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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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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8

-퍽 퍽!

듣기만 해도 아찔한 소리.

둔탁하고 무거운 타격음이 저녁놀이 진 공원에 내려앉았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이들의 싸움이겠거니 하고 지나간다.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방적인 다수의 폭행에 가까웠음에도.

하지만 쪽수로 밀린다 한들 근성만은 밀리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또래 급우들에게 얻어맞던 소년은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헥 헥…!”

“야 야 저 새끼 또…!”

“미친 새끼. 이 새낀 지치지도 않나?”

그렇게 때렸는데도 또 일어선다고?

진절머리가 난 학생들이 혀를 내둘렀다.

따돌림을 당하던 소년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푸르뎅뎅한 멍들이 피부에 고스란히 남은 건 물론이요 여기저기 까진 상처도 한 눈에 보일 정도다.

입고 있던 옷은 이미 모래사장을 뒹굴며 더러워진지 오래인 데다 드물게 상처가 심한 장소에선 핏물에 쩔어있기도 했다.

누군가와 맞붙어 싸웠다는 사실을 보고서 승패를 가늠한다면 진 쪽은 당연히 이쪽이라 손가락으로 겨냥할 것이었다.

“…”

그러나 일방적인 폭행에도 그는 굴하지 않았다.

도저히 졌다는 눈빛이 아니었다.

이를 악물고 당장이라도 덤벼들어 한 번이라도 더 때릴 기세였다.

하다못해 질질 짜기라도 했으면 네가 진 거라며 놀리기라도 했을 테지만 때리는 쪽에서도 도저히 웃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들은 꾸역꾸역 버텨낸 소년의 근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홀로 남은 소년은 퉷 하고 핏물 섞인 침을 뱉어내곤 묵묵히 가방을 들고서 집으로 돌아간다.

다만 소년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

어두컴컴한 저녁.

그는 집 앞까지 도달했다.

그러나 코앞에 문고리가 있고 이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함에도 그의 손은 올라가지 않고 있었다.

어느덧 핏물로 적셔진 교복을 벗어 세탁기에 던지고 깨끗하게 몸을 씻어낸 뒤 흉이 지지 않게끔 약을 발라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친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끼니를 거르지 않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이 사실을 모르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래서 문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소년은 이대로 서 있어선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저 문을 열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긴 침묵의 시간이 끝나고.

소년은 허탈한 듯 웃으며 결국 문을 열었다.

그러자 곧바로 잔소리가 날아온다.

“어? 얘 왔나보다. 야 김민혁! 이 시간까지 뭐 하다 이제 오냐?”

잔소리만큼이나 상당히 불만스러운 목소리.

그의 둘째 누나다.

안방에서 거실로 나온 그녀는 머지않아 버럭 화를 냈다.

“하 씨발. 야. 너 지금 이거 뭐야. 설마 또 싸우고 왔어?”

또 싸우고 왔다?

그 말은 이전에도 싸운 적이 있다는 뜻이다. 현재 몰골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 적도 있다는 뜻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다만 지금 이 순간 민혁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닿지 않는다. 왜 문앞에서 서성였는지가 증명될 뿐.

“이 병신 새끼야. 너는 언니한테 그만 좀 쳐 싸우란 소리 못 들었어?”

이런 소리를 듣는데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단 생각이 들까.

그럴 만했다.

뒤에서 킥킥거리며 쳐다보는 동생은 덤이며.

그 잔소리를 듣고 나와 한심하게 쳐다보다 물 한잔을 마신 뒤 돌아가는 첫째도 마찬가지였다.

따돌림을 당하고 온 입장이어도.

이를 악물고 싸워 한 놈은 본보기로 제대로 때려눕히고 온 입장이어도.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잘못이란 먼지 한 톨조차 없었음에도.

괜찮냐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민혁의 가족이 아니니까.

“야 너 지금 내 말 씹냐? 야!!”

잔소리를 듣던 민혁은 그대로 둘째의 말을 무시하듯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의 물을 틀자마자 찬물이 나온다.

따뜻한 물을 일부러 막은 셋째의 짓이다.

그럼에도 교복은 빨아야 한다.

내일 학교는 가야 하니까.

다친 손으로 교복을 손수 세탁한다.

핏물이 질 때까지 손으로 박박 문댄다. 주먹질을 해대서 욱신거리는 몸의 고통 따윈 잊어버린 지 오래다.

상처로 뒤덮인 몸은 물에 닿을 때마다 따끔거리는 통증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민혁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찬물로 한참을 씻은 탓인지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둘째의 생일 때보다 더 아프고 길게 가는 감기였다.

차갑고 아팠다.

몸에 제대로 깃든 오한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급격히 떨어지는 체온.

누군가가 돌봐주었어야 하는 상태가 되었다.

이 차가운 몸을 한 번이라도 손에 대봤다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리도 타이밍이 나쁠 수 있을까.

악재는 다방면으로 겹친다.

공교롭게도 다음날은 주말이었다.

밖은 추운 겨울을 넘어 봄을 알리듯 벚꽃이 피어 있었으며.

가족끼리 가볍게 여행이라도 다녀온다면 참 좋을 화창한 날씨까지 펼쳐져 있었다.

“우린 엄마 따라 나들이 좀 다녀올 테니까 상처 회복이나 잘 하고 있어. 이 멍청아!”

둘째가 그리 소리치며 민혁의 방 앞에다 약을 두고 간다.

연고와 밴드 소염제 등 필요한 것들은 다 있었다.

그러나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었다.

침대에 누운 민혁의 방엔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민혁은 그렇게 외롭게도 홀로 오한을 이겨내야만 했다.

그 어떤 온기조차 전달받지 못한 채로.

***

눈앞에서 훤히 펼쳐지는 그 광경에 나는 어렴풋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씨발.’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왜 그 일이 꿈으로 나타나는 건지.

단순히 잠을 잤을 뿐인데도 기분만 찝찝해졌다.

분명 오한이 크게 들었던 건 맞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냥 잊어버려도 될 기억일 뿐인데.

왜 이리도 그 가족들과의 연이 질기게 나타나는 건지 모르겠다.

얼른 깨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몸을 뒤척거려 본다.

이딴 꿈은 더 이상 꾸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이 평소보다 무거웠다.

하지만 무게감보다는 다른 게 먼저 느껴진다.

온기.

방금 꾼 꿈에서 그토록 원했던 따뜻한 온기였다.

상체를 타고 흐르는 온기는 전신에 흠뻑 퍼져 나간다.

부드럽고 포근하고.

따뜻한 무언가에 의해.

‘뭐지?’

그 정체를 파악하고자 나는 두 눈을 떴다.

그러자 놀랍게도.

내 몸에 밀착한 채 잠들어있는 하르니에를 볼 수 있었다.

십 초 정도일까.

나는 입을 떡 벌린 채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왜 그녀가 여기 있는지를 떠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곰곰이 머리를 굴려 잠들기 전의 대화를 상기해 본다.

두 번의 연달은 실수가 있었다.

정상적인 내 컨디션이라면 이걸 알아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고 했었지.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녀는 디페샨 증후군의 해결법으로 내게 마기에 적응하기 위한 차를 건넸고 이로 인해 수면에 접어들 것을 예고했다.

또한 몸의 방어기제가 작용하며 수면 시간이 길어진다던가. 그걸로 내 변명이 사실인지 확인할 거라고도 했었다.

뭐… 거기까진 알겠는데.

‘근데 왜… 당신이 내 옆에서 잠을 잔 거지?’

그 의문은 해소하지 못했다.

-스륵.

‘이크!’

그렇게 빤히 하르니에를 쳐다보며 적응이 안 된다는 생각을 이어가던 나는 무심코 몸을 크게 움직여 버렸다.

그리고.

“으음…?”

“…”

두 눈을 마주쳐 버렸다.

그녀와.

상당히 가까웠다.

숨결이 닿을 만큼.

그 따스한 숨결은 내 피부를 간질였고.

꿈뻑거리던 보라색 눈동자에선 잠시 후 커다란 동공지진이 일었다.

…그리고 귀청이 떨어질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꺄 꺄악!!”

그녀는 이불을 대뜸 집었고 나는 그대로 돌처럼 굳었다.

어깨가 드러나는 걸 보면…

옷을 내리고 있었던 거야?

“다 당신…!”

“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진짜에요!”

방금 깨서 살펴보던 마당에 뭘 한단 말인가.

아니. 그 전에!

난 애초에 당신 몸을 만지거나 할 생각도 없었다고!

…아니.

방금까지 몸을 움찔거리다 깨웠으면…

닿긴 한… 건가?

아니지! 그걸 내가 인정해버리면 어쩌잔 건데!

혼란스러운 와중 하르니에는 이불을 펼쳐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가렸다. 그리고.

“우 우억!”

내 얼굴을 그대로 덮어 버렸다.

“가만히 안 있어요?!”

“아니 난 당신 몸에 손 안 댔…! 켁!”

그러거나 말거나 하르니에는 이불을 걷을 생각이 없었다.

그 사이 이불은 오히려 더 꽉 조여졌으며 매듭까지 묶이기 시작했다.

이러다 상태 이상에 질식이라도 뜨는 거 아닌가 싶었을 때.

하르니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 가만히 있으면 이따 풀어줄 거에요. 그러니까 지금은 아무 말 말고 가만히 좀 있어요!”

“…아 알겠습니다.”

단단히 화가 난 듯하니 나는 가만히 있기로 했다.

두 손을 들라는 말에 고분고분 두 손을 들었고.

그 사이 하르니에는 이불로 내 시야를 완전히 차단한 뒤 묶었다.

그렇게 이불을 조이던 손힘이 떨어지고 옷매무새가 정리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잠시 후 내 시야도 해방됐다.

혹시 모르니 팔은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나는 조심스레 그녀에게 물었다.

“…다 된 겁니까?”

침묵 속에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다시 침묵의 시간이 오고.

나도 하르니에도. 무어라 선뜻 말하기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왠진 모르겠지만 방의 온도가 후끈 올라간 느낌이었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자 먼저 운을 떼는 건 그녀였다.

“아침… 이네요.”

“예?”

“다 당신이 결국 피곤했던 거 맞다구요. 기억 안 나요?”

…그렇네.

아침이 된 거면 어제 그 차를 마시자마자 쭉 잤단 얘기잖아.

“이걸로 증명됐죠? 당신이 무리하고 있었던 거. 그러니 앞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해줘야겠어요.”

“…”

그녀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로 당당히 말했다.

이건 카르세인의 몸이라 그런 거라 말하고 싶긴 하지만…

나는 깔끔히 인정하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하루에 세 시간은 자면 되는 거죠?”

“네. 참 쪽잠으론 인정 안 돼요!”

뭐 그 정도면 들어줄 법하지.

이건 명백히 내가 진 내기다.

내 몸이라면 모를까 카르세인의 몸은 더 긴 수면 시간을 요구한다는 게 증명된 셈이니 그런 식으로 굴릴 수는 없다.

“그 아 아침이나 먹죠. 얼른 불러올게요!”

아까의 그 기억은 이걸로 사라진 모양인지 그녀는 아침 식사나 같이 들자고 말하며 방을 나갔다.

왜 저렇게 서둘러 나가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

밖을 나서자마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그 열기를 떨쳐내지 못한 하르니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떡해!’

당장은 괜찮은 척하며 나왔지만 막상 저 방으로 다시 들어가려니 절로 그때를 떠올리고 만다.

소파에서 단둘이. 몸을 밀착한 채 체온을 전달하고 있던 그 상황을.

‘아냐. 이건 그냥… 저 사람을 살리기 위한 해프닝이었잖아. 으 으응. 그게 맞는 거야.’

애써 열기를 낮추고자 마음을 가다듬는 하르니에.

조금이라도 찬바람을 맞으며 이 열기를 식혀본다.

그렇다 한들 한 번 전달된 온기는 다른 식으로 그녀의 몸을 이미 감싸고 있겠지만 말이다.

-콩닥 콩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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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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