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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GB Chapter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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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화 소집령 (3)

부단장 선출이 끝난 후, 베르실 고울랜드를 따로 불러내 독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야 명색이 단장인데 해줄 말이 있잖아?

“후후, 축하한다· 마침내 권력을 손에 넣었군·”

“···장난치지 마시고요·”

거, 단지 부단장 자리를 너무 부담스럽게 여기는 거 같아서 분위기 좀 풀려 한 거구만·

뭐, 원래 2인자는 좀 진중한 맛이 있긴 해야지·

“베르실 고울랜드·”

“네, 말씀하세요·”

“오늘부터 네가 우리 클랜의 부단장이다· 내가 없을 때는 네가 나를 대신해서 클랜을 이끌어야 한다· 모두 너를 돕겠지만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너여야만 하고, 그 결과 역시 네가 책임져야만 한다·”

“알고 있어요····”

뭐, 표정을 보니까 대충 답하는 건 아닌 거 같네·

덕분에 한결 마음이 놓인다·

얘라면 절대 타협하지 않고 성실하게 부단장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긴 말은 필요 없겠지·’

미리 준비한 조언의 말들은 전부 도로 집어넣는다·

이미 그 무게를 아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믿음과 격려일 테니·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다·”

“····”

“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으니·”

그 말을 끝으로 어깨를 몇 번 툭툭 치고서 독대를 끝냈다· 그리고 다시 단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했다·

아니, 회의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솔직히 말하자면 범죄자들이 경찰 조사 전에 입을 맞추는 행위에 가까웠다·

“그래도 미리 준비를 해두고 가서 이 부분은 크게 문제 없을 거예요·”

“준비?”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성벽 밖으로 나가기 전에 일부러 말을 흘려놨었거든요· 단원들 전부 모여 특훈을 하러 간다고·”

클랜원 전원이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특훈을 한단 것·

누가 봐도 수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렇다 하는데 뭐 어쩌겠나?

실제로 꽤 많은 클랜들이 지하에 마련된 사설 훈련장에서 비슷한 걸 하는 경우가 있다·

비록 도시의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스킬’을 쓸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공식 훈련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이 되니까·

대부분의 클랜들이 전략, 전술 같은 걸 연습할 때 사설 훈련장을 이용하며, 도시에서도 암암리에 묵인을 해주는 것이 불문율인데····

“사실 뭐라 변명을 하든 크게 상관은 없을 거예요· 소집령에만 제때 응하면 추궁할 명분이 없으니까· 우리가 두 달, 세 달 동안 어디에 있었든 그게 불법은 아니잖아요?”

뭐, 이게 정론이긴 하지·

세금만 내고 법만 지키면 안에서 뭘 하든 자유를 존중해주는 게 이 도시였으니·

핵심은 성벽 밖으로 나간 걸 들키지 않는 것이다·

‘오케이, 그럼 이 부분은 이만하면 될 테고····’

이후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부터는 단장님의 역할이 중요해요·”

“내가?”

“군사령부 내에 우리 클랜의 발언권이 생기는 거니까요·”

“안전한 후방에 배치하거나 그럴 수 있도록 힘을 써보란 뜻이군·”

“네, 맞아요· 물론 단장님의 성향이 가장 중요할 테지만요·”

“성향이라니···?”

나는 그냥 평범한데?

굳이 따지면 맞는 것보단 때리는 쪽이 좋기는 한—·

“이 전쟁을 기회로 보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아, 그 말이었구나·

“전공을 세우기 유리한 곳에 저희를 배치할 수도 있으니까요· 비록 후방보다는 조금 위험할지라도—·”

더 들을 것도 없는 이야기였다·

“됐다, 그런 욕심은 추호도 없으니·”

나는 단호하게 말을 자르며 말했다·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고 살아남는 것· 난 그거면 충분하니, 절대 무리하지 마라· 알겠나?”

몇 번이나 주의를 줘도 모자란 부분이었던지라, 나는 그말을 끝으로 단원들과 한 명씩 눈을 맞췄다·

그리고····

“걱정 마세요· 단장님 뜻은 제가 확실하게 이해했으니까·”

마지막으로 시선 교환을 한 베르실이 결의에 찬 눈으로 그렇게 말해왔다·

“그래, 그거면 됐다·”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놓이네·

***

그렇게 얼추 계획에 대한 가닥이 잡힌 후, 우리는 비로소 하수도에서 나와 도시에 입성했다·

피난 작업이 끝난 텅 빈 길거리·

다만 비프론과 맞닿은 성벽 쪽으로 향하고 있자니 점점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

과일을 사고 팔거나 하는 일반인들이 아닌, ‘투쟁’을 업으로 삼은 탐험가, 혹은 병사들·

그들이 우리를 보며 수근거리기까지 오랜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얀델의 아들 비요른·”

“아나바다 클랜이다····”

“소문에 의하면 합숙 훈련 같은 걸 하러 갔다고 하던데····”

“그럼 이제서야 소집령을 확인하고 참전한 건가?”

섣불리 다가와 말은 걸어오지 않고 길을 내어주며 조용히 속닥이는 탐험가들·

대부분은 호의적인 시선이었다·

“배치된 곳이 7구역이라 다행일세·”

“암, 저들과 함께 전선을 지킨다고 하면 벌써부터 든든해지니 말일세·”

이런 위급한 전시에 가장 든든한 건 ‘강한 동료’인 법·

평소였으면 질시의 시선을 보내왔을 사람들조차 이번만큼은 반기는 눈초리였다·

“···동료들을 버리는 법이 없다지?”

“부디 그 명성이 사실이었으면 좋겠구려·”

“윗놈들은 우리 같은 놈들 천 명이 죽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놈들이니 말이오·”

“그래도 얀델 남작이 있으니 안심이 되는구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현역 탐험가 출신인 작위 귀족은 현 세대에서 내가 유일무이하며, 그런 내가 내 클랜원들이 있는 7구역에 신경을 쓸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

든든한 후견인이 생긴 기분이겠지·

“니아 라프도니아!”

그렇게 성벽 쪽으로 걸어가고 있자니, 저 멀리서 기사 무리가 소식을 들었는지 다급하게 달려와서 경례를 취한다·

“얀델 남작 각하를 뵙습니다!”

“소속은?”

“제4 왕실기사단 칠외벽수호대 조장 무엘른 바일입니다·”

소속을 밝힌 기사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가타부타 따지며 이것저것 물어오지 않았다·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남작님이 나타났단 소식에 군단장님께서도 몹시 기뻐하셨습니다·”

“군단장이라면 누구지?”

“제3 군단장 엘토라 테르세리온 님이십니다·”

그래, 그 후작 아들내미구나·

아니, 정확히는····

[내 아들··· 엘토라 테르세리온은 이미 죽었네· 지금 내 아들놈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건 이름도 모를 어느 악령이지·]

그 아들내미 몸을 차지한 악령이자, 지난 아이스록 원정 때 우리를 버림패로 삼은 그 장본인·

‘이딴 새끼가 아직도 군단장 자리에 앉아 있으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 있나·’

“저··· 남작 각하?”

“알겠다· 안내해라·”

사람들 시선이 쏠리는 길 한복판에서 얘기를 나눌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일단 기사의 안내를 받아 성벽 아래 주둔지 중심부에 위치한 지휘부로 향했다·

보아하니 성벽 쪽에 있던 가장 큰 여관을 통째로 쓰는 모양이었는데····

“다른 분들께서는 1층에서 대기해주시겠습니까?”

“베르실, 너는 이리로 와라· 같이 올라갈 테니·”

“저기··· 그····”

우릴 안내한 기사는 베르실도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싶은 눈치였으나, 이어진 내 뒷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우리 클랜의 부단장이다· 같이 얘기를 나누는 편이 더 좋을 텐데?”

“예, 그러면 이리로····”

이내 기사는 우리를 3층의 객실로 안내했고, 그 안엔 오랜만에 보는 그 녀석이 있었다·

“반갑소이다, 얀델 남작·”

허, 새끼·

못 본 사이에 뭔가 거들먹거리는 게 심해졌네?

“앉으시오·”

작위도 없는 게, 군단장이라는 직위 하나 얻었다고 으스대기는·

콰직-!

왠지 짜증이 나서 그냥 푹 소파에 앉았더니, 소파가 그대로 내리앉았다·

“전··· 그냥 뒤에 서 있을게요·”

그리 말하며 실제로 뒤에 선 베르실·

한데 그제야 그 존재를 인지한 듯 후작의 아들내미·

···줄여서 후레자식이 우릴 안내한 기사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아무도 들이지 말라 했을 텐데?”

“그··· 아나바다 클랜의 부단장이라 하셔서····”

“흐음, 부단장이라····”

처음엔 당장에라도 내쫓을 듯하던 후레자식이 턱을 매만지기 시작한다· 중소 기업 영업사원들의 승진이 빠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허울뿐인 직함이라도, 있는 것과 없는 건 확연히 다르거든·

“어차피 부단장과 나는 숨기는 게 없는 사이이니, 신경 쓰지 말고 말해라·”

“숨기는 게 없는 사이라···?”

이내 내 말에 나와 베르실을 번갈아보던 후레자식이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흐음, 그럼 알겠소이다· 고울랜드 양? 이 자리에 계속 있어도 좋소·”

“배려,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힘드시겠소?”

뭐라는 거야, 이 미친놈은·

지난번에 나한테 처맞았던 기억이 다 삭제됐나?

권력 좀 얻었다고 뻐드럭거리는 꼴을 보는 게 같잖았기에 나는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우리는 왜 불렀지?”

“어디로 사라졌는지 종적을 알 수 없던 남작께서 나타났으니 어찌 부르지 않을 수가 있겠소· 아니, 그리고 애초에 남작도 소집령에 응해 온 것 아니오?”

“뭐, 그건 그렇긴 하지· 소식이 단절된 곳에 있다가 이제서야 소집령을 확인해서·”

“단절된 곳이라 함은 무엇인지 들을 수 있겠소?”

“별건 아니고 사설 훈련장에서 합숙 훈련을 하고 있었다·”

누가 들어도 수상한 답변이지만, 여기서 대놓고 의심의 말을 하는 것은 귀족계에서 엄청나게 큰 실례인 법·

“···하하, 그랬소이까?”

예상대로 후레자식놈도 별말은 하지 않고 넘어갔고, 그럼 이 주제는 여기서 마무리·

“그나저나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서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지 들어볼 수 있겠나?”

“아, 확실히 남작께서는 좀 상황이 특이하겠구려·”

“대강 들어보니 그렇다고 하더군·”

“우선 탐험가 특별법에 의해 아나바다 클랜은 전원 우리 3군단 소속으로 임시 편입이 되어 우리들의 지시를 받게 될 것이오·”

“내 경우엔?”

“일단 황도 카르논의 군사령부로 편입된 후, 배치될 곳이 정해질 것이오· 뭐, 대부분의 작위 귀족들은 후방 전략부 소속으로 전향되오만···· 간혹 최전방으로 배치되는 일도 있긴 하오·”

“오, 그렇게도 할 수 있었나?”

“당사자가 원할 경우, 혹은 그 작위 귀족의 능력이 최전방에 필요할 경우에는 그렇소·”

카이슬란에게는 미처 듣지 못했던 디테일한 정보였다·

“그럼 나도 여기 3군단에 남을 수 있단 뜻인가?”

“흐음, 그럼 남작께서 내 지시를 따라야 하는데 괜찮겠소?”

“상관없다·”

“그렇다면 나야 반길 일이오만···· 일단 군사령부로 가서 직접 얘기를 나눠보는 게 낫겠소· 내게는 작위 귀족인 얀델 남작을 멋대로 편입시킬 권한이 없으니·”

후, 그럼 결국 일단은 잠시 황도 카르논에 들러야 한단 거구나·

“이미 군사령부에도 연락이 전해졌을 터이니, 바로 그리로 가시면 될 것이오·”

“알겠다· 근데 대체 무슨 일이 터진 거냐?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바람에 아직 아무런 정보가 없는데·”

“후우··· 이걸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간략하게 말하자면, 비프론을 점거했던 노아르크 무리들이 제 발로 밖으로 다시 나왔소· 그들은 황도가 목적인 것처럼 진군했고, 전 병력들이 동원되어 저지에 성공· 마도병기까지 동원해 그놈들을 다시 비프론까지 몰아붙이는 데 성공한 게 바로 오늘이오·”

“마도병기···?”

“아, 얀델 남작은 군에 머무른 적이 없어서 모를 수 있겠구려· 어찌 보면 우리 왕가의 진정한 힘이지· 한 번 쏘아지면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있는 병기요· 실제로 보니 그 말이 과언이 아니더구려·”

뭐, 왕가에서 갖고 있는 핵미사일 같은 건가?

얘기만 들어서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아까 지하에서 느껴졌던 그 진동이 바로 그 ‘마도병기’ 때문인 건가?’

왠지 모르게 뭔가 답답함이 느껴진다·

까도 까도 계속 뭔가 나오는 양파 같달까?

왕가를 ‘적’이라 규정한다면 참으로 막막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인데····

물론 그래도 하나는 긍정적이었다·

‘이렇게까지 강하면 노아르크 놈들도 잘 막아낼 수 있겠지·’

어쩌면 기록석에 적혀 있던 ‘그 사건’이 지금을 말하는 게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왕가에서 쉽게 노아르크 무리를 이겨내고, 소탕해내며 다시금 평화로운 정세로 이어질지 모른다·

‘···라는 건 너무 희망적이려나·’

하, 고블린의 그 직감만 아니었으면 나도 희망 회로를 굴리며 조금이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을 텐데·

“아, 군사령부에서 연락이 온 모양이구려· 서둘러 남작을 카르논으로 부르라는 듯하오· 군용 마법진을 타고 넘어가면 바로 사람이 있을 것이오·”

“그렇군·”

이내 그 말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후레자식 놈이 마치 윗사람처럼 내게 말해온다·

“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묻고 싶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오?”

아, 그거·

“없을 리가·”

안 그래도 가기 전에 꼭 한마디 해주고 가야겠다 싶었다·

그래, 그러니까····

“엘토라 테르세리온·”

녀석에게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아이스록 원정에서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이놈은 당시 후작의 명령이든 뭐든 최전방 사령관으로서 우리를 버렸다·

“···!”

다만 면전에다 대고 그 사실을 언급할 줄은 몰랐는지 당황해서 어깨를 움찔하는 녀석·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 잘해라·”

“····”

“두 번째는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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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orn Yandel the Barbarian

Bjorn Yandel the Barbarian

Score 9.5
Status: On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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