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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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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1

‘지금 상황이 그때와 단 하나도 다르지가 않다고?’

이사벨라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당시에는 잊고 있었지만…

지금은 똑똑히 기억한다.

헤론이 지칭하는 때는 불과 몇 달 전.

조사 이후 카르세인에게 향하는 서신의 총량만이 달랐단 것이 밝혀지며 이후 그 얘기를 좀 더 나눴던 시간을 의미한다.

클레어의 성인식 날은 선명히 표시해서 기억해줬으면서 카르세인의 생일은 기억은커녕 표시조차 똑바로 해두지 않았던 것이 밝혀진 그날.

달력을 들어 보이며 헤론이 솔직한 심경을 꺼냈던 날이다.

헌데 그때와 지금이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이사벨라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내가 잘못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네. 하지만 조금 당황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어.”

이사벨라가 방 안에 있는 캘린더를 하나 집어 두 날을 확실히 체크해 보여준다.

12월 31일과 1월 1일.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는 증명의 표시였다.

“인정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닐세. 내가 카르세인에게 벽을 세운 탓에 네 아이들 중 그 아이만 애정의 정도가 달랐던 걸 잊지는 않아. 편견에 씌여있던 내 잘못이니까. 허나 이게 어찌 그때와 같단 말인가?”

차이는 인정한다.

하지만 달랐다.

그날과는 명백한 차이점이 존재했다.

“나는 카르세인이 그간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있네. 아르시엔 황녀 전하의 말씀을 들어 보니 칭찬을 받아 마땅할 일이었지. 그래서 이번엔 확실히 상을 내릴 만하다 여겨 제안을 하게 된 것이네. 그때처럼 단순히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내 멋대로 행동한 것이 아니란 말일세.”

단순히 기분을 풀어주기 위함이 아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닌 합당한 상을 주고자 함이었다.

그러자 헤론이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것이 문제인 겁니다. 마님. 이런 식으로 카르세인 도련님을 외면하시고 계시면서 어찌 그런 모순된 말씀을 하시는지요.”

“외면이라니?”

“도련님께 있어 그건 상이 아닙니다. 과거의 악몽을 불러일으키는 벌인 게지요.”

“헤론.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이사벨라가 또 다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문을 자아냈다.

그러자 헤론이 망가진 액자 하나를 내밀었고.

이사벨라는 격노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건… 누군가. 누가 카르세인의 얼굴만 이렇게…! 하 아니. 아니지. 이런 짓을 할 자라면 한 사람뿐이었겠지. 엠마 우르넨 그 사지를 분질러도 모자랄 여자겠구나.”

액자 속 카르세인의 얼굴이 구겨지고 다른 가족들과 동떨어져 있다.

공작가에 아직 이런 잔재가 남아있었을 줄이야. 황실에 요청해 그 육시를 해도 모자랄 여자에게 지하 감옥에 더한 형벌을 내려야 했다.

“그런 일이… 그래. 카르세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을 줄은 몰랐군. 이런 일을 내가 여태 알아차리지 못하고 외면하고 있었다는 거겠지?”

“아닙니다. 마님.”

“이것도 아니라고…?”

-끄덕.

고개를 끄덕인 헤론이 바깥 창문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벚꽃이 핀 배경과 나들이를 온 가족. 그리고 초상화를 그리는 것까지. 참으로 유사하지 않습니까?”

“유사하다…? 그게 무슨…”

또 다시 의문에 잠기려던 이사벨라의 두 눈이 일순간 공허한 암흑으로 물들었다.

파르르 떨리기 시작한 푸른 눈동자는 헤론이 가리킨 벚꽃잎과 액자를 번갈아보기 시작했다.

-쿵!

몸이 무너지는 건지 심장이 철렁하고 떨어진 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커다란 소리를 냈다.

“허억 헉…!”

“마님…”

“마 맙소사… 내가… 내가 그걸 잊고 있었단 말인가…?”

이내 이사벨라가 비틀거리며 벽을 짚었다.

셰이든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이사벨라를 바라보다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헤론은.

“마님께서 정말로 카르세인 도련님을 외면하고 계시지 않았더라면 진작 눈치챘을 겁니다. 이 상황 자체가 도련님이 극도로 혐오스러워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요.”

이전보다 더 따끔한 회초리를 날렸다.

***

화창한 봄날.

벚꽃을 보며 밖으로 나가기 딱 좋은 날씨까지 겹친 그날.

공작가의 피크닉은 일발의 부정으로 시작되었다.

-가족 초상화까지는 굳이 필요 없지 않을까요.

-단순히 노는 거야 괜찮은데 말이지. 나도 초상화는 좀.

-나는 쟤 싫어! 싫다고! 우리 가족도 아닌 애랑 왜 가족 초상화를 그리겠다는 건데!!

모두가 선을 그었다.

굳이 가족 초상화를 그릴 필요가 없다거나 이를 꺼리듯 거절의 의사를 표했다.

누군가는 대놓고 싫단 말을 담으며 폭언을 쏟기도 했다.

가족이라는 자리에 카르세인이 끼어들길 그 누구도 바라지 않았기에.

초상화 안에 그 누구도 카르세인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길 바랐기 때문에.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 따사로운 봄볕 아래 단 한 장 그려졌던 초상화 속엔 아무도 웃지 않고 있는 모습이 비치고 만 것이다.

이 노골적인 따돌림에 시간이 미뤄져도 새 기회는 생기지 않았다.

잠깐의 휴식 시간 이후 벚꽃잎 대신 먼지를 뒤덮어 쓴 뒤로는 더 이상 가족 액자에 들어갈 몰골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기꺼이 여기며.

-어머니. 어쩔 수 없으니 저희끼리라도 마저 그리도록 하죠.

이 기회를 덥석 붙잡았다.

-나머지 액자에라도 채워야죠. 카르세인은 어쩔 수 없지만 개인의 초상화 정도는 채울 수 있지 않습니까.

-언니 말이 맞아. 당장 우리 네 사람 초상화라도 그리는 게 맞다고 봐.

-나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카르세인을 기어코 가족의 자리로부터 떼어놓으려 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리고 그게 보란 듯이 성공해 버렸다.

공작가에 카르세인의 얼굴이 달린 초상화는 단 한 장도 걸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액자 속에서도 카르세인의 얼굴은 걸려 있지 않았다.

바로 그날.

세 자매가 대놓고 카르세인을 가족이 아니라 취급하며 떼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또 또… 카르세인한테만…”

작은언니 클레어로부터 그날의 일을 떠올리게 된 플로라가 치맛자락을 꽉 쥐었다.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을 따돌렸으니.

“언니가 무슨 말 하려는 건지 알겠지?”

“…응.”

치맛자락을 붙잡던 플로라는 울먹이며 긍정했다.

“초상화는… 그리면 안 되는 거였어. 아니 애초에 우리가 여기 오면 안 되는 거였어. 그런 거지… 언니?”

“그래. 플로라.”

“아라써. 그런데 언니이.”

훌쩍 훌쩍.

다시 울음을 참으려는 듯 플로라가 애써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엄마 오늘… 기대 많이 했는데. 이건 어떡해?”

“…”

플로라의 말대로다.

초상화를 그리지 말고 공작저로 돌아가길 원한다면 이 봄나들이를 제안한 엄마부터 설득해야 했다.

기대에 부푼 채 가족끼리 나들이를 온 것도 그랬지만 공작저의 초상화를 갈아엎어 액자에 새 그림을 새겨넣고자 이곳에 발을 들인 걸 감안하면 설득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완고하게 거절당할 수도 있겠지.

이 봄나들이 자체가 카르세인을 위해 준비된 거니까.

클레어는 피식 웃으며 플로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엄마한테는 언니가 잘 설명해 볼 테니까. 플로라는 걱정하지 마. 어지간해선 언니가 다 혼날게.”

많이 혼나겠지. 일부러 카르세인이 없는 틈을 타서 지금의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 가족으로 취급조차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을 알면 길길이 날뛰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직접 입에 담아야 하는 사안이다.

엄마에게 깨질 것을 각오하더라도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빠짐없이 설명해야 했다.

진짜 상처를 입은 건 카르세인이니까.

오늘이란 날은 카르세인에게 있어 지독하리만치 역겨운 시간이었을 테니까.

“다 같이 혼나야되는 거 아니야…?”

“아니. 언니가 제일 크게 잘못했거든.”

벚꽃 머리핀.

그걸 카르세인에게 받았던 것까지 생각하면 가장 혼나야 할 건 자신이었다.

“자 언니 말 따라 플로라는 방으로 들어가자?”

“…아라써.”

여기서도 거절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플로라는 그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훌쩍거리며 다시 우는 플로라를 방에다 데려다 주고 난 뒤.

클레어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어머니 이사벨라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똑똑.

“엄마. 나 할 얘기 있는데 잠시 들어가도 될까?”

잠시 뜸을 들인 뒤 방 안에서 “들어오렴.” 이라는 말이 작게 울려 퍼졌다.

밖에서 심호흡을 한 차례 마친 클레어가 이사벨라가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잘못한 일을 고해야 하니 시선이 절로 아래로 향했다.

그래도 바로 본론을 꺼낸다.

“엄마. 우리 초상화는 그리지 않는 게 어떨까 해.”

어째서냐 물어올 것은 필연.

클레어는 각오하며 이사벨라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꾸나.”

“어?”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클레어가 어벙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엄마. 방금 뭐라고…?”

“카르세인이 초상화를 그리는 걸 좋아할 거란 생각도 내 편견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

입을 슬쩍 벌린 채 이사벨라를 쳐다보는 클레어.

이제야 그 눈에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이사벨라의 눈에는 깊은 시름이 잠겨 있었다.

출발 전부터 함박웃음을 띠고 있던 게 불과 몇 시간 전인데.

나들이를 와서 그렇게 밝아진 표정을 지었던 게 몇십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180도 바뀐 모습으로 한탄하고 있었다.

‘엄마도 알고 있구나.’

클레어도 어렴풋이 눈치를 챘다.

“내가… 그런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이곳에 그 아이를 데려와 버렸더구나. 어찌 이런…”

어떻게 그걸 안 걸까.

누가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아리나 언니는 아닌데. 플로라는 직접 자신이 데려다 주었고. 클레어는 지금 막 여기 온 참이다.

카르세인이 직접 이 이야기를 꺼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이 사실을 안다는 건데.

‘대체 누가…?’

생각에 잠긴 클레어의 눈이 문득 테이블 위를 향한다.

그곳에는 망가진 액자가 놓여 있었다.

‘이거였구나.’

누가 이딴 짓을 저질렀나 싶지만 저 액자는 공작가에서 주문한 것이니 범인은 얼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공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정확히는 카르세인을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그날의 모습이.

마치 경계선이라도 만들어놓은 듯한 실금에 입술이 질끈 물린다.

구겨진 카르세인과 대비되는 자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클레어는 숨이 턱 막혀올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젠 솔직하게 말할 기회가 생겼다.

“그거. 내 잘못이야. 엄마.”

클레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입에 담았다.

하나 하나.

묻혀버릴 일 없이 세세하게.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끝내 이 자리에서 모든 걸 실토할 생각으로 찾아왔다고도 덧붙였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긴 침묵을 이어가며 자기 가슴을 두드리던 이사벨라가 잠긴 목소리로 입을 뗐다.

“결국 이 일은 우리 모녀의 잘못이란다. 너도 잘 알고 있겠지? 클레어.”

“…네.”

“그러니 이렇게 하자. 마음 같아서는 바로 공작저로 돌아가고 싶지만 곧 심포지움이 열리니까. 최대한 카르세인은 내버려 둔 뒤 우리 일정만 보려 한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동의해요.”

“그럼 플로라에게는 네가 알려주거라. 아리나에겐 내가 말할 테니.”

사실 플로라에게 이걸 알릴 필요는 없겠지만…

무슨 할 말이 더 있으랴.

클레어는 이게 최선이라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초상화 일정이 취소되는 순간이었다.

***

뒤늦게 깨달은 거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해가 떠 있었다.

누구든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았던 그 하루라는 시간 동안 이것저것 업무를 보고 있으니 하루가 지나버린 것이었다.

“저어… 도련님?”

“왜.”

“혹시… 수면은 취하셨는지 여쭤도 될까요?”

나는 심드렁히 답했다.

“잠이야 잤지.”

“그렇다기엔 베개와 이불의 상태가 어제 있던 그대로인데…”

“사람은 쪽잠만 자도 일상생활 다 가능해.”

카밀라가 불안한 눈초리를 보이며 긴히 요청한다.

“카르세인 도련님. 몸이 망가지실까 우려돼요.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시는 게…”

“그럴 시간 없어.”

퍼펙트 클리어 보상으로 하루라는 시간을 얻었다.

하지만 이래도 일이 영 끝나질 않는다.

루스마이어 영지 관리.

곧 다가올 샤트렌 영지 대비.

다른 가문의 견제 및 매물 확보.

경제 상황에 맞춰 취합한 정보 정리.

여기까지만 해도 상당량의 서류가 따르는 마당에 공작가에서 썼던 돈들을 계산하고 정리한 뒤 바깥으로 나갈 때까지의 시간을 단축시키려면 이렇게 쪽잠을 자는 쪽이 맞았다.

그러자 카밀라는 내가 쓰고 있던 서류를 냉큼 덮어 버렸다.

“…?”

이게 무슨 짓이냐는 말을 대변하는 내 시선에도 카밀라는 한숨을 푹 쉬었다.

“죄송하지만 도련님. 저는 도련님의 전담 하녀입니다. 모시는 주인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제 업무에요.”

“괜한 참견이야.”

“…자꾸 그러시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겁니다?”

“특단의 조치?”

“네. 도련님은 절대 거부하실 수 없는 진짜 특단의 조치요.”

공손하게 두 손을 모은 태도와 달리 어째 입에서는 압박이 느껴지는데.

-띠링!

‘응?’

▶카밀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 현재 수치 : 60% ]

…이건 또 뭔 상황이래.

참 이 게임은 알 수가 없다.

근데 뭐…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곤 했는데 그런 게 어디 있겠어.

대충 들어주는 척하고 남은 건 나중에 따로 처리해야겠거니 싶었다.

바로 그때.

▶특정 등장인물이 당신을 찾아옵니다.◀

▶선택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카르세인. 잠시 들어가도 되겠니?”

이사벨라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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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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