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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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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1

큰언니 아리나에게 부탁을 마친 플로라는 집무실에서 나오자마자 카르세인을 만났다.

덕분에 생글생글 웃고 있었던 입가도 근심으로 인해 그 미소가 삽시간에 걱정으로 잦아들었으며 혹시 카르세인이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계단을 올라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쯤 나오는 거지…?”

큰언니의 방으로 들어간 카르세인이 나오는 데까지 제법 오래 걸린다.

큰언니는 분명 카르세인에게 잘 말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걸리면 플로라도 초조해지기 마련이었다.

그러고 보면 언제나 곧바로 들어주겠다던 큰언니도 이번만큼은 조금 고민하는 듯했는데…

“무리한 부탁이었던 거야…?”

그럼 안 되는데.

하지만 한편으로는 카르세인 쪽에서 다과회 초대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플로라가 울적해진 마음으로 고개를 떨궜다.

바로 그때.

카르세인이 문을 열고 나온다.

-달칵.

‘헙!’

플로라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고서 계단 옆으로 몸을 숨겼다.

못 들었겠지.

아마도 못 들었을 거다. 여기서도 안 들렸으니까.

“거기서 많이 배우고 와. 다녀온 네가 조금이라도 바뀌어 있다면 회의 참여 권한은 문제없이 돌려받을 수 있을 거다.”

큰언니의 목소리. 플로라의 귀가 쫑긋 섰다.

거기서 많이 배우고 오라고 말하는 걸 보면 카르세인도 다과회에 가보겠다고 대답한 거겠지?

혹시나 카르세인이 거절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큰언니의 목소리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 버렸다.

다만 카르세인이 이곳으로 걸어오리라는 건 전혀 생각치 못했다. 덕분에 카르세인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플로라는 흡! 하고 잔뜩 긴장해야만 했다.

“뭐 하냐 여기서?”

“응? 어 아… 그…”

뭐라고 말하지.

순간 눈동자가 핑핑 돌던 플로라는 아무렇게나 되란 식으로 말했다.

“내 내가 여기 있는 게 뭐 어때서!”

“…허?”

카르세인이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러자 플로라는 제 발 저린 도둑이라도 된 것처럼 반응했다.

“올라갈 수도 있는 거잖아! 너도 아까 여기 있었으면서!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될 이유라도 있어?”

당연한 권리지 않나.

공작가의 막내딸이 이곳을 걸어가는 것. 아주 당연한 이치였다.

플로라는 자기가 여기 있어봤자 꼬집힐 건 딱히 없을 거라며 당당하게 맞섰다.

그게 오히려 더 속이 훤히 보인다는 걸 전혀 모른 채로 말이다.

“누가 뭐랬냐?”

“…응?”

“아무 소리도 안 했는데 혼자 왜 호들갑이야? 참나.”

카르세인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플로라가 혼자 호들갑을 떨었다.

이 상황이 그리 정리되는 것 같자 할 말이 없었다.

플로라는 그게 괜히 싫어서 투정을 부려 본다.

“나한테 그런 말 할 입장이야? 너 나 때문에 언니한테 기회 받은 거면서. 이번에 내가 부탁한 거 아니었으면 동부 귀족 회의에 참여할 권한도 못 받는 거였잖아!”

“그래서 뭐? 너한테 감사라도 하라고?”

“그 그러는 게 맞는 거지!”

그리 긍정하니 카르세인이 또 한 번 헛웃음을 흘렸다.

“아. 그래. 그런 걸로 쳐두자. 그 다과회는 어디서 몇 시에 열리는데.”

“겔게튼 자작가의 별장에서 열려.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약 두 시간 뒤겠네.”

“…어떻게 알았어?”

“거기 너. 마차를 대어 두도록.”

카르세인은 그 질문엔 답하지 않고 외출 준비를 하겠다며 시종을 불렀다.

정말로 어떻게 안 거지?

***

두 시간 뒤.

하녀들에게 꼼꼼히 치장받은 플로라의 모습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공작가의 귀한 막내딸이었다.

너무 귀엽고 예쁘다고.

하녀들은 가슴을 부여잡거나 묘한 짜릿함에 감기는 등 저마다 오두방정을 떨어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 플로라는 불현듯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듯한 기분을 받고서 오히려 불안에 잠기게 되었다.

“혹시 카르세인은 치장 받고 있어?”

하녀들은 뜬금없는 질문에 “도련님이요?” 라고 되묻더니 피식하고는 아무 문제 없다며 플로라의 걱정을 한 움큼 덜었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한 번 더 플로라가 물었으나 걱정 붙들어 매라는 말과 함께 그들은 남매의 돈독한 사이를 보며 훈훈한 미소를 짓곤 했다.

치장을 마치고 내려온 플로라.

카르세인이 어디 있냐 물을 필요도 없이 그는 마차 앞에 서 있었다.

‘원래… 카르세인이 이랬었나?’

벽에 기대고 있는데도 기럭지가 길어 올려다 봐야 할 정도였다.

게다가 키만 큰 게 아니었다.

말라빠진 몸이라 볼품이라곤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고 있는 카르세인은 단순히 말라깽이였던 옛날과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많이 바뀐 거지?

플로라는 카르세인을 멀뚱멀뚱 보며 그리 생각했다.

“뭐 하냐? 거기서.”

“으 으응?”

“왔으면 얼른 가자. 늦어서 좋을 것도 없잖아.”

맞는 말이다.

늦으면 안 좋다. 귀족들 사이에서 약속 시간보다 조금 빨리 도착하는 건 불문율이다.

그런데… 지금 카르세인의 모습은 플로라의 성에 차지 않았다.

“왜 그렇게 입고 온 거야?”

“뭘. 제대로 잘만 차려입었는데.”

“이게 어딜 봐서! 귀족들만 모이는 곳인데… 더 제대로 차려입고 가야 한단 말이야!”

그렇다. 카르세인은 현재 수수해도 너무 수수하다.

귀족들이 어느 정도 검소하게 입는 건 겸양의 미덕을 지키고자 함이지만 이건 적당히 수수한 수준이 아니라 심하게 수수하다.

슴슴하게도 아무런 장식이 달려 있질 않다.

귀족의 기품이나 품위를 상징하는 심볼도 없다.

그마저도 바그란드 공작가의 문양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조차 없는 의복. 가지고 있는 거라곤 한 자루의 검 정도밖에 없었다.

깔끔해도 너무 깔끔한 복장인지라 플로라는 그게 불만이었다.

“다과회라며. 그래봤자 차나 마시는 모임일 거 아니야. 거기서 남자인 내가 뭘 하려고 그런 돋보이는 옷을 입어야 하는데?”

“그치만… 너도 귀족인데…”

“여자 귀족들이 모이는 장소에 날 초대해 놓고 화려한 복장을 한 남자가 끼어드는 건 그냥 엿이나 처먹으란 소리 같은데. 아니냐?”

다과회라고 치부해 버리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다과회가 아니다.

“다른 영애들도 사람을 데려와서 얘길 나눌 거야! 너만 남자인 것도 아닐 거라고!”

다들 한 사람씩 데려오자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되면 꼭 여자들만 모이는 장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카르세인은 응하지 않는다.

“됐어. 시간 없으니까 그냥 가지?”

“…”

“정 쪽팔릴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떼놓고 가던가. 클레어도 마침 저택에 있다던데.”

“아 진짜. 알았어! 그냥 가면 될 거 아냐!”

쪽팔린다고 떼어놓고 간다니.

절대 안 될 소리다.

어떻게 얻은 기회던가.

플로라에게 있어 이 다과회 자리는 카르세인을 제대로 소개하며 그간의 누명을 풀고 인식의 변화를 주는 게 목적이다.

옷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거기 데려가는 게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사실 다른 말을 하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좀 더 멋지게 차려입고 갔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바람을 담아서.

머지않아 두 사람이 타고 갈 마차가 도착했다.

‘왜 두 대지?’

플로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대의 마차를 번갈아보았다.

마차는 하나면 충분할 텐데 굳이 두 대나 불러온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마차 준비는 카르세인이 한 것이다.

그렇단 건 다른 사람들을 더 데려갈 생각인 걸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카밀라라던지… 응. 그럴 수도 있겠네.’

다른 가문의 영애들도 하인들을 데리고 가는 마차를 따로 준비할 때가 있다고 했었지. 그렇게 생각하면 딱히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카르세인은 최근 카밀라랑 자주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곤 했었으니까.

그 사이 카르세인이 마차 앞으로 먼저 나아가 문을 열었다.

그게 귀족 영애를 에스코트하기 위한 준비임을 알아챈 플로라는 쪼르르 달려가 카르세인의 손을 붙잡았다.

에스코트 과정은 한없이 매끄러웠다. 아니 매끄럽다 못해 완벽하다고 해야 할 정도다.

플로라는 키가 작은 편에 속하기에 키 차이가 이 정도로 나게 되면 대개 키가 조금 작은 시종에게 에스코트를 받아 불편을 해소하곤 한다.

그럼에도 카르세인의 에스코트에 아무런 흠이 없다는 건 이 정도로 상대를 잘 봐준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약혼녀 때문에 익힌 거야?”

“뭐?”

“이 에스코트 말이야. 약혼녀 때문에 익힌 거냐고. 원래 할 줄 몰랐잖아.”

“그래. 여러모로 배웠다.”

“…”

순순히 인정하는 모습에 괜히 플로라는 기분이 나빠졌다.

“뭐해! 에스코트 다 했으면 얼른 가야 할 거 아냐! 이러다가 늦는다구!”

그렇게 쓸데없는 투정까지.

왠지 모를 기분 나쁜 감정이 솟아오르는 채로 플로라는 마차에 앉았다.

“…?!”

갑자기 문이 닫힌다.

아무 말도 없이 카르세인이 닫은 것이었다.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플로라가 다시 문을 열었다.

“자 잠깐만!”

“왜?”

“너 왜 안 타…? 같이 가는 거잖아.”

같이 가는데 마차를 타지 않는다니.

그럼 설마 가는 시늉만 한 건가 싶어 곧장 뛰쳐 나왔다.

그러나 카르세인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한 투로.

“같이 가는 거니까 이렇게 타는 건데.”

그리 대답했다.

“저거 사용인들이 탈 거라 따로 준비한 거 아니었어…? 카밀라라든지.”

“네가 원해서 가는 다과회에 내가 카밀라를 왜 불러?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그럼 설마 너 지금 나랑 따로 타고 가려고 마차를 두 대 준비한 거야?”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아무리 날 싫어해도 마차까지 따로 타고 가는 건…

“잘 알면서 왜 묻냐?”

냉랭한 그 말에 금발 소녀의 한쪽 가슴이 곧바로 텁텁해졌다.

무언가 꽉 막힌 기분. 저 한 마디에 이루 못할 답답함이 찾아왔다.

“씨이…!”

카르세인이 바로 뒤에 있는 마차에 오르는 걸 바라보던 플로라는 곧바로 자기가 탄 마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종종걸음으로 카르세인이 탄 마차 문으로 달려갔다.

“헤론! 이 마차 열어 줘! 나도 이 마차 탈 거니까!”

“…알겠습니다.”

헤론의 손에 마차 문이 열렸다.

카르세인은 좌석에 앉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플로라와 눈을 마주쳤으나 별로 기분 나빠 하는 기색조차 없이 다시 한 페이지를 넘겼다.

“나도 이 마차 탈 거야!”

“그러던지.”

플로라가 입술을 꾹 문 채로 소리쳐봤으나 카르세인은 콧방귀나 끼며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헤론의 도움을 받아 마차에 올랐음에도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

머지않아 마차가 출발하고 있음에도 카르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괜히 제 쪽이 기분이 나빠진 플로라는 먼저 입을 열고 말았다.

“하나만 타면 되는데 왜 둘이나 부르는 건데?! 하인들만 더 힘들잖아!”

“글쎄. 너랑 사이가 좋다고 생각할 사람은 공작가에 아무도 없을걸.”

“…!”

“아 새로 들어온 하녀들 중에 모르는 사람이 몇몇 있기야 하겠네. 아무도는 아니고 몇몇은 모르는 정도겠다. 사실 그 정도만 해도 내가 마차를 두 대 부르는 건 이상하지 않잖아?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싸운 기억이 더 많으니까 문제 없이 가려면 어쨌거나 두 대 불러야 했겠네.”

꾸우욱.

플로라가 이를 부정하듯 주먹을 꽉 쥐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게 왜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부정하고 싶다. 아니 부정해야만 했다.

“아니야! 아니라고! 네 말 틀렸어! 그냥 한 마차 타고 가면 됐다고오!”

이렇게 화내려고 카르세인을 데려온 게 아니었다.

지금처럼 씩씩거리며 소리치려고 카르세인과 함께 마차를 탄 게 아니었다.

하지만 입술을 삐죽 내민 그녀는 영락없이 과거의 플로라 바그란드가 되어 있었으니.

“씨이…! 이 바보 멍청이!”

첫 단추부터가 이미 잔뜩 꼬여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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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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