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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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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20

──!

무거운 검합이 이어졌다.

벌써 몇 차례. 아니 몇십 차례의 검합이 맞부딪쳤다.

카르세인이 진심으로 나오지 않을 거란 생각 같은 건 없었지만 이제는 폴룩스 쪽이 진심이었다.

더 거세게. 더 거칠게.

그리고 더 깊게.

기이하다 못해 망가진 내면을 가진 그의 검을 읽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격의 격차는 한 눈에 보일 만큼 이쪽의 우위.

신장 체중 근육량 보폭 등 어느 것 하나 카르세인에게 웃어주는 신체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상대는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을 보였다.

정수는 물론 변칙수에도 능히 반응하는 좋은 반사 신경을 가졌을 정도로 몸의 밸런스는 탁월히 맞춰져 있었다.

전투 경험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격차를 보인다.

한낱 몇 달 수련한 소년이 어떻게 세월의 무게와 더불어 마수들과 현역으로 싸우는 자를 몰아세울 수 있겠는가.

뿐만 아니라 검을 든 것도 최근의 일이다.

카르세인의 손에 새겨진 물집과 굳은살은 두 차례에 걸쳐 생성되었었다. 강제로 손을 떼야 했던 과거의 흔적과 몇 달간 힘을 키우고 있는 현재의 흔적으로.

암만 애를 쓴다 한들 전투 경험에서는 현저히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틈틈이 정수가 아닌 예상 밖의 행동을 해온다.

검날이 아닌 칼등으로 받아쳐 공격 기회를 엿본다던가 페이크를 쳐 검격을 받아치고는 그대로 체중을 실어 밀어낸다던가. 저 유려한 움직임은 초석 자체가 이 나라의 것과는 결부터가 달랐다.

그래. 이만하면 참으로 훌륭하다 말할 수 있었다.

검을 겉멋으로만 쥐는 자가 아니라는 거야 확실히 알았고 근성이나 흔들리지 않는 멘탈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카르세인은 장차 미래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질 정도로 훌륭히 성장 중인 소년이라 평가해도 될 것이었다.

그러나.

이 검합들을 통해 엿본 그의 내면에 폴룩스는 실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대체 그 싸늘한 한기를 머금은 호흡은 뭐란 말인가.

저 지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절제된 움직임은 무엇에서 기인된 거란 말인가.

각이라도 잰 듯 오차조차 생기지 않을 듯한 검로는 무엇이며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저 안면은 대체 뭐가 씌인 거란 말인가.

이것만으로도 가히 놀랄 만했다.

투지와 열기를 담은 검이 아니라 하더라도 괜찮았다.

가끔은 선을 넘으며 무언가에 대한 열망을 가져도 괜찮았다.

때로는 장난에 반응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카르세인에겐 그런 게 아무것도 없다.

그의 검은 30년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검이었다.

차갑고. 정교하고. 건조한 검이었다.

철저한 계산 아래 이상이나 욕구 따윈 담기지 않은 서리진 검이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긁히고 패인 자국이 가득했다.

잔뜩 휘갈겨진 흔적들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 상처받은 검이.

바로 카르세인의 내면이었다.

‘제기랄…! 세상에 어찌 이런 자가 있단 말인가…!’

이 젊은 나이에.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어버리고 잔뜩 쉬어버린 듯한 내면이 존재한다고?

욕지거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체를 알아야 했다.

도대체 뭐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알아야 했다.

더 깊게.

그와 검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바로 고독의 파도가 몰려온다.

그 누구의 손길조차 닿을 수 없는 곳에서 이 외로움을 홀로 견뎠을 것이다.

모든 것을 외면한 자의 비가 내린다.

기대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는 듯 차갑고 싸늘하게 식어가는 자에게 일말의 온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통의 바람이 몰아친다.

마치 굳은살이 배기며 고통을 잊듯 점점 무뎌지는 감정 속에서 남은 거라곤 오직 이성뿐이다.

고독 속에서 헤엄조차 치지 않은 채 상처만 받으며 모든 걸 등지고 고통받으며 모든 감정을 잃어간다고?

이렇게 남은 게 결국 철저한 계산과 오차조차 없을 듯한 결과값이란 말인가?

그렇게 살아가면 무엇이 남는데.

그건 사람이 아니야.

인형과도 같은 거라고!

-테엥!

끝내 참지 못한 폴룩스가 맨손에 마나를 담아 카르세인의 검을 붙잡았다.

“…여기까지 하지.”

수 차례나 이어졌던 공방은 일순간 치러진 폴룩스의 한 행동으로 끝을 맺는다.

***

하르니에는 점점 초조해졌다.

무기를 들고 싸우는 전사는 아니나 보고 있는 입장에서도 조금씩 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알았다.

아니. 고조되는 게 아니라 살벌해지고 있었다.

-캉 카앙!!

‘분명 구색 맞추기라고 했었는데…?’

아까와는 소리부터가 달랐다.

카르세인을 향한 검의 위력도 강해진 게 기분 탓이 아니었던 것이다.

-참고로 카르세인과의 대련에선 끼어들지 않는 게 좋을 거다. 플레시아 상단주.

-네?

-놈의 검에 무엇이 깃들었는지 알아보고 싶다. 그러니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폴룩스가 분명 그리 말했었지만…

조금 과격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 법했다.

살벌한 대련 속 그걸 지켜보던 하르니에는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더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 확실히 섰다.

바로 그때.

-테엥!

맨손에 마나를 실어 폴룩스는 카르세인의 검을 막았다.

“…여기까지 하지.”

싸움으로 번지나 싶어 둘을 말리려던 하르니에는 헐레벌떡 달려갔으나 폴룩스는 나지막이 그리 말했다.

“카르세인. 거래 계약서에는 조금 나중에 서명하고 싶은데 괜찮겠나.”

“오늘 이내라면 딱히 상관없어.”

“그래. 양해해줘서 고맙군.”

순식간에 두 사내의 대련이 종료되었다.

하르니에는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싶어 멀뚱거리고만 있을 뿐이다.

그런 하르니에를 향해 폴룩스는 몸을 돌린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군. 플레시아 상단주.”

“네? 저 저랑요? 카르세인 공자가 아니라?”

“그래. 너여야 한다.”

오히려 이쪽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점에 대해선 다소 의아한 점이 없잖아 있었으나 폴룩스의 신호를 알아듣고 하르니에는 고개를 끄덕여 대화에 응했다.

대련 직후이긴 하나 둘은 자리를 옮긴다.

중요한 이야기라는 신호를 듣기야 했지만 카르세인은 이 자리에 없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카르세인을 빼고 단둘이 해야 할 말이란 소리였다.

“후. 아직도 진정이 안 되는군.”

폴룩스가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다.

“우선 사과부터 해야겠지. 내가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대련이 과격해졌다. 아니 이걸 대련이라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만… 네게 걱정을 끼친 셈이겠군.”

“제게 걱정을 끼쳐요?”

“약혼자를 저리 두들겨 패다시피 했잖나. 내 잘못이지.”

“아… 그 그렇긴 한데…”

뒤늦게 그 사실을 눈치챈 하르니에가 말을 더듬었다.

왜 사과하나 싶었으나 이쪽이 옳다.

약혼으로 이어진 사이지 않나. 자기 약혼자가 사정없이 두들겨 맞다시피 했는데 걱정이 안 되면 이상한 거다.

“괘 괜찮아요. 카르세인도 아마… 경험으로 여길 테니까.”

아마가 아니라 진짜 그럴 것 같긴 하지만.

계약 약혼 사이인 걸 알릴 순 없으니 오묘했던 반응을 좀 숨기고자 변명해야 했다.

이어 헛기침을 하며 딴청을 피우는 하르니에.

서둘러 화제를 바꾼다.

“그보다 카르세인만 떼 두고 저와 나눌 얘기란 건요?”

그러자 폴룩스가 깊이 탄식했다.

“플레시아 상단주. 그대는 혹시 카르세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안다고 하면… 어느 수준까지를 말씀하시는 건지…”

“단순히 약혼으로 이어졌다는 걸 제외하고 그 소년의 비밀 같은 것들 말이다.”

한껏 진중해진 폴룩스의 대답에 하르니에는 잡생각을 싹 날릴 수 있었다.

어디부터 대답할까 고민하던 그녀는 이미 폴룩스가 아는 것부터 답해주기로 했다.

“…잠을 두 시간밖에 안 자는 사람이에요. 자기 일을 하느라 잘 시간조차도 쪼개고 있단 거죠. 무려 의자에 앉아서 불편히 잠에 들 정도로요.”

“허. 그런 짓을 한다고? 피로에 쩔어있단 건 어깨에 손을 댔을 때 어렴풋이 눈치를 챘지만…”

“심지어 그게 쪽잠이에요. 나한테는 침대를 내어줬는데 말이죠.”

“미련한 짓이군. 그렇게 해서까지 일에 매달리면 필연적으로 몸이 망가질 텐데.”

곧바로 폴룩스가 혀를 찼다.

“…아마도 카르세인은 자기 몸이 망가지든 말든 개의치 않는 걸지도 몰라요.”

“그게 무슨 소린가.”

“몸이 망가지는 것보다 더 이루고 싶은 목적이 있단 말이에요.”

역설적이게도 그의 목적을 알기에 하르니에는 이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었다.

“그걸 위해선 잠 정도는 우습게 포기하겠죠. 그 정도로 카르세인은 냉철하고 차가운 사람이니까요.”

짧게나마 카르세인의 모습에서 자신이 비쳐 보였다.

그러니 공감이 듦과 동시에 이게 미련하단 사실도 뒤늦게 알아챘었고.

다만 그게 끝은 아니다.

“하지만 독한 사람이라곤 말할 수 있어도 악한 사람은 아니에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불행과 죄를 뒤집어 씌우는 악독한 사람은 결코 아니고요.”

카르세인은 어떻게든 공작가에서 벗어나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려 들지는 않는다.

그것이 하르니에가 카르세인과의 계약 약혼을 이어가면서도 서로에게 개입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폴룩스도 이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나도 그 소년의 검에서 엿봤으니까. 그건 사람을 해칠 만한 검은 아니었어. 다만 한 가지는 이해가 가는군. 저렇게 망가진 게 단지 몸뿐만은 아니라는 것일 테지.”

“…맞아요.”

몸뿐만이 아니다. 몸이 저리 망가진 이유를 알고 있는데 정신 또한 망가져 있음이 분명하지 않나.

“그 이유는─”

하르니에는 천천히 카르세인의 과거를 읊었다.

빈민촌에서 주워온 자식이라는 것부터 그가 귀족들에게서 어떤 취급을 받아왔는지. 또 바그란드 공작가에선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아는 대로 이야기했다.

착잡해진 폴룩스가 안면을 쓸어내린다.

‘그렇다면 더더욱 위험하다. 플레시아 상단주. 녀석은 이미…!’

폴룩스가 본 카르세인의 내면은 잔인할 만큼 차가웠고 어두웠고 씁쓸했다.

잔뜩 새겨진 상처들은 본 적도 없는 흉터로 뒤덮여 있었다.

거기다 그리 기계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면.

‘이 약혼조차도 모종의 거래 형태를 띠고 있는 게 아닌가?’

어째서 하르니에가 말을 하다 만 건지 알 것 같았다.

약혼자를 그리 두들겨팼는데도 반응이 시원찮은 게 영 이상하다 싶었으나 그 이유를 어느 정도 납득하는 폴룩스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이미 현재진행형에 들어서 있다.

“왜 왜 그렇게 보시는 건가요?”

“그대는 자기 약혼자가 걱정되지도 않는 건가? 내가 제법 상처를 많이 냈던 것 같은데.”

“에? 아니 그게… 호 혼자 잘 치료하고 있을 수도 있고… 또…!”

그래. 이 한 쌍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감정이 트지 않는다면 틔우면 될 일이다.

“한 가지 묻지. 플레시아 상단주. 카르세인은 여기서 더 망가질 수도 있어. 그걸 바라나?”

“그럴 리가 없잖아요!”

뜸 하나 없고 숨김 하나 없는 담백한 반응이 돌아온다.

“카르세인은 제…! 제 약혼자에요! 당연한 거잖아요?”

약혼녀니 약혼자니 하는 말에서는 순수한 소녀의 반응이 섞여들었긴 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더 좋았다.

“그걸 방지할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시도해 볼 텐가?”

“그게… 뭔데요?”

그건 제법 쉽다.

“네가 곁에 있으면 된다.”

카르세인은 이미 이성이란 괴물 놈에게 갉아먹히고 있다.

완전히 잡아먹혀 그 모든 게 무로 돌아가기 전. 조금이라도 감정을 틔울 수 있다면 충분하다.

당연히 그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질 테니 아주 강렬한 감정이 싹터야겠지만…

녀석이 여태 경험하지 못했을 가장 강렬한 놈이 남아 있다.

“제가… 요?”

“그래. 네가 곁에 있으면 된다.”

검지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르키는 하르니에에게 폴룩스는 긍정의 미소를 보인다.

몇 날 며칠이고 붙어있으면 된다.

붙어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

그러다 감정의 싹이 텄을 때.

카르세인의 안에 살고 있는 괴물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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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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