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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ing Her Highness the Princess Chapter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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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5

늦은 점심 제도의 동문을 지키는 경비조장 데르살은 경비초소 안에 앉아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중이었다·

‘이게 인생이지···’

먹구름이 몰려오는 하늘 아래에서 고생하고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이리도 달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은 비교의 동물이라 했던가· 남이 고생할 때 혼자 편히 쉬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우천 대비로 인해 바삐 자재들을 옮기고 천막을 치는 부하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본래 한 무리의 책임자는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관조해야 하는 법이었다·

‘오늘 저녁에는 신참을 데리고 꼬치구이나 먹으러 갈까·’

이런 꿀꿀한 날씨에는 맥주 한 병에 꼬치구이를 곁들어 먹는 게 제격이었다· 겸사겸사 신참의 말본새도 교육해주면 일과 유흥을 동시에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완벽한 상사란 말이지·’

이렇게 신참을 걱정해주는 상사가 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그리 자화자찬을 하며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시고 있을 때 경비초소의 문이 벌컥 열린다·

누군인가 싶어서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신참이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고 있는 걸 보니 커피 맛이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조 조장니임─!”

평소라면 호들갑 떨지 말라고 화를 냈을 텐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였다· 저 신참이 얼마 전에 가져온 소식에 식겁한 적이 있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온몸에 피를 묻히고 동문으로 온 이단 심판관보다 심각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진 데르살이 다소 평온해진 마음으로 말했다·

“우리 신참이 오늘은 또 무슨 일로 날 부르셨을까·”

“죄송하지만 그렇게 느긋하게 계실 때가 아니라고요! 빨리 밖으로 나오세요!”

“나오세요? 이게 예의를 커피에 말아먹었나·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또각· 구둣발 소리가 울린 직후 열린 문 너머에서 제니얼이 걸어들어왔다· 차갑디 차가운 검푸른 눈빛이 의자에 앉아 있는 데르살에게 닿는다·

“네가 경비조장인가·”

허어어억!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데르살이 커피 잔을 근처 테이블에 놓고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예! 도 동문 경비조장 데르살 코라이트라고 합니다!”

“네가 이단 심판관을 제도로 들여보낸 건가·”

“마 맞습니다만··· 공자님께서 이곳에는 어인 일이신지?”

탁! 지팡이의 첨단으로 바닥을 짚은 제니얼이 데르살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네가 통과시킨 이단 심판관이 내 조교를 데리고 어디론가 이동하였다· 납치로 보이는데 사대문의 통행자 명단을 살펴보니 제도 밖으로 나간 건 아닌 모양이라 네게 협력을 구하고자 한다·”

“혀 협력이라 하시면?”

“나를 도와 내 조교를 찾는 것에 일조하도록 해라· 경비대장에게는 내가 미리 연락을 해두었으니 따로 허락을 구할 필요는 없다·”

다른 이가 이런 식으로 말해온다면 행정 절차를 먼저 확인했을 데르살이었으나 상대가 말레이그 가문의 장남이라는 걸 아는 이상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예 예엡! 알겠습니다· 저희가 공자님을 도와 성심성의껏 수색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수색을 하면 좋을지···”

데르살의 말에 제니얼이 품에서 메모지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조심스럽게 메모지를 건네받은 데르살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메모지 안에 적힌 여러 구획과 거리들은 현재 제도에서 개발 구역으로 지정해놓은 민간인 출입 금지 지역이었으니까·

“제도를 떠나지 않았는데도 수소문이 되지 않는다면 필시 이중 한곳으로 갔을 것이다· 길이 상당히 복잡하니 차를 타고 갈 순 없을 텐데 이곳에 수색에 능하고 기마가 가능한 인원들이 몇이나 되지?”

수색에 능한데다 기마가 가능한 인원들이라· 머릿속으로 셈을 한 데르살이 말했다·

“동문 경비대에 수색 작전을 펼친 경험이 있는 병사들은 백 명 남짓입니다· 경비대에 속한 말은 총 서른 마리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가용 인원은?”

“아· 경비대를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인원만 남겨두고 출동한다면 족히 일흔 명은 데려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일흔 명이라· 그럼 가급적 빨리 채비를 하고 나와 병사들을 소집해라· 한시가 바쁘니·”

“어··· 저도 말입니까?”

제니얼의 눈이 날카롭게 좁혀진다· 지금 장난을 칠 시간이 있느냐고 물어보기라도 하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덕분에 식은땀을 흘리던 데르살이 급히 허리를 숙였다·

“그 금방 준비하여 수색 작전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 제니얼이 몸을 돌려 경비초소를 나간다· 제니얼이 나간 것을 확인한 데르살이 남몰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왜 왜 내가 근무할 때만 사건 사고가 이렇게 터지는 거냐···!’

동문 경비대에 지원한 것이 슬슬 후회되는 데르살이었다·

 

*

 

라드네가 나르티네를 데리고 간 곳은 제도 내에 마련된 이제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민가의 뒤편에 마련된 공터였다·

공터의 중앙에는 곳곳에 금이 가버린 탓에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동상 하나가 있었는데 동상은 마인과 인간이 서로 손을 붙잡은 채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 사람이 살지 않게 된 것은 아마 이 동상 때문일 확률이 컸다· 제도에서 마인과의 화합을 상징하는 동상을 방치하는 마을을 제국의 관리들이 가만히 둘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다소 억울하였을지도 모른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이 동상은 세워진 지 수백 년은 더 됐을 것으로 보였으니까·

수백 년 전에는 마인과 인간은 악감정 없이 서로를 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훗날 대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마인과 인간은 반목하게 되어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라드네는 그 과거를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종종 이곳으로 와 먼 과거의 생활상을 상상하곤 하였다·

마인과 인간이 서로를 적대하지 않는 화목한 시절을 떠올리면 제도에서 외톨이가 되어버린 자신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안녕이었다· 이단 심판관에게 정체를 들킨 이상 다시는 제도에서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 아니 당장 생존부터 걱정해야 할 판국이었다·

“이런 불경한 장소가···!”

뒤따라오던 나르티네가 동상을 보고는 놀라며 입을 가린다· 성국에서 태어나 이단과 마인 척결에만 심혈을 기울였던 나르티네의 입장에서 저 동상은 그저 끔찍한 흉물에 불과하였다·

“어찌 저런 흉물을 마을에 만들어 놓을 수 있단 말입니까· 빈민들의 수준이 처참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군요!”

저놈의 입은 왜 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이곳에 오는 내내 불쾌한 소리만 계속해서 내뱉고 있는 터라 슬슬 짜증이 날 정도였다·

“수준이 처참한 건 너야·”

몸을 돌린 라드네가 동상을 등지고 말했다·

“나한테는 네 몸에 감돌고 있는 죽음의 기운이 보여· 아마 이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서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였겠지· 쓰레기· 너는 분명 지옥에 떨어질 거야·”

“지옥이라·”

라드네를 바라보는 나르티네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 분위기가 첨예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제 감정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분명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짐승들을 죽인 것에 불과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들 모두가 겉으로는 인간인 척 행세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신께서 그들을 인간으로 보신다면 저는 당연히 죄를 지은 거겠지요·”

나르티네가 제 가슴에 손을 얹는다· 그러며 천천히 눈을 내리 까는 모습에서는 자신이 숭고한 대업을 짊어지고 있음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생각해보십시오· 저 하나가 희생하여 짐승보다 못한 이단자들을 모두 죽인다면 이단자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던 모두가 행복해지는 겁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저 하나가 희생할 수 있다면 응당 그래야지요·”

소름이 끼칠 정도다· 나르티네의 숭고함은 광기에 가까웠다· 자신이 행하는 모든 살인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 태도였으니까·

하긴 이단 심판관이란 수많은 고행 속에서 성력을 극도로 갈고닦은 살인 병기들이다· 어지간한 정신력과 믿음이 아니면 버틸 수 없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단 심판관을 말로 설득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낮게 한숨을 내쉰 라드네가 본모습을 드러내었다·

마법으로 위장하고 있던 장막이 한 꺼풀 벗겨지자 라드네의 머리 양옆에 골질로 이루어진 뿔이 서서히 드러난다· 송곳니 또한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본 나르티네가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설마하니 자신이 찾은 마인이 고위 마족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인간과 달리 마인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강함이 결정된다· 강함의 척도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뿔의 크기였다·

마인에게서 자라나는 뿔은 마기를 담아두고 발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기에 뿔의 크기에 따라 상대방의 강함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건··· 조금 당황스럽네요·’

덕분에 나르티네는 라드네의 뿔을 보자마자 일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여태 수많은 마인을 죽인 나르티네였지만 저 정도로 정갈하고 큰 뿔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마인의 뿔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손가락 한 마디를 넘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라드네의 뿔은 족히 한 뼘은 되고도 남았다·

거기다 머리를 살며시 감싸는 형태였기에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고위 마족 그 이상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왜?’

어째서 이만한 힘을 가진 마인이 제도에 숨어 살고 있다는 것인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상대가 정체를 드러낸 이상 싸움을 피할 수는 없었다·

“빛이여!”

나르티네가 소리치자 손아귀에서 빛이 폭발한다· 폭발한 빛이 사그라들었을 때 나르티네는 빛으로 이루어진 무형의 검을 붙잡고 있었다·

정체를 드러낸 라드네를 기준으로 마기가 서서히 범람하였기에 손끝이 살짝 떨려왔으나 나르티네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마기의 양은 여느 마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나 마기를 다루는 기예는 한참이나 부족하였으니까·

‘강대하지만 아직은 어리다·’

마기를 다루는 것에 이리도 서툰 것을 보면 인간의 나이로 봤을 때 성인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나르티네에게는 천만 다행이었다·

몇 년만 지났어도 눈앞의 여자는 이단 삼판관 정도는 감히 범접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해졌을 테니까· 그건 달리 말해 더 강해지기 전에 이곳에서 목숨을 거둬야 한다는 소리였다·

“원한다면 보여줄게·”

라드네의 차가운 목소리가 골통을 울리며 다가온다· 웃음기가 가신 나르티네가 숨을 가삐 내쉰 찰나 라드네의 두 눈동자가 사백안으로 좁혀졌다·

“내가 누구의 딸인지·”

그 순간 라드네의 주변에 범람하던 마기가 일제히 폭발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후원 비공개님 55코인]

허어어억··· 일러스트는 아직 확답을 드리긴 힘드나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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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ing Her Highness the Princess

Taming Her Highness the Princess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at must be done to save the world from perishing? There is only one answer. “Why do you look at me like that? If you made me wait, it’s only natural that you’ll receive the appropriate punishment.” I had to thoroughly educate the princess in front of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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