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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ing Her Highness the Princess Chapter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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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77

거짓을 고한 남자가 무전기를 내린다· 거칠어진 호흡을 정리한 남자는 제니얼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어쩔 셈이냐· 날 변경백에게 끌고 가기라도 할 건가·”

제니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당장은 그럴 생각이 없었으니까· 가능하다면 삶을 선택한 남자의 의지를 존중해주고 싶었다·

“걱정하지 마라· 네가 우리에게 착실하게 협력한다면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협력?”

“별건 없다·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해주면 될 일이니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온 제니얼이 장신의 키를 이용하여 남자를 내려다본다· 그 강압적인 눈빛이 남자의 몸을 굳게 만든다·

“보아하니 적월성에서 보낸 자객인 것 같은데· 내 말이 맞나?”

부정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다· 도망친 후 무전을 하다가 걸린 이상 상대가 적월성 소속이라는 걸 모르는 게 더 이상했으니까·

“그래· 네 말이 맞다·”

“목적이 뭐지· 레베라가 단순히 연회를 즐기고 오라고 널 보낸 것 같지는 않은데·”

“···보면 모르겠나· 너희들을 감시하라고 날 보낸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제니얼이 턱을 한 번 쓰다듬었다·

“레베라가 보냈다는 걸 부정하지 않는군· 북방에 거점을 둔 적월성을 지휘하는 사람은 역시 레베라가 맞는 모양이지·”

실책이다· 유도신문에 넘어가고 말다니· 남자가 이를 꾹 깨물며 표정을 구기자 제니얼이 손을 내리고 다음 질문으로 들어갔다·

“우리를 왜 감시하라고 한 것인지 궁금한데·”

“하?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네가 이곳에 온 목적을 알아내기 위함이다· 너는 우리 적월성에서 경계 대상 일순위니까· 당연히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게 당연하단 소리다·”

“진실에 거짓말을 섞고 있군· 단순히 그 목적만으로 정체를 들킬 위협을 무릅쓰고 이곳에 잠입했다는 것을 믿으라는 소린가·”

“망상을 잘도 하는군· 내가 거짓을 고하고 있다는 증거가 어디에 있지?”

“증거는 없지· 네 말대로 어쩌면 정말 내 망상일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걸 가려낼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폭력을 사용할 수밖에·”

제니얼이 루이넬에게 눈짓을 보낸다· 고개를 끄덕인 루이넬은 손목을 한 번 풀더니 몽둥이를 들어 남자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퍽─

둔탁한 소음이 울린 직후에 남자가 바닥에 털썩 쓰러진다· 반사적으로 옆구리를 붙잡은 남자는 입을 한껏 벌리며 쇳소리를 흘렸다·

두 눈을 크게 뜬 채 부르르 떠는 것이 애잔하다· 가끔씩 야트막한 신음 소리가 미약하게 흘러나오는 것이 많이 아픈 모양이었다· 원래 너무 아프면 비명조차 안 나오는 법이니까·

“커 커허어···”

아픈 건 아픈 거고 질문은 질문이다· 제니얼이 손가락을 탁 튕기자 근처에 있던 의자 하나가 날아온다· 의자를 붙잡은 제니얼이 남자의 앞에 앉아서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나를 감시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이 뭐지? 만약 네 말대로 정말 다른 목적이 없다면 지금부터 계속해서 맞으면 된다· 불구가 될 순 있겠지만 죽이지는 않으마·”

“미 미친 새끼가···”

“루이넬·”

쓰러진 남자 앞에서 루이넬이 몽둥이를 들어 올린다· 자비심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저 눈빛을 보아하니 죽기 직전까지 때릴 거라는 건 아무래도 사실로 보였다·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에 갈등을 더하는 와중에 옆구리에서 강한 통증이 밀려들어온다· 루이넬이라는 저 기사한테 한 대만 맞았는데도 이 정도인데 죽기 직전까지 맞는다?

‘불구가 된다는 건 농담이 아니다···!’

죽이지 않는다는 말도 어쩌면 거짓말일 수 있었다· 그러자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들어오는 바람에 남자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

“마 말하겠습니다! 다 말할 테니 요 용서해주십시오!”

충성심이 그리 깊은 녀석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루이넬이 몽둥이를 든 손을 내리자 남자가 고통에 신음하면서 말을 이었다·

“실은 제니얼 공자님과 루이넬 경이 덴프하르드에 온다는 건 일주일 전에 알았습니다· 대장님이 그때부터 명령을 내리셨으니까 말입니다·”

일주일 전이라면 아직 제도에서 출발하기 전이었다· 황실의 일을 레베라에게 전해준 사람이라면 역시 에레테 그 여우밖에 없을 것이다·

“레베라가 무슨 명령을 내렸지?”

“변경백의 성격상 귀빈이 오면 무조건 연회를 열 테니 그 시기를 이용하자고 하셨습니다·”

“뭘 어떻게 이용하고자 한 것이냐·”

“연회를 열면 경비 인원이 최소한으로 줄어들 테고 연회를 즐기는 이들은 술에 취해 무방비할 테니 잠입이 쉬울 것이라 하였습니다· 우선 선발대를 보내 잠입 경로를 뚫으면 나중에 간부급이 직접 오셔서···”

잠시 뜸을 들인 남자가 슬며시 고개를 들어 루이넬을 올려다보았다·

“···루이넬 경을 납치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뭐? 나를?”

영문을 모를 소리에 루이넬이 당황하며 반문한다· 대체 자신을 납치하여 대체 어디에 쓴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예· 말단에 불과한지라 제가 들은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대장님이 왜 루이넬 경을 납치하려는 것인지는 듣지 못했습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남자의 떨리는 눈동자를 보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덕분에 루이넬을 납치하려고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제니얼이 알기로 북방에 기거하는 적월성의 세력은 그렇게 크지가 않았다· 변경백의 딸을 납치한다면 소란이 커져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텐데 굳이?

레베라의 의도가 무엇인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아마 본인에게 직접 묻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으리라· 그러니 일단 이건 넘어가기로 하였다·

“그 건은 됐으니 너희들의 은거지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라·”

“으 은거지라 하시면···”

끄으·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신음한 남자가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저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저희는 점조직처럼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말단에 불과한 저는 대장이 어느 곳에서 숨어 지내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명령도 늘 무전으로 받기 때문에 저는 대장님의 얼굴도 본 적이 없습니다·”

거짓말인가 싶었지만 이 또한 진실이었다· 남자는 혹여 몽둥이에 맞을까 싶어 루이넬의 눈치를 보면서 목소리를 떨고 있었으니까·

“음···”

잠시 생각에 잠기던 제니얼이 루이넬을 돌아보았다·

“그렇다면 역시 루이넬 네가 납치되는 수밖에 없겠구나· 그게 놈들의 은거지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일 테니까·”

“···예?”

무슨 헛소리인가 싶어서 루이넬이 멍하니 눈을 깜빡인다· 이건 또 어떤 종류의 농담인가 싶었지만 제니얼은 장난기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로 루이넬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교수님·”

하도 어이가 없었던 루이넬이 되물었다·

“진심이십니까?”

그에 제니얼이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다·”

 

*

 

자정 루이넬의 방·

“교수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위험한 거 아닌가요?”

납치당할 준비(?)를 하기 위해 잠옷으로 갈아입은 루이넬이 제니얼을 올려다보며 불안에 떨었다·

적월성의 은거지를 알아내기 위해 일부러 납치를 당하는 것은 루이넬이 생각하기에도 황당무개하였으니까·

그러나 제니얼은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루이넬을 보내려는 것이 아니었다· 불안에 떠는 루이넬과 달리 제니얼은 태연한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라· 병사들에게도 이 계획에 대해 미리 말을 해두었고 무엇보다 내가 너를 따라다닐 예정이니까·”

“따라다닌다고요? 저를요?”

“작은 새로 변해서 너를 뒤쫓을 것이다·”

“···마법사들은 그런 것도 할 수 있어요?”

“그래· 마법의 구현이 어려운 것은 둘째 치고 몸의 구조가 변한다는 것이 상당한 불쾌함을 전해주기 때문에 비교적 잘 안 쓰는 마법이지만 말이다· 그럼 지금부터 슬슬 준비를···”

형상 변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손을 든 순간 루이넬이 팔소매를 붙잡아온다· 내려다보니 두 눈동자가 불안감에 떨리고 있었다·

“교 교수님· 어떻게 해야 납치를 잘 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납치를 굳이 잘 당할 필요는 없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이상하게 반응하면 저쪽에서 눈치를 챌 수도 있잖아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저 유치원생때 한 연극에서도 연기가 서툴다고 지적을 받은 적이 있어요···”

아무래도 진지하게 말하는 것 같아서 이야기를 좀 더 들어주기로 하였다·

“무슨 역할을 했기에 유치원 시절에 연기가 서툴다는 지적을 받은 건가·”

“나무 역할이었어요·”

“···나무?”

제정신인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되는 나무 역할을 해놓고 어떻게 연기를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공주나 왕자역을 했다고 하면 대충 그럴 수 있다며 용기를 복돋아주려고 했지만 나무라니? 상식의 범주를 아득히 뛰어넘고도 남았다·

부스럭─

그러는 와중 창문 너머 어딘가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온 것 같군· 일단 자는 척이라도 하거라·”

이대로 가다간 계획이 들통날 것 같았던 제니얼이 재빨리 허공에 형질 변환의 마나를 분사하여 몸에 뒤덮었다·

몸에 달라붙은 마나가 제니얼의 몸을 빠르게 변형시켜 작은 방울새의 형태를 이루게 한다· 방울새가 된 제니얼은 날개를 파닥파닥 움직여 옷장 위에 올라탔다·

루이넬 또한 침대로 기어들어가 이불을 덮고는 자는 척을 하였다· 그 상태로 조금 기다리고 있자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창문을 타고 뛰어들어온다·

사락─

분명 육중한 몸이 내려앉았음에도 별다른 소리가 나지 않는다· 오늘 연회장에서 잡은 놈과는 달리 숙달된 자객이라는 방증이었다·

자객은 빠르게 주변을 한 번 살펴보더니 루이넬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최대한 조용히 접근한 자객은 루이넬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자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묘하게 눈에 힘을 주고 있었으니까· 혹시 악몽이라도 꾸는 건가? 아니면 뭐지? 자객이 조금씩 의문을 품었을 무렵이었다·

찌르르르─

느닷없이 방울새의 울음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진다· 자객이 흠칫한 순간 방울새의 울음소리를 신호로 알아들은 루이넬이 두 눈을 뜬다·

“···히이이익!”

그리고는 발연기를 시작하였다·

“네 네놈은 누구냐!? 어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이지!?”

놀란 건지 굳은 건지 구별이 안 되는 목소리다· 자객은 짐짓 당황하여 한 발 뒤로 물러나고는 단검을 역수로 붙잡았다·

“조용히 해라· 소란을 떨면 네 목숨을 취할 수도 있으니까· 싸우려는 생각도 접어두는 게 좋아· 아무리 날고 기는 기사라도 해도 무기가 없는 상태에서 나와 싸웠다가는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 그런가·”

침을 꿀꺽 삼킨 루이넬이 옷장 위의 방울새(제니얼)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기라도 하는 눈빛이었다·

그에 제니얼이 들킬 수도 있으니 이쪽을 보지 말라고 열심히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루이넬은 그걸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해’라고 알아듣고 말았다·

“자 자네는···”

긴장했는지 말투까지 바뀐 루이넬이 손을 들어 삿대질을 한다· 밤중에 자객을 만났는데 누가 삿대질을 한다는 말인가· 제니얼은 벌써부터 골이 아파오는 걸 느꼈다·

“긍지 높은 덴프하르드가의 자손인 내게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구나· 내가 네놈의 계략에 어울려줄 것 같은가?”

“···어울려주지 않으면 뭘 어쩔 셈이지· 내 손에 죽고 싶기라도 한 건가·”

자객의 으름장에 루이넬은 비운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며 눈을 꾹 감았다·

“큭···! 그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노라! 죽여라!”

짧은 침묵 끝에 자객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군· 나는 널 죽이려고 온 게 아니다· 지금부터 내게 협조만 잘해 준다면-”

“그 그렇군! 알았다· 그럼 협조할 테니 날 납치하도록 해라·”

“···뭐?”

루이넬의 빠른 태도 변환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자객이었다· 자객으로 오래 활동했지만 이런 여자는 또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 모든 상황을 옷장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제니얼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날개로 이마를 짚었다·

‘부탁이니 제발 그 입 좀 다물어라 루이넬·’

루이넬의 파멸적인 연기가 심히 마음에 들지 않는 제니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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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ing Her Highness the Princess

Taming Her Highness the Princess

Score 8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at must be done to save the world from perishing? There is only one answer. “Why do you look at me like that? If you made me wait, it’s only natural that you’ll receive the appropriate punishment.” I had to thoroughly educate the princess in front of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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