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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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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3

두 번째 단서.

플로라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렴풋이 눈치를 챘었다.

이곳은 대놓고 카르세인이 당하기 딱 좋은 장소다.

누명을 씌우거나 망신을 주거나 사고뭉치로 만드는 등 공작가에서 플로라가 그랬던 것처럼 온갖 방식으로 괴롭히기 좋다.

그 말은 귀족이라는 공통적인 집합 안에서라면 얼마든지 카르세인이 고립될 수 있는 장소라는 뜻이기도 했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과거에도 카르세인이 이곳에 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 가정할 수도 있었다.

“그래. 거기까지는 가능성이었지. 이젠 아니고.”

환하게 빛나는 이 물체를 본 순간부터 그건 가정이 아니다.

확정이다.

카르세인은 과거에 이곳에 왔었다.

오늘처럼 다른 누군가와 함께.

“어디 보자고. 플로라 그년이 뭔 짓을 또 저질러 놨었는지.”

-띠링!

▶플로라의 손수건 메모리얼을 획득했습니다!◀

***

-챙강!

포크와 식기가 떨어지며 쇳소리를 내었다.

그 식기들은 지금 제 눈을 질끈 감고 있는 한 소년의 것이었으니.

방금 접시 위에 올려져 있던 음식을 먹던 소년은 식기를 떨군 채 콜록거리고 있었다.

큰 소리가 난 탓에 귀족들의 눈이 한쪽으로 몰렸다.

하지만 그런 시선들 따위는 카르세인에게 중요치 않았다.

-야 카르세인. 몸도 안 좋은 거 같으니까 겔게튼 자작가나 한 번 다녀와.

-겔게튼 자작가…?

-그래. 겔게튼 자작가 영지와 근방에서 나오는 식료품들은 대부분 최상급의 품질을 자랑해. 거기서 요식업계에서 굉장히 알아주는 요리사가 있다고 하니까 건강식이라도 챙겨먹고 오란 소리야.

몇 시간 전.

클레어가 그리 말했었다.

비실비실거리지 말고 건강이나 챙기고 오라는 명목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주변에 친구 한 사람 없냐며 다른 귀족들과도 어느 정도 접점을 만들고 오는 게 어떻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건강을 챙기고 오라던 카르세인의 눈앞에는 또 다시 음식이 아닌 것이 놓여져 있었다.

이유는… 하나뿐이다.

“플로라… 너…!”

배신감에 찬 눈빛으로 그는 반대편에 있던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금발 소녀는 웃고 있던 입매를 손으로 슥 가리고는 표정을 싹 바꿨다.

“어머. 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

그러나 저 걱정 안에는 다른 것이 숨겨진 눈빛.

그건 악마의 미소가 담겨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기 카르세인 공자? 그렇다고 해도 식기를 그리 떨어뜨리는 건 귀족의 겸양이 아니랍니다?”

“어머 어머. 아무리 그래도 식사 예의가 조금…”

“이해해 주세요. 카르세인의 건강이 엄청 나빴거든요.”

플로라는 요새 카르세인의 건강이 자꾸 나빠진다며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던 게 아니라고 말했다.

“마음이 아팠어요. 그러니 조금만 이해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쩜 그런 넓은 마음을 가지셨는지.”

동생으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 연기를 보이기까지.

그건 영락없이 오빠를 걱정하는 여동생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귀족들은 이게 무슨 신호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카르세인의 잘못을 꾸짖지 않는다. 플로라의 의도대로 그녀가 시킨대로.

새 식기를 가져오라 명할 뿐이었다.

머지않아 새 식기가 나왔다.

동시에 접시마저 가져가 새 음식이 가득 담긴 것으로 교체되었다. 아까보다 더 크고 많은 양을 담은 접시였다.

겉으로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이자 한 사람의 건강 회복력을 크게 증진시켜 줄 건강식으로서.

“제대로 먹어야지. 작은언니도 너보고 건강 챙겨 오라고 했잖아.”

플로라가 새 식기를 내밀며 곱게 눈을 접었다.

“오빠를 생각하는 동생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네요.”

“정말이지. 플로라 영애의 마음 씀씀이는 아무도 못 따라간다니까요?”

“겔게튼 자작가의 주방장이 아주 만족스러워하겠어요.”

귀족들이 히죽 웃으며 플로라의 말에 하나둘 거든다.

외통수였다.

차마 카르세인은 이곳에서 발을 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식기를 들어야 한다.

저 음식을 썰어 입에 넣어야 한다.

씹고 삼켜야 한다.

설령 저 요리들 전부가 켈비아 열매로 뒤덮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평하면 안 된다.

저 접시에 놓인 걸 비우지 않는 이상 그는 또 다시 바깥에서 사고를 친 망나니가 되어 버린다.

클레어에게 혼날 것이다.

아리나에게 꾸중을 들을 것이다.

이사벨라에게…

“으읍…!”

켈비아 알레르기로 인한 거부 반응이 올라온다.

카르세인은 어쩔 수 없이 얼굴을 찡그려 버리고 말았다.

“표정이 왜 그렇죠? 설마… 맛이 없단 건가요?”

“세상에. 미식가들도 입을 모아 칭찬하는 겔게튼 자작가의 요리잖아요. 그럴 리가 없죠!”

“너무 혼자 드시지 말고 천천히 음미하세요. 저희도 그러고 있으니까요.”

다시 식기를 든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그것들을 입에 넣는다.

참고 씹어야 한다.

꾸역꾸역 삼켜야 했다.

저 귀족들이 자신의 고통을 즐기고 있음을 눈치챘더라도.

그리고…

“많이 먹어. 카르세인.”

접시에 자기 것까지 올려주는 플로라의 악의를 눈치채고 있더라도.

단 한 마디도 해선 안 됐다.

“여기 손수건! 입 닦으면서 먹어.”

손수건이라니. 일부러 보이지 않게 왼쪽으로만 흘려버리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 순간 카르세인은 플로라가 미친 듯이 미웠다.

자신이 켈비아 알레르기를 앓고 있단 사실을 아는 건 이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그녀만 없었다면 정상적인 음식이 올라왔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플로라가 따라와 버렸다.

공작가 식당에서의 악몽이 이곳에서 되살아났다.

플로라의 입김이 들어가 버렸다.

저 음식들에 플로라의 악의가 들어가 버렸다.

이 자리의 귀족들이 전부 눈치채 버렸다.

소리칠 수 없다.

화내선 안 된다.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다.

기껏 해봐야 이 손수건을 꽉 쥐는 것뿐.

이 손수건을 향해 대신 무언의 일갈을 내미는 것뿐이었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

카르세인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음식을 씹어 삼켜야 했다.

***

뒷내용은 별거 없었다.

카르세인은 그 손수건을 이 쓰레기통에다 처박은 뒤 고통스러워하며 공작가의 마차를 타고 바로 돌아가 버렸다.

돌아간 뒤로는 클레어가 잘 먹고 왔냔 소리를 하자마자 울컥했던 마음이 튀어나와 버렸다.

-다시는 다시는 플로라랑 외출 안 할 거야! 절대로!!

그리고 녀석은 세 사람 모두에게 꾸중을 듣고 말았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손수건의 빛이 사라지고 이내 원래의 장소로 되돌아오며 상태창이 떴다.

▶메모리얼이 종료되었습니다!◀

“햐 이런 짓을 저질러 놓고도 카르세인을 다시 이곳으로 데려왔어?”

참 어이가 없다.

드디어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에 부풀었던 카르세인의 눈동자가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그리고 배신감과 좌절감에 휩싸인 채 힘겹게 억지로 입에다 음식을 쑤셔 넣어야만 했던 카르세인의 비참한 눈도 잊혀지질 않는다.

그런데도 플로라 바그란드는 또 다시 카르세인을 이곳으로 데려온 거다.

“정말이지 대단한 년이야.”

별개로 이 메모리얼은 또 다시 내게 역겨운 과거를 불어 넣었다.

과거의 나도 셋째 그년의 친구들 앞에서 아주 망신 꼴을 면치 못한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금방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띠링!

▶에피소드 III. 악의의 잔재가 진행 중입니다!◀

▶별장에서 카르세인을 위협하고 있단 것이 밝혀졌습니다!◀

▶달성도에 따른 성공 실패 결과를 플레이어에게 미리 안내합니다.◀

[ 성공 시 : 아리나의 친밀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

[ 실패 시 : 상태 이상에 걸려 하루 간 방에서 시달려야 하며 통금 시간이 생겨납니다. ]

통금 시간이라.

이건 또 왜 이렇게 딱 맞는 건지.

알바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였을까.

나는 머지않아 통금 시간이 만들어져 버렸다.

다름 아닌 셋째 때문이다. 어디선가 자꾸 늦게 들어오는 나를 보며 첫째에게 쪼르르 일러바친 탓에 왜 그렇게 동생을 걱정시키냔 소리와 함께 통금 시간이 만들어져 버렸었지.

그년 때문에 알바로 모을 수 있는 돈의 상당히 많이 깎였다. 뿐만 아니라 내 행동 자체를 제약당했으며 원치 않는 곳까지 끌려가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었지.

그래서다.

아마 지금 상황과 당시 내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아리나의 부탁으로 플로라를 챙기라는 부탁을 받았기에 만약 여기서 플로라에게 입김이 닿아 버린다면 여기서도 통금 시간이란 게 생기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지. 꼭 게임 시스템뿐만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켈비아 알레르기 때문이라도 앓아눕는 건 당연할 테지만 통금 시간은 위험해.”

공간적인 제약이야 어느 정도 해결 방법이라도 있지만 시간 쪽으로는 답이 없다. 절대 걸리면 안 되는 제약이었다.

“후.”

냉정하게 열을 삭히며 심호흡해 본다.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

빠르게 정보를 정리한다.

이 에피소드가 요구하는 건 카르세인을 향한 귀족들의 계획을 어떻게 피해가느냐다. 또한 얼마나 잘 회피했느냐에 따라 달성도가 채워진다.

나는 켈비아 열매가 잔뜩 들어간 음식들을 내어줬던 겔게튼 자작가의 별장에 와 있다.

과거 카르세인은 이미 켈비아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귀족들에게 들킨 바가 있다. 플로라에 의해서.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귀족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동행인으로부터 아무런 터치도 없다는 건 뻔한 일이다.

이 다과회는 결국 켈비아 알레르기를 가진 날 엿먹이기 위한 이벤트다.

어째서 지금껏 가만히 있었는지 답이 나왔다.

별장의 귀족들은 필연적으로 음식에 손을 댄 뒤 고통스러워하는 카르세인의 모습을 즐기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도 마찬가지일 테지.

악의의 잔재가 남은 장소에 카르세인은 또 다시 끌려왔을 뿐이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 이게 현실이야. 아리나. 동생부터 챙겨 보라고? 그 동생이란 년이 날 이리도 지독하게 괴롭히고 있는데?”

지랄 말라지.

나도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없다.

차가운 피가 감도는 걸 느끼며 플로라의 손수건을 주웠다.

그리고 빈 방을 나가 곧장 하인에게 물었다.

“거기 너. 다과회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알고 있나?”

“15분 뒤 정도일 겁니다.”

“15분이라.”

공작가를 떠나기 전 타샤가 겔게튼 영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가는 게 나을 거라며 언질을 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겔게튼 영지는 신선한 식재를 공급하기 위해 마을이 굉장히 가까운 장소에 붙어있습니다.

거리는 말을 타고 약 3분 내외.

충분한 시간이 남을 거라고 했다.

“그럼 잠시 외출을 좀 하고 오지.”

준비물을 구할 시간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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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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