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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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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아?”

눈이 퀭하다. 요 며칠간 바그란드 공작가에서 편안한 수면을 취해왔던 것 같은데 오늘만은 잠을 제대로 설친 것 같았다.

밤새 잠을 설친 나는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한숨부터 푹 쉬었다.

“하아.”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진다.

당연히 곧 다가올 클레어의 성인식을 무슨 수로 넘겨야 하는지가 주된 고민거리였다.

그래도 그럴싸한 해결책 하나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떻게 그 하나가 안 나오냐.’

어지간해선 꾀병 정도로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찬물로 샤워를 해서 감기에 걸려버리는 정도라면 기꺼이 해낼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어제 클레어를 만나러 가서 꿀물을 마신 게 문제였다. 내가 멀쩡하다는 걸 확인했고 아프다는 이유로 안 오기만 해봐라는 확인사살까지 받았다.

장담하는데 지금 와서 그런 변명은 절대 안 통한다.

덕분에 클레어의 성인식에 꼼짝없이 참가해야만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게 그나마 합리적인 방법인데.’

-끼익.

옷장을 열자 내가 빙의하기 전부터 있었던 카르세인의 의복들이 나타났다. 귀족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진 않은지 값비싸 보이는 옷들이 줄줄이 걸려있긴 했다.

무려 바그란드 공작 영애의 성인식. 귀족 사교권에서는 제법 큰 이벤트일 것이 뻔했다.

그런 중대한 이벤트가 이루어지는 장소에 볼품없는 옷을 입고 갔다간 당사자들도 당연히 싫어하겠지.

따라서 ‘입을 옷이 없다.’ 라며 성인식을 망치지 않고자 참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들이댈 생각이다. 그 정도면 책망을 피할 순 없겠지만 제법 비벼볼 만한 핑곗거리가 되긴 할 테니까.

“우선 좀 씻어야겠네.”

저 옷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생각하며 나는 욕실로 향하려 했다.

“카르세인 도련님. 카밀라입니다. 들어가도 될까요?”

이 타이밍에 카밀라가 오다니.

보나 마나 불안해서 청소든 뭐든 하러 온 거겠지.

“어.”

나는 심드렁하게 들어오라 말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방문이 열리자 보이는 얼굴의 수가 하나가 아니었다.

“…뭐야 너희? 내가 호출한 적 없지 않아?”

“그게… 클레어 아가씨께서 보내셨거든요.”

“허?”

클레어가 보냈다니.

설마.

카밀라에게 두 눈을 치켜뜨며 무언의 강요를 던져본다.

어서 뭐라도 말해 봐! 카밀라 네가 그랬던 것처럼 저 하녀들이 나한테 뭔짓 할 수도 있잖아. 안 그래?!

그러자 곤란한 눈치를 보이며 카밀라는 이에 답했다.

“카르세인 도련님이 혹시나 이번에도 감기 같은 것에 걸릴 수 있다면서 반드시 온수로 박박 씻겨 오라고 명하셨어요. 만약 도련님을 아가씨께서 만족할 모습으로 앞에 대령하지 못하면 전원이 곤장 백 대 맞을 각오 정돈 하라고…”

시발. 그 순간 확신했다.

답이 없구나. 라고.

애초에 얘가 뭘 말한다고 해서 될 게 아니다. 얘네는 애초에 클레어의 앞에다 잘 씻겨진 카르세인을 대령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아무리 저 하녀들이 내가 싫다고 해도 클레어가 눈에 불을 켜고 뭔 짓이든 못하게 압력을 잔뜩 넣어놨는데 얘네가 나한테 뭔 짓을 할 수 있겠어.

눈앞이 절로 아찔해져 이마를 턱 짚었다.

‘아오 그 미친년. 괜히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었네.’

어제부터 눈치를 채야 했구나.

성인식에 꼭 오라면서 꾀병 부릴 것을 원천차단했던 그 치밀한 계획에 반드시 대비를 했어야 했다.

-띠링!

▶클레어의 명을 받고 목욕을 도울 사용인들이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 1. 너네가 맞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니까 전부 돌아가. (선택 시 인식 -200 클레어의 친밀도 -30%) ]

[ 2. 알았어. 씻을게. ]

와우. 선택지도 아주 답정너를 보여주고 계신다.

거절하는 순간 인식이 곱창나 버리고 클레어의 친밀도까지 어마어마한 수치가 깎여 버린다. 이건 그냥 죽으라는 소리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빠져나갈 틈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말을 꺼내긴 해봤지만…

“그… 혼자 씻으면 안 될까?”

카밀라가 한숨을 푹 쉬며 답했다.

“죄송해요. 감기 걸리시면 저희가 클레어 아가씨께 혼나요.”

아오 그래! 될 리가 없지!

“하아… 알았어.”

***

클레어의 압력에 공포를 느낀 하녀들은 나한테 손끝만큼의 해코지를 할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데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게 괜히 하는 소린 아니네.’

나도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의 눈이 있었다면 저렇게 보였으려나?

말 그대로 잘 씻긴 도련님을 대령해야 하니 진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움직이는 하녀들의 모습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덧 생존을 위한 독기로 물들었던 하녀들의 눈빛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이쯤이면 충분할 거라 판단되자 내 목욕은 완전히 끝났다.

욕실에서 수십 종류의 향을 맡아서 그런지 후각이 마비라도 된 느낌이었다.

“이제 끝났지? 그럼 이만 돌아가서 클레어한테…”

“아니요. 도련님. 끝났다고 말씀드린 건 목욕뿐이고 아직 치장 쪽은 남았어요.”

“…어?”

“말씀드렸잖아요. 클레어 아가씨께선 만족하실 모습으로 대령하라고 명하셨어요.”

“아니 잠깐만. 만족할 모습으로 대령하라는 게 그럼…”

“성인식에서 볼 모습을 미리 꾸며서 보이라는 뜻이에요.”

눈앞이 아찔해진 나는 재차 이마를 턱 짚었다.

그 사이 내 방 안으로 섬찟하게도 바퀴가 드르륵거리며 굴러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불길함에 고개를 돌리자 바퀴소리를 내며 들어온 카트엔 남성복으로 보이는 화려한 의복이 준비되어 있었다.

“저 저거 설마 내가 입을 옷이야…?”

끄덕.

“유명 디자이너를 아예 공작가로 직접 불렀다고 들었어요.”

아… 망할.

이렇게 되면 억지로 옷이 없다고 소리쳐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목욕을 끝마친 뒤로도 진탕 하녀들의 손길을 받아야만 했다.

한참이 지나.

하녀들이 이거면 충분할 거란 수군거림이 오갔다.

원래도 카르세인을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진 않았던 하녀들인 만큼 방에서 나가는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빨랐다.

다시 내 방에는 카밀라와 단둘이 남게 된 상황.

이제야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카밀라.”

카밀라도 의식은 하고 있었는지 이 질문에 어깨를 움찔거렸다.

***

카르세인을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은 이미 성인식 때 입을 의상이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이번 연회의 주인공인 클레어는 가장 공을 들이고 있을 테고 어머니 이사벨라를 포함한 나머지 두 자매도 가족이기에 허투루 준비하진 않을 터다.

따라서 디자이너를 부를 필요까진 없다. 미리 의상실을 다녀왔을 네 사람의 옷이 때에 맞춰 준비되어 있다면 공작가에 디자이너를 직접 부를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여기 있는 옷들이 연회에 참석하기엔 부적절하긴 하지. 하지만 나는 이 사실을 보고하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바로 내 옷이다.

성인식과 관련된 이야기는 퍼졌을지 몰라도 내 옷장에 틀어박힌 의상들이 전부 사이즈가 안 맞다던가 유행이 한참 지난 옷이라던가 관리되지 않아 입기 힘든 상태라는 건 아무도 모른다.

즉 그녀가 직접 윗사람에게 전하지 않는 한 디자이너가 올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카밀라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전담 하녀로서… 도련님께서 오는 클레어 아가씨의 성인식 때 입을 의상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네 독단이다 이말이군?”

“…네.”

핵심이 독단이었다는 것을 콕 집어 이야기하자 카밀라의 두 눈이 크게 떨렸다.

“왜 그런 독단을 저질렀지?”

“도련님께서도 바그란드의 성을 가지신 공작가의 자제이시니 이에 걸맞는─”

“아니. 그런 형식상의 이유 말고 말이야. 나는 한 번도 성인식에 참여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잖아?”

성인식의 ㅅ도 꺼낸 적이 없다. 막말로 공작가에서 카르세인이 성인식에 참여하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고 그 날이 넘어가버릴 수도 있었다.

이건 카밀라의 독단에 다른 이유가 더 붙는다는 뜻이다.

“말해. 이것도 그냥 클레어 때문에 쫓겨날까 싶어서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그런 거야?”

형식상의 이유를 딱 잘라 끊어버리고 추궁하자 카밀라가 짧은 텀을 두고 치마를 붙잡았다. 할 말을 고르려 한다면 기다려줄 생각이었다. 그게 거짓이 아닌 이상은.

그녀는 치마를 꼭 쥔 채 입술을 두어 번 달싹거린 뒤에야 입을 열었다.

“도련님께서… 바그란드가 아니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셨으면 해서였어요.”

“…?”

예상을 한참 벗어난 답이었다. 핑곗거리를 좀 더 준비하지 않았을까 했다. 형식 상의 이유를 넣어가며 차라리 목줄을 쥐고 있는 나에게 반기를 보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런데 내가 카르세인이 바그란드가 아니라는 소릴 듣지 않았으면 해서라고?

코웃음이나 치려다 나는 그 말을 그대로 삼켰다. 카밀라라는 등장인물 때문에 생기는 데드 트리거가 한둘이 아니니 이조차도 조심해야 한다.

“도련님. 저는…”

“됐어. 다른 말은 됐고 그 독단을 펼친 과정이나 설명해 봐.”

그러자 카밀라는 한결 풀린 표정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옷장을 확인하게 된 건 도련님께서 욕실에 계셨을 때였고 성인식 이야기가 하녀들 사이에서 알려지자 빠르게 헤론 님을 찾아갔어요.”

“그 미친 핑크…”

이런 시발. 나도 모르게 본심이 튀어나올 뻔했네.

“아니. 클레어의 성인식 때 입을 옷이 없다고 보고했단 건가?”

“네. 그러자 헤론 님은 공작 부인께 전달하시겠다 말씀하셨고 디자이너가 오게 될 거라는 보고는 그날 오전 중으로 전달받았어요.”

그렇게 일이 엉키게 된 거였군.

아니지. 어쩌면 카밀라가 아니어도 내 계획은 틀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꼭 카밀라가 아니더라도 클레어가 지금처럼 행동한다면 얼마든지 의복 정도야 체크했을 테고 점검 차 아리나가 발을 들일 수도 있었다. 플로라가 떠들썩거리며 놀리는 사이 헤론이 귀를 기울여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고.

아무튼 이사벨라의 귓가에까지 들어간 거라면 별수 없다. 멀쩡한 몸에 입을 옷까지 마련된 상황이라면 난 더 이상 뺄 건덕지조차 없다.

비록 3년 전의 카르세인이 아리나의 성인식을 다 망쳐놓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할 수 없지. 쥐 죽은 듯 숨어 있는 수밖에.’

연회장에서도 선택지는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꼭 공작가가 아니더라도 카르세인의 발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돌발적인 상황을 만들어낼 것이다.

적당히 숨어있다가 기회를 봐서 나가면 된다. 그 과정에서 뜨는 선택지로 합당한 이유를 만들 수도 있을 테니까.

“알았어. 그만 나가 봐. 곧 아침 식사 시간이잖아?”

그럼에도 카밀라는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저어…”

“할 말이 아직도 남았어?”

“그게 공작 부인께서 오늘 아침에는 가족끼리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며 부르셨었어요.”

…시발?

***

아무리 생각해도 영 꺼림칙하게 느껴진다.

아침 만찬이라니. 눈밖에 난 자식인 카르세인과 자기 배로 낳은 세 자매를 같은 자리에 불러 식사를 한다고?

‘아니지. 이것도 클레어 때문이겠구나.’

앞으로 대령하라는 게 강제로 끌고 오란 뜻이 아니라 이 식사 타이밍에 맞춰서 체크하겠다는 의미였다. 진짜 막무가내가 따로 없네.

“도련님 여기요.”

아침이나 먹으러 가는 거라며 편한 옷을 입긴 글렀다.

원래 게임에서 이런 장면은 없다.

하지만 만들어져 버렸다. 게임이었기 때문에 스킵된 장면을 나는 고스란히 현실로 받아들여야 했다.

늦으면 또 뭐라 하겠지. 가뜩이나 뭐든 트집 잡고 시비 거는 둘째라면 더더욱 그럴 테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고 카밀라의 안내에 따라 식당에 도착했다.

이크. 늦었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거 한 소리 먹겠구나 싶었다. 나만 빼면 다들 제 자리에 앉아 있었으니까.

“…”

“…”

“…”

“…”

근데 표정들이 죄다 왜 저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연참 가능성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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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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