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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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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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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목 빠지게 고대하던 때가 왔다.

모든 준비가 끝나 지긋지긋한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되어줄 때가.

저 문고리를 잡고 여는 순간부터. 대문이 열린 뒤 그들에게 손에 쥔 걸 내던지며 마지막 한 마디를 건네는 시점부터 나는 해방된다.

다름 아닌 이 빌어먹을 집구석에서 말이다.

해방감. 고양감. 이와 더불어 형용할 수 없는 기대감에 잔뜩 부푼 채로 나는 그 문을 열어재꼈다.

달칵하고 대문이 열린다. 여기에 발을 디디는 것도 무려 일주일만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감회 같은 건 없다.

얼마 전에 염색해 핑크색으로 물든 웨이브 머리카락이 돋보이니 금방이라도 눈가가 움찔할 뿐이었다.

“야 넌 일주일 동안 어딜 쳐 싸돌아 다니다 이제 돌아와?”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팔짱을 낀 채로 단단히 화가 난 듯한 표정인 둘째 누나였다.

뭐 하나 맘에 드는 게 없어서 매번 태클이나 걸던 인간이다.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으로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주제에 정작 내가 성인이 되자마자 쿠사리를 팍팍 넣는다.

여기서 둘째라는 건 당연히 첫째도 있다는 뜻. 이 집안에서 부모를 제외하면 가장 연장자가 연달아 나를 쏘아붙였다.

“가지가지 한다. 네 동생 공부 좀 가르치라는 게 그렇게 싫었어? 가업을 물려받고 있어서 바쁜 마당에 내가 이렇게 직접 나선다는 거 자체가 우리 가족 전체에게 손해란 거 몰라?”

부모의 가업을 물려받는 길에 접어든 첫째 누나. 언제든 가족의 일이 우선이라며 가장 집안에서 여유로워 보이는 나를 아니꼽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과외 이야기가 나온 동생.

“아이 씨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이제 시험 며칠 안 남았는데 어쩔 건데?!”

금발로 염색하고 놀러 다니기만 했던 철부지가 튀어나왔다.

나보다 네 살 어린 주제에 반말이나 찍찍 해댄다. 존대까지는 뭐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지만 특유의 응석 부림으로 날 곤란하게 만들곤 한다.

막상 과외를 해줘도 왜 이렇게 설명을 못하냐며 찡찡대곤 엄마나 첫째 둘째 누나에게 쪼르르 달려가 일러 버린다.

정작 똑바로 공부할 마음도 없는 주제에.

‘그보다 한 사람 더 있었을 텐데.’

만약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면 부랴부랴 나타났을 또 한 명의 여자가 있어야만 했다.

어쩐지 지금은 바깥으로 나가 없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없어도 뭐 상관은 없나.’

한 명쯤 없다고 해봤자 별 상관은 없다. 적당히 자기들끼리 알아서 전달하겠지.

나는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 하나를 꺼내 던졌다.

“김민혁. 너 지금 우리 말 무시─”

“엄마야?”

“너 이씨…!”

툭.

안에 무언가가 잔뜩 들어 질량과 부피가 잔뜩 부푼 봉투가 제법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쳤다.

“김민혁.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일주일 동안 아무 소식도 없다가 집으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하는 짓이 돌팔매질이야?”

첫째가 가장 먼저 눈을 부라리며 쏘아붙였고.

“나한테 던져서 맞았으면 어쩔 뻔했어! 너 내가 엄마한테 이거 다 이를 거야!”

셋째는 자기한테 가깝게 던졌다며 일러바칠 것을 예고했다.

“이 새끼가…! 엄마가 나보고 너 때리지 말란 소리 했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둘째는 뭐 말할 것도 없이 손을 올리고 싶은 모양이다. 표정만 봐도 잔뜩 화난 게 보이니.

그러거나 말거나 세 여자의 물음에 대충 답하며 홱 돌아섰다.

“볼일 다 봤으니 이만 간다. 나머지는 알아서 버리던지 말던지.”

“뭐?! 야! 김민혁!”

“큰언니 쟤 왜 저래? 진짜 뭐 잘못 먹은 거 아냐?”

“하. 일단 이 돌덩이부터 치워야겠어. 이거 좀 무거운데 끄응. 내가 버리고 올게.”

“미안. 왜 이딴 짓을 했는지 듣고 따끔하게 꾸짖어 놓을게.”

둘째는 집안에 들어온 쓰레기를 치우러 갔고 첫째는 다시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김민혁! 너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얼른 돌아와. 어머니 곧 돌아오실 테니까.”

“내가 왜?”

“그렇게 걱정을 끼쳤는데 한 마디도 없이 집안에다 쓰레기나 달랑 던져놓고 다시 가겠다고? 장난하니 지금?”

쓰레기라. 뭐 하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렇게 부유한 집안이면 저 정도는 쓰레기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거라면 처음부터 본론만 꺼내는 게 더 나았겠네.

“그렇게 쫓아올 필요 없어. 이번엔 다시 안 돌아올 거니까.”

“뭐?”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뭐긴. 집 나간단 소리지.”

“흡.”

슬리퍼를 신고 쪼르르 쫓아온 막내가 그 소리를 듣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하 네가 미칠 대로 미쳤구나. 어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들한테 허락도 안 받고 또 이렇게 바깥으로 나가겠다?”

“더는 말 안 한다. 택시 타던 거 세워둬서 아깝거든.”

“택시비도 아깝다며 그러는 놈이 집을 나가겠다고? 퍽이나. 그래봤자 얼마 못 가서 돌아오겠지. 사회 생활도 못 해본 게 돈 없이 얼마나 버티겠어. 돌아오면 그땐 각오해.”

그럴 리가 있나. 첫째가 비웃는 통에도 난 멈추지 않고 택시 쪽으로 걸었다.

“출발할까요?”

“네. 목적지는─”

아이 씨. 택시비 아까워. 그 사이에 몇백 원 더 나왔네.

택시를 탄 나는 마지막으로 창문을 열어 한 마디를 남겼다.

“키운 값은 난 이미 줬어. 너희가 확인을 안 한 거지.”

부우웅-

택시가 출발하고 끝까지 코웃음치는 첫째의 표정을 마지막으로 나는 그들에게서 완전히 고개를 돌릴 수 있었다.

그래. 나는 오늘 이 집을 나간다. 일주일이나 집 밖에 있다가 돌아온 것도 이 한마디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부유한 집안이라 돈이야 넘칠 테지만 그래도. 혹시나 꼬투리 같은 게 잡힐 수도 있잖아?

때탄 돈도 아니고 직접 알바해서 번 돈이니 뭐라 하지도 못할 거다. 키운 값 이상의 어치는 했다고 장담하고.

‘가족에 허락이라.’

불현듯 첫째의 말이 떠올랐다.

미련 같은 건 아니다. 단지 위에서 신물이 올라서였다.

‘당신들이 날 가족으로 취급해주긴 했어?’

친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배척해대고 괴롭혀댔으면서. 가족이라는 말을 지금 와서 듣고 있으니 핏대가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뭐? 허락?

가족으로 생각했던 거라면 허락을 맡는 게 아니라 상의를 했겠지.

끝까지 너희는 최악이구나.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모두 거치며 교과서는 가족이란 단어에 이렇게 답한다.

가족이란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이라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가장 가깝고 깊게 이어진 관계라고 정의했다.

그밖에 더 많았다. 가장 힘들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 가정 내에서 행복을 나누며 숨을 거둘 때까지 끊어지지 않는 사람들 등.

단순히 저런 식으로 정의되는 게 아니라 몇 문장으론 부족해 문단 단위로 나눠 길게 늘여써야 할 판이었다.

그걸 막상 집 밖을 나와 떠올리고 있으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온갖 이상적인 문장을 다 갖다대고 어여쁜 미사여구들을 붙여봐야 내겐 와닿지 않는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내가 저 집에 발을 들였을 때 쏟아지던 시선들은 차갑고 날섰으며 따가웠다.

온갖 경멸과 혐오가 담긴 그 시선들이 꽂힌 뒤로 나는 한 시도 편안했던 적이 없었다.

‘집’이라는 가장 아늑하고 포근해야 했을 장소에서조차.

하지만 그것도 이제 오늘로 끝이었다. 학창 시절에서는 아무런 힘도 없었기에 그나마 이 집에서라도 의존을 이어갔어야 했지만 수능을 끝마친 현재에 있어서는 난 무력하지 않다.

짬짬이 시간을 내어가며 학업에 매진하면서도 몰래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꾸준히 모았던 돈은 자그마한 원룸에 들어가 살 수 있는 보증금을 만들어냈다.

스스로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긴 거다.

그래. 이른바 탈출.

나는 지긋지긋했던 집구석에서 탈출했다.

‘물론 월세에 학비 생활비까지 전부 충당해야 하니 알바는 더 빡세게 뛰어야겠지만… 그게 어디야.’

그 여자들을 안 보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한다. 아니 그것만한 행복이 없을 정도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어느덧 택시는 목적지에 와 있었다.

잡다한 상념들은 훌훌 털어버린 채 나는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알바를 하러 갔다.

***

알바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오늘 하루가 달게 느껴져서인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퇴근 시간이 됐다는 걸 직접 들었을 때였다.

“민혁이 너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니? 어휴. 참. 어떻게 자기 퇴근 시간이 됐는데 그것도 신경 안 쓰고 있어.”

중년 여성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사장님이셨다.

“벌써 그렇게 됐어요?”

“얼른 마무리하고 나와. 너는 하도 열심히 해서 내가 뭐라도 줘야겠으니까.”

나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직원실로 들어갔고 뒷정리를 조금 끝내고 나왔다.

점장님은 그 사이 주방에서 매콤달콤한 향이 가득한 음식을 조리하고 계셨다.

그 사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손님이 내게 음료를 건넸다. 정확히는 피로회복제다.

“드세요. 바쁘신 와중에 저 때문에 퇴근 시간까지 늦어졌네요? 하하.”

“별로 늦지도 않았어요. 손님 때문은 아닌데…”

“그래도요. 엄청 바쁘시던데 드시면서 해야죠.”

거절하려 해봤지만 주방에서 마무리를 마치고 나온 점장님이 “그냥 받어!” 라며 화 아닌 화를 내시자 어쩔 수 없이 받게 되었다.

“수고하세요~.”

내게 피로회복제를 건넨 마지막 손님은 그렇게 생글생글 웃으며 바깥을 나갔다.

점장님도 봉지를 내밀며 가게 문을 닫으니 비로소 오늘 하루의 일과가 끝난 것이었다.

“진짜 시간 빨리 가는구나.”

알바만 했는데도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간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어느 날은 더럽게 시간이 안 간단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은 뒷정리마저 끝내고 나니 아예 해가 져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넌 무슨 시간 타령을 하니. 나랑 동갑인 거 맞긴 해?”

“그럼 동갑이지 내가 너보다 동생일까 봐?”

“생기부 찾아보니까 생일은 내가 더 빨랐거든? 그럼 어쨌든 내가 누나는 맞지?”

“씨알도 안 먹힐 소리를.”

같은 알바생인 지은이가 틱틱대며 다가왔다. 정확히는 사장님의 친척이라던가. 자세한 건 잘 모른다.

아무튼. 그녀는 나한테 알바 자리를 알아 봐 준 고마운 지인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친절하게 가르쳐 준 친구이기도 했다.

“킁킁. 우리 고모가 또 열심히 하신다고 싸준 모양이네. 하긴 민혁이 넌 성실하니까.”

“…이건 평균 아니냐?”

“윽. 너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막 건성으로 일하는 거 같잖아.”

“맞으면서 뭘. 노는 시간 다 합치면 한 두 시간 어치는 빼야겠던데.”

“야아! 알바하면서 잠깐잠깐 쉬는 시간도 있어야지. 그리고 상대적인 거야. 네가 너무 빡빡하게 일하니까 내가 노는 것처럼 보이는 거라구!”

지은이는 내가 알바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얘기를 한참 설명하며 하소연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얘 말을 듣다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쉰 적이 거의 없었으니.

“으… 여러모로 대단하다 증말.”

“뭐?”

“아무것도 아냐.”

무덤덤한 반응에 지은이는 질렸다는 표정을 짓고는 화제를 돌렸다.

“흠흠. 그보다 민혁이 너 그건 해봤어? 내가 톡으로 보내줬었잖아.”

“사실 묻고 싶은 게 그거지?”

“아니 그… 넌 어떻게 풀어나가나 궁금해서 그랬지. 내 방식은 영 진전이 없기도 하고… 아무튼! 솔깃했던 것도 사실이잖아? 돈 필요하다고 했었으니까.”

“그렇긴 한데.”

“그렇지? 흐흐.”

솔깃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가장 먼저 게임을 클리어한 사람에게 무려 상금으로 5천만원이라는 돈을 준다기에 더더욱 끌렸다.

그만한 금액이라면 얼마든지 집에서 따로 나와 살 수도 있고 대학 등록금이나 월세 걱정도 한참 미뤄둘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상금을 그렇게 걸어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그거 도저히 못 깨겠던데.”

“엑 너도?”

“너도라니… 어디까지 과대평가가 들어간 거야?”

게임 중에서도 특출나게 어려운 장르들이 있다. 이를테면 격투 게임이나 리듬 게임 탄막 게임 등 극한의 플레이를 추구하는 하드한 게임들 말이다.

그런데 지은이가 소개해준 게임은 그렇지 않았다.

알만툴이라는 굉장히 구세대의 툴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테크닉이나 숙련도는 고사하고 꼼수 같은 것까지 모든 게 도무지 먹히질 않는 장르였다.

“단순 쯔꾸르 게임이 아닌 것 같았어. 선택지가 고정된 줄 알았더니 잠을 더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바뀌더라고. 이런 미세한 변화 하나하나가 영향을 준다는 거지.”

“와아… 그럼 고를 범위가 너무 방대해지는 거 아냐?”

“그렇긴 해. 하지만 꼭 범위가 좁혀지지 않는 건 아니었어. 게임 내에서 힌트를 조금씩 주긴 하니까.”

“흐응. 그렇게 단정까지 짓는 거 보면 뭔가 알아낸 게 있나 보네?”

“…뭐. 있긴 하지.”

“역시 그렇지? 너라면 찾아냈을 줄 알았다니까?”

말이라도 해 보라며 어디까지 갔냐며 그녀는 내게 답을 재촉했다.

곰곰이 플레이했던 게임을 떠올려보자면… 허탈한 웃음부터 나온다.

‘뻔하지 뭘.’

그건 애초에 클리어하라고 만든 게 아니었다.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포기해. 단순히 사람 약올리려고 만든 걸테니─ 쿨럭 쿨럭!”

이따금 나오는 기침이 오늘따라 유독 거칠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입에서 신물이 섞여 나오기까지 했다.

땅바닥에 묽은 타액들이 흩뿌려진 뒤 몇 번이고 거친 목소리가 나오고 나서야 기침은 멎어들었다. 지은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손수건을 건넸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너 정말 괜찮은 거야?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까 응급실로 가보는 게 낫지 않겠어?”

“…그 정도로 심각한 거 아니야. 오늘만 조금 피곤한가 보지 뭐.”

“그래도…”

“먼저 들어가서 쉴게. 입맛도 영 없어서 이건 너 먹어라.”

“어? 앗. 미 민혁아!”

뒤에서 치이… 하고 풀죽은 목소리가 울려퍼졌으나 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따금 나오는 거친 기침과 함께 그 게임 이야기는 자연스레 마무리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평소와는 다른 평온함에 잠시 젖어들었다. 비록 온수가 아닌 냉수로 몸을 씻었고 푹신한 침대가 아닌 딱딱한 매트에 드러누웠다지만 고요한 정적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나만의 보금자리.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휴식의 공간.

나의 집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달가웠다.

하지만 정적은 그리 길지 못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뭔가 싶어 울리는 폰을 보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그 전화를 받아들었다.

-어라 받았…! 민혁이 너야? 잠깐만 잠깐만 누나랑 이야기 좀 해. 응?

뚝.

“누나는 무슨.”

목소리를 듣자마자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둘째였다.

아예 차단을 해뒀는데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내 폰은 온갖 메시지와 톡 부재중 통화로 가득했다.

차단된 번호는 그대로였다. 그럴 일 없겠지만 차단이 풀린 적은 없다. 처음 보는 번호인 거 보면 둘째 그 인간이 계속 빌리기라도 한 모양이다.

이제는 저장된 이름조차 없는 그들이 그럼에도 번호는 뚜렷하게 기억나는 그들이 나를 왜 찾는 건지 모르겠다.

‘어차피 친가족도 아니면서.’

…그래서인지 유독 그 게임이 뚜렷하게 기억나기 시작했다.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어 주인공 녀석의 배경을 확인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었다.

“내일은… 딱히 일정이 없었던가.”

탁-

손님에게 받았던 피로회복제를 땄다. 이거면 몇 시간 정도는 더 할 수 있겠지.

나는 어느덧 윙윙 울려대는 폰에는 관심을 끈 채 컴퓨터를 켰고 그 게임을 또 다시 플레이하고 있었다.

[ 새로 시작 ]

[ 이어 하기 ] ←

[ 끝내기 ]

심플한 창이 떠오르고 이어하기 버튼을 눌러 진행했다.

어제 하다 관둔 에피소드가 나왔다. 선택지를 보자 정답인 게 뭔지는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던 이전과 달리 굉장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꼭 이런 게 나온다니까. 이해가 안 가네.”

나였으면 그러거나 말거나 내버려 뒀을 텐데 말이야.

“…에휴. 깨려면 별수 없지. 죽으면 안 되는데 뭘 어떡하겠어.”

선택지를 고르자 이게 정답인 것이 확정되며 죽진 않았다.

게임은 에피소드를 클리어했다는 문구를 보이며 다음 진행으로 넘어가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바로 그때.

모니터 화면이 조금씩 흐려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피로회복제를 먹었는데. 왜 이리 졸려…?’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였을까. 잠이 미친 듯이 쏟아져 왔다.

***

-똑똑.

음…?

웬 노크 소리가 들린다.

다른 집이겠지. 우리 집 노크 소리가 저럴 리 없잖아. 날 찾아올 사람도 대놓고 없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다른 집이겠거니 하고 반응하지 않았다.

-똑똑.

그런데 노크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 정도면 나를 부르는 게 맞다.

“아이 씨… 뭐야? 월세 낼 때는 아닌데…”

짜증으로 가득한 채 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그제야 노크 소리가 왜 달랐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

경악했다. 자취방이 아닌 넓디넓은 방이 있다는 것에.

딱딱한 매트가 아닌 푹신한 침대의 감촉이 느껴진다는 것에.

그럼에도 전혀 다른 이질적인 배경을 보고 있다는 것에.

‘여기 뭐야? 내가 뭔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거야?’

바보처럼 입을 떡 벌린 채 눈을 비비고 또 비벼봐도 내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어느 여자의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온다.

“카르세인 님. 더 늦으시면 곤란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등골이 싸해졌다.

“뭐? 카르세인?”

그거 내가 하던 게임 캐릭터 이름이잖아.

몇 번이고 죽어대던 개복치나 다름없는 그 카르세인이… 나라고?

눈앞에 비친 거울은 희미하지만 도트로 된 카르세인의 얼굴을 의인화시킨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도 내 얼굴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리메이크시켜 다시 씁니다.

자세한 건 공지로 하나 더 올리고 지금부터 빠르게 바꿔서 써 올려 보겠습니다.

그래서 3화가 바로 올라갔던 그때에 비해 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빨리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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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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