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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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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06

시작하자마자 이런 식으로 한 방 먹이니 귀족들의 표정도 무겁게 가라앉았다.

‘귀족인 너희들이 제일 싫어하는 상황이 이거구나?’

하긴. 어련할까.

카르세인이란 천민과 동일선상에 놓이기조차 격히 거부하며 악행을 거듭해온 그들이라면 딱 이런 게 싫을 법했다.

천민이 귀족 행세를 보이고 있으니 당연히 맘에 들지 않는 거겠지.

‘이걸 좀 더 이용하면 더 감정적으로 나오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귀족들의 심기를 좀 더 긁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도중 헴넌이 표독한 얼굴을 애써 숨기며 다가왔다.

“흐흠! 모드리치 백작가에서 이 별장에 발을 들이려면 와글루 산을 반드시 넘어와야 한다는 걸 모르는가? 그것 때문에 어쩔 수 없었네.”

아하.

정답이 여기 있었구나.

“그걸 감안해서라도 더 빨리 출발했어야 할 텐데. 약속 시간에 딱 맞추기보단 그래서 더 여유를 두는 편일 테고.”

“그 그건 맞지.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 않나. 마차에 문제가…”

“변명이 과하군. 깔끔하게 사과 한 마디면 충분할 것을 그렇게까지 구구절절 추하게 말해야 하나?”

“…크윽.”

헴넌이 또 한 번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근데 나도 이건 멈출 생각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멈출 필요가 없었다.

“마차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던가. 이상하군. 예전에는 이곳에 올 때 한 통행로만 쓴다면 마차가 뒤집히지 않는 한 제 시간에 도착한다며 제일 늦게 온 나를 타박했던 것 같은데.”

마차 문제?

씨알도 안 먹힐 소리다.

메모리얼에서 공작가의 예의범절 교육 수준을 어지럽힌다며 한 마디 거들었던 건 다름 아닌 저 놈이었다.

“아 아니 그건…!”

“여기서 더 할 말이 있단 건가? 이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을 저버려 놓고도?”

그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거라며 똑바로 사과하란 소리를 입에 담았던 것도 바로 저 놈이었다.

“기 긴밀한 사이가 아닌 이상 그 정도가 예의의 선이라는 거지. 필수적인 건…”

“그걸 너 한 사람만 지키지 않겠다는 건가? 이런. 귀족의 위신을 이런 식으로 떨어뜨릴 줄이야.”

귀족의 위신까지 들먹이며 카르세인의 머리를 숙이게 만든 것도 헴넌 모드리치였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게.

“방금 내가 한 말 중에 틀린 거 있어? 플로라.”

플로라 바그란드.

이 꼬맹이었다.

“틀린 건… 없어.”

“그렇다는군? 아무래도 이런 건 내가 미숙한 탓에 틀릴 수 있어서 플로라에게 물어본 건데 틀리지 않은 모양이야. 안 그런가 헴넌 모드리치?”

씨익 웃으며 그리 묻자 헴넌이 부르르 떨었다.

머지않아 그는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너무나도 짧고. 너무나도 간결한 사과였다.

그 이상의 사과는 하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같은 귀족들에게라면 얼마든지 실수를 인정하겠으나 나에게만은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서 저리 짧게 끊은 거다.

귀족들도 이 불편한 상황을 타파하고자 수습에 나선다.

“이렇게 사과까지 하셨으니 이젠 문제 없지 않을까요?”

“사실 방금 저희가 그렇게 엄청 중요한 얘기를 하고 있던 것도 아니라서요.”

“헴넌 영식께서 만약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과회 자리가 깨질 정도는 아니었어요.”

귀족이 귀족에게 사과하는 거야 으레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귀족이 천민에게 사과하는 걸로도 모자라 고개를 숙인다는 건 있어선 안 될 일.

귀족들에게 있어 이는 자존심 그 이상의 문제였다.

그래서 귀족들은 은근슬쩍 헴넌이 내게 사과하고 있는 상황을 짧게 끊어내며 여기까지만 하라는 듯 여론을 조성한 것이다.

‘뭐 나도 여기까지만 하려고 했어.’

이건 나도 현실에서 당해봤던 거라 잘 안다.

똑같은 학생인 줄 알았더니 명문교랍시고 위에 서고 싶은 놈들이 이런 식으로 날 따돌리려 했었지 않나.

만약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가는 순간 내가 역으로 당하고 만다. 입장이 반대로 바뀌었다면 사정없이 몰아붙였을 테고.

그러니 아쉽더라도 내가 이쯤에서 손을 떼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넌 필히 느껴지는 게 있을 거야. 그렇지 플로라?’

슬쩍 눈을 굴려 플로라의 상태를 보니 제대로 맞춘 모양이다.

분명 그건 반 박자 늦는 대답이었으니까.

“…”

플로라는 두 손으로 치마를 꾹 잡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제야 옛날 생각이 이제야 좀 나나 보지?

그럼 똑똑히 알아둬.

과거의 네가 남겼던 그 잔재가.

네 악의의 잔재가.

여전히 카르세인의 몸에다 끔찍한 흉터를 새기고 있었단 걸 말이야.

***

다과회장이라는 사람 한 명을 조롱거리로 만들어 가지고 놀 화려한 무대는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른 귀족들이 혼신의 실드를 쳐가며 귀족의 체면을 살린 결과.

지각이라는 귀족으로서의 예절에 어긋났던 헴넌의 이야기는 씻은 듯이 사라졌고 동부 귀족 회의 주제로 넘어가며 영지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다.

“모드리치 백작가가 그때는 가장 높은 실적을 올렸다고 알려졌지 않나요?”

“영지민들의 호평도 자자했다고 들었어요. 생활 수준도 한층 상승했다던데.”

“이게 다 헴넌 영식께서 올바른 방식으로 영지를 이끌어서 그런 게 아니겠어요?”

제 얘기가 나오니 어깨가 활짝 펴진 헴넌이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답했다.

“하하. 이건 다 올바른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일 뿐입니다. 제가 대단하기보다는 아버지의 훌륭한 가르침이 있어서 그렇지요.”

“어머나.”

“물론 귀족의 모범이 되는 건 다른 이야기긴 합니다만. 하하하!”

이젠 아예 대놓고 들으라는 식이다.

귀족의 모범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질 않나.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이쪽으로 눈을 접질 않나.

우월감에 젖어 껄껄거리며 웃고 있는 것까지 보고 있자면 뒤는 뻔하게 예상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렇게 영지 주제가 나왔다면 다음에 내 언급이 나올 것도 확정이다.

“그보다 카르세인 공자께선 괜찮으실지 모르겠소?”

“그게 무슨 소린가요?”

“아하. 그러고 보니 다들 모르실 만 하겠군! 이런 이런. 이 빅 이벤트를 다들 모르고 계셨을 줄이야.”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헴넌이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카르세인 공자께선 최근에 루스마이어의 영주가 되셨네.”

“어머나.”

“영주라니.”

귀족들 사이에서 인위적인 탄식이 이어져 나왔다.

다들 이미 암암리에 들은 내용일 것이다. 천연덕스럽게 연기할 것도 없이 전부 다 아는 사실이다.

딱 한 명만 빼고.

“카르세인이… 루스마이어의 영주가 됐다고요?”

“그렇습니다. 플로라 영애. 아무래도 바그란드 공작가 내부에서도 말을 하지 않은 모양이군요?”

플로라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

에피소드 전개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사실을 아는 건 아리나와 클레어 정도가 전부였다.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영주가 되신지는 얼마 안 됐습니다. 저와는 통행료 건으로 마찰이 있기도 했었지요. 헌데 영지를 다시 관리하신다니. 이건 우려되는 부분이 아니겠습니까?”

“영주로서의 자격이 부족하신 분인데. 이걸 숨기려던 게 아니었을까요?”

“그게 아니면 일부러 숨기고 싶었던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샤트렌 영지를 망친 게 어지간히 부끄러우면 그럴지도요.”

귀족들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맞장구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을 보는 건.

“자네는 이런 중요한 얘길 안 하면 어떡하나. 응?”

헴넌이었다.

-띠링!

[ 1. 그걸 내가 왜 이 녀석에게 설명해야 하지? 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쓸데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고 싶진 않아. ]

[ 2. 네놈 이번에도 영지 이야기로 날 들먹여서 욕먹일 셈인가?! ]

[ 3. 건방지게 백작가 따위가 공작가의 일에 참견하지 마라. ]

[ 4. 뭐 중요한 건 아니니까. ]

[ 5. 너나 잘하지? 루스마이어를 망가뜨리고 있던 장본인 주제에! ]

이번 에피소드의 진짜 선택지가 나온 것 같다.

굵직굵직한 선택지는 거의 없다시피 했었지만 아무래도 영지 쪽과 관련된 걸 보면 이쪽이 내가 맞서야 할 문제겠지.

2 3번 선택지는 골로 가기 딱 좋은 것들이고.

5번은 헴넌이 그랬듯 영주의 자격을 운운해대며 귀족들이 물고 뜯기 좋아 보이는 선택지다.

1번은 플로라에게 이걸 왜 설명해야 하냐는 듯 얘기하고 있어 친밀도를 깎아먹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4번이 그나마 이 정도가 적어 정답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귀족이라면 몰라도 이 자식 상대로는 물러날 필요가 없어.’

이쪽도 가진 패가 있으니까.

[ 5. 너나 잘하지? 루스마이어를 망가뜨리고 있던 장본인 주제에! ]☑

“너나 잘하지 그래?”

“…뭐라?”

“헴넌 영식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다는 듯한 말씀이시네요?”

“잘못이라구요? 작년 동부 귀족 회의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신 헴넌 영식인데.”

“조언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너무하지 않나요?”

귀족들이 목덜미를 물어재끼려 들었다.

헴넌 역시 만족할 상황이 나올 것을 예견하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너희가 문 건 내 목덜미가 아니라 미끼거든.

“황실이 인증한 내 영지에 피해를 주고 있던 백작가의 기사들조차 관리하지 못하는 주제에 지금 나에게 뭐라 할 처지라도 된다고 생각하나?”

“…!”

“네? 저게 무슨 소리죠?”

“기사들…?”

“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건 내가 설명해야겠군. 백작가의 기사 세 놈들이 내 영지에 패악질을 부렸다. 무려 산적으로 변장해 약탈을 일삼았더군.”

처음에는 의문만 가지고 있던 귀족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날 내가 영주가 되어 찾아갔을 때만 해도 말이지. 한 여자아이가 골골 앓고 있는데 길조차 내어주지 않고 있었다. 당장 급해 죽겠는데 통행료를 낼 돈도 없을 거라며 동화로 노잣돈에나 쓰라던가.”

“아 아니… 그건!”

그래. 이렇게만 말하고 보상을 받았단 말을 하지 않으면 오해하기 딱 좋겠지.

근데 너도 어차피 거짓말할 셈이었잖아?

“맞아. 그게 끝이 아니지. 와글루 산을 넘어가는 유일한 평지가 루스마이어에 있는데 그 길을 쓰면서도 통행료 한 번을 내질 않았다던가.”

삽시간에 다과회장이 침묵으로 물들었다.

“내가 영주로서의 자격이 부족하다고 말하기엔 헴넌도 마찬가지로 영주의 자질이 부족해 보이는데.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귀족 영주가 과연 이런 행동을 일삼을까?”

이 질문으로 인해 카르세인을 깎아내릴 생각으로 가득했던 귀족들의 입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영지와 동부 귀족 회의 주제를 꺼내 카르세인을 압박하려던 그들은 영주의 자격을 운운하며 가장 높은 성과를 보였던 헴넌과 비교하는 것으로 공격해왔다.

그러나 헴넌이 차마 변호하기 힘든 만행을 저질러 버린 게 문제였다.

백작가의 기사들이 남의 영지에 피해를 주었다.

근데 그 세 기사들이 알고 보니 남의 영지에 약탈을 일삼던 자들이었다.

자기 가문의 기사들조차 관리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영주로서의 자질을 운운할 처지가 될까?

이 커다란 모순으로 인해 헴넌은 카르세인더러 뭐라 할 처지가 아니게 된 것이다.

“…여러분 이 자리에 아무래도 불청객이 끼어 있었던 모양이네요. 그렇죠?”

도저히 옹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걸 눈치챈 피테아가 여론을 뒤집었다.

그러자 귀족들도 피테아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러게나 말이에요.”

“저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분이셨군요.”

“실망이 크답니다. 헴넌 영식.”

“오 오해요! 그 기사들은 이미 다 처리했고 나는 그간 루스마이어 영지를 도와준 입장인…!”

촥!

부채를 핀 바람잡이 영애가 헴넌의 말을 뚝 끊어 버렸다.

“작년에는 잘 했을지 몰라도 이런 일이 생겼다면 이번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겠죠. 귀족에게 반성의 자세는 언제나 필요한 법이랍니다?”

“맞아요. 언제나 발전하는 귀족에겐 반성의 시간도 필요한 법이에요.”

“자숙의 시간과 더불어 회의 기간을 준비하기에도 좋아 보여요.”

말이야 번지르르하게 했다지만 저건 네가 잘못한 게 맞으니 그냥 나가달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헴넌은 눈이 튀어나올 기세로 나를 노려보다 그 충혈된 눈을 유지한 채로 자리를 벗어났다.

많이 분했는지 문을 열고 닫는 소리가 제법 컸다.

-띠링!

▶적절한 언변으로 헴넌을 퇴장시켰습니다.◀

▶선택지 이상의 결과를 불러 일으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 달성도 10%가 추가됩니다! (현재 수치 : 45%) ]

[ 영지 주제가 사라져 샤트렌의 수치 얘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

“이 얘기는 그만 하는 게 좋겠어요. 저런 일이 있었을 줄은…”

“피테아 영애의 의견에 동의해요.”

“저도요! 이런 얘기는 그리고 영애들이 끼어들기엔 조금 버겁기도 하잖아요?”

“그렇지. 안주인들은 대개 영지보다는 가문을 관리하니 말이야.”

상태창의 보상이 뜻하는 대로 그들은 곧장 영지 얘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대망의 순간이 찾아왔다.

“저기. 여러분들에게 드릴 말씀이 있어요.”

“플로라 영애께서 저희에게요?”

“궁금하네요. 어떤 말씀이시기에?”

이 꼬맹이가 입을 열자마자 귀족들의 눈빛이 확 살아났다.

“플로라 영애. 그 얘기는 죄송하지만 조금 미뤄도 될까요?”

마치 이걸 신호로 받아들이기라도 한 건지 피테아 겔게튼이 선뜻 나섰다.

“다들 짐작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겔게튼에 있어 사실 다과회라는 건 없어요. 저희의 대접은 언제나 입을 즐겁게 해주는 요리였으니까요.”

-짝짝.

피테아 겔게튼이 손뼉으로 신호를 보내자 정면에서 요리 카트가 들어왔다.

“중요한 얘기라고 하셨으니 먹거리를 조금 곁들이는 게 맞다고 봐요. 말씀들을 많이 나누시기도 하신 터라 배가 출출하시기도 하실 거구요.”

이 시간에 맞추어 별장에서 요리를 준비해 놓았으니 이 얘기는 가볍게 식사를 거들며 진행하는 게 어떻냐고 물었다.

플로라는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채로 괜찮다고 답했고.

“카르세인 공자께서도 괜찮으시겠지요?”

나를 향한 질문 역시 피테아는 마다하지 않았다.

“겔게튼 가문의 요리라면 환영이지.”

귀족들은 그 순간 눈웃음을 짓는다.

카르세인의 미래를 직감한 그들은 저마자 눈동자에 기대와 희열을 담고 있었다.

달각거리며 음식들이 하나둘 테이블에 올라온다.

그리고.

-띠링!

▶섭취 시 켈비아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내 눈앞에는 예상했던 메시지가 떴다.

‘슬슬 여기서 나갈 때가 왔네.’

***

이 준비된 무대에서 그는 불판 위에 올려진 물고기에 불과하다.

팔딱거리며 우스운 춤사위를 보이고 그걸 지켜보는 귀족들을 만족시켜 줄 한낱 조롱거리일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째서인지 그 춤사위를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호위기사를 자처해버리질 않나.

루스마이어의 영주가 되었다기에 영주의 자격을 운운하려 했더니 헴넌이 오히려 쫓겨나 버리질 않나.

깔아둔 덫이야 차고 넘쳤음에도 카르세인은 족족 운좋게 피해갔다.

‘그래봤자 그 운도 여기까지인 모양이지만요.’

피테아는 속으로 카르세인을 비웃으며 불안의 씨앗을 완전히 잠재웠다.

“이건 제 특수 레시피로 만든 신메뉴랍니다. 여기 계신 분들께만 먼저 드리는 것이니 모쪼록 즐겨 주셨으면 좋겠네요.”

“어머. 이런 귀한 기회가.”

“겔게튼의 신메뉴를 먼저 맛볼 기회는 흔치 않은데. 감사하네요.”

“꼭 남김없이 먹어야겠어요. 그렇죠?”

“그럼요! 이걸 남긴다면 피테아 영애의 성의를 무시하는 거라구요.”

옳은 말이다.

남김없이 먹어야 할 것이다.

이건 특별한 기회니까.

눈앞에 놓인 이 음식들만은 피해갈 수 없으리라.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그는 켈비아 열매라는 특수한 독을 제 입에 스스로 쑤셔넣어야 할 것이었다.

시선이 검푸른 머리카락의 사내에게 쏠렸다.

‘자 어서.’

‘식기를 들어 얼른 입에다 그 음식을 쑤셔넣어.’

‘그리고 우리에게 보여줘. 하나도 빠짐없이.’

음식 안에 들어간 켈비아 열매의 부작용이 고스란히 나타나 고통에 몸부림치는 카르세인의 모습이야말로 이곳에 모인 귀족들이 즐길 가장 큰 무대였다.

그러나.

-챙그랑.

그는 자신 앞에 놓인 두 식기를 뒤로 휙 던져 버렸다.

어찌 된 일인지 다들 눈만 꿈뻑거리고 있던 찰나.

“풋.”

카르세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안면에 띠었다.

“이거 호위기사보다 못한 취급이군 그래.”

말이 끝나는 동시에 그는 안주머니에서 약병 하나를 꺼냈고 그걸 그대로 자기 앞에 놓인 접시에 가득 부었다.

그 순간 음식의 색이 짙게 변색되었다.

귀족들은 저게 음식에다 뭐 하는 짓이냐며 암암리에 카르세인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불거졌었으나.

“말했지 플로라. 나는 이 다과회에 들어올 게 아니라 그냥 공작가로 돌아가는 게 맞을 거라고.”

“…”

한 소녀에게만은 이 상황이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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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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