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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GB Chapter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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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화 소집령 (4)

7구역 성벽 주둔지를 나와 군용 마법진을 타고 도착한 황도 카르논· 눈을 뜨기 무섭게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 무리가 보인다·

조금 놀랐다·

“모시러 왔습니다, 얀델 남작님·”

전시여서 그런가?

일반 병사도 아니고, 그 콧대 높은 왕실 기사들이 이렇게 마중까지 나올 줄이야·

“마차에 오르시지요·”

이내 왕실 기사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마차에 타 작위 수여부터 개선식, 그리고 승작식까지 치루며 벌써 몇 번이나 방문한 ‘영광의 궁’으로 직행·

‘확실히 전시라는 느낌이 확 들긴 하네·’

도착한 영광의 궁은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분위기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비요른 얀델 남작의 신원이 확인되었습니다·”

성문을 넘으며 행하는 신원 조회만 해도 몇 배는 더 꼼꼼했으며, 성문을 넘고 들어가자 그 넓은 공터에 군주둔지가 형성되어 있는 게 바로 보인다·

아, 물론 일반 군둔지와는 좀 달랐다·

‘장교만 모인 거 같은 느낌이네·’

최전선부가 아닌 만큼, 통신 설비 같은 것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그 앞에는 칼보다는 펜을 더 잘 휘두를 거 같은 군인들이 서 있다·

또한 그런 군인들이 지도 하나를 펼쳐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뭐라뭐라 토론을 나누는데····

“사령부는 이쪽입니다·”

이내 기사들의 안내를 받아 영광의 궁 내부로 들어서자 그제야 익숙한 얼굴들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페르데힐트 백작·

뮐바르크 자작·

알미너스 백작····

멀리서 눈인사를 건네오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기분이 또 이상해졌다·

이제는 기사들이나 장교, 탐험가 길드 지부장이나 고위 공무원들보다도 이쪽 사람들이 훨씬 더 낯이 익고 자주 보는 듯하달까?

‘저기 저 페르데힐트 백작만 하더라도 첫만남은 연회장이었지····’

거기서 나는 바바리안 전사가 되어 기사들이랑 치고받고 싸웠고, 끝내 ‘기사분쇄자’란 이명과 ‘가르파스 목걸이’를 전리품으로 획득했다·

‘그게 벌써 몇 년도 더 전의 일이구나····’

지금은 일반 법률에는 면책 받으며 오로지 ‘귀족법’만으로 처벌을 받는 작위 귀족 신분이 되었다·

또한 도시를 이루는 여섯 종족 중 하나의 족장이자 탐험가로서는 하나의 클랜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역시 그때가 제일 즐거웠던 거 같네····’

6등급 몬스터를 우당탕탕 공략하고, 매번 3층의 마력 과포화 현상을 함께 구경하고, 미궁에서 만난 탐험가들과 신경전을 하며 하루하루 먹고 살던 그때·

정신적으로 힘들 때면 늘 그때가 떠오른다·

남이 본다면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입지가 올라가고 상황이 좋아졌을 텐데·

“현재 총사령관님께서 회의를 진행 중인지라, 잠시 이곳에서 대기해주시겠습니까? 군사령부 내에서라면 어디든 자유롭게 계셔도 괜찮습니다·”

“그러지·”

그말을 끝으로 여기까지 날 안내한 기사가 떠났고, 이후 남은 시간 동안 대강 주변을 둘러보며 분위기 파악이나 하려던 때·

“대체 훈련을 어디서 얼마나 오래 한 거예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웃는 상의 백토족 여성이 다가온다·

“아, 리리비아 남작·”

이종족 귀족 연합 멜베스의 일원이자,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우호적인 가주·

일명 토끼 남작·

“대체 거기서 얼마나 더 강해지려고?”

나름 친분이 깊은 만큼, 형식적인 인사보다는 장난스럽게 농을 던져오며 말을 걸어오는 토끼 남작을 보며 나는 피식 웃었다·

“잘 지냈나?”

“잘 지내기야 잘 지냈죠· 이 일이 터지기 전까진·”

“그러냐? 아무튼 잘 만났다· 지금 뭐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 거냐? 혹시 내가 꼭 알아야 할 얘기가 있나?”

내 질문이 조금 밑도 끝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토끼 남작은 잠시 고민했다·

“음… 이걸 뭐라 말해야 할지… 얀델 남작은 어디까지 알고 계신데요?”

“급하게 오느라 잘은 모른다· 그러니 그냥 다 모른다고 생각하고 말해줘라·”

그런 내 말에 토끼 남작은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현 사태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여기서 내가 처음 알게 된 사실만 정리를 해보자면····

“놈들이 황도까지 침입을 했었다고···?”

“본대는 아니고 소수 정예로 이뤄진 병력이요·”

비프론의 결계가 사라진 날, 밖으로 나온 노아르크 놈들은 특수 부대를 꾸려 황도까지 진입했다·

다만 별다른 피해는 없었고, 딱 한 번 수색 병력에 의해 발각된 것을 끝으로 이후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여기까지 오면서 보시지 않았어요? 도시 전체에 수색 병력들이 쫙 깔려 있던 거·”

음, 확실히 군인들을 보긴 했다·

근데 그땐 그냥 수비용 병력인 줄 알았지·

“무얼 목적으로 침입한진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피해가 발견된 건 없다고 해요·”

아무튼, 쉽게 말하자면 황도까지 침투한 노아르크의 특수부대가 아직도 카르논 내부에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

“그래도 너무 걱정은 마세요· 그 정도 병력으로는 왕궁에 발을 들이밀 엄두도 내지 못할 테니까· 이곳은 안전해요·”

토끼 남작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듯한 말투였다·

물론 생각해보면 이상한 믿음 같은 건 아니었다·

지금 왕궁에 배치된 병력을 보면, 서른 명도 안 되는 특수부대가 쳐들어와봤자 몇 분 내에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새끼들이라고 생각이 없겠냐고····’

놈들이 뭘 노리고 침투한 건지 모르는 만큼 괜스레 불안감이 커진다·

따라서····

‘일단 왕궁도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편이 옳겠지·’

마인드 세팅은 이쯤에서 종료·

이후로도 계속해서 얘기를 듣고 있자니,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많았다·

그야 토끼 남작도 명색이 작위 귀족이니까·

당연하게도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고급 정보도 알고 있는 게 많았다·

“마도병기까지 써가며 다시 비프론으로 몰아넣긴 했지만, 군사령부에서는 놈들이 그 틈을 타 첩자들을 심어놨으리라 예상 중이에요·”

첩자들을 우려한 왕가에서 피난민들을 수용 중인 여러 구역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색출 작업을 하고 있단 사실이라든가·

“들리는 소문으로는 곧 군사령부에서 전 병력을 이끌고 비프론으로 넘어가 싹 소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해요·”

앞으로의 전황에 대한 정보라든가·

“남작님의 클랜은 지금 7구역에 있다고 했죠? 만약 그렇게 되면 그쪽에서도 피해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

절대 스쳐 들을 수 없는 그러한 중얼거림까지·

“…무슨 뜻이지?”

“이건… 남작님만 알고 계셔야 해요?”

“물론이다·”

이내 시작 전에 입막음까지 미리 시킨 토끼 남작이 주변을 쓱 보더니 목소리를 확 낮춰서 속삭이듯이 내게 말했다·

“노아르크의 침공과 별개로 왕실에서는 지금 탐험가들의 세력이 너무 커졌다고 판단 중이에요·”

“···뭐?”

“그렇잖아요? 7층 암흑 대륙에서부터 시작된 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탐험가들도 눈에 띄게 성장했으니까요·”

아, 그 말이구나·

확실히… 어느 정도 공감은 됐다·

왕가에서는 전쟁 내내 탐험가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했으니까·

격변의 시대를 넘기 위해 중소 클랜들은 합쳐져 큰 세력을 이루었고, 그들은 용병단처럼 전쟁에 참가하며 하사 받은 정수와 장비들을 토대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미궁 폐쇄라는 초강수를 쓴 것도 단순히 노아르크 놈들을 견제하기 위함은 아니었겠군·”

“예· 왕가의 공식 입장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다들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왜 왕가에서 탐험가 세력을 견제하는 거지?”

나는 늘 품고 있던 의문을 밖으로 꺼냈고, 토끼 남작은 이렇게 답했다·

“그야 당연하지 않나요? 그 어느 세력이든 힘이 강해지면 목소리가 높아지잖아요· 더욱 많은 걸 바라고, 욕심은 늘 피를 만들죠· 이 도시를 통치하기 위해선 절대적인 권력이 필요해요·”

음, 정치적으로만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왠지 단순히 그런 이유는 아닐 것만 같단 직감이 든다·

탐험가들이 강해져서 목소리를 내는 것·

지금까지 겪은 바로는 이걸 견제하는 게 아니라, 마치 ‘탐험가들이 강해지는 것’ 자체를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달까·

‘마치 미궁 깊숙한 곳에 닿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처럼····’

유연하게 흘러가던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때였다·

두근-

아니, 잠깐만·

“····”

만약 조금 전에 내가 한 생각이 사실이라면·

“저기 보시오, 얀델 남작이오·”

“남작이 등장했다는 건 그가 이끄는 클랜도 전선에 도착했단 뜻이겠구려·”

“참으로 잘 됐소· 대형 클랜들에 비하면 숫자는 적을지언정, 그 하나하나가 일당백이라 하지 않소이까·”

“세간에서는 그런 말도 있더구려· 수천 년 만에 10층에 도달하는 탐험가가 생긴다면 얀델 남작과 그의 동료들일 거라고·”

이거, 우리 클랜이 가장 위험한 거 아닌가···?

***

7구역 성벽 근처 건물 중 가장 큰 건물을 급조해 만들어진 제3 사령부·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경직된 표정의 기사가 안으로 들어선다·

“군단장님, 군사령부에서 급보가 도착했습니다·”

“말하라·”

이내 커다란 지도가 올려진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사내의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열고 들어온 기사가 천천히 보고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하달 받은 첫 번째 소식은 비프론 소탕 작전에 대한 건입니다· 보안 등급이 허락되지 않아 서류는 열람하지 못했으니, 군단장님께서 직접 확인해보셔야 할 듯합니다·”

“알겠다· 그럼 두 번째는?”

“얀델 남작이 군사령부에 도착했다는 연락입니다·”

“···그렇군·”

하급자의 보고를 받은 사내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서류를 넘겨 받고서 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치이익·

봉인되어 있던 서류를 뜯어서 우선 내용물부터 확인했다·

소탕 날짜, 시각, 병력 배치도 등등·

전쟁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가치가 있으며 절대로 적에게는 넘어가선 안 될 정보들·

세세한 항목들을 쭉 읽어내리던 사내는 병력 배치도를 확인하고서 흠칫 굳었다·

‘다 죽으라는 거군·’

군의 최정예들은 후방에, 그리고 탐험가 병력들은 가장 위험한 최전방에 보내버리라는·

그 의도가 너무나 명확한 배치도·

심지어 서류 가장 마지막에는 한 줄짜리의 문장도 덧붙여져 있었다·

[비요른 얀델 남작은 현 시간부로 군사령부에 편입되어 추후 소속 변경 될 계획이 전혀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윗선에서 무엇을 바라는지, 숨은 의미가 있는 건 아닌지 따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후우····”

이내 사내는 서류를 내려놓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 잘해라·]

[····]

[두 번째는 없으니·]

그 야만인이 남기고 간 그 섬뜩한 경고의 말이 귓가에서 맴도는 것과 별개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가 너무도 불편했다·

그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 역시 결국에는 한 명의 사람이니까·

‘대체 왕가는 무슨 생각인 건지····’

이내 사내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서류를 내려 놓으며 아까 떠난 하급자를 다시금 호출했다·

“상부에서 내려온 병력 배치도다· 각 부대의 최고참 장교들에게만 조용히 공지하도록·”

“저, 이건····”

하급자 역시 보자마자 의도를 꿰뚫어보고서 말꼬리를 흐렸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사내 역시 서류에 적힌 내용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여전했다·

하지만····

“윗선에서 내려온 지시이니 이견은 허락하지 않겠다·”

이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니아 라프도니아!”

그는 야만인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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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orn Yandel the Barbarian

Bjorn Yandel the Barbarian

Score 9.5
Status: On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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