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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GB Chapter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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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화 미스터리 (2)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표정이 혼란으로 물든다·

다만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이백호의 이야기를 먼저 듣기로 했다·

“저요?”

“그래 일단 말해봐라· 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가 있을지 모르니까·”

“그럴 만한 게 딱히 없는데···· 맹독 용암지에서 눈을 뜬 다음 이쪽에 떨어진 사람이 없나 싶어서 막 돌아다녔고··· 대충 쓱 둘러보니 없는 거 같아서 일단 태고의 땅으로 넘어왔거든요?”

그다음도 딱히 도움이 될 단서는 없었다·

태고의 땅에 진입한 며칠 전에서야 천이 묶여 있는 걸 찾았고 기념비가 있는 장소까지 후다닥 뛰어서 달려온 것 말고는 별일 없었다고 하는데····

“근데 이게 웬걸? 도착해보니 머물렀던 흔적은 있는데 아무도 안 보이네?”

심지어 전에는 없었던 웬 이상한 입구 같은 게 생겨 있고 우리들의 흔적이 거기로 이어져 있는 걸 보고서 이제 막 진입했다는 것이 이백호의 설명·

“짜잔 그럼 여기서 내 이야기는 끝!”

이내 기지개를 켜듯 몸을 푸는 제스처를 취하던 이백호가 돌연 표정을 바꾸더니 우리를 쭉 훑어보며 낮은 음성으로 묻는다·

“그래서 우리 활잽이는 왜 안 보여?”

“····”

“뒈졌대?”

툭 던지는 듯한 물음에 괜히 말문이 막혔다·

거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닐진대·

“브라이엇 군은 죽었네·”

“어떻게?”

“홀로 떨어져 태고의 숲으로 향하던 길에 시체를 발견했네· 마물에게 당한 듯하더군·”

“···그래?”

이백호는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침묵을 이어갔다·

물론 그 시간은 별로 길지 않았다·

“흐음 그래도 한 명밖에 안 죽은 거면 선방하긴 했네·”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텐션을 되찾은 이백호·

“다들 고생 좀 했겠다? 솔직히 나는 남작님이랑 우리 할배 빼고 다 뒈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

“근데 궁수가 없어서 어떡하지? 걔가 좀 소심하긴 해도 실력 하나는 괜찮았는데·”

도무지 녀석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

이 새끼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적어도 3년은 넘게 같이 지낸 동료였는데?

알 수 없지만 브라이엇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그래서 뭐가 어떻게 된 건데? 우리 중에 천을 매단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그렇네· 백호 자네가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면·”

“그런 장난을 내가 왜 쳐? 하··· 진짜 이거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음 글쎄·

이게 귀신이 곡할 노릇까지 갈 정도인가?

“혹시··· 우리 중에 배신자라도 있나?”

이백호가 눈알을 부라리기 시작했다·

***

“나는 아니오! 정말 결백하오! 그런 복잡한 계획 같은 걸 내가 세울 수 있을 리 없지 않소!”

이내 이백호의 시선을 받은 즉시 자기 변호를 시작한 아우레스·

이건 뭐 마피아 게임도 아니고·

쓸데없는 일에 기운 뺄 이유가 하등 없기에 얼른 상황에 개입했다·

“동료부터 의심하는 짓은 관두는 게 어떠냐?”

“왜요? 이 정도면 합리적인 의심 아닌—·”

합리적인 의심은 개뿔·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천을 매달지 않았다면 다른 쪽을 의심하는 게 먼저지 않나·”

“다른 쪽이라뇨···?”

“벌써 잊은 거냐? 이 지역에는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내 말에 뭔 소리인가 싶던 이백호가 뭔가 깨달은 듯 입을 살짝 벌린다·

“아! 우리를 유인한 그 씹새끼! 그 그 그 이름이··· 한··· 뭐였는데? 아 맞다! 데일란! 한—!”

“그만·”

불행의 상징과도 같은 이름이 완성되기 전에 재빨리 제지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제이나가 옆에서 입을 열어온다·

“근데 그자는 이미 죽었잖아요?”

“맞소! 바이욘으로 변한 걸 조져서 루인제네스 공이 해체까지 하지 않았소?”

옳다구니 맞장구를 치는 아우레스·

내가 나설 것도 없이 파멸할배가 입을 열었다·

“나 역시 남작과 같은 의견일세· 우릴 계획적으로 유인한 듯한 정황을 갖고 있던 자가 아닌가· 한—·”

“웬만하면 성으로 호칭해라·”

“···?”

“둘이 딱히 친한 사이도 아니었지 않나· 예의는 지켜야지·”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가 하는 눈짓을 보내는 할배였으나 귀찮게 언쟁을 벌일 생각은 없는 듯했다·

“···아무튼 우리가 만난 건 데일란이라는 남자로 위장한 정체불명의 누군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 의견일세·”

“그럼 그 정체불명의 누군가는 뭐가 목적인 건데요?”

“모르겠네· 다만 이곳을 조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지 않겠나· 그자가 왜 우리를 이곳으로 불러낸 것인지·”

파멸할배가 말했듯 차차 알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이곳에 갇혔고 할 수 있는 것은 이 의문의 공간을 계속해서 탐사해나가는 것뿐이니까·

“자 그럼 얼추 정리 끝났네· 그 의문의 씹새끼를 조심하면서 이 공간을 수색한다· 맞죠 남작님?”

“정리하자면 그렇다·”

“됐으면 얼른 가죠? 가다보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 개잡놈을·”

그리 말한 이백호가 얼른 가자는 듯 내게 다가온다·

하나 내가 비키지 않고 꿈적도 않고 있자 고개를 갸웃한다·

“왜 내려가지 않고··· 아 맞다· 아까 마주칠 때도 이리로 올라오고 있었지?”

그제야 이상한 점을 깨닫고서 이유를 물어오는 이백호·

뱃사공이 많으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나머지는 그냥 내가 억지를 부리면 따라왔는데 얘는 그럴 거 같지가 않거든·

“올라가다보면 뭔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확인을 해봐야 한다 생각했다·”

적당히 설명을 덧붙이자 이백호가 잠시 생각을 하는가 싶더니 무릎을 탁 친다·

“올라가면 뭐가 나올지 모른다라··· 아! 그러고 보니 여기 ‘황금 유적’이랑 닮았네!”

후 옛날에 오리지널 모드도 오래했어서 그런가?

이 새끼는 치트맵을 깬 주제에 의외로 아는 게 많단 말이지·

“헤에 그걸 노리는 거였구나? 그럼 인정· 확인해 볼 만하네!”

“저··· 두 분이서 무슨 말씀을 나누시는 건지···?”

“있어· 너희는 그냥 따라만 와·”

어찌 됐든 의견이 일치되고 이후로는 이백호까지 합류한 채로 계단을 계속해서 올랐다·

10분 20분 30분····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혹시 여기는 미궁이랑 달라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터벅·

마침내 계단이 끝나며 좁은 통로 하나가 나타난다·

“···어?”

“정말 끝이 있었네요···? 당연히 환각 마법이거나 그런 걸 줄 알았는데·”

“뭐가 나오려는 건지····”

설명을 바라는 듯한 분위기지만 말없이 통로를 걷기 시작하자 일단 다들 조용히 뒤따른다·

터벅 터벅·

한 10m쯤 지나가자 암흑 시야가 사라지며 그 끝에 석문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입장 전에 대략적인 브리핑이라도 해야 할까 싶긴 했지만 그냥 스킵하기로 했다·

‘3등급 몬스터도 쉽게 쉽게 잡는 애들인데 굳이?’

4계층의 균열 중 하나인 황금 유적·

심지어 균열의 수호자도 아니고 숨겨진 중간 보스 같은 포지션인 놈이니 전투 자체는 어렵지 않을 터·

“그럼 시작하지·”

그 정도 언질만 준 뒤 곧바로 망치를 꺼내 들어 석문을 내리쳤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단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나서 부서지는 석문·

‘···뭐지?’

때려부서 놓고도 내가 다 얼떨떨했다·

그야 게임에서는 꽤 내구도가 높았거든·

아무리 딜탱바바로 육성이 됐다지만 그래도 최소 다섯 방은 때려야 부숴질 줄 알았건만·

솨아아아아·

GM이 풍속성 마법으로 먼지를 제거하며 시야가 확보됐고 나는 조심스레 그 안으로 들어서 주변을 쓱 둘러보았다·

일단 지형은 정사각형 구조의 밀실·

비좁았던 통로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리 넓지는 않다· 또한 벽면에는 어딘가 소름 끼치는 화풍의 벽화가 빼곡하게 그려져 있으며····

터벅·

중심부에 3m 길이의 황금 관짝 하나가 놓여있다·

계단을 계속해서 역으로 올라가다보면 찾을 수 있는  피스였다·

터벅·

저 관짝을 열면 ‘마카이로’란 개체 명을 지닌 4등급 몬스터가 중간 보스로 등장한다·

처치 시에 균열을 나갈 때까지 지속되는 전투 버프를 획득하며 운이 좋으면 아주 특이한 넘버스 아이템 하나를 얻을 수 있는데····

툭·

관짝의 뚜껑 부분을 발로 밀어서 떨어뜨린 뒤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콰아아아앙-!

방패를 들어 올리고 전투 준비를 하자 다들 눈치껏 태세를 갖춘다·

하지만····

“····”

“····”

“···뭔가 나오는 거 아니었습니까?”

뿌옇게 올라온 먼지가 다 내려앉고 나서도 일어날 기미가 없는 보스 몬스터·

‘뭔데 이건 또·’

방패로 상체를 가리며 천천히 다가가 관짝 안을 확인한 내가 멍하니 굳어 있자 이백호가 슬쩍 다가와 읊조린다·

“뭐야 이미 죽어 있네?”

관짝 안에는 새하얗게 백골이 된 시신이 한 구 놓여 있을 뿐이었다·

***

관 안에 누운 자세로 안치되어 있는 뼈·

이를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자니 이백호가 파멸할배를 호출한다·

“할배 일단 루팅부터 해 봐· 제일 귀한 눈알은 썩어 없어졌다 쳐도 마카이로 뼈면 나름 상등품일 걸?”

“필요없네· 이미 이 뼈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니·”

“그건 또 뭔 소리야?”

“마물들의 뼈에 가치가 있는 것은 그 안에 마력이 보존되어 있기 때문일세· 하지만····”

파멸할배가 뼈 하나를 집어들며 말을 이었다·

“여기선 어떠한 마력도 감지되지 않는군· 이제 이건 고블린 뼈만도 못하네· 이미 삭고 삭아서 지팡이 대용으로도 못 쓸·”

“···생물의 뼈에서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건 처음입니다· 마력 농도가 0이 되려면 보통 세월로는 부족할 터인데·”

“그런 의미에서 몇 개 정도는 챙겨볼 법도 하겠군· 이 친구가 말했듯 아주 특이한 경우니까·”

그리 말한 파멸할배가 큼직한 뼛조각 몇 개를 집어 가방에 넣었고 이를 본 GM도 따라서 몇 조각을 챙겼다·

“와 그럼 여기까지 와서 챙긴 게 고블린 뼈만도 못한 뼛조각 몇 개가 다라고?”

“애석하지만 그렇네·”

“왜 그렇게 된 건데?”

“글쎄 추론을 해보자면 두 가지 정도가 있겠군·”

이내 파멸할배가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하나는 이 마물의 사인일세· 간혹 흑마법이나 카루이의 권능에 의해 생명력과 마력이 흡수당한 사체에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니까·”

“그럼 우릴 여기로 유인한 새끼가 흑마법사나 카루이 따까리일 수도 있단 거네? 오케이 확인· 그럼 두 번째는 뭐야?”

“시체가 되고서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경우일세· 원래 모든 생물의 부산물들은 시간이 흐르다보면 부패 혹은 부식되며 마력이 흩어지기 마련이니·”

“그럼 뼈로 장비를 만들어서 쓰는 건 뭔데? 전에 경매장에 나온 건 몇 천 년 전 초유명 탐험가가 쓰던 거라면서 엄청 비싸게 팔리던데·”

“그건 마력이 흩어지지 않도록 마법으로 가공을 해뒀기 때문에 그런 걸세·”

“그래서 뼈가 이런 쓰레기 상태가 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하는데?”

“때마침 마탑에 그 주제로 실험 중인 표본이 있네·”

“아 제이메탈의 고블린 뼈 말씀이시군요· 작년부로 실험을 시작한 지 딱 4천 년이 됐다고 들었습니다·”

“그랬나? 한데 아직까지도 마력이 남아있더군·”

갑작스레 뼈 이야기가 길게 이어지긴 했지만 요점은 딱 하나다·

“쉽게 말해 이놈이 죽은 지 4천 년이 넘게 지났을 수도 있다는 건가?”

“흑마법이나 그런 것에 당한 게 아니라면 말일세·”

물론 어느 쪽이든 당장 고민할 거리는 아니었다·

어떻게 죽었는지 아니면 얼마나 오래전에 죽었는지 알 게 뭔가?

‘···버프를 못 받은 건 너무 아쉬운데?’

게다가 내심 기대도 했었다·

이놈을 잡으면 아주 낮은 확률로 아이템 하나를 얻을 수 있—·

“응? 남작 이건 뭐요? 뭐 ‘상자’ 같이 생겼는데····”

“뭐? ‘상자’라고?”

이내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휙 돌리자 아우레스가 시꺼먼 정육면체 형태의 상자 하나를 들고 있는 게 보인다·

“···이걸 어디서 찾았냐?”

“찾고 말고 자시고··· 그냥 저기 구석에 있었소만?”

“이리 줘라·”

빼앗듯이 상자를 건네받은 나는 상하좌우로 세심히 확인했고 이내 감정을 끝마쳤다·

틀림없는 정품이었다·

“대체 그게 뭐요···?”

“No·777 마카이로의 보관함·”

평소 미스터리 박스라 부르던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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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orn Yandel the Barbarian

Bjorn Yandel the Barbarian

Score 9.5
Status: On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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