동굴 아래에서 책 한 권을 발견했고 매일같이 그 책을 읽었던 것· 이제 와서 제대로 기억나는 것은 그 장면들뿐일세·”

설마 그래서 20년 전 커뮤니티에서 봤을 때 어린아이의 외형이었던 걸까?

알 수 없지만 할배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언젠가 눈을 떠보니 성인의 몸에 깃들어 있었고 나는 그 책의 지식을 바탕으로 생존을 시작했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지·”

처음 보는 타입의 빙의 방식이었다·

대부분 나이가 많든 적든 20살의 육신으로 들어서며 나이가 젊어지기 마련인데 완전히 그 반대라니·

파멸할배의 이야기가 신기하게 들리는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피어났다·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돌아가는 데 집착을 하는 거냐?”

이전 세계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다면 그만큼 그 세상에 대한 그리움도 적을 터·

한데 그럼에도 어째서 돌아가려고 하는 걸까·

순수한 호기심으로 묻는 내 질문에 파멸할배는 피식 웃었다·

“반대로 묻지· 자네는 어째서 돌아가지 않으려는 건가?”

어 그야····

“···이 세계가 더 마음에 드니까?”

많은 이유들이 생략됐을지언정 이게 본질이다·

그토록 야만스럽게 여겼던 이 세상을 나는 더 이상 야만스럽다 여기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현대를 배경으로 한 꿈속 세상에서 지내며 거듭 생각했을 정도다·

어떻게 이리도 비현실적인 세상이 있—·

“나는 그 반대일세·”

“응?”

“이 세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래서 돌아가려 하는 걸세·”

그리 말하는 파멸할배의 목소리와 눈빛에는 어떠한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

이 할아버지한테는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굉장히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지만 애석하게도 오늘 대화는 여기서 끝이었다·

“으으····”

“슬슬 하나둘 깨어나려는 모양이군·”

쩝 살살 긁으면 더 들을 수 있을 거 같았건만·

“나는 브라이엇 군을 볼 테니 자네는 이백호를 봐주게·”

타이밍 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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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orn Yandel the Barbarian

Bjorn Yandel the Barba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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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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