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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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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90

당연한 사실이지만.

의료 기기들은 전부 아티팩트였다.

이 세계는 아티팩트에 의존하는 세계니까.

더해서.

전자 제품이나 요리 도구까지 아티팩트로 만들 만큼 우리 일상에 녹아들어 있다.

그만큼 마석의 수요가 높기에.

목숨을 걸고 탐색꾼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부와 명성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나 또한.

특출 난 재능이 딱히 없고 빙의 후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직업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기에 탐색꾼이라는 직업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이런 앞뒤 맥락 없는 잡념에 빠져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냥 잠이 오지 않아서였다.

‘분명 아까 내 팔에 투여했던 주사는 수면 마취제라고 했는데….’

시체를 담는 관하고 동일한 외관의 의료 기기.

그 안에 몸을 뉘인 나는 눈을 꼭 감고 있지만 수면 마취제가 통하지 않아 정신은 멀쩡한 상태였다.

‘수면 마취를 안 하면 고통이 심하게 느껴진다고 했던가? 전혀 안 아픈데.’

현재 내 몸을 스캔하기 위해 레이저가 쏘아지고 있다.

근데 아프기는커녕 간지럽지도 않았다.

수면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

레이저가 몸을 들쑤시고 있는데도 아무런 고통이 동반되지 않는 이유.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프지 않은 건 그냥 내구가 너무 높아서 그런 거겠지.’

도감작으로 인한 능력치 상승 때문이었다.

능력치만 따지고 보면 내 신체는 이미 초인의 영역을 뛰어넘었으니까.

‘마력이 높아져서 약물 저항력도 올라갔을 테니 일반 수면 마취가 통할 리 없을 테고.’

어쩌면 능력치 상승으로 인해서 이미 내 정신병은 치유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게.

이제는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을 거 아니야?

물론 실험해 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난 괜히 검사받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삐이익-

외부에서 경쾌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청력도 좋아져서 관 속에 갇혀있는데도 선명히 들려왔다.

방금 소리는 검사가 끝났다는 신호였는지 나를 뒤덮고 있던 관이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조심스레 눈을 뜨자 간호사 한 명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물 좋아 님. 검사는 끝나셨고요. 이제 상담실로 이동하실게요.”

간호사가 무뚝뚝한 어조로 얘기했다.

‘…저런 옷 입고 무뚝뚝하기까지 하니까 좀 무섭네.’

다른 병원들과는 다르게.

검은 간호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마물 좋아 님? 안 일어나시나요?”

“어…. 보통은 수면 마취가 끝나면 정신이 없고 몸도 못 가누지 않나요?”

“마물 좋아 님은 수면 마취가 안 통하셨잖아요.”

“…알고 계셨네요.”

“계속 실눈 뜨는 거 봤어요. 아무튼 시간 없으니까 빨리 이동하실게요.”

몸을 일으킨 나는 간호사의 안내를 받으며 상담실로 이동했다.

그렇게 복도를 걷는 도중.

간호사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탐색꾼들 중에는 나 같은 케이스가 더러 있는 모양이었다.

검사 진행 중에 고통이 동반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인 기준으로 설명한 것이기 때문에 마력이 높아서 수면 마취가 되지 않아도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아주 가끔.

마력 능력치만 비약적으로 높고 내구 능력치는 이상하리만큼 낮아서 아프다고 소리치며 관 속에서 꺼내달라는 환자도 있다고 들었다.

물론 안 꺼내준단다. 

환자가 역정을 내면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환자를 나무란다고 했다.

단련을 통해 내구 능력치를 올리지 않은 자신을 탓하라면서.

내구 능력치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여기 VIP병동만의 유구한 전통 중 하나라나 뭐라나.

‘이 병동을 담당하는 의사도 정신병이 있나…?’

의사에 대한 신뢰성이 바닥을 친다.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의사마저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히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겠지.’

그리고 그 예상은 들어맞았다.

정신적인 부분은 모르겠지만.

일단 첫인상부터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달랐다.

상담실의 문이 열리고 나를 반기고 있는 의사는….

“마물 좋아 님이시죠? 앞에 앉으세요.”

몸은 얻다 팔아먹었는지.

녹물 같은 액체가 가득 찬 유리 통속에 얼굴만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

“음. 검사 결과만 보면 지극히 정상인데…. 참 이상하네요.”

진료 차트가 띄워진 모니터를 유심히 살피며 통 속에 담긴 얼굴이 미간을 좁혔다.

당신 꼴이 더 이상한데 말이지….

내 표정에 당혹감이 물든 것인지 아니면 이런 시선에는 익숙해져서 그런 건지 몰라도 의사가 씁쓸한 미소를 띠며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제 꼴이 많이 이상하죠? 예전에 검사 기기에서 꺼내달라는 탐색꾼을 방치하면서 조롱했다가 기기를 부수고 탈출한 탐색꾼이 제 목을 그대로 뽑아내버렸거든요. 하하!”

이유를 듣고도 동정은 가지 않았다.

자업자득이잖아 저건….

그런 일을 겪고도 여전히 똑같은 짓을 반복하며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대단할 지경이다.

“다행히 제 직업이 생명력이 끈질긴 직업이라 죽지는 않았지만요! 하하하!”

의사는 호쾌하게 웃어댔다.

자신의 꼴이 전혀 절망스럽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로써 겉모습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의사인 게 확실해졌다.

“그래서 술에 취하기만 하면 폭력성이 심해진다는 말씀이시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

직업 정신이 투철해진 것인지 의사의 얼굴이 한순간에 근엄해졌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 병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VIP병동의 의사는 병원장의 스킬 ‘서약’이 걸려있어 환자의 정보를 외부에 발설하는 게 절대 불가능하기에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었다.

지금의 면담 또한 다른 이들이 알게 되는 경우는 결코 없을 것이다.

*

*

*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의사도 당연히 처음 보는 증세고 현재 내 능력치가 너무 높은 탓에 술에 취하지 않으니 굳이 치료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만 돌아올 뿐이었다.

맞는 말이기는 했다.

술을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면.

주사는 있으나 없으나 크게 상관이 없으니까.

‘…그럼 조건부 스킬도 자연스럽게 잃게 된 건가?’

멍하니 상태창을 바라봤다.

조건부 스킬 목록에는 여전히 스킬이 존재하지만 취하지 못한다면 없는 스킬이나 다름없었다.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시한폭탄과도 같은 저주받은 능력이 사라졌다는 후련함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비장의 수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리스크가 너무 큰 스킬이었으니까.’

여하튼 현재 주사를 확인할 방도가 없으니 내 병에 대한 원인을 밝혀내는 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큰 기대는 안 했으니까.’

그렇게 내 진료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의 진료가 차례차례 이어졌다.

***

나를 제외한 사람들의 병은 시간만 들인다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우선 백소아가 처방받은 약은 이 병원에서 자체 제조하는 감정 억제제였다.

“그 의사 돌팔이 아니야? 나보고 매일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위험한 수준이라던데? 조만간 학살극을 벌여서 뉴스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하더라. 솔직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잖아?”

의사와 실랑이를 벌이고 왔는지.

백소아의 손등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설마 의사 얼굴이 담긴 통을 깨부순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상담실 벽을 부순 것에서 그쳤다고 한다.

다음으로 탁재환 교관과 김영지가 처방받은 약은 충동 억제제.

마찬가지로 이 병원에서 자체 제조한 약이었다.

“음. 굳이 약을 복용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요. 저희가 무슨 환자도 아니고!”

저 둘은 자발적으로 복용할 것 같지는 않으니 내가 억지로라도 먹여야겠다.

마지막으로 서한빛.

그녀는 심리 안정 기능이 포함된 의료 아티팩트로 간단히 치료를 받았지만 따로 약을 처방받지는 않았다.

“저 보고는 관음증이 생기게 노력해 보라던데요? 이거 맞나요?”

병을 또 다른 병으로 덮는다.

그것이 의사가 택한 치료 방식이었다.

남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데서 만족과 쾌락을 얻는 희귀병을 성관계를 훔쳐보는 것에 국한된 관음증으로 축소시키는 것. 서한빛이 엿보고 싶어 하는 타인의 사생활은 그 범위가 너무 광활하기에 내려진 처방이었다.

그 이후로는 관음증을 치료하면 된다고 한다.

“의사가 하는 말이니까 믿어봐야죠. 그래서 관음증으로 어떻게 바꾸라는데요?”

나는 의사가 어떠한 방법으로 관음증을 터득하라고 했는지 물어봤다.

서한빛은 말하기 민망한 듯 몸을 베베 꼬았다. 그러다 슬며시 나를 올려다보며 작게 얘기했다.

“현성 님 방 옷장에 숨어서 야한 짓 하는 걸 몰래 훔쳐보래요.”

“…진짜 의사가 그렇게 말했어요?”

“네. 무조건 현성 님이 하는 걸 봐야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했어요.”

철밥통을 데리고 올 걸 그랬다.

딱 봐도 방금 지어낸 거짓말 같은데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음. 한빛 님 죄송하지만 그건 어렵겠네요.”

“왜요? 제 병을 치료하는 걸 도와주기 싫으신가요?”

“아니 도와드리고야 싶은데….”

남에게 그런 짓을 하는 걸 보여주는 취미는 없다. 물론 서한빛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야 고려는 해보겠지만….

“누구랑 하라는 건데요?”

할 사람이 없었다.

여자 친구가 있다면 모를까.

아무나 붙잡고 하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고.

“네? 누구랑 하다뇨?”

서한빛은 내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혼자 하시면 되잖아요?”

이어지는 말을 듣고.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내가 오해하고 있었구나.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걸 훔쳐보겠다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스스로를 위로하는 장면을 엿보겠다는 의미였다니.

“아 그리고 용품 필요하시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몇 개 빌려드릴게요!”

서한빛 병은 그냥 치료 안 하는 방향으로 가야겠다.

***

근처에 숙소를 잡고 하룻밤 머무른 뒤 다음 날 정밀 검사까지 마쳤다.

제주도에서 볼 일은 이걸로 끝.

백소아는 협회 일 때문에 곧바로 복귀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일행들은 미발견 특수 던전으로 향하기로 했다.

깨비와 핑핑이를 5성으로 진화시키기 위해서였다. 겸사겸사 다른 4성 마물들도 늘리고 영혼에 여유가 남으면 다른 5성도 진화시킬 생각이다.

마석은 걱정할 필요 없었다.

내게는 탁재환 교관이 있으니까.

“환전소에 있는 마석은 전부 털어왔다!”

마석 환전소에서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탁재환 교관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입이 아주 귀에 걸렸네.

마치 소풍을 목전에 둔 어린아이같이 순박한 모습이다.

‘…웬만해서는 탁재환 교관님은 두고 가고 싶었는데.’

도박 중독을 치료시키기 위해서는 데려가지 않는 게 맞지만 마석만 쏙 받고 버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뭐 하냐 이현성!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가자!”

“예….”

우리는 지체 없이 특수 던전이 잠들어 있는 해운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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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The Academy’s Only Monster Summoner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a madman in the novel who confessed to the heroines and was dum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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