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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GB Chapter 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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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화 나비 (5)

섬광이 가시며 시야가 돌아왔을 때·

아니 이걸 시야가 돌아왔다고 말해도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눈을 떴을 때 앞은 뿌옇고 흐릿했다·

하나 그럼에도 일단 신체의 감각들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종합해보자면·

솨아아아아아아-

물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쿠웅-!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육신이 최대 수심에 도달하며 육중한 진동을 자아낸다·

또한 그와 동시에·

‘앗 따가·’

어깨에서 따끔한 통증이 피어난다·

뭔가 날카로운 것에 찔린 듯하달까·

화들짝 놀라서 얼른 고개를 돌려 옆을 확인하자 망둥어처럼 생긴 몬스터가 내 어깨를 꽉 물고서 달라붙어 있는 게 보인다·

‘···어 이놈은····’

5등급 어류종 몬스터 홉피시·

흐릿한 시야로나마 내 어깨를 물고 있는 녀석의 정체를 알아챈 순간 현재 내 위치에 대해서도 자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야 이 몬스터는 딱 두 곳에서만 출현하니까·

6층 대해·

그리고 9계층 별무덤의 꿈결 폭포·

둘 중 어디인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캐릭터가 특수 지역에 진입했습니다·」

「필드 효과 – 꿈결 폭포가 부여됩니다·」

추가적인 정보가 주어지며 머릿속에서 대략적인 인과가 그려진다·

본 드래곤의 ‘디스펠’에도 텔포는 성공했다·

다만 그게 좀 불완전했을 뿐·

‘여기에 나 혼자 달랑 떨어진 걸 보면 전원 무작위 위치로 텔포가 타진 건가····’

불현듯 나머지 일행들이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

그도 그럴 게 이백호처럼 솔플이 되는 직업군이면 모를까· 마법사나 신관이 9층에서 혼자 살아남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오지랖은 여기까지·’

당장은 나 먼저 살아남을 걱정을 하는 게 옳을 터·

그런 의미에서 일단 팔을 휘둘러 어깨를 물고 있던 홉피시부터 쳐냈다·

그리고····

‘가보자·’

물에 떠오르지 않은 육중한 몸을 이끌고 뚜벅뚜벅 걸어나간다·

올바른 방향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꿈결 폭포의 조류는 무조건 필드의 중심부로 향하니까· 그냥 배만 물 위에 띄어놓으면 그 배는 무조건 폭포가 있는 방향으로 향한다·

즉 그 반대로만 걸어가면 언젠간 뭍이 나온단 뜻·

심지어 홉피시가 있던 거로 봐서 뭍이랑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니었다·

따라서····

푸욱 푸욱·

내딛을 때마다 발목까지 빠지는 땅을 밟아나가며 착실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다만 애석하게도 방해꾼들은 끈임없이 나타났다·

‘돌겠네 진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수면 아래에 잠들어 있던 근처 마물들이 깨어나며 나에게 어그로가 끌린다·

후우우우웅-!

하도 귀찮게 굴어대서 악마분쇄자를 휘둘러보기도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물의 저항에 의해 느려진 공격 속도로 물에 사는 몬스터를 맞히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다·

후웅-!

무기를 휘두르면 민첩하게 뒤로 물러났다가 동작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가와 내 몸을 물어뜯는 녀석들·

‘빌어먹을 새끼들····’

결국 나는 놈들을 떼어내는 걸 포기하고 이동에만 집중했다·

몇 놈이 몸에 달라붙어 물고 씹고 즐기던 그냥 싹 무시하고 걸어나가기 시작한 것인데····

“푸하아아앗!!”

그래도 홉피시가 출현하는 초입부였던 만큼 금방 뭍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음··· 금방은 아닌가?

‘후아 진짜 뒈지는 줄 알았네·’

진짜 마지막엔 숨이 막혀서 골로 가는 줄 알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제때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따라서 이제는 복수를 해줄 차례·

콰직-! 콰직-! 콰직-!

몸에 매달린 채 감히 뭍까지 따라온 놈들을 망치로 짓이겨준 뒤 땅에 널브러지듯 쓰러졌다·

“하아 하아 하아····”

본 드래곤과 난전을 펼치다가 물 아래에 빠져 개고생까지 했더니 진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남지가 않았다·

그래서 맨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쉬며 머릿속으로 정리나 해보았다·

늘 그렇듯 위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깊게 고민할 것도 없이 답이 나왔다·

‘합류부터 해야겠지·’

혼자인 만큼 최대한 조심해서 9계층을 탐색하며 흩어진 일행들과 합류하는 것·

일단은 그게 최우선 목표다·

부가적인 목표라 한다면 그 과정에서 별무덤에서 탈출할 방법이나 단서를 찾는 것일 테고·

“후····”

고로 더 자빠져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몸을 일으켜세운다·

나야 9계층에서의 생존이 비교적 유리하지만 이백호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나마 돌아다니기 수월한 내가 더 열심히 해야—·

“···응?”

그런 마음으로 억지로 걸음을 떼려던 나는 그 상태로 굳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이나?”

벌써 첫 번째 일행을 발견했다·

***

발견 위치는 내가 널브러져 있던 곳에서 불과 5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아깐 왜 이걸 못 봤지?’

그런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는 못 본 것도 납득이 된다·

솔직히 그럴 정신이 아예 없었거든·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제이나!”

어서 후다닥 달려가 상태를 살핀다·

멀리서 봤을 때는 시체처럼만 보였는데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촤악·

항상 꽉 동여맨 채 입고 있던 두꺼운 외투를 벗기자 그 안에 입고 있던 청록색의 내갑이 보인다·

No· 2578 하늘갑주·

스탯이 오른다거나 이능 효과 혹은 재생력을 올려주는 그런 식의 아이템은 아니지만 방어력 하나만큼은 상위권에 속하던·

내가 평소 ‘구명 조끼’라 부르던 바로 그것·

‘이것 덕분에 살았구나·’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것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하늘갑주의 명치 부분이 움푹 패여들어가서 폐부를 꾹 누르고 있었거든·

보아하니 갈비뼈도 전부 나갔을 거 같고·

‘하 씨··· 이걸 어떻게 벗기지?’

꽤나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치료를 하려면 갑옷부터 벗겨야 하는데 이 상태로는 벗길 수도 없다·

따라서····

“살리기 위함이니 이해해라·”

의식이 없는 제이나에게 통보 및 양해를 구한 뒤 갑옷 사이에 있는 작은 틈에 손가락을 끼워넣었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아아···!!!”

있는 힘껏 힘을 주며 갑옷을 양쪽으로 잡아뜯는다·

갑옷이 원래의 컨디션이었다면 어림도 없었을 터이나 앞서 크게 구겨지며 내구성이 하락한 덕일까?

천천히 벌어지던 갑옷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찢어지듯이 박살난다·

‘수리··· 되려나?’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신경쓰진 않기로 했다·

뭐 수리가 안 되면 새로 사든가 하겠지· 딱 보니 돈도 꽤 많이 모아뒀을 거 같은데·

치이이이이이이익-!

회복을 방해할 게 분명한 갑옷을 벗겨낸 다음에는 곧바로 포션을 뿌려주었다·

기포가 보글보글 끓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다 아파오지만 정말 죽기 직전이었는지 회복이 되는 데도 미동조차 없다·

고로 포션을 한 병 더 뿌리며 옆에서 상태를 계속해서 확인·

치이이이이이이익-!

그렇게 소름끼치는 소리만이 이어지던 때였다·

“읏··· 으으읏····”

의식이 조금 돌아왔는지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오더니 제이나가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면서 보게 된 것인데····

‘옆구리에 문신이 있네·’

탐험가에게 문신이 있는 거야 신기할 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제이나의 문신은 조금 특이했다·

그도 그럴 게 일단 크기부터 엄청 작았다·

한 엄지 손가락 정도 되나?

그 정도로 자그마했으며 아마추어가 그려준 것처럼 형태도 조잡했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듯 색도 흐렸다·

‘···혹시 노아르크 출신인가?’

슬럼가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노아르크에서 지내던 때 이런 조잡한 문신을 갖고 있는 어린 애들을 본 적이 있다·

전부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의지··· 아니 정확히는 한순간의 유흥에 의해 갖게 된 문신이었다·

아멜리아의 눈 아래에 그려진 문신처럼·

“하아··· 하아··· 하아····”

약 10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내내 몸을 배배 꼬고 비명을 내지르던 제이나가 거친 숨소리를 내뱉기 시작한다·

그리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

너무 작은 목소리에 발음도 어눌해서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언가 방언을 외우는 것처럼만 들렸다·

하지만 계속 옆에서 듣고 있자니 알겠다·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uck····”

이건 이 세계의 말이 아니다·

‘···악령이었을 줄이야·’

뭐 이백호가 매일 장난스레 해대는 ‘악령어’가 무의식에 깊게 배어져 있다가 문득 나온 것일 가능성도 존재는 한다·

근데 느낌상 그런 건 아닐 거 같단 말이지·

“하아··· 하아····”

계속 지켜보고 있자니 혼잣말도 어느새 끝나고 호흡도 점차 정상으로 돌아왔다·

경험상 이제부터는 대화가 가능한 타이밍이었다·

“좀 정신이 드나?”

어깨를 살짝 흔들며 묻자 힘없이 들어 올려지는 눈꺼풀·

“뭐가··· 어떻게 된 거죠···?”

이야 얘도 정신을 차리자마자 상황 파악부터 하려 하네·

보통 이런 애들이 오래 살아남는데·

역시 [던전 앤 스톤] 출신이라 그런가?

“어디까지 기억하지?”

“배를··· 얻어··· 맞고 기절한··· 것까지요····”

“네가 기절한 이후 결국 계획대로 흘러가 다중 순간이동 마법을 썼다· 하지만 본 드래곤의 방해로 마법이 불완전하게 발동됐지·”

“불··· 완전···?”

“아마 다들 무작위 좌표로 순간 이동을 하게 된 거 같다· 나만 해도 꿈결 폭포 한복판에 떨어졌고 겨우 헤엄쳐서 뭍으로 올라왔더니 네가 쓰러져 있었다·”

“그런 일이····”

“몸은 어떠냐? 일어날 수 있겠냐? 이곳에 너무 오래 있어서 슬슬 이동하려 하는데·”

“조금만··· 도와주세요·”

이후 제이나의 몸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다만 그러고 나서도 제대로 서지를 못해서 아예 그냥 들쳐멨다·

“꺗···!”

“그냥 업고 다니는 게 서로 편할 거 같아서·”

“····”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기에 일단 제이나를 업은 채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디로 가시려는 거죠···?”

“태고의 땅으로 갈 거다· 중심부에 위치한 만큼 다들 깨어나서 이리로 올 가능성이 높으니까·”

게다가 태고의 땅은 어느 지역이든 이어지기에 이후 상황에 따라 빠르게 목적지까지 향할 수 있단 장점도 있다·

“아무튼 되도록이면 전투는 피할 생각이니 기력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탐지나 해라·”

“···무슨 도구라도 된 거 같네요·”

“싫으면 얼른 회복부터 해라· 그럼 나도 훨씬 더 편할 테니까·”

“····”

그렇게 시작된 둘만의 동행·

근데 둘만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는 훨씬 더 말투가 온전하다·

‘나한테 버림받으면 끝인 걸 알아서 그런 건가?’

알 수 없지만 어딘가 다소곳한 감사 인사까지 들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구해줘서·”

“고마우면 나중에 싸울 때 치료나 잘 해줘라· 가만 보니까 똑같이 다쳐도 아우레스 그놈한테 치료 주문이 더 많이 들어가던데·”

“···착각이에요·”

음 그건 아닌 거 같던데····

“그나저나 너도 악령이었냐?”

그 누구도 예기치 못할 타이밍에 툭 던지듯이 묻자 어깨에 들쳐멘 제이나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역시 정답이었나 보군·”

이어진 내 중얼거림을 들은 제이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에 나도 피식 웃고 말았다·

“굳이 숨길 이유가 있나? 어차피 이백호와 함께 다닌 것만으로도 이미 왕궁에서는 대역죄인인데·”

이 말이 결정적이었을까?

살짝 더 고민하는 듯하던 제이나가 쿨하게 인정했다·

“···어떻게 알았어요?”

“기절해 있는 동안에 잠꼬대로 ‘악령어’를 했으니까·”

다만 내가 내민 증거에 대한 반응은 의외였다·

“제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

“보통 잠버릇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그런 버릇이 있는지 모르—·”

“아뇨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단지··· 말이 안 돼요·”

“···말이 안 되다니?”

이해가 안 된단 뉘앙스로 되묻자 제이나는 이번에도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전 악령이긴 하지만 그쪽 세상에 대한 기억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아요·”

···응?

이건 또 무슨 소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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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orn Yandel the Barbarian

Bjorn Yandel the Barbarian

Score 9.5
Status: On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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