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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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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잠자코 일하는 척이나 하다 나가. 그럼 클레어의 의심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

“네? 하 하지만…”

“미안하지만 난 네가 굉장히 불편하거든?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왜 불편한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테고.

클레어의 의심을 피하는 방법으로 제일 괜찮은 걸 골라준 것도 알 테고.

다른 헛짓거리를 하면 이 조치마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도 알 거다.

그 뒤로 카밀라는 대꾸를 멈추었다.

“이 걸레 외에 쓰신 수건 정도는 제가 빨아도… 괜찮으시겠죠?”

-띠링!

[ 1. 마음 같아서는 네 입에다 걸레를 물려버리고 싶은데. ]

[ 2. 불편하게 만들 거면 그냥 나갈래? ]

[ 3. 마음대로 해. ]

[ 4. 좀 쉬어가면서 일해. 네 사정은 들었으니까. ]

마지막 선택지가 나왔다.

이걸 고르고 나면 머지않아 에피소드 III의 분기가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할 때도 불편했던 문장이 떡하니 보인다.

한때 나도 육성으로 그런 소릴 했었지.

어떻게 자길 괴롭히던 여자에게 이런 관용을 베푸느냐고 말이다. 그러니 나는 저것만은 고르고 싶지 않다.

“뭐. 정 하고 싶으면 그러던가.”

그 뒤로 카밀라는 말없이 욕실에서 둘뿐인 빨랫감을 세탁했다. 세탁 시간이 한참 걸리긴 했으나 이것도 어찌 보면 눈치가 빠르다고 해야 할지.

일을 하는 척하면서 시간을 떼움과 동시에 거슬리지 말라는 명령을 동시에 따르고 있었다.

간단한 식사를 끝내고 난 뒤 식기를 가져가는 표정을 봤을 땐 제법 불안의 기색이 줄어들어 있었던 것 같다.

***

상태창은 그 이후로 별 말이 없다가 카밀라가 내 방을 나가고 나서야 다시 나타났다.

▶CHAPTER 1 – 에피소드 III의 분기가 지정됩니다!◀

▶에피소드 III. 클레어의 성인식이 진행됩니다!◀

▶클레어를 만나 대화하세요!◀

“드디어 떴구만.”

여기는 다른 분기를 더 거치는 것보다 메인 에피소드를 곧바로 직행하는 편이 훨씬 좋다. 지금이 딱 그 상태였다.

바라던 대로 루트를 잡았으니 이제 에피소드 본편의 사건들을 생각할 때다.

이 게임에서 친밀도는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스템이 알려주는 인식이 공작가 내부에서 카르세인을 향한 적의의 정도를 반영해 선택지를 바꿔준다면 친밀도는 이 영향력을 크게 높인 대신 범위를 확 좁혀 한 대상의 선택지를 바꿔준다.

그래서 올릴 수 있다면 가급적 올려주는 게 무조건 좋다. 만약 공작가에서의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면 더더욱 좋고.

그리고 기회가 왔다. 현재 하녀를 들이지 않는 루트로 들어섰기 때문에 클레어의 친밀도를 올릴 찬스였다.

하지만 속단해선 안 된다.

친밀도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두곤 있다지만 데드 트리거를 끄는 복잡한 상황도 겹쳐져 있다.

만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과감히 친밀도 쪽을 포기하고 데드 트리거를 꺼버려야겠지.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은 나는 방을 나섰다.

‘어디 보자… 클레어가 이땐 2층 책방에 있었지? 바로 그쪽으로 가면 되겠네.’

그런데 상태창은 그게 아니라는 듯 메시지를 띄웠다.

▶클레어는 현재 주방에 있습니다!◀

▶주방으로 찾아가 클레어를 만나십시오.◀

“엥? 주방에 있다고?”

왜 거기 있는 거지. 이 스토리를 따르면 보통 책방에서 뭔가를 읽고 있을 때인데.

…근데 진행창은 이런 거 가지고 거짓말 안 하잖아.

-띠링!

▶클레어는 현재 주방에 있습니다!◀

▶주방으로 찾아가 클레어를 만나십시오.◀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자 곧바로 경고가 떴다.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클레어를 찾아가 만난다는 공통점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인다.

시키는 대로 발걸음을 돌려 정반대 방향인 주방으로 향했다.

머지않아 상태창이 말한 것처럼 분홍색 머리카락이 눈에 보인다. 클레어는 주방에서 뭔가를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띠링!

[ 1. 여기서 뭐 해? ]

[ 2. 그렇게 빤히 보고 있으면 주방장이 쫄려서 제대로 일 하겠어? ]

[ 3. 뭘 그렇게 많이 먹으려고 주방장을 찾아와? 돼지냐? 하긴. 돼지도 분홍색이긴 하지. ]

‘이런 미친. 선택지를 줘도 이딴 걸 내놓냐.’

다른 건 몰라도 3번은 저승길일 것 같다. 2번은 한 대 대차게 얻어맞을 것 같고.

미리 오른 친밀도 2% 때문에 좀 더 괜찮은 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별로 다른 것도 없는 듯하다. 해봤자 2% 정도면 미미하다 이건가?

나는 속으로 한숨을 푹 쉬며 1번 선택지를 골랐다.

“여기서 뭐 해?”

“카 카르세인?”

클레어가 흠칫하며 홱 돌았다.

뭔데.

뭐 하냐고 물어본 게 다잖아. 네가 왜 놀라는 건데.

“너야말로 여기 왜 온 건데?”

“이거. 내가 감기 걸렸을 때 떨어진 식기거든. 청소하다가 발견해서.”

“허. 넌 이걸 하녀한테 시키지. 왜 직접 가져와?”

“글쎄다. 누가 한 말 때문이지 않겠어?”

“야.”

네가 했던 말 때문이잖아.

라고 눈치를 주자 클레어는 입속이 떫은 듯 물 한 사발을 들이켰다.

“아씨… 진짜. 그건 됐으니까 좀 꺼내지 마. 앞으로 하녀들한테 시키지 말란 소린 안 할 테니까. 그리고…”

-스윽.

“꿀물이야. 만드는 건 내가 눈앞에서 다 봤으니까 안심하고 마셔.”

클레어가 앞에 나와 있던 컵을 내쪽으로 내밀었다.

‘뭐야. 이거 설마 나 먹으라고 주는 거야?’

왜 책방이 아니라 주방에 있는가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다고?

-띠링!

▶클레어가 꿀물을 내밉니다. 어떻게 행동할까요?◀

[ 1. (컵을 받으며)고맙다. 잘 마실게. ]

[ 2. (컵을 뒤집어 바닥에 쏟으며)이제 와서? ]

[ 3. 걱정할 거 없어. 다 나았다고. ]

어이가 없네.

선택지까지 뜨는 걸 보면 진짜 그런 모양이다.

‘대체 뭐가 이렇게 일이 꼬인 건지.’

정답이야 짐작은 간다. 책방에서 만났으면 그냥 감기 회복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아 건네고 이걸 받는 것으로 친밀도가 조금 올랐었다.

엇비슷한 장면으로 여기서는 클레어의 호의를 받아야 한다. 미친놈처럼 자존심 세우면서 2번 골랐다간 괜히 친밀도가 깎여버리기만 하고 3번은 그냥 꽁으로 들어온 기회를 놓치는 아쉬운 초이스다.

“식기 전에 빨리 마시지?”

하지만 나는 현재 친밀도보다 데드 트리거의 관리를 우선한다. 그래서 똑똑히 해둘 말이 있다.

[ 3. 걱정할 거 없어. 다 나았다고. ]

“걱정할 거 없어. 감기는 다 나았으니까. 근데 네가 그럴수록 내 입장이 난처해지는 건 알고 그러냐?”

“마시란 건 안 마시고 웬 딴소리야?”

“카밀라 좀 그만 건들라는 얘기야.”

그 이름에 이채가 돌던 클레어의 눈빛이 싸악 식었다.

“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카르세인. 피해자가 넌데 용의자를 의심하지 말란 소리야?”

“네 말대로 용의자잖아. 범행 의심을 받는 사람이지 범인이 아니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 대놓고 범인에 제일 유력한 새끼가 그년인데!”

옳은 말이다.

당연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카르세인을 괴롭히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있는 게 바로 전담 하녀의 자리니까.

하지만 나는 거듭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용의자는 범인이 아니야. 추정되는 인물이라고.”

“설마 너 지금 카밀라 그년을 편드는 거야? 정신 나갔어?”

당연하지. 쟤가 너 때문에 죽으면 나도 죽거든.

이딴 꿀물보단 내 데드 트리거를 꺼버리는 게 우선이야. 친밀도 일부를 조금 포기해서라도 말이지.

“리고모스 잎 추출액. 리고모스 수액. 각각 내 디저트에 들어간 자극제랑 각성제였지. 이건 기억하고 있지?”

“마침 말 잘했네! 음식이나 욕실의 물 주전자의 물까지야 다른 하녀들이 그랬다 치더라도 이건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잖아!”

“아니지. 그 반대야. 오히려 범인이 아니라는 명분이 생기거든.”

“뭐?”

“어떻게 일개 하녀가 그것도 행동이 제약된 하녀가 그런 물품을 혼자 입수해 오는 거지? 또 무슨 수로 들키지 않은 거고?”

그 질문에 클레어의 매서운 눈빛이 한층 사그라들었다.

“셰이든이 잘못된 소견을 내비쳤을 리는 없지. 하지만 주동자는 카밀라라고 확신할 수 없어. 그걸 입수한 자는 따로 있을 테니까.”

“너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는 거야? 대체 누군데!”

“나도 몰라. 하지만 공작가에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아?”

“…!!”

클레어는 다시 침묵했다.

그래. 일일이 셀 필요도 없다.

오히려 호의를 보이는 사람을 찾아 세는 게 더 빠를 정도일 테니 말이다.

이걸로 쐐기를 박는다.

“그리고 꼭 카밀라가 주동자이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이유가 그것뿐만은 아니야.”

“또 뭐가 있는데.”

“카밀라는 실제로 하녀들 사이에서도 성실하고 평판이 좋았어. 하지만 크나큰 문제를 떠안고 있지.”

“…편찮은 어머니의 약값에 시달린다는 얘기야?”

“그래.”

사실 카밀라의 어머니 쪽 얘기는 잘 모른다. 다른 분기의 선택지에서 정보가 주어지긴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그쪽 분기를 따라야만 하는데 생존을 목적으로 하다 보면 거기까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편찮은 어머니의 약값이라.

또 정보를 하나 얻었네.

이걸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때문에 의심을 받아서 독방에 갇힌 그 하녀가 기껏 풀려나서 내 전담 하녀로 돌아왔어. 근데 네가 그렇게 압박을 줘버리면 있는 하녀마저 사라져 버리겠지. 만약 그렇게 되면 오늘 먹은 정상적인 식사가 다시 소금이 든 식사로 변해버릴 수도 있을 테고.”

카밀라가 오늘은 정상적인 식사를 들고 왔다. 만약 네 말대로 카밀라가 범인이었다면 왜 오늘은 소금이 든 음식이 아니었을까.

그것도 설명해보라는 식으로 반박하자 클레어는 충격을 먹은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범인을 지정해 붙잡으려던 자기 행동이 오히려 카르세인을 궁지로 몰아붙이고 있었을 줄은 몰랐을 테니까.

비록 거짓을 담았다곤 하나 잘 속인 것 같다.

“클레어.”

이름을 불러 답변을 재촉하자 클레어는 인상을 왈칵 찌푸리며 소리쳤다.

“아이 씨. 알았어! 뭐라 안 하면 될 거 아냐.”

“다시 말하지만 카밀라가 주동자일 가능성은 낮아.”

“알았다고! 그러니까 그거나 쳐 마시고 가! 이 호구 새끼야!”

이렇게 다혈질적인 성격을 가진 자들의 반응은 익숙했다. 충분한 빌드업이 없었다면 금방 싸대기를 날리면서 헛소리하지 말란 소리가 날아왔겠지.

그렇지만 현재는 내 말에 끝까지 귀를 기울여주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엔 나도 원하는 걸 들어줄 차례다. 저런 성격을 상대할 때는 기브 앤 테이크가 가장 좋으니까.

-호록.

클레어의 말대로 꿀물을 받아 마시긴 했지만 3번 선택지가 골라졌었으니 친밀도는 오르지 않을 거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교환이라고 생각한다.

[ 따뜻한 꿀물 한 모금이 몸의 기운을 살려줍니다. ]

[ 상태 이상이 일부 회복됩니다. ]

상태창이 꿀물 효과를 알려주는 동안 못마땅해 보이던 클레어의 눈매가 살짝 풀어졌다.

“야 그건 끝까지 다 마시고 가라?”

“뭐?”

“내 성인식이잖아. 어디 그거까지 마셔놓고 아프다는 이유로 안 오기만 해봐.”

아. 그런 의미였냐.

급한 불은 껐으니 어떻게든 그 성인식에 안 갈려고 머리 좀 굴리고 있었는데.

‘시발. 먹지 말걸.’

속으로 욕하면서 후회해봐야 이미 늦었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안다. 이 게임 낙장불입이거든.

짜증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핀잔을 준 클레어는 그대로 궁시렁거리며 먼저 주방을 나갔다.

분홍빛 머리카락이 내 시야에서 멀어질 즈음.

띠링! 하고 상태창이 펼쳐졌다.

‘응?’

순간 눈을 의심했다. 난 분명 3번 선택지를 골랐을 텐데?

“쯧!”

바깥으로 나가며 우측을 살피던 클레어가 혀를 차고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동으로 뜬 상태창 아래로는 선택지 이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문장이 나와 있다.

보상은 아직 에피소드를 클리어한 게 아니라서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지만…

▶클레어의 호의를 받았습니다.◀

▶선택지 이상의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 클레어 바그란드 ]

[ ▣□□□□□□□□□ ]

[ 친밀도 수치 : 5% ]

‘이게 둘 다 될 줄은 몰랐는데.’

데드 트리거를 끄는 것으로 포기하려 했던 친밀도가 올라가 있었다.

‘뭐. 이건 그냥 운 좋게 잘 해결된 거라고 봐야지. 아니 비슷한 경험 때문에 대처를 잘 했다고 봐야 하나? 아 꿀물을 마신 것도 일단 받은 거다 보니 그 이유로 올랐을 수도 있구나.’

추측거리는 많다. 하지만 뭐가 정답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상황 게임에서도 겪어본 적 없으니까.

‘그래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거면 이득이지 뭐.’

클레어의 발소리는 쭉 멀어졌다.

하지만 상태창에 신경이 팔린 나머지 나는 발소리가 사실 둘이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업로드 시간을 좀 바꿔볼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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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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