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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GB Chapter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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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화

스페셜 포스 (3)

책장에 붙어 있는 그림 하나를 들어 살펴보았다·

그림은 얇았고 액자에 들어 있지 않았다·

하나 뭔가 마법적인 처리를 한 것인지 코팅이라도 된 것처럼 얇은 막이 그림을 덮고 있다·

마치 현대의 사진이라도 보는 것 같달까·

아무튼,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누구지?’

사진처럼 생동감 넘치는 그림 속 여자는 고급스런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절세미녀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으나, 해맑게 웃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

특이한 점으로는 이 세계에선 보기 어려운 흑발에 흑안을 동시에 지니고 있단 점일까·

‘그나저나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데····’

어디서 자주 보던 얼굴 같다 해야 하나?

이유 모를 기시감에 한참이나 그림을 들여다보던 나는 몸매가 강조된 복장을 입은 다른 그림을 보고서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라그나랑 똑같이 생겼잖아?’

흑발에 흑안·

이 두 특징을 떼고 본다면 이목구비나 그러한 것들이 라그나와 아주 똑 닮았다·

‘그럼··· 이 여자가 라그나의 친모인 건가?’

딱히 명확한 물증이라든가 그런 게 있는 건 아니나, 합리적으로 그런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도 그렇잖아?

라그나의 미들 네임에 붙은 ‘리타니옐’은 친모가 아니라 길러준 보모의 이름이다·

[그럼 어머니는? 어떻게 됐는지도 아나?]

[저를 낳은 날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거기에 후작의 사생아인 라그나·

그리고 그런 후작의 비밀 서재에서 발견된 똑닮은 여성·

‘근데 이런 방을 만들 정도면···· 라그나의 친모를 진짜 좋아하긴 했었나 보네····’

한 번 더 방 안에 그림들을 쭉 둘러보던 나는 이내 그림에서 관심을 거두고 다른 부분들도 수색했다·

책상 쪽에는 글을 쓸 수 있는 도구들을 제외하면 볼 게 없었기에 책장을 위주로 살폈는데····

[왕실회의록 17~18]

[02년도 탐험가 실태 보고서]

[제 11회 종족 회의록]

[117년도 미궁 진척 계획 초안 IV·]

[제 217회차 차원 붕괴····]

[····]

뭐지 이 책들은?

딱 봐도 일반적인 책들은 아닌 거 같은데····

실제로 책을 열어서 읽어보니 출간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 공공 기록물에 가까운 느낌이 났다·

회의록 같은 경우에는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그런 것들이 한 권 전부를 채우고 있었으며, 계획서나 보고서 역시 실근무자들이 상관에게 제출하는 형식을 갖고 있었다·

‘근데 후작은 이런 걸 왜 여기에 모아둔 거지?’

알 수 없지만, 책을 촤라락 넘기며 쓱 훑어보고 있자니 간간이 밑줄을 친 부분들이 존재했다·

예를 들면, ‘제 11회 종족 회의록’에서는·

[불멸왕의 위엄 앞에서 모든 종족의 수장들이 납작 업드려 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이 부분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으며·

[현 탐험가들의 성장 추세가 예상보다 무척이나 가파르기에 미궁 관리부에서 별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117년도 미궁 진척 계획 초안 IV·’에는 저 부분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흐음····”

그렇게 대충 책들을 읽으며 밑줄 쳐진 부분들만 확인하던 때, 책상과 연결된 하단부에 있는 작은 사이즈의 책들이 눈에 띄었다·

‘···일기장인가?’

한눈에 보자마자 일기장이 떠오른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여타 책들과 다르게 굉장히 작았고, 그 숫자도 굉장히 많았으며····

무엇보다 책에 연도가 써져 있었다·

‘진짜 일기장인 거면 대박인데····’

설레는 마음으로 가장 빠른 연도의 일기장부터 꺼내서 펼쳐보았다·

하지만, 이게 어찌된 영문일까·

“···?”

첫 장부터 글자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음에도 도무지 그 내용을 읽을 수가 없다·

단순히 악필이라는 문제를 떠나서·

‘이건 라프도니아어도 고대어도 아닌데···?’

난생처음으로 보는 글자다·

그렇다고 한글이나 영문인 것도 아니고·

이게 대체 어디 문자인 거지?

그런 의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던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암호문 같은 건가?’

현대만 보아도 2차 세계 대전 때 각 참전국들은 자기만의 암호문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라프도니아군 내에서 해당 부대만의 ‘암호문’을 쓰는 일도 있다고 들었고·

‘일단 챙겨가자·’

이건 나중에 시간을 들여 해독을 해볼 요람으로 얼른 아공간 가방에 챙겼다·

그리고····

‘더 볼 건 없네·’

이내 챙길 게 없음을 확인한 나는 마지막으로 방 안에 유일하게 액자 형태로 된 그림 앞으로 다가갔다·

거기에는 여성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메이린 휜베니아 —————·]

어째선지 성에 해당하는 라스트 네임은 날카로운 무언가로 박박 긁은 듯 파여져 읽을 수 없었고, 이름 아래에는 생년월일과 사망일시로 추정되는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건 무슨 문양이지?’

그림 왼쪽 하단 모서리 부분에 ‘태극 문양’과 비슷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빨강색과 파란색이 합쳐진 구체의 형태·

‘···설마 후작 이 새끼도 악령인 건 아니겠지?’

불현듯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정말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애초에 색 구성이 일치한다 뿐이지 내가 아는 태극 문양이랑은 좀 차이가 있었으니·

“후우····”

아무튼, 이제 그럼 볼 건 다 본 거 같고·

슬슬 나가볼까 싶어 등을 돌리려던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앙-!

뭐지? 이 소리는?

설마 소식을 들은 후작이 벌써 군부대를 보낸 건가?

알 수 없지만, 이건 분명히 들었다·

“아아아악!”

비명 소리다·

그리고 이런 소리가 났다는 건 위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

타다다닷-!

나는 서둘러 비밀 공간에서 나와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탓-!

이내 마지막 계단을 박차고 오른 그 순간·

난 비밀 공간을 등진 특수 부대원들과 대치 중인 열댓 명의 인물들을 볼 수 있었다·

놀랍게도 그중엔 아는 얼굴들이 꽤 있었다·

“어디서 변수가 생겼나 싶었건만·”

무심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무미건조한 음성을 뱉는 사내·

“또 비요른 얀델이로군·”

오르큘리스의 부단장·

마안, 롤런드 바노잔트·

그리고 그 옆에 위치한·

“진짜 신기하다· 남작 오빠는 어떻게 알고 우리가 여기 숨은 걸 찾았대?”

오르큘리스의 단원·

절규의 마녀, 리란느 비비앙·

그리고 또 그 위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이것 참 곤란하군요·”

단원이자 원탁의 멤버였기도 한·

“피시싯····”

시체 수집가, 아벳 네크라페토까지·

‘보아하니 다른 애들도 오르큘리스 멤버인 거 같은데····’

혹시나 후작가에 숨어 있을 노아르크인들을 찾기 위해, 후작가를 초토화 시키란 지시를 내렸던 나는 진심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새끼들이 왜 여기서 나와?’

이게 진짜 된다고?

***

나의 등장을 기점으로 소강 상태가 된 대치 구도·

“아아악····”

계단 아래 내려갔다 왔을 뿐인데 어느새 팔 한쪽이 사라진 우리 대원 한 명의 비명 소리를 제외하면 너무도 조용하다·

“레이븐·”

이내 속삭이듯 짧게 읊조리자, 레이븐이 신속하게 상황 설명을 끝마쳤다·

“내려가 계신 동안 방을 조사하다가 바닥에 숨겨져 있는 홈을 발견, 바로 열었더니 그 아래 숨어 있던 저자들이 나타났어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내가 부재 중이던 때의 사건들이 이제 머릿속에 그려지긴 하지만, 여전히 현실감은 없게 느껴진다·

합법적으로(?) 후작가를 털어 볼 수 있겠다 싶었을 뿐, 진짜 얘네들을 찾아낼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거든·

뭐, 당황한 건 얘네도 마찬가지 같지만·

“란돌프 군, 후작가는 수색에서 멀쩡할 거라 하지 않았나?”

부단장이 문책하듯 말하자, 그 옆에 서 있던 안경잡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인다·

“하하하··· 예, 그러게 말입니다· 분명 제가 계산을 했을 때, 이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0%였는데 말이지요····”

거, 0%는 무슨·

세상에 그런 게 없다는 건 알 나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던 때·

“이건····”

우리가 아니라 자기 동료들에게로 시선을 옮기며, 부단장이 살기를 뿜어낸다·

“내부에서 정보가 흘러나갔다고 볼 수밖에 없겠군·”

어····

그게 그렇게 되나?

“배신자에겐 죽음뿐·”

현 상황이 얼떨떨하게 느껴지는 한편으로, 수많은 역경을 임기응변으로 헤쳐간 나는 하나의 각이 보였다·

그래서 생각도 다 정리하기 전에 입에서 먼저 말이 튀어나왔다·

“뭐 하나? 네크라페토·”

“···피싯?”

“어서 이리로 와라, 지금부턴 우리가 지켜줄 테니·”

그때까지만 해도 녀석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눈치였다·

하지만····

“정말로 옳은 정보였군· 너 덕분에 저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 공이면 너도 도시에서 새 신분을—·”

내가 빠르게 말을 이어가던 그 순간·

“무, 무, 무, 무, 무, 무슨 소리입니까 그게!!”

그제야 사태 파악을 끝낸 녀석이 크게 당황하며 손사래를 치기 시작한다·

“아, 아니야! 나는···! 부단장! 저놈이 그냥 헛소리를 하는 겁니다! 서, 설마 저 말을 믿진 않겠지요? 진실을 꿰뚫어 보는 눈을 지닌 마안께서?”

하나 부단장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녀석은 더욱더 다급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애, 애초에 나한테 저놈은 몇 번을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인데! 예···? 지, 진짜로 미, 믿는 건 아니지요···?”

“···당연히 믿지 않는다·”

“휴우····”

“근데 그렇게 당황해 횡설수설하는 걸 보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

빈말이라고 하기에는 뼈가 실린 말·

“예, 누군가 정보를 흘리지 않았다면 현 상황이 설명되지 않기도 하고 말이지요·”

부단장 옆에 있던 안경잡이까지 합세해 한마디를 덧붙이자 녀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저는 네크라페토 씨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평소 오빠라 부르던 비비앙마저 깔끔하게 선을 긋자 녀석은 미쳐 팔짝 뛰겠단 표정이 되었다·

너무 억울해서 죽을 것 같다 해야 하나?

물론 내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니었다·

‘거, 그러게 평소에 잘 살았어야지·’

암, 나만 해도 그렇다·

노아르크 쪽에서 저딴 말을 한다고 우리 동료들이 눈 하나 깜빡할 거 같은가?

그래, 그러니까····

“뭐 하나? 빨리 와라·”

“내, 내가 거길 왜 갑니까?”

“왜 그러는 거냐? 어차피 더 이상 속일 필요도 없는데·”

“그러니까 헛소리 말라 하지 않습니까!”

“아, 동료들을 눈앞에서 배신하려니 마음에 걸리는 거냐?”

“이··· 무슨!”

거듭된 몰아가기에 흥분하며 내게 달려들 것처럼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 녀석·

다만, 내가 막을 필요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게, 한발 빨리 나선 사람이 있었거든·

차차찻·

부단장의 옆에 있던 안경잡이·

녀석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나를 향해 다가오던 녀석의 앞을 가로막는다·

“···어?”

동료의 길막에 적잖이 당황한 눈치인 녀석·

그런 녀석을 보며 안경잡이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돌발 행동은 멈춰 주시지요· 갑자기 그러면 자연스레 이탈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어··· 아니, 그, 그게 아니라···· 내가 앞으로 간 건····”

“전투를 위해서라면 네크라페토 씨가 적들에게 다가갈 이유가 더더욱 없을 텐데요·”

“그··· 지, 진짜 싸우려고 한 게 아니라····”

“아하··· 싸울 생각이 없으셨다 이 말이지요?”

“아니, 그런 뜻은 또 아닌데····”

“부단장님?”

이내 안경잡이가 의견을 구하듯 짧게 묻자, 부단장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스런 정황이 있는 자를 등 뒤에 두고 싸우는 것보단 낫겠지· 아벳 네크라페토를 구속해라· 딴짓하지 못하도록·”

“들으셨지요? 그러니까 순순히 이리 오시지요·”

“아, 아니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예예· 그러니까 그건 나중에 얘기하시고, 일단 이리 오십쇼· 어차피 지금 네크라페토 씨 한 명 빠진다 해도 큰 문제는 없잖아요?”

오케이, 그럼 일단 한 명 컷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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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orn Yandel the Barbarian

Bjorn Yandel the Barbarian

Score 9.5
Status: On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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