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17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Chapter 117

“하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이 게임은 사소한 한 단서라도 잡히면 선택지에 영향이 간다.

그렇기에.

아이페로스 후작과의 거래에 있어 걸림돌은 없을 거라 확신했다.

아니. 이 정도면 오히려 디딤돌이 놓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이페로스 후작의 박스는 기본적으로 잿빛. -5%에서 시작한다.

그는 어쩐지 카르세인을 기꺼워하지 않으며 거래 과정에서도 나를 신뢰하지 않기에 검을 맞대려 한다. 이게 그와의 거래를 이어가기 위한 가장 큰 대전제였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이 에피소드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우연이라곤 하나 주점에서 그를 만났고 취객들로부터 그를 빼낸 뒤 야리크인에 대한 제국인의 혐오에 의문을 표했다.

이로 인해 폴룩스 투툴룸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으며 친밀도 역시 -5%에서 12%까지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거면 충분한 거잖아.

나는 야리크인을 혐오하던 제국인들과는 다르단 소리를 들었다.

구면인 하르니에가 있어 좀 더 접근성도 높았던 데다 악수와 함께 서로를 소개하며 이름을 기억했다.

비록 카르세인은 아닐지라도 안에 있는 내 신념만은 그에게 잘 전달되었을 것이다.

주점에서의 만남은 분명 서로의 첫인상을 눈에 확실히 담았던 강렬한 접촉이었다. 적어도 시스템의 개입이 있을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단 소리다.

그 이후의 문제?

서로 알고 있으니 따로 소개할 필요도 없고.

여기까지 와서 폴룩스의 심기를 거스른 것 같지도 않고.

아직 잿빛 박스를 보이는 자들이 있다곤 하나 나를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도 아니고.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왜?’

-너와 검을 맞대보고 싶군. 목검이 아닌 진검으로 말이지.

-이 승부를 피한다면 나도 너와 거래할 생각은 접겠다.

왜 폴룩스는 나와의 대련을 원하는 거지?

당최 뭐가 잘못됐길래 넘어간 거나 다름없다고 여겼던 대련을 다시 이어가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참이나 고민해봤지만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결국 시선은 다시 상태창 쪽으로 향한다.

▶에피소드 III. 영주로서의 증명이 진행중입니다!◀

▶아이페로스 후작 폴룩스 투툴룸과의 대련으로 거래를 마치세요!◀

에피소드의 번호만 다를 뿐 게임에서 본 것과 동일한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나온 나는 단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인가. 이것도?”

이 또한 정해진 수순이라면.

피해갈 수 없다.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지그시 눈을 감았다 떠서 상태창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검을 쥐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눈앞에서 옆구리에 손을 얹은 하르니에가 눈을 좁히고 있었다.

왠진 모르겠지만 그녀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르세인. 지금 어디 가는 거에요?”

“보시다시피 밖으로 나가는 중입니다만.”

“밖으로 나가서 뭘 할 건데요?”

“뭐.. 검이나 몇 번 휘두를까 싶습니다만.”

뭘 할지 확정을 짓지는 않았다.

훈련을 하든 마수를 몇 마리라도 더 때려잡든.

어떻게든 부족한 스텟을 조금이라도 채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폴룩스와의 거래가 실패한다는 건 사실상 데드 플래그가 서는 거나 다름없을 테니까.

하지만 밖을 나서기도 전.

그녀가 내 몸을 밀어내며 문을 잠갔다.

“당신은 도대체… 몇 시간 잠도 안 잔 몸으로 검을 쥐고 밖으로 나간다는 게 말이 돼요? 상식적으로 이건 아니잖아요.”

“수면 시간은 조절하는 걸로도 충분하다니까요.”

적어도 내 상식 선에선 그랬다. 헌데 하르니에의 눈썹은 더 날카로워져만 간다.

“안 되겠어. 당신 이리 와서 앉아봐요.”

이내 그녀는 내 팔을 붙잡고 소파에 앉아 버렸다.

내가 힘으로 버티자 눈매를 좁히고는 소파를 툭툭 두드리며 앉기를 종용했다.

“폴룩스는 당신과 거래하기 위한 조건으로 최상의 컨디션에서 대련하길 원해요. 그럼 당장은 디페샨 증후군부터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하르니에가 손에 약초를 들어 보이며 그리 말했다.

나도 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몇 번이고 섭취를 해봤습니다만 그걸 먹는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더군요.”

저게 디페샨 증후군을 해결해주지 못한단 사실쯤은 알고 있다.

◆이셀레프 잎사귀

[ 마기에 잠식된 서부 지역에서 활동이 가능하게끔 도와주는 잎사귀. ]

◆암피리크 뿌리

[ 마기에 잠식된 서부 지역에서 활동이 가능하게끔 도와주는 뿌리. ]

역시 게임 속 설명란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다.

아이템 설명란에는 분명 이러한 내용이 쓰여 있다.

마기에 잠식된 서부 지역에서 활동이 가능하게끔 도와준다고.

그러나 저걸 먹는다 하더라도 효과가 발현되지 않는다.

이건 내가 서부 지역에서 에피소드를 진행하며 몇 번이고 알아낸 사실이었다.

“직접 복용해본 듯한 말씀을 하고 계시네요? 제가 모를 때 서부에 온 적이라도 있어요?”

“예? 아니 그…”

게임 속에서는 많이 오긴 했는데… 이건 내 실수구나.

“흐흠. 공작가에서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공작가에서… 이런 걸요?”

“그거. 더럽게 맛 없잖습니까.”

따지고 보면 이건 진짜 경험담이다.

카르세인이 이걸 먹으면 맛이 없단 독백을 한다.

그리고 맛이 없다?

아주 좋은 변명거리가 있지 않나.

“플로라가 제 밥에 장난질을 해둔 적이 있습니다. 의도하고 먹은 건 아니고 얼떨결에 그렇게 된 거지만요.”

거짓말이긴 하지만 뭐… 사실이잖아.

플로라 때문에 한 번은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으음… 그랬군요.”

좋아. 넘어왔군.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이런 얘기가 아니잖습니까. 이만 놔주시죠. 전 제 실력을 폴룩스에게 전부 보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몸을 풀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루스마이어의 거래처는 골재를 필요로 하는 곳입니다. 이만한 곳이 없다고요.”

이만하면 충분한 이유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폴룩스와의 거래를 굉장히 중요히 여기고 있다.

루스마이어의 영주로서 골재의 판매처로 아이페로스 후작가는 굉장히 좋은 거래 상대다.

그리고 이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나는 조금이라도 실력을 갈고 닦아 그에게 맞서야만 한다.

이걸로 그녀가 내 손을 놔주지 않을 까닭 같은 건 없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하르니에가 한숨을 쉬었다.

“이런 캐치조차 하지 못하는 걸 보면 당신 컨디션이 굉- 장히 나쁘다는 건 저조차도 잘 알겠네요. 카르세인.”

“그게 무슨…?”

“폴룩스가 디페샨 증후군에 대해 얘기할 때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도 못하고 있잖아요. 분명히 특별한 방법으로 섭취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을 텐데.”

…어?

내가 그걸 놓쳤다고?

“장담하는데 제가 알고 있는 당신은 이런 걸 놓칠 사람이 아니에요. 더군다나 저 역시 이곳의 땅을 밟고 있는데도 멀쩡한 건 왜 생각지도 않는 거에요?”

“…”

“수면 부족은 집중력을 깨는 요소 중 하나죠. 당신은 괜찮다고 하지만 이런 허점을 드러낸 건 부정할 수 없다고 봐요.”

하르니에는 다시 소파를 두 번 두드렸다.

“자. 제 말대로 오늘 하루는 여기서 푹 쉬는 거에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는 외통수였다.

하르니에가 던진 이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건 내가 수면이 부족한 몸임을 인정한 거나 다름없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조금이나마 해명해 본다.

“집중력이 흐려진 건 사실이지만 그게 수면 때문은 아닙니다.”

“어휴. 그렇게 또 변명만 하고.”

“진짭니다. 원래 저 그렇게 많이 안 자요.”

“흐응. 그럼 이걸로 시험해보면 되겠네요.”

“예?”

“이셀레프 잎사귀와 암피리크 뿌리는 따뜻한 물로 우려낸 차 형태로 섭취해서 마기의 잠식력에 내성을 만들어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나를 어느 정도 뽑아가는 탓에 수면을 유도하죠.”

“…그렇단 건 제가 저걸 마시면 잠든다는 거네요?”

“정답이에요.”

하르니에가 방긋 웃으며 박수를 쳤다.

“여기서 이 수면은 단순 수면이 아니라 몸의 방어기제가 작동하는 거라서 정말로 당신이 피곤했다면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해요.”

“흐음. 그런 뜻이었습니까.”

이러면 하르니에의 주장에 앞뒤가 맞아 떨어진다.

차의 효과로 작동하는 몸의 방어기제에 내 몸의 피로도는 수면 시간으로 직결된다.

만약 내가 더 피곤하면 피곤했을수록 긴 잠을 자게 된다는 소리인데 이 정도로는 끄떡없을 거다.

‘학업이랑 알바 병행한 고3 수능생한테 이 정도야 뭐.’

나는 흔쾌히 그 차를 내어달라 부탁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크게 간과해 버렸다.

이 몸이 카르세인의 몸이란 걸.

***

하르니에는 준비한 차를 카르세인에게 내밀었고 카르세인은 머지않아 차를 마신 뒤 곧장 잠든다.

그 모습을 보며 그제야 한시름 마음을 놓았다.

“어떻게 사람이 하루에 두 시간만 자요? 이건 정신력이 좋다고 해야 할지 고집이 세다고 해야 할지.”

-콕. 콕.

검지손가락으로 볼을 콕콕 찔러대며 이제야 그를 향해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본다.

“아무리 계약 약혼일 뿐이라고 해도 그렇게 말을 해? 에잇. 에잇. 폴룩스한테 이 말까지 안 했으면 오늘은 또 돌아가서 안 자고 일했을 거죠? 그치? 에잇.”

콕콕 찌를 때마다 들어가는 카르세인의 볼.

그러거나 말거나 푹 잠든 사내는 깰 생각이 없다. 애초에 깨지 않기에 이런 장난을 치는 거겠지만.

문득 잠든 그를 보고 있자면 살짝은 열기가 오른다지만 그때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법이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편한 데서 잠드는 게 낫겠죠?”

마차에서 피로를 이겨내지 못한 채 잠들었던 하르니에는 카르세인의 품에 안긴 채 몇 시간을 푹 잤었다.

그의 배려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그를 밀어버리긴 했지만 마차에서 머리를 부딪치게 내버려 둘 순 없어서 그런 거라고 했던 건 의심치 않는다.

또 밀치자마자 책이 떨어졌던가.

아마도 불편하게 한 팔로 어깨를 끌어안고 있어 나머지 한 팔로만 읽고 있었을 테지.

그리고…

“…”

어깨를 감싸고 있어 밀착됐던 반신은 분명 포근했다.

하르니에가 내리 몇 시간을 푹 잘 수 있었을 만큼.

“으읏. 뭐 뭘 떠올리는 거야!”

고개를 휘휘 저으며 그 당시를 떨쳐내는 하르니에.

지나간 일을 할 때가 아니라 불편한 자세로 잠든 카르세인을 침실로 옮겨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좀 더 집중하기로 한다.

“끄으응…!”

어라 왜 이렇게 무겁지?

분명 카르세인의 덩치가 그리 크진 않을 텐데?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끌어올려 봤지만.

“끄응 흐 흐아…”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남자를 침실까지 옮기기란 너무 고된 일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차라리 침실에서 차를 건네는 건데.

어떡하지?

이대로 불편한 자세로 잠들게 내버려 두고 싶진 않았다.

“…그래. 하다못해 소파에서라도 재워야지.”

침실에서 베개와 이불을 가져온 하르니에는 곧장 카르세인이 누울 자리를 소파로 변경했다.

그런데.

그 사이 카르세인의 몸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응? 방이 그렇게 덥진 않은데… 왜 땀을 흘리지?”

베개와 이불을 내던진 채 하르니에는 곧바로 카르세인의 땀을 닦아 보았다.

그러자 차가운 피부가 그녀의 손끝에 닿았고.

“서 설마…”

카르세인에게 직접 언급했던 것처럼 이 차는 수면을 유도함과 동시에 몸의 방어기제가 활성화된다. 마기에 적응하기 위한 신체의 자연스러운 방어기제로서.

그 말은 방어기제를 활성화시킬 만한 무언가가 부작용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체온 저하와 동시에 식은땀이 흐른다는 건 이 차의 부작용이자 마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 볼 수 있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간혹 부작용으로 체온이 저하되는 케이스가 있다. 마기에 적응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신체의 면역 체계 자체가 부실할 경우인데 이럴 때는─

“체온을… 올려야 하는데.”

벽난로에 장작을 때면 되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

하필 계절은 겨울이고 이곳은 서부. 나무를 가져오려면 바깥에 나갔다 오는 시간이 문제다. 체온이 급속히 떨어진 이 상황에 그럴 시간이 있을 리가.

카르세인에게 부작용이 생겼다며 누군가를 찾아가기 전에 그의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게 훨씬 빠를 거다.

그러다 불현듯 또 다시 마차 때의 일이 떠오른다.

하르니에는 자신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온기가 남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 그렇게라면 가능하잖아.”

여기 있는 거라곤 고작 이불과 베개뿐.

소파에 누운 그를 어딘가로 옮길 수는 없으며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곤 사람의 온기를 내어주는 게 최선이다.

카르세인은 했는데 자신이라고 못 할 게 있을까.

좁은 소파에 누워 그녀는 두 팔로 카르세인의 몸을 감쌌다.

체온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이불도 덮었다.

그러나 카르세인의 몸은 너무 차가웠다.

어디까지 체온이 떨어지는 건지 무서울 정도로.

“이걸론… 부족하려나?”

덜컥 겁이 났다.

그가 이 상태로 숨이 멎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더 체온이 빠르게 전해져야 했다.

-슥 스륵.

옷 위쪽을 슬쩍 내려 맨 피부를 드러내는 하르니에.

어깨부터 쇄골이 훤히 드러난 데다 부드러운 가슴이 카르세인의 몸에 짓눌리고 있지만 그런 자각 따윈 하고 있지 않다.

얼음장과도 같은 이 체온이 얼른 돌아오는 게 먼저였으니까.

“왜 이렇게 고생을 시키는 거에요. 정말.”

불평하면서도 그가 아무 문제 없이 일어나길 바란다.

하르니에는 그렇게 카르세인의 몸을 꼭 안은 채로 눈을 질끈 감았다.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