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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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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5

고요한 마차 안.

말발굽 소리와 굴러가는 바퀴 소리 그리고 미미한 진동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 마차 안에 있던 하르니에는 지그시 카르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을 느꼈는지 카르세인의 눈이 잠시 이곳을 향한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니요.”

“그럼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바라크가 실례되는 말이라도 했다던지.”

“전혀 아니에요.”

“그럼 대체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리 얼버무리며 하르니에도 시선을 피했다.

자기 볼을 긁으며 아리송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 카르세인은 다시 글귀를 읽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하르니에도 카르세인에게로 시선을 흘긴다.

카르세인은 딱히 피곤해보이지 않는다. 문서를 보는 그의 눈동자에선 끊임없는 계산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기가 가득 담긴 눈도 아니었다. 그저 일에 몰두하고 있을 뿐.

그런 그를 보고 있자니 하르니에도 문득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곤 고민에 빠졌다.

여차저차 카르세인을 만나 루스마이어 영지에서 하루를 묵고.

어찌어찌 이곳에서 하루를 넘기고 다가온 다음날 아침. 의자에서 자고 있는 카르세인을 지켜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르니에는 사실 카르세인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르니에 역시 그랬기 때문이다.

사생아라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아무리 가문을 위해 힘쓴들 그들은 자신을 이용하려 했을 뿐이다.

끝내 그들을 돕지 않으려 하자 정략혼이라는 수단까지 써서 팔아먹으려 했다.

그런 집에선 한시라도 빨리 대안을 마련한 뒤 탈출하는 게 이상적이지 않겠나. 지금 카르세인의 행동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잠을 줄여 공부하고.

자신이 터득한 지식들로부터 바깥에서 살아갈 힘을 마련해두고.

그렇게 바깥으로 무사히 빠져나가 저들에게 잡히지 않을 대책을 세워야 했겠지.

상황도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하르니에였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이대로 서류를 붙잡고 있는 그를 말리지 않는 게 올바른 판단이다.

하지만.

‘…왜 지금 그때 생각이…’

-아가씨. 그렇게 무리하실 필요는 없으시잖아요.

-좀 더 천천히 잠이라도 주무시고 하셔도 될 텐데…

-저희 마음이 더 아파요. 아가씨.

일에 몰두하고 있던 자신을 보며 조금 쉬면서 하는 게 어떻냐 묻던 하녀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하르니에는 그때 하녀들에게 괜찮다고 말했었다.

먹는 걸 거르는 것도 아니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니 걱정 말라고 했었다.

그리 말해도 하녀들은 어쩐지 안쓰럽다는 눈빛을 거두지 않았다.

일부는 과감히 일거리를 빼앗아 버리는 경우도 있었지.

왜 그러는 건지 당최 이해가 안 갔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때를 떠올리고 나서야 하르니에는 하녀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나도… 그렇게 보였겠구나.’

잠을 줄여가면서 일에 몰두하고 있는 건 당사자는 한시라도 빨리 그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따라서 아무렇지가 않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일 뿐이니.

그러나 보는 입장은 달랐다.

왜 저렇게 무리하냔 생각이 절로 들고.

너무 바쁘게 달려가다 넘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 겁나고.

위태위태한 상황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동하니 답답함이 차오른다.

어째서 하녀들이 자신을 만류하려 들었는지 알 것 같았다.

괜찮다고 말하니까 더 안쓰러워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너흰 언제나 이렇게 답답한 가슴을 안고서. 그렇게 돌아가야 했던 거구나.’

옅은 탄식과 함께 하르니에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자신의 상황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양측 모두를 이해했기에 하르니에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요. 이건 당신이 심하게 무리하고 있는 거에요.’

자신도 일에 몰두해야 할 때는 잠을 줄이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또한 아침에 봤던 것처럼 그렇게 불편하게 잠을 자지도 않는다.

간간히 졸긴 했었지만… 그래도. 누가 봐도 몸이 망가지겠다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카르세인은?

-…아가씨께서 생각하시는 대로 도련님의 수면량은 극도로 적습니다. 하루에 두 시간 아니. 한 시간일까요. 그마저도 쪽잠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바라크가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작업량이 유독 많은 게 이상했다.

하루만 그런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았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며칠을 내리 그렇게 일했었다.

그리고는 또 서류를 잡고.

또 계산을 시작한다. 다음 일을 계획하고 또 보고서를 읽는다.

그 사이클이 쭉 반복된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이대로라면 몸이 망가질 게 한 눈에 보였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아무리 그가 괜찮다고 말해도.

몸을 망치는 방식으로 일을 해결해선 안 된다.

그의 무리를 만류해야 했다. 설령 그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휙.

“…?”

읽고 있던 서류를 빼앗아 가자 카르세인이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뜬금없이 이게 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르니에는 한쪽 옆구리에 손을 얹고서 말했다.

“이건 압수에요.”

“예…?”

카르세인이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

“바라크에게 다 전해 들었어요. 몇 시간 안 잤다면서요? 그런데도 마차에서 일을 하겠다니요.”

“괜찮습니다. 전 충분히 잤어요. 보시다시피 팔팔합니다만.”

“충분히 잤다는 게 쪽잠으로 두 시간 잔 거에요? 말도 안 돼.”

“세상에는 잠을 덜 자도 괜찮은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 또 수면법에 따라 다른 법이고요.”

또 수면 시간이 적다고 해서 능률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 괜찮다며 카르세인은 문제가 없음을 강조해 회피하려 했다.

‘역시나.’

어찌 이런 똑같은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지.

미나에게 정말로 미안해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대답하면 자기가 괜찮다는데 왜 말리냐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하녀들은 자신을 말리지 못했다.

하지만 하르니에에겐 하녀들과 달리 그럴 만한 당위성이 있었다.

“어머. 약혼녀로서 당신 몸이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순 없는걸요?”

그 말을 듣고 카르세인이 어이없어했다.

“그냥 거래 관계잖습니까. 얼른 돌려주세요.”

“허울뿐인 약혼 관계라고 해도 약혼녀인 건 사실이죠?”

그래. 허울이긴 하지만 일단은 약혼녀다.

이 각도에서 다가가면 카르세인도 어찌 반박할 수 없다.

“걱정 마요. 당신이 충분히 쉬었다는 게 판단되면 그때는 돌려줄 테니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제가 도와줄 수도 있는 부분이면 손을 써줄 수도 있잖아요.”

“…그런 장난 말고 그냥 돌려 주시죠.”

“안 돼요. 장난도 아니구요.”

하르니에는 고개를 홱 돌리며 서류를 집은 두 손을 등 뒤로 숨겼다.

그러자 카르세인이 한숨을 푹 쉬더니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서 설마… 히 힘으로 뺏으려는 거에요?”

“저도 그러고 싶진 않은데 당신이 이러면 어쩔 수 없습니다.”

“너무해요! 약혼녀 마음을 이렇게 못알아 주시는 거에요?!”

“어허.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를. 서로 거래나 하는 사이잖습니까.”

“그거야 생각하기 나름인… 아니. 이게 아니구… 그만 좀 다가와요! 카르세인 진짜 치사하게 힘으로 그러기에요?!”

“예. 저 치사한 놈입니다.”

마차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리 말했지만 카르세인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그 사이 카르세인의 손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빼앗기고 말 것이다.

하지만 달리는 마차 안의 공간이 그리 넓을 리도 없고.

여기서 카르세인을 힘으로 이길 수 있을 리도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서류를 못 보게라도 방해해야 하는데…

‘그래! 차라리 못 보게 하면 되겠네!’

다가오는 카르세인의 두 팔 사이로 하르니에는 되려 몸을 맡긴 채 달려든다.

“우왓!”

갑작스레 달려드는 하르니에.

카르세인은 당황하며 그녀의 몸을 품으로 받아내야 했다.

“뭐 하시는 겁니까. 달리는 마차에서 이렇게 달려들면…!”

“좀 쉬고 잠 좀 더 자기만 하면 돌려준다고 했잖아요! 뺏아가는 것도 아닌데!”

“아니 그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일입니까…?”

“서로 돕는 게 이로울 거라면서요? 그럼 당신도 제 허락 없이는 안 돼요. 열심히 일하시는 것까지는 허락해도 망치는 건 인정 못 한다구요!”

“허. 그게 대체 무슨 궤변입니… 우왓!”

-덜컹!

그 순간 크게 마차가 덜컹거렸고 카르세인 쪽으로 무게 중심을 쏟고 있던 하르니에는 그 힘을 멈추지 않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카르세인의 무게 중심은 마차가 흔들리며 크게 망가진 상황.

관성으로 인해 하르니에의 몸은 그대로 카르세인 쪽으로 향한다.

힘의 방향이 한쪽으로 쏠린다.

멀쩡하게 서 있던 카르세인의 몸은 기우뚱거리며 넘어가고 덩달아 날아오는 여체의 힘까지 이어받고서 그대로 마차 바닥을 강타했다.

-쿵!

두 신체의 힘을 받아 마차 바닥은 커다란 소리를 낸다.

두 사람 모두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말도 있었을 테고.

그러나 참 절묘한 타이밍에 마차 문이 열린다.

“카르세인 서부에 온 걸 환영한…!”

이 광경을 눈에 담은 폴룩스가 두 사람을 번갈아본 뒤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시 문을 닫는다.

“그… 내가 눈치가 많이 없었군. 고의는 아니었어. 방해해서 미안하네. 흐흠.”

저 말까지 듣고 나니 기시감이 피어오른 하르니에.

곧바로 그녀 자신과 카르세인이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지 깨닫고는 쏜살같이 카르세인의 몸 위에서 떨어진 뒤 일어나 아니라며 소리쳐 보지만.

“자 잠깐만요 폴룩스! 지금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거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툭.

마차 문은 이미 닫혔다.

‘미 미쳤어! 나 나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온갖 후폭풍이 다 몰아닥친다.

찰나라곤 하나 그의 몸을 확 껴안았고.

그걸로도 모자라 마차가 덜컹거리며 몸이 겹쳐졌고.

그 상황을 폴룩스가 봤다.

열기를 확 받아 달아오르는 얼굴.

문으로 손을 뻗던 그 두 손으로 하르니에는 자신의 얼굴을 가려야만 했다.

“으… 뭡니까?”

그 사이 이제야 정신을 차린 카르세인이 머리를 붙잡고서 일어났다.

그런 카르세인의 목소리가 들리니 하르니에의 얼굴은 더 발갛게 달아오른다.

두 손을 가린 채 하르니에는 말했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가줘요.”

“예?”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가줘요. 제발.”

“…”

카르세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볼을 긁적거렸으나 이때는 하르니에를 건들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눈치를 슥 보곤 마차에서 빠져나갔다.

그렇게 하르니에는 아이페로스 후작가에 도착했음에도 한참이나 마차에서 제 얼굴을 가리고 있어야 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장염 오늘 크리티컬 당했습니다.

내일 잘못하면 휴재 때릴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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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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