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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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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0

▶사치는 금물 이벤트가 진행 중입니다!◀

▶아리나를 만나 대화하세요!◀

[ 지정 장소 : 아리나의 집무실 ]

이사벨라에 이어 클레어와의 대화를 끝냈다.

더 이상 이 이벤트에서 만날 사람은 없을 테지.

나는 안심하고서 지정 장소인 아리나의 집무실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묘하게도 문이 살짝 열려 있었던 탓에 그 사이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큰언니이… 어떻게 안 돼?”

새어 나온 건 틀림없는 플로라의 목소리였다.

다만 그 목소리가 제법 부탁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플로라가 아리나를 찾아오는 것 자체는 딱히 이상할 게 없다.

뭘 하러 왔는진 몰라도 그녀는 얼마든지 아리나를 찾아와 부탁할 수 있다.

하지만 카르세인과 달리 대우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생각 없이 놀아달라 조른다 하더라도 아리나는 별다른 말 없이 받아줄 테지.

현실에서 날 괴롭히던 막내가 그랬듯 플로라는 공작가의 모든 사랑을 듬뿍 받는 막내딸이니 말이다.

‘우선 잡념은 좀 제쳐두고.’

플로라가 왜 여길 왔는지는 주시할 필요가 있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이번 이벤트를 해결할 실마리가 저곳에서 튀어나오게 될지. 그걸 좀 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아리나가 한숨을 쉬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지만… 플로라. 카르세인에게 혹시 무슨 말을 들었다거나 한 건 아니지? 어지간해선 카르세인이랑 같이 다니는 거 싫어했었잖아.”

나를 의심하는 거야 원래 들어왔던 소리일 테니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근데 같이 다니는 걸 싫어한다니? 저건 무슨 소리지?

“크 큰언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난 그냥… 걔랑 같이 가고 싶어서 그런 것뿐인데…”

“그런 거라면 클레어랑 같이 가도 되지 않아?”

“그게…”

플로라가 말을 확실히 담지 못하고 고민한다.

아마도 저게 이번 이벤트를 통과할 수 있을 만한 단서가 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는 동시에 내 눈앞으로 상태창이 띄워졌다.

-띠링!

▶플로라의 !@#%#@!◀

‘뭐야. 이거 왜 이래. 글씨가 이렇게 깨져 보이는 건데?’

그러자 곧바로 상태창의 문구가 바뀌었다.

▶오류 발생!◀

▶해당 분기에 개입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닙니다.◀

▶선택지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대안 결정 중…◀

‘뭐?! 이거 설마…’

두 번이나 겪지 않았던가. 시간이 멈추고 다른 분기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상태창이 떴음에도 이번에는 주변의 흐름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시간이 멈추지 않았다는 거다.

-띠링!

▶CHAPTER 2 – 에피소드 III의 진행이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주요 이벤트를 무시할 수 없는 영역에 들었음을 확인했습니다!◀

▶결과를 도출합니다.◀

▶두 개의 메인 에피소드를 동시에 진행합니다.◀

▶조금 더 효율적인 루트를 고르기 위해 시간이 지체됩니다. 현재 장면을 바탕으로 잠시 후 결과를 알립니다.◀

허. 두 개의 메인 에피소드를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그게 가능할 리가.

이 게임에서 메인 에피소드는 하나밖에 진행할 수 없다.

정해진 루트와 분기 조건을 만족해 해당 분기로 진입하는 것에서 갈래가 여럿으로 나뉘긴 하나 메인 에피소드가 둘로 갈릴 수는 없었다.

‘그렇단 건 이 상황도 다른 루트를 타면 제법 중요한 메인 에피소드란 거잖아.’

이전 사례를 통틀어 봐도 두 개의 에피소드가 합쳐져 전혀 몰랐던 새로운 에피소드의 형태로 탄생했다.

물론 그게 서브 에피소드나 히든 에피소드 쪽으로 합쳐지거나 변형되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따로 진행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됐다.

근데 그게 눈앞에서 펼쳐져 버렸다.

시스템은 내게 두 개의 메인 에피소드를 떡하니 내어주고 있었다.

그 사이 잠깐 끊어졌던 자매의 대화가 그대로 이어진다.

“카 카르세인도 바깥 활동을 안 한지 오래 됐으니까. 나랑 가면 어떨까 해서 그런 건데… 호위로 데려가도 좋잖아!”

“으음? 거기서 카르세인을 데려가겠다고?”

“안… 돼?”

“아니 그야… 카르세인도 사단에서 견습 기사로 활동하고 있으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아리나가 곤란한 듯 말을 얼버무렸다.

하긴 안 될 말이겠지.

카르세인을 호위로 데려가다니. 그건 어느 방면으로든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큰 발언이었다.

암만 입양된 자식이라 한들 바그란드 공작가의 자식이다. 카르세인을 바그란드 공자로 데려가는 거라면 모를까 호위기사로 데려가 버리면 그건 카르세인의 신분을 천민이라 광고하는 꼴이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자기 동생을 호위하는 기사라니. 기사단 측에서도 이건 위신을 생각해 호위기사보다는 바그란드 공자로 데려가는 게 낫지 않겠냐며 사정할 일이다.

역시 철없는 꼬맹이다웠다.

“플로라. 어째서 카르세인과 가고 싶은 건지 말해줄 순 없어?”

“그건… 안 돼.”

“…언니한테도 말 못 할 이유인 거야?”

“응. 절대 안 돼. 엄마라고 해도.”

“으음…”

아리나가 또 다시 곤란한 듯한 기색을 비쳤다.

어지간해선 막내의 부탁이라면 선뜻 들어주던 아리나지만 지금만은 섣불리 수락하지 않고 있었다.

‘여기까지 들은 내용을 종합하면 플로라는 단순히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고 싶단 얘긴데…’

그게 시발. 말이 되냐?

언제나 날 떼어버리려 하던 그 꼬맹이가 나랑 마차를 타는 것조차 질색하던 그 꼬맹이가 날 데려가겠다고?

클레어나 아리나 이사벨라도 아닌 나랑 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이번만은 아리나도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만큼 적당히 거절하겠지.’

그러나 나는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띠링!

‘…뭐?’

방금 또 다른 에피소드의 등장이 예고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플로라가 이렇게 카르세인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

“응? 으 으응…”

“언니가 노력은 해 볼 텐데 그걸 말해주지 않으면 언니도 이걸 무조건 허락해 줄 순 없어.”

“안… 되는 거야?”

“아니. 저 문부터 좀 닫고 차근차근 얘기해 보자는 거야.”

“앗 응!”

…엿듣는 것도 여기까진가.

할 수 없이 한발 물러났다. 이대로 들키는 건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에피소드 III. 악의의 잔재가 진행됩니다!◀

▶아리나와 대화를 끝마치고 의뢰를 수행하세요!◀

이미 에피소드는 진행된 상태.

작은 정보 하나라도 더 들고 가야만 했다.

-띠링!

‘…대화 내용이 들렸으면 좋겠네.’

▶아리나의 사재 공간◀

▶해당 장소는 위험 구역입니다!◀

[ 오래 머무를 경우 이에 응하는 페널티가 가해질 수 있습니다. ]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내용은 엿들을 필요가 있었다.

***

▶위험 구역에서 벗어납니다!◀

‘…틀렸나.’

기껏 페널티를 각오하면서까지 위험 구역에 들어왔지만 들리는 건 없었다.

어디 저 대화를 엿들을 만한 장소가 더 없을까 싶었지만 여기마저 안 들리면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그렇단 건 시스템은 저걸 아예 못 듣게 막았다고 보는 게 옳겠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으려 들 테고 말이다.

어쩔 수 없지.

그건 직접 부딪쳐서 선택지를 골라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우선 상태창으로 고개를 돌려 본다.

-띠링!

▶에피소드 III. 악의의 잔재가 진행됩니다!◀

▶아리나와 대화를 끝마치고 의뢰를 수행하세요!◀

‘크게 달라지는 건 없구나.’

둘 다 아리나와의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선 진행이 불가능했다.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고 들어가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일부러 그 자리에서 벗어나 한 계단 쪽에서 기다렸다.

“…!”

머지않아 계단 쪽으로 내려오려는 플로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주 자연스럽게 계단을 올라오는 척하자 플로라가 무심코 내게 물었다.

“왜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야?”

철없는 꼬맹이는 역시 어디 안 가는구만.

적절하게 타이밍을 보고 의심을 피하려 빠졌으니 망정이지 듣기라도 했으면 금세 소리치며 날 곤란하게 만들었을 거다.

여기선 사람 하나쯤 팔지 뭐.

“클레어가 나더러 아리나를 찾아가 보라길래 찾아온 건데 뭐 잘못됐냐?”

“작은언니가…?”

플로라가 주춤거리며 홀로 중얼거렸다.

잠깐 멈칫하긴 했지만 내가 그 대화를 엿들었다거나 하는 의심을 지닌 기색은 아니었다.

“작은언니 때문이면… 그래 역시 그럴 리가 없지…?”

“뭐라 중얼거리는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플로라는 치맛자락을 붙잡으며 그리 말하고는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 버렸다.

설마 들은 건 아닐까 하고 조마조마했던 모양인데 못 들었다고 하니 안심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뭔가 중요한 얘긴 한 것 같네.

“뭐 너한테서 뭔가 캐낼 수 있을 거라곤 어차피 생각도 안 했어.”

나머지는 부딪쳐 봐야 알겠지.

나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계단을 올라 아리나의 집무실 문을 열었다.

“누구 하아. 너는 노크하는 예절을 어디다 둔 거지?”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역시 핀잔으로 시작이다.

근데 나도 할 말은 있거든.

“예절을 왜 차려? 안에서 내 얘기나 하고 있었으면서.”

“…!”

“당사자가 듣고 있는데 그런 소릴 하고 자빠졌어? 그래놓고 예절 타령이나 하겠다고?”

노크 예절도 없다며 짜증부터 내던 아리나가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떤 얘기를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리나가 플로라와의 대화에서 카르세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건 사실이었다.

“플로라가 나를 호위로 데려가겠다라. 내 의사는 안중에도 없는 건가?”

들었던 얘기를 꺼내며 최대한 아는 척했다.

미끼는 던져졌다.

두 사람의 대화를 끝까지 듣지 않았으며 아는 것만 입에 담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는 척하며 비아냥거려 보면 아리나의 성격으론─

“함부로 말하지 마라. 다과회에 널 데려가고 싶다고 말한 걸 마치 잘못된 일인 것마냥 과장할 셈이냐?”

이렇게 걸리는 법이다.

그렇군. 다과회에 날 데려가고 싶다라.

문제는 플로라가 그 다과회에서 카르세인을 호위로 데려가는 거다 이 말이지?

이럴 거면 좀 더 기분 나쁘게 말할 걸 그랬나 보다.

아리나가 한숨을 쉬며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후. 우선 앉아라. 널 부른 용건부터 꺼내야 하니까.”

“그래.”

아리나의 말대로 소파에 앉았다.

여전히 삐투름한 태도는 바꾸지 않았다.

그게 거슬리는 듯 아리나는 눈매를 치켜세웠지만 말이다.

“큰 지출이 있었던 걸 확인했다. 그 돈으로 루스마이어 영지를 샀다지.”

“그게 뭐.”

“그게 뭐? 지금 그 태도가 옳다고 생각하나.”

아리나가 벽안을 형형히 빛내며 압박해왔다.

나도 기다렸다는 듯 준비해뒀던 말을 꺼냈다.

“루스마이어 영지를 사들인 게 귀족으로서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할 거라면 얼마든지 해보시지. 그 영지가 어떤 상황인지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네가 거기까지 조사를 하고 움직인 거란 말이냐?”

“그래. 약혼녀를 보기 위해 참석했던 파티장에 가 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시종이 있었어. 귀족들에 대한 분노가 어지간히 컸는지 파티장을 아예 망칠 생각까지 하고 있었지.”

그 말을 듣고서 아리나가 더 얘기해보라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야. 루스마이어는 고립된 위치에서 통행료조차 받지 못했어. 반대로 그들이 지나가려던 길은 통행료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설마 나머지 영지에서 단합을 했단 거냐.”

“잘 아네. 그런 마당에 마수들의 위협도 받고 있었지. 비호하는 가문은 없고 제때 도와주러 오는 놈들은 없지. 계속해서 망가지는 중이었어.”

심지어 여기서 제대로 도움도 안 받고서 소탕료를 내어주어야만 하는 실태까지 알리자 아리나는 침음을 삼키며 서류를 살폈다.

“…정말이군. 소탕료에 마수들의 시체까지 모드리치 백작가가 가져갔을 줄이야.”

아리나는 악랄한 놈들이라며 이 사실을 황실에 보고하기 쉽게끔 구비서류를 정리해 주었다.

그 사이 벽안에 깃들었던 분노가 한층 사그라들었다.

루스마이어 영지의 심각한 실태는 나의 존재 하나만으로 커버가 된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영주 직위를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려 했는지는 잘 알겠다. 하지만 카르세인 너는 과거에 이미 한 영지의 몰락을 초라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잊진 않았을 테지.”

왔군. 루스마이어 영지 얘기가 나온다면 필연적으로 찾아올 주제다.

영지와 관련된 분야에서 카르세인은 샤트렌의 수치가 된 사건을 절대 빼먹을 수 없다.

“영지를 거느리는 데엔 그만한 책임과 의무가 필요한 법이다. 만약 네 역량으로 부족하다는 게 여실히 느껴질 때가 온다면 반드시 공작가에 알리도록.”

역시 거기까진 이미 알아챈 모양이다.

이제 이쪽 재무 관리를 맡은 건 아리나였으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알리지 않을 거다.

알려서도 안 되고 알리고 싶지도 않다.

“중요한 이야기니까 한 번 더 말해두겠다. 카르세인 자칫 고집을 부렸다간 제2의 샤트렌이 만들어져 바그란드 공작가의 오명이 하나 더 생길 수도 있다. 네 역량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공작가에─”

“알아들었으니까 두 번 말하지 마.”

어느 정도 짜증이 섞인 소리로 아리나의 말을 끊었다.

실패하는 순간 게임 오버가 현실로 찾아올 걸 알고 있어서도 그렇지만 나도 그 사람들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대충 처리할 생각 같은 건 없었다.

“뭣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나 말하던가. 당장 난 루스마이어에서 벌어진 일들을 해결하고 똑바로 통행료를 받을 수 있게 조치하고 왔는데 이딴 소리나 들어야 하냐?”

제법 깔끔하게 대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내 모습이 아리나는 거슬려 보였던 걸까?

그녀가 화를 냈다.

“너는 새겨 들어야 할 충고를 해줘도 짜증부터 내는군.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암만 생각해도 네게 귀족의 명예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다.”

-툭.

“하지만 너는 정말이지 타고난 행운아다. 참으로 착한 동생을 두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난 지금 내 화를 누르고 딱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거다. 받아 둬.”

아리나가 내 앞으로 초대장 하나를 내밀었다.

장담컨대 이게 플로라가 들고 온 용건일 것이다.

“이게 뭔데?”

“귀족들이 모이는 다과회 참석 초대장이야. 최근 들어 플로라가 너를 따르려는 듯해.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네 동생이 꼭 부탁한다면서 가져다 준 거야.”

“다과회면 내가 갈 게 아니라 플로라 혼자 가도 상관 없는 거 아냐?”

꼬았던 다리를 풀고 반대쪽으로 재차 다리를 꼬는 아리나.

그녀는 여전히 나를 사고나 치는 철부지 보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듣자 하니 이번에는 한 사람씩 더 데려와 다과회를 즐기자고 하더군. 아까도 말했다시피 플로라는 너와 함께 그 다과회에 참석하자고 한 거야.”

여기서 아리나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고 말했다.

“이 다과회에 참가하는 건 전부 귀족인 데다 동부 귀족 회의에 참가할 귀족들도 제법 많이 포함된 모양이야. 참가하면 여러모로 조언을 얻을 수도 있겠지. 그래서 네 권한을 다시 부여할지 말지는 이걸로 결정할 생각이야.”

머리가 순간 멍해졌다.

내 권한을 다시 부여할지 말지는 이걸로 결정하겠다고?

-띠링!

[ 1. (중지를 날리며)엿이나 처먹으라고 해. 그 씨발 새끼들 모인 데를 내가 왜 가냐? ]

[ 2. (턱을 괴며)난 거기 안 가도 딱히 상관 없는데? 내 스스로 루스마이어의 영주가 되어서 권한을 얻은 상황인데 뭐하러 네 허락까지 받냐? ]

[ 3. (발끈하며 테이블을 내려친 뒤)엄마 말 못 들었냐? 내 권한이야. 돌려 달라니까? ]

[ 4. (얄밉게 어깨를 으쓱이며)그게 끝이면 그냥 돌아갈란다. 클레어한테 도와달라 하고 말지. ]

이걸로 플로라가 여기 와서 무슨 말을 했었는지 비로소 전부 알게 되었다.

그 꼬맹이는 나를 다과회에 데려가길 원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곳에서 모종의 사건이 벌어질 거란 예감이 들고 있다. 에피소드가 이걸 가리키고 있단 느낌도 마냥 무시할 순 없을 테고.

어쩌면 진짜 목적은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어째서일까.

왜 아리나가 하는 말이 첫째의 말로 들리는 걸까?

-막내 좀 챙겨! 하나뿐인 네 동생은 네가 걱정돼서 저러고 있는데 넌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저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더러 플로라를 막내를 챙기라는 말이었다.

차가운 피가 감돌기 시작한다.

역겹지만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진 않는다.

‘이야. 오늘은 두 번이나 엿을 먹네.’

머릿속으로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화는 나지도 않는다. 어지간히 어이가 없어서.

올라오려던 열기조차 억누른 채 나는 이미 선택지를 보고 있었다.

막내를 좀 봐달라고?

그래. 원하는 대로 해드려야지.

다른 선택지들은 이미 나사들이 하나씩 빠졌기 때문에 뻔히 답이 보였다.

사실 내키진 않지만 내 패는 끝까지 숨기는 게 좋다.

그러니. 이 선택지를 고른다.

[ 5. 다과회라고 그랬지? 까짓 거 다녀올게. 약속은 꼭 지켜. ]☑

“다과회라고 그랬지? 그래. 다녀올게.”

아리나가 원하는 건 결국 내가 자기 말을 들어주길 바라는 것뿐이다. 단지 플로라라는 한 동생을 위해서.

굳이 지금 절약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지만 당장은 시간이 좀 더 흘러야만 한다. 그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집무실에 틀어박혀 기분만 상할 바에야 바깥에서 뭐라도 정보를 얻어오는 편이 낫다.

하지만 그딴 건 내 목적이 아니다.

그곳에도 동부 귀족 회의에 참가할 자들이 있건 말건 내 알 바 아니다.

곧이곧대로 아리나의 말을 들을 생각? 추호도 없다.

물론 이대로 아리나의 말을 들어서 회의 참여 권한을 얻어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미 보았지 않던가?

나의 현실이 그랬고 그 메모리얼이 알려준 것처럼 카르세인은 그 어떤 것도 인정받지 못할 거다. 설령 그런 게 있다고 해도 나는 저들을 위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네가 주는 권한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회의 참여 권한은 내가 직접 루스마이어 영지로 증명해 낼 것이다.

바그란드 공작가의 카르세인이 아닌 루스마이어의 영주로서.

그러니 이번 다과회는 다른 이유로 참석하게 될 것이다.

“거기서 많이 배우고 와. 다녀온 네가 조금이라도 바뀌어 있다면 회의 참여 권한은 문제없이 돌려받을 수 있을 거다.”

방문을 열고 나가려던 내게 아리나가 충고했다.

많이 배우고 오라고?

웃기지도 않을 소리를.

지금부터 내가 그 다과회에서 뭘 하려는 건지 알면 놀라 자빠질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얼마든지 화내도 좋아. 나도 곱게 돌아올 생각은 없어서 말이야.’

난 다녀올 거란 말만 했지 거기서 사고 안 칠 거란 말은 안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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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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