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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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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19

-혹시… 카르세인을 하루 정도 이곳에 머물러 쉬게 해줄 수는 없을까요?

어제 하르니에에게 그 말을 전해 듣고서 폴룩스는 그녀가 왜 이런 말을 하나 싶었었다.

소년은 주점에서 얻어맞고 있는 자신을 구하려 들었다.

야리크인과 제국인을 다르게 취급하지 않았으며 독특하다곤 하나 장담컨대 지닌 신념이 그들과 같은 그릇된 쪽은 아니었다.

바그란드 공작가라는 페셀로스 제국 내 극강의 귀족 가문에 속해 있음에도 말이다.

그러니 곧바로 거래를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데 하루를 머물게 해달라는 것은 이 거래를 늦춰달란 뜻이 아닌가?

바빠 보이는 카르세인의 시간을 뺏을 생각 같은 건 없었다.

동부 귀족 회의에 참석해야 하니 그만한 준비를 해두고 있어야 할 테고 루스마이어의 영주라는 것도 그리 여유로운 자리는 아닐 테니까.

그러나 카르세인을 만나 보니 납득이 갔다.

몇 마디 대화만 나눠보아도.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르니에가 아주 정확히 보았다는 것을.

‘일단 거래 조건을 대련으로 두어 임시 조치는 취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폴룩스가 옅게 탄식했다.

카르세인에겐 하루를 이곳에서 묵으며 컨디션을 회복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대련에 임하길 부탁했다. 겸사겸사 디페샨 증후군의 해결을 위해 수면 시간을 체크할 수도 있을 테지. 어느 방면으로든 올바른 대처였다곤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수면에 들지 않는다면 도루묵일 뿐.

겉으로만 충분히 잤다며 먼저 일어나 몸을 풀고 있을 수도 있고 이 시간에도 일에 목을 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쨌거나.

오늘은 카르세인과의 대련이 예정되어 있다.

그 시각을 알리고자 폴룩스는 카르세인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자 어렴풋이 눈에 들어오는 한 인영.

폴룩스가 예상했던 것처럼 카르세인은 수면을 일찌감치 끝내고 있었던 것일까?

만약 그런 거라면 폴룩스는 곧바로 한숨부터 내쉬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 인영의 크기가 그리 크지 않다.

걸음을 멈추고 보니 아무래도 선객이 있는 듯 보였다.

‘오호.’

폴룩스가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인영의 정체는 보랏빛 머리카락 사이로 제 손에 얼굴을 파묻은 한 여인.

숨기려고 한들 숨겨지지 않는 귀티는 단연 하르니에의 모습이었다.

‘아침부터 남성의 방을 찾아오는 여인이라.’

-끄덕끄덕.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지금 보면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비슷한 면모도 조금씩 보이기도 하고 둘 모두 이리저리 서로를 도우며 이런저런 정이 싹트기 좋은 처지에 있다.

얼핏 본 거지만 마차에서 진도를 빼고 있는 모습도 봤었으니…

풋풋하다.

청춘이다.

그리 말해도 되지 않을까?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다.

폴룩스는 피식 웃으며 하르니에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설명은 잘 한 모양이군?”

“흐 흐엣? 어 언제 나온…!”

화들짝 놀라는 하르니에.

머지않아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쉰다.

자신을 부른 사람이 잔뜩 의식하고 있었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왜 그리 놀라나. 카르세인에게 큰 잘못이라도 했나?”

“네? 아니 그… 잘못은 아니고…”

“그럼? 일이 잘 안 된 건가?”

“이 일이라뇨?”

일이 잘 안 됐냐는 말에 곧바로 하르니에의 얼굴이 불그스름해지고.

폴룩스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야 그대가 카르세인에게 휴식 시간을 주고자 하지 않았나.”

카르세인이 이 아이페로스 후작가에서 머문 이유가 그것이다.

그 거래를 조금 늦춰달라고 한 하르니에 때문이다.

카르세인에게 휴식 시간을 주고자 했던 그녀의 바람으로.

“하루 동안 이곳에 머물러 쉬게 하고. 그 외에도 디페샨 증후군으로 시험해 카르세인이 무리하고 있었단 걸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려던 거 아닌가?”

하르니에가 의도를 밝히지 않았으나 폴룩스가 받아들인 바로는 그랬었다.

그제야 활활 타오르던 하르니에의 얼굴에서 열기가 스륵하고 빠진다.

“어 얼추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어요. 디페샨 증후군을 해결하면서 하루를 푹 자버려서… 그간 무리하고 있었던 걸 카르세인이 인정했거든요.”

“오오. 그렇게 된 건가. 잘 됐군.”

그럼 그렇지라며 폴룩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그의 컨디션도 회복됐다면 대련도 적당히 구색만 맞춘 뒤 거래를 이어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의문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헌데 플레시아 상단주. 어제는 어디 가 있었던 겐가? 찾아도 보이질 않던데.”

“네? 절 찾으셨어요?”

“음. 한편으로는 나도 걱정이었단 말이지. 혹 카르세인에게 부작용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그 차를 내어주며 설명이야 충분히 해줬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됐나 물어보려고 했거든.”

“…”

“이 겨울에 오한이라도 들면 정말 위험했겠지만… 뭐 이렇게 괜찮다고 말하는 걸 보면 별일 없었던 거겠지? 하하!”

그 말에 볼이 다시 붉어지는 하르니에.

그러거나 말거나 폴룩스는 할 말을 쭉 이어갔지만 이내 하르니에의 반응이 없는 걸 보고서 눈길을 조심스레 그쪽으로 옮겨본다.

그리고 묘한 점을 하나 발견하더니 곧바로 진땀을 흘리기 시작한다.

‘자 잠깐. 플레시아 상단주는 지금… 어제 입던 옷과 같은 걸 그대로 입고 있는 건가?’

의상이야 널리고 널렸을 텐데.

그녀는 같은 옷을 고집하는 사람도 아니다.

마침 폴룩스의 눈동자가 한 방으로 향한다. 이 근방은 카르세인이 머물고 있는 장소다.

힐끔.

하르니에에게 한 번.

힐끔.

카르세인의 방 쪽으로도 한 번.

정말 저 옷을 다시 입고 싶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 그쪽이 아니다. 절대로 그쪽일 리가 없다.

걸어온 방향이나 이쪽을 돌아보고 있었단 사실을 감안할 때…

그녀는 저 방에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헌데…

하루를 푹 잤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르니에가 그 사실을 안다는 건… 하루 내내…

“어흠! 흠!”

이윽고 그는 헛기침을 하며 돌아섰다.

“허 허험! 아 아니. 그럴 수도… 있겠 지! 그래. 아픈 사람을 간호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니 말이야!”

폴룩스가 도망치듯 그리 말 더듬으며 돌아선다.

변명해봐야 소용없다. 이미 하르니에가 숨기려던 사실이 드러났음은 변치 않는다.

소녀의 얼굴은 또 다시 붉게 물들고.

“음? 하르니에?”

곧장 문을 연 그녀가 취하는 행동이란.

“갑자기 왜 다가오시는… 으억!”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며 애꿎은 카르세인의 등짝을 때리는 것이었다.

***

하르니에에게 등짝을 맞은 이유를 상기할 틈도 없이 살벌한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나간다.

도대체 뭐 때문에 맞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일단 내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는 알 것 같았다.

▶서부 지역 전용 상태 이상 : 디페샨 증후군이 사라집니다!◀

▶깎여야 했을 스텟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한 번도 해제해본 적 없던 디버프.

아이페로스 후작가에 들를 시점부터 에피소드 클리어 이후로도 쭉 가져가기만 해왔던 상태 이상이 사라졌다.

고로 스텟이 그대로 유지된다.

별것 아니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디버프가 해제되는 것의 의미는 굉장히 크다.

지금 앞두고 있는 아이페로스 후작과의 대련.

폴룩스 투툴룸과의 시험을 통과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내 승리의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부족한 스텟은 나를 테스트하고자 달려드는 폴룩스에게 닿긴커녕 한참 밀릴 것이다.

숱하게 쌓아왔던 그의 경험은 대련 위주로 들었던 내 검과는 현저히 다른 결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단단히 각오해야 했다.

죽지 않으려면.

“음?”

대련 장소에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자 그가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섰다.

나는 곧바로 검을 뽑아 자세를 잡았다.

“흠. 대련 시간은 아직 남았는데. 이리 일찍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좀 더 몸을 풀어두어도 좋고.”

“…”

“너는 여전히 성급하군.”

물러설 기미가 없자 그도 나를 향해 검을 겨눈다.

“카르세인? 이렇게 바로 대련으로 이을 필요는…!”

“그만두게. 상단주.”

“…폴룩스.”

“이미 저 소년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그렇겠지?”

“그래.”

더 시간을 지체해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이 에피소드를 클리어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폴룩스와의 거래를 위해 내 실력을 확실히 증명하는 것뿐이니까.

“…”

하르니에가 어쩔 수 없이 물러나고.

폴룩스는 눈을 가늘게 좁히며 나를 가늠하듯 물었다.

“언제부터 검을 들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나?”

언제부터라.

조금 곤란한 질문이었다.

‘나’를 기준으로 잡을 것인지 카르세인을 기준으로 잡을 것인지를 모르니.

그러자 폴룩스가 질문을 거뒀다.

“아니. 쓸데없는 질문이었군. 어차피 검을 맞대보면 알 일이니.”

척.

“간다. 카르세인.”

탓!

땅을 박찬 그가 순식간에 발돋움하며 내게 접근했다.

챙!

한기 서린 파찰음이 울려 퍼졌다.

***

카르세인이 발길을 이곳에 두었을 때.

이미 폴룩스는 한 차례 짐작하고 있었다.

무언가를 각오한 채 발을 디뎠다는 걸.

눈빛부터가 달랐다.

선명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으나 그 눈동자에는 날벼린 무언가가 깃들어있다.

저 안에 든 것은 무엇인가.

그걸 알아내기 위해선 결국 검을 부딪쳐야 했다.

상대인 카르세인 쪽에선 그걸 받아들였다.

‘그래. 이참에 봐두고 싶군. 네 몸에 깃든 그 차갑고 날카로운 야수가 무엇인지 말이야.’

간단한 예고 이후 폴룩스는 곧바로 카르세인에게 달려들었다.

남은 건 검의 대화뿐이었다.

-챙!

첫 합이 이루어진다.

무거운 일합이었다.

신체 조건은 폴룩스의 압도적인 우위다.

완성되지 않은 카르세인의 몸은 폴룩스의 첫 합을 받아내는 것부터가 제법 버거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쉽사리 밀려나지 않았다.

‘호오.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받는 충격을 줄인 뒤 앞다리로 신체의 균형을 지지해 이쪽으로 밀어붙인 건가.’

폴룩스가 눈을 좁혔다.

다른 일이라면 모를까 대련에서는 진심이다.

이 공격은 대충 검만 잡고 있는 어중이떠중이들이었다면 한 방에 나가떨어졌을 검격이었다.

그걸 탁월한 판단과 계산만으로 동등한 위치를 다시 붙잡고 있단 것이다.

이어.

-챙!

경로를 한 번에 틀어 역습의 기회마저 노렸다.

웬만해선 막고 있기도 바쁠 놈들이 한 트럭이다.

그 와중에도 방어에 이어 다음 공격으로 이어나갈 사고가 저 머릿속에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그가 진심으로 이 대련에 임하고 있다는 의미다.

몇 번의 합을 더 부딪쳐 본다.

좋은 움직임이었다.

계산적이고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분명 칭찬을 해도 모자랄 텐데.

“…”

폴룩스의 표정은 어두웠다.

단 몇 합밖에 부딪치지 않았음에도 폴룩스는 카르세인의 검에서 풍기는 냄새에 이끌려 절로 미간이 찌푸러졌다.

이내 미간을 완전히 찌푸린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대체 뭐냐. 이 검은.’

어떻게 사람의 검이 이렇게 차갑고 어둡고 외롭게 느껴진단 말인가?

이 젊은 소년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람이 이렇게 인형처럼 각이 져 있단 말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장염 문제도 있었으나 한 독자분께서 제 글을 읽고 정성스레 써주신 리뷰를 읽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너무 감격스러웠던지라 한동안 멍하니 그걸 지켜보게 되더군요.

제 글을 즐겁게 읽고 리뷰까지 써주셨단 사실을 마주한 순간 그 고양감이 한동안 가라앉질 않았습니다.

늦게와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리뷰 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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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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