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STGB Chapter 693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질질 끌지 말고 본론만·”

“대답을 듣지 못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지 않은가·”

이 할배가 뭐라는 거야·자꾸 앞뒤가 안 맞는 말을—·

“브라이엇 군 말일세·”

“···뭐?”

“브라이엇 군에게는 내통자가 아니란 답을 듣지 못했지 않은가·”

“설마···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글쎄 시체를 직접 본 나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네마는···· 그의 죽음이 그가 결백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이내 파멸할배가 아무런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몇 번을 생각해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네·”

“····”

“만약 우리 중에 내통자가 있다면 역시 브라이엇 군 말고는 없다고·”

어떤 근거가 더 있는진 몰라도 할배는 브라이엇이 배신자일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따라서 나도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다·

‘신관은 이백호를 죽이고 싶어 하고 전사는 성주의 앞잡이에 마법사는 다른 꿍꿍이가 있다·’

근데 여기에 궁수는 배신자라····‘진짜 이백호 이 새끼는 팀을 발로 꾸렸나?’이제 놀랍지도 않다·

끼이익·현관문을 열고서 한 여인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거실에 모여 있던 이들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에밀리···! 어떻게 됐냥?”

“방법은? 아직도 방법은 못 찾았어요?”

비요른 얀델이 밖으로 나가는 길을 찾겠다고 외출 후 사라진 지 어언 네 달째·

처음엔 그들도 귀가가 며칠 정도 늦어지는 줄 알고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넘게 지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걱정되는 마음에 직접 지하까지 내려갔고 그곳에서 텅텅 비어있는 지하 광장을 마주했다·

따라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수소문을 시작했는데····

“유르벤 하벨리온· 그 사람은요? 그 사람은 아직도 안 나타났고요?”

베르실의 소개로 함께 마법진을 보러 갔다는 마공학자까지 종적이 묘연해지며 불안은 커졌다·

물론 초창기엔 둘이 성벽 밖으로 나간 게 아니냐며 좀 더 기다리면 어련히 알아서 잘 돌아오지 않겠느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나 실종 기간이 길어지며 그 의견은 바뀌었다·비요른이 마공학자와 밖에 나간 것까지는 맞다·

다만 밖에서 무언가 모종의 사건이 벌어져서 그래서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추측이 확신으로 변하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머지않아 아무도 없던 지하에 왕가의 병력이 주둔하기 시작한 것인데·······

“아직 비요른이 돌아오게끔 할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

아멜리아가 클랜을 대표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정보를 캐고 있지만 그간 알아낸 정보는 하나였다·

지하에 있던 이동 마법진에 손상이 가해졌단 것·

위험을 무릅쓰고 군부 막사에 잠입해 지휘관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까지 알아낸 정보였고 이 덕분에 그들도 비요른이 어째서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가요····”

“걱정 마라· 그래도 이번에는 어느 정도 소득이 있었으니까·”

“···소득요?”

“돌아오는 방법이 막혔을 뿐이지 나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하더군·”

“네? 그게 정말인가요?”

“운 좋게도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손에 넣었다· 실현 가능한지는 고울랜드 네가 직접 봐야 알겠지만·”

아멜리아가 품 안에서 군부의 것으로 보이는 서류 하나를 꺼냈고 이를 받아든 베르실은 빠르면서도 꼼꼼하게 읽어내렸다·그리고····

“왕가에서는 이 마법진에 대해서도 전부 다 알고 있던 거 같네요· 마법진을 발동시키는 방법에 대해 지침서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그래서 결론은? 할 수 있나?”

“네· 이게 있으면 저도 마법진을 발동시킬 수 있어요·”

베르실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하자 아멜리아가 옳거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됐군·”

“됐다니요···?”

“사흘 뒤까지 모두 원정 준비를 끝내라·”

느닷없는 지시였으나 이에 반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오오오오! 드디어 뭔가 하는 거냐 우리도!!”

졸고 있던 아이나르는 환성을 터뜨렸고·

“으응··· 집 나간 단장이 몇 달째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직접 데리고 오는 수밖에·”

미샤는 결의를 다 잡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일은 다 벌려 두고 혼자 사라진 탓에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들어 보니까 샤빈 에무어 씨도 돌아오면 죽이든 사표를 내든 할 거라던데·”

클랜의 대소사를 도맡고 있던 베르실은 울분 섞인 한숨을 내쉬었으며·

“그런 건 다 제쳐두고서 흔치 않은 기회이긴 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단장님을 구하러 가는 건·”

항해사 아우옌의 말에 에르웬은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올렸다·

“우리를 지켜주고 구하러 오는 건 항상 아저씨의 역할이었으니까요·”

클랜 아나바다의 원정이 결정됐다·***

레이튼 브라이엇·성격도 좋고 능력도 괜찮았던 이백호 팀의 궁수·이 녀석이 정말 배신자라고 한다면 의심스러운 정황이 존재한다·

녀석은 우리 팀의 길잡이 역할도 맡고 있었으니까·[마물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상대는 단 한 명··· 놀랍게도 숙면 중인 듯하군요·]

만약 이백호가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녀석은 포지션의 특성상 한스 L··· 

정확히는 한스 L로 위장했던 정체 모를 그놈에게 우리를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게 가능했다·

‘게다가 모두 이백호가 차원 비석 타겠다는 걸 말릴 때 얘는 한 마디도 안 했었지····’

한번 의심을 하고 나니 정말 이놈이 배신자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 확실해진 건 아무것도 없—·쿠웅-!그때 돌연 지면을 타고 진동이 느껴진다·다만 방향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원래 이럴 때 보통 민첩 캐들이 알아서 브리핑을 해주는데 문제는 지금 주변에는 그런 포지션이 아무도 없거든·

마법사 둘에 신관 하나·그리고 탱커가 둘·

“어디죠···?”

“저쪽인 거 같기는 했소만····”

“거리가 멀어서 마력 탐지로 확인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그렇게 전문가의 부재로 인해 우왕좌왕하던 중 다시금 진동이 느껴졌다·쿠우우웅-!아까보다 더 큰 진동·

게다가 이번에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덕일까?

“저쪽이다·”

이번엔 방향을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던 나는 즉시 일행들을 데리고 해당 지점으로 달려갔다·그리고····쿠웅-! 쿵! 쿠우웅!

다가갈수록 더 크고 선명하게 느껴지는 진동과 굉음

“————아 말———!!”

흐릿하게나마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어렴풋이 들어도 이백호의 목소리였다·다만 문제는····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거··· 맞죠?”

“아무래도·”

일단 정황상 그래 보인다·처음에는 이백호가 화에 못 이겨 이것저것 다 때려 부수고 있는 게 아닌가도 싶었는데·

“야 이 개새끼야! 잡히면—!”

대화를 들어보니 누군가를 추격하고 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따라서 속도를 더 올리며 소음이 피어나는 곳으로 전력질주·

그리고····타닷-!관성에 못 이겨 벽에 부딪치듯 코너를 딱 꺾은 그 순간·번뜩-!눈앞에서 핵폭탄이 터진 듯 섬광이 번뜩인다·

머리로 판단하는 것보다 탱커로서의 본능이 먼저였다·

「캐릭터가 [거대화]를 시전했습니다·」

신속하게 부풀린 몸으로 비좁은 통로를 틀어 막고 방패로 상체를 보호·한데 아니나 다를까 그 즉시·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무형의 충격이 강하게 몸을 밀쳐내며 피부에 뜨거운 열기가 전해진다·

마치 온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감각·선크림을 바른 것처럼 방패로 가린 부분은 그나마 좀 나았지만····치이이이이이이익-!

섬광이 잦아들었을 때 뜨겁게 달궈진 갑옷 위로 연기가 피어올라온다·

찌릿-!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뜨거운 전기가 흐르는 듯했으나 우선 뒤에 상황부터 체크했다·

“다들 괜찮나?”

“괘 괜찮습니··· 아악!”

뭐야 많이 다친 건가?그런 의문을 가지며 뒤돌아보려는 때 파멸할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다치긴 했지만 중상까지는 아니네·”

원래 이런 성격 유형이 이럴 땐 아주 도움이 된다·긴급 상황에선 낭비를 줄이는 깔끔한 브리핑이 중요하니까·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타닷·후열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서 앞으로 달려나간다· 

어느 정도 패이고 녹아내리긴 했지만 연기가 피어날 뿐 벽 구조 자체는 멀쩡했다·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지난번에도 시험해봤거든·[별의 소멸]로도 이곳의 구조물은 파괴할 수 없다·

물리적인 파손이 가능한 몇몇 약한 지점이 있긴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이기에 논외·

‘뭐 이번에 쓴 건 다른 스킬인 거 같지만·’

대체 이 새끼는 숨겨둔 필살기가 몇 개야?

“하아··· 하아··· 하아····”

이내 코너 하나를 더 꺾고 들어서자 우두커니 선 채로 숨을 헐떡이는 이백호가 보인다·

“···이백호·”

내 목소리를 듣고서야 인기척을 느낀 듯 뒤돌은 이백호가 태연하게 말을 받는다·

“아 왔어요···?”

“말해봐라· 대체 무슨 상황인 거냐?“

별거 아니에요· 쥐새끼 한 마리 잡으려다가 하도 날쌔서··· 홧김에 무리 좀 했죠·”

“쥐새끼···?”

“근데 잘 됐는지는 모르겠네· 한번 같이 가볼래요? 쥐새끼가 잡혔는지 안 잡혔는지 확인하러·”

“앞장 서라·”

“아아 충성!”

장난스러운 태도야 어쨌든 이백호가 빠르게 앞을 치고나가며 안내했고 그렇게 한 1분쯤 뒤따라갔을 때였다·

“와 이걸 맞고도 버틴 거야?”

텅 빈 통로에 핏자국만이 덩그라니 남아 있다·참고로 이 핏자국은 통로 반대편으로 이어져 있는 상태였는데····

“근데 왠지 난 멀리 못 갔을 거 같네?”

이백호가 씨익 웃으며 천천히 핏자국을 따라서 걸어나간다·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이어지던 걸음이 멈춘 것은 한 3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이내 핏자국이 도중에 끊기며 이백호 역시 걸음을 멈추었다·

‘이렇게 느긋하게 움직일 게 아니라 얼른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괜히 내가 다 조급했지만 이백호는 여유롭게 주변을 쓱 훑어볼 뿐이었다·

“뭐 하는 거냐? 얼른 찾아 나서야—·”

“남작님 그거 알아요?”

말까지 끊어가며 물은 질문에 고개를 갸웃하자 이백호가 설명하듯 말을 이었다·

“저희가 살던 세상에는 카멜레온이라는 생물이 있어요· 얘는 참 신기한게 막 주변 색깔에 따라 피부색이 바뀌어서 그걸 막 사냥할 때 이용해요·”

처음엔 뭔 개소리인가도 싶었으나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은 필요 없었다·

애초에 이백호는 남들 앞이 아니면 나를 ‘남작님’이라고 말하지 않거든·

“근데··· 얘를 보면 계속 카멜레온 생각이 나네?”

그 말을 끝으로 이백호가 텅 빈 벽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그리고····퍼억-!벽에 닿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둔탁한 파생음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커헉!”

은신 상태로 숨어 있던 ‘쥐새끼’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잡았다 요놈·”

소름 끼치는 미소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이백호가 이내 쥐새끼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렸다·체격은 일반적인 남성에 가까웠다·

털이나 귀가 안 보이는 거로 봐서 종족도 인간인 거 같고·몸은 넝마가 된 로브로 감싸져 있는데····

‘늑대 가면···?’

당장 눈에 띄는 특징이라고 한다면 이것 정도겠지·남은 건 앞으로 천천히 알아보면—·

“뭐야 이건 또?”

이미 의식을 잃은 듯 축 늘어지는 몸·한데 자세히 보니 입에서 칙칙한 색깔의 피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화들짝 놀라 맥박을 짚었지만 어찌된 것인지 어떠한 미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자결인가····”

내 중얼거림을 들은 이백호가 피식 웃더니 쓰윽 고개를 돌려 나를 응시한다·그리고····

“남작님·”

듣는 귀가 없을 땐 절대 쓰지 않는 호칭으로 나를 부르며 말한다·

“어느 세상을 가든 작은 동물들은 꼭 비슷한 공통점이 있는데 혹시 알아요?”

이미 그 뒷말을 알 것도 같았지만 애석하게도 이백호는 정답을 맞힐 시간을 주지 않았다·

“꼭 불리하면 다 죽은 척을 해·”

“···?”

“바로 이렇게·”

그 말을 끝으로 시체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한 번 더 내지르는 이백호·

“커헉-!!”

바닥에 나동그라져 벌레처럼 몸을 웅크린 늑대 가면을 향해 이백호가 손을 뻗었다·

“자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가면을 벗겨볼 시간이다·

가면을 벗기는 이백호의 손길은 다정 배려 같은 단어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손바닥을 펼쳐 가면을 잡은 뒤·드드득·가면을 단단히 고정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싹 무시하고서 우악스럽게 잡아 뜯는다·그리고····

“····”

마침내 드러난 가면 너머의 얼굴·잠시 생각을 정리하듯 말이 없던 이백호가 정적을 꺠고 입을 열었다·

“이야 진짜 살아 있었어?”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Bjorn Yandel the Barbarian

Bjorn Yandel the Barbarian

Score 9.5
Status: Ongo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