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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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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0

날 따라오겠단 말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러자 하르니에는 내 손을 꼭 잡고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듣고 보니까 맞는 말 같아서요. 나도 후작한테 잔소리나 들을 바에야 바깥에서 머물러야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당신을 따라갈까 하는 거에요.”

“다른 머물 장소가 없는 겁니까?”

“있기야 한데… 지금은 갈 수가 없어요.”

“네?”

“그렇게만 알아들어 줘요. 나한테도 사정이 있단 말이에요.”

“…”

머물 곳은 있는데 갈 수가 없단 황당한 소리를 듣기야 했지만 사정이 있댄다. 그것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나를 따라오겠단 거다.

“저는 그냥 여기서 필요한 물건이나 좀 사다가 영지로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런 곳을 따라오시겠다고요?”

그러자 하르니에가 옆구리에 손을 얹으며 눈을 좁혔다.

“귀족 아가씨니까 침대가 아니라면 잠을 설칠 것이고 편안한 테이블 앞에 앉아 테이블에 올라오는 호화로운 음식이 아니라면 만족하지 못할 거란 생각인가요?”

“음… 듣고 보니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드는 건 아닙니다만 비중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럼 뭐 때문이길래요?”

“제가 갈 곳은 루스마이어니까요.”

루스마이어 영지는 지금 당장 손님을 받아들일 만한 여건이 못 된다.

비록 시험을 보는 거긴 했으나 그들은 나에게 내어줄 것도 고작 우유 한 잔이었다.

산 중턱에 위치한 그곳에서 손님을 위해 내어줄 것은 없다시피 하다. 기껏해야 남는 방 하나 정도인 것이다.

손님을 모시기엔 터무니없이 부적절하지 않겠는가?

“공작가로 모시는 거라면 가능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당분간 그곳에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데려가기가 곤란하다는 겁니다. 완전히 평민들의 생활을 이어가야 하니까요.”

“역시 당신은 특이하네요. 이런 생각을 하고 계시다니.”

“…일반적인 생각이지 않습니까?”

눈을 좁히던 그녀는 이내 쿡쿡거리며 웃었다.

“전혀요. 보통은 다르게 생각하죠. 귀족이라면 무릇 커다란 저택에서 액세서리나 보석이 치렁치렁 달린 값비싼 옷을 입고서 귀한 와인 한 잔과 곁들이는 스테이크가 어울릴 거라고 말했을걸요?”

“으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녀는 첫인상부터가 귀티를 풍겨대는 모태 귀족이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직접 손가락 세 개를 들어 그렇지 않음을 손수 증명한다.

“그런 걱정이라면 안 해도 돼요. 잡초 뽑다가 드러누워 본 적도 있고 침대나 소파가 아니라 바닥에서 잠들어 본 적도 있어요. 너무 힘드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쫄쫄 굶었을 때 먹는 음식은 뭐든 맛있는 거 있죠?”

그날 이후 하르니에는 평민들의 의식주를 좀 더 깊게 경험해보았다고 한다.

막상 겪어보니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귀족들의 고리타분한 예절은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정으로 가득한 그들의 자유분방한 생활은 오히려 즐거웠다.

손가락이 접힐 때마다 하르니에는 자신의 경험담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었다.

듣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라는 걸.

경험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서민들과의 조화를 가장 잘 이루는 진짜 귀족다운 귀족이라는 걸 말이다.

“덕분에 전 평민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후작가에선 전혀 모르는 비밀을 가질 수 있었고요. 이런데도 제가 걱정되세요?”

“아니요. 걱정도 팔자란 생각이 다 드는군요.”

“그렇죠?”

정말 걱정도 팔자였다.

누가 이 여자를 귀족으로 생각할까 싶을 정도로.

“알겠습니다. 루스마이어로 같이 가죠.”

마차에서 내린 뒤로 혼자 돌아가게 될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말에 오를 사람이 생길 줄이야.

***

상가에서 빠져나온 나는 그녀를 루스마이어로 데려가기 위해 세워뒀던 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쯤 되면 팔짱도 놓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 물었지만.

“혹시 모른다구요. 보는 눈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르니에는 방심하면 안 된다며 내 팔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필요한 것이 보이자 그걸 구입하려 할 때는.

“그 옆에 거가 좀 더 좋아요. 가성비 면에서 지금 고른 건 너무 별로거든요.”

귓속말로 그리 속삭이며 지출을 줄이거나 더 좋은 물건을 고르게끔 도와주었다.

나에게 필요한 물건은 거의 구입하지 못했지만 루스마이어에 필요한 물건들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러다 문득 주점 안쪽에서 병이 깨지더니.

“꺄아아악!!”

한 여인의 비명 소리와 함께 주점에서는 험한 소리들이 밖으로 새어나왔다.

“이 썩어 문드러질 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와?!”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니…!”

“이 자식! 썩 나가지 못해?!”

-쨍그랑!

깨진 유리 파편이 바닥을 튀고 나와 하르니에가 있는 쪽을 날았다.

본능적으로 검을 뽑아 세 개의 파편을 쳐냈다.

“괜찮습니까? 하르니에.”

“네 네에… 당신 덕에…”

다행히 하르니에는 괜찮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안심할 수 없었다.

‘이 빌어먹을 게임이 그런 법이지.’

상가 구역의 소규모 이벤트. 주점 쪽을 지나친다 싶으면 이런 소란이 일어 간혹 카르세인의 체력을 갉아먹거나 상태 이상을 유발할 때가 있다.

이런 세세한 것까지 왜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카르세인은 꼭 이런 곳에 휘말리기 마련이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동행인까지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조금 돌아가는 게 좋겠군요. 안쪽에서 거친 싸움이 일어나 다시 저희에게 저 술병이 날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리 설득하려 했으나 하르니에는 오히려 주점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하르니에?”

“…잠깐만 기다려 줘요. 확인할 게 있어서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

“네?”

“위험할 겁니다. 제가 먼저 앞장 설 테니 뒤따라오는 걸로 합시다.”

“알겠어요.”

그리 허락을 맡고 주점 쪽으로 향하는 동안 더 날아오는 술병은 없었다.

다만 주점은 더더욱 시끄러워져 갔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뭔가 깨지고 박살나는 소리가 들리는 등 안쪽이 어떻게 돼있을지 훤히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술병들을 뒤로 한 채 하르니에는 기어코 주점 안에 발을 들였다.

“역시나…!”

주점 내부 상황을 확인한 하르니에가 입을 틀어막았다.

“이 썩어 문드러질 야리크인 놈!”

“무슨 배짱으로 제국에서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거냐!”

“간이 배 밖에 나온 거지! 썩 맞고 꺼져버려!”

나도 이 상황이 썩 좋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여러 사내가 한 명을 상대로 싸우려 들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짜증이 난다 싶은 건.

그 사내가 상대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맞고만 있다는 것이었다.

‘어째서지? 저 사람 힘이 없는 게 아닌데.’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 사내의 몸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흉측하고 크게 새겨진 상처들은 갖가지 방식으로 피부를 손상시키고 새살을 돋아올리길 반복했다는 게 눈에 훤히 보일 정도였다.

내 손에 새겨진 굳은살 같은 건 애교 수준이다.

발에 생긴 물집? 그딴 건 상처도 아니다.

검을 두들기며 생겨난 상처들? 저것과 감히 비교가 될까?

숱한 실전으로.

끊임없는 싸움으로 인해 만들어진 거다.

가검이나 죽도를 들고 애송이처럼 싸운 게 아니라 진짜 검을 들고 괴물들과 싸운 것만 같은 흔적이었다.

세 취객이 사내를 도발하며 툭툭 건드리고 있다지만 당장이라도 저 자리에서 일어나 본 실력을 보인다면 주점은 손쉽게 제압될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저 사내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카르세인. 무례한 부탁이라는 거 알지만. 하나만 들어줄래요?”

내 팔을 꼭 잡은 그녀는 안타까운 듯 내게 부탁했다.

“저 야리크인을… 도와주실 수 있어요?”

주점에서 취객들에게 둘러싸여 얻어맞고 있는 사내를 구해달라.

그것이 하르니에의 부탁이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술병이 깨지자마자 하르니에의 표정이 굳기 시작하더니 그 주점으로 가보자고 말하지 않았던가.

마치 그곳에서 이 주점에서 어떤 말들이 오가고 있는지 아는 듯한 분위기였다.

비효율적인 일이긴 했다.

주점에서 바그란드의 양아들이 검을 휘둘렀단 소문이 나면 분명 공작가에서의 평판이 하락하고 연무장에서의 평판도 떨어질 것이다. 친밀도는 두말할 것도 없겠지.

그러나.

“들고 계십시오.”

나는 하르니에에게 검을 맡기고 앞으로 나아갔다.

***

얼굴을 가리고 있던 후드가 벗겨지는 사태에 폴룩스는 옅게 탄식했다.

곧바로 주점 안에 들어와 있던 사람들이 술병과 술잔을 던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야리크 놈들!”

“제국을 제대로 방어하지도 못한 네놈들이 무슨 제국인이란 말이냐!”

“너흰 그때와 다를 게 없다. 이 야만족 놈들아!”

제국인들로부터 지긋지긋하게 들어온 소리였다.

모습을 보였으니 당연히 이런 목소리들이 들려오지 않겠는가.

역시 오늘도 가볍게 술 한잔 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제국인들은 그 뒤로 우르르 몰려와 폴룩스에게 주먹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나라를 팔아먹었단 조롱이 담긴 소리와 함께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야리크인 전체를 통틀어 욕했다.

너희는 제국인이 아니라며 차별적인 발언이 들려옴과 동시에 머리에 술병이 날아왔다.

그럼에도.

폴룩스는 반응하지 않았다.

반응할 수가 없기에.

-그놈들에게 아이페로스 가문이니 뭐니 들먹여 봤자 놈들에게 우린 한낱 야리크인일 뿐이다. 폴룩스!

몇 번이고 겪어왔던 일이다.

이곳까지 내려왔으니 제국인을 마주친다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참고 견디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폴룩스는 집단 폭력이 가해지고 있음에도 저항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무언가가 퍽!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나질 않나.

풀썩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육중한 무언가가 벽에 꽂히기도 했다.

그리고.

“커흑! 우 우리가 뭐가 잘못했다는…”

방금까지 자신을 괴롭힌 자가 그리 말하더니 잠시 후 숨이 넘어가는 소릴 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폴룩스가 눈을 떴을 때.

“얼추 정리된 것 같은… 음? 눈을 떴군.”

흑색 머리카락을 한 소년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손이 다가온다.

이 소년도 자신을 구타하려는 것일까. 찰나의 순간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안 잡고 뭐해? 잡고 일어나라고 내민 손인데.”

소년은 주먹이 아닌 진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지각 사유 : 장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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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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