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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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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6

“영애들 사이에 껴서 아주 좋으셨겠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말문이 턱 막혔다.

아니 그게 어떻게 좋을 수가 있겠어.

귀족들의 눈길에 띄지 않고자 일부러 이 시간대를 골랐다.

퍼펙트 클리어 보상으로 나온 건물 내부 동선과 구조를 면밀히 살핀 뒤에야 이 장소에 발을 들였었고 이목을 끌 만한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즉 어떻게든 이곳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최선의 수를 썼단 건데. 갑작스레 몰려드는 귀족들로 인해 곤란을 겪는 게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이 입장이야 내가 플레이어로서 느낀 기분인 만큼 직접 입 밖으로 낼 순 없겠지만 다른 이유라 하더라도 사실 못 댈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나는 억울하다고.

저 여자들이 일방적으로 나를 쫓아온 건데 왜 이리 날이 섰느냐고.

곧바로 반박하고 싶었다.

근데…

‘…왠지 그렇게 말하면 한 대 얻어맞을 분위긴데?’

경험치가 쌓인 건지 등에서 한줄기 식은땀과 함께 묘한 촉이 생겨났다.

우선 천천히 오해를 풀어보자.

“그… 저는 그냥 이 길을 지나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흐응. 그러세요.”

오… 이거 야단났네.

내 약혼녀께선 아까보다 기분이 더 나빠지신 모양이다.

그냥 이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는 말로는 해명이 안 된다는 건가?

“으흠… 저기 저 사람들은 제가 부른 사람도 아니고 말이죠?”

“네. 근데요?”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갑자기 몰려든 겁니다. 저 거짓말 하는 거 아닙니다?”

그러자 하르니에는 더 날이 선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런 것 치고는 아주 한참을 붙들려 계시던데요?”

“붙들려 있던 거야 사고 치면 또 소식이 공작가에 들어갈 게 뻔하잖습니까.”

“그래서 일부러 영애들의 손길이 하나둘씩 닿고 있는데도 가만히 계셨다는 건가요?”

그녀가 내 앞으로 얼굴을 불쑥 들이민다.

나는 자연스레 한 발 뒷걸음질쳤다.

“거절하셨으면 됐잖아요!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거기서 가만히 있었으면서!”

“안 좋은 소리라도 들리면 어쩔 수가 없… 우왓!”

멀어지니 다가오는 하르니에의 안면.

본능적으로 나는 한 발짝 더 뒷걸음질쳤다.

“싫다고 하면 되잖아요. 사고를 치는 게 아니라 정중하게 거. 절 이라는 걸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러는 게 어려우니까…!”

그녀가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또 다시 물러났다.

“일정이 있으니 곤란한 척하면서 물러나도 되고.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쉬고 싶다 말해도 되고! 공작가에서 머무를 장소를 보러 왔다거나 약속 때문에 먼저 가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죠. 식상하지만 배가 고프다던가 지금 바쁘게 준비 중이라 말할 수도 있어요. 최악이지만 배가 아프다고 말해도 괜찮잖아요! 어려울 게 어딨어요!”

영애들 사이에서 벗어나는 대안을 하나씩 제시할 때마다 하르니에는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 걸음에 맞추어 한 걸음씩 뒤로 밀려나자 어느덧 나는 벽 뒤까지 몰려 있었다.

“한 마디도 안 한 건 당신이죠! 폭력으로 해결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몇 마디면 되는데 왜 안 해요? 그 상황에서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등에 딱딱한 벽이 느껴진다.

이제는 코너에 몰려 물러날 곳조차 없었다.

“또 제일 좋은 방법도 있는데 왜 안 써요? 그거면 바로 물러났을 텐데!”

“…제일 좋은 방법요?”

그런 게 있었나?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하르니에가 거리를 확 좁힌다.

이제 물러날 곳이 없었다.

“약혼녀가 있다는 말이 그렇게 힘들어요? 나랑 만날 사람도 있고 하니 추파 같은 건 던지지 말라고 딱 잘라 선 긋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면서!”

이거 원.

나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꾹 닫혀 있던 입술을 뗐다.

“그…”

“뭔데요!”

어째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목소리에 식은땀이 찔끔찔끔 나지만 이 얘긴 해야 했다.

“너무 가깝지 않습니까?”

“…네?”

뜬금없는 소리에 어리둥절해하는 하르니에.

-쿡쿡.

나는 허공에 대고 검지손가락으로 우리 둘 사이의 공간을 가리켰다.

“스킨십 싫어하신다고 했잖습니까. 계속 다가오시면 닿습니다.”

“…”

휴. 이제야 한시름 놓겠네.

그제야 하르니에는 구석에 몰려 있던 쥐나 다름없던 내게서 물러나 주었다.

뒤로 돈 그녀는 잠깐 침묵하다 고개를 휘휘 저으며 이쪽을 흘깃거렸다.

“그… 의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그렇겠죠. 저도 저 영애들이 다가오는 걸 의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여유가 생긴 나는 목소리를 조금 가다듬으며 덧붙였다.

“그럼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어요?”

“막 도착해서 정신이 없기도 했습니다만 어떻게 떼어낼까 고민 중이었거든요.”

“고민 중이었다고요?”

“네. 자칫 잘못 떼어냈다가 가족들의 귓가에 들어가면 대개 왜곡이 돼서 들어가는 입장인지라.”

“아…”

이해했다는 듯 그녀가 짧게 탄식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한 건지 금세 눈매가 다시 날카로워졌다.

“그래도 약혼녀가 있다는 말 한 마디면 충분했잖아요. 이건 아무 말도 못할 텐데.”

“음. 확실히 그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닙니다만.”

“써먹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단 거에요?”

“예.”

“아니 대체 그런 이유가 어딨어요?”

하르니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나를 노려보았다.

“그래봤자 계약일 뿐이잖아요. 당신과 저의.”

“그건 그렇지만 당신이 싫어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요.”

“…네?”

“계약 약혼이잖습니까. 당신이 남자들로부터 온갖 희롱과 추파를 다 받으며 괴로워했던 걸 생각하면 이런 소리가 제 입에서 나오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르니에는 계약 당시 내게 말했었다.

다른 사내들은 누구든 함부로 약혼자가 될 거란 소릴 입에 담았다고.

누군가는 그걸 이용해서 단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려 수작질을 부린 적도 있다고 했다.

나는 그런 입장에 놓여있었던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만 직접 그런 일을 수없이 겪어왔던 그녀로서는 진절머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애초에 그녀가 제안한 계약 약혼의 의의도 그랬다.

정략혼으로 팔려갈 위기를 넘김과 동시에 이러한 일을 더 이상 겪지 않기 위해서였다. 맹세의 보옥까지 썼고 ‘연인인 척’ 흉내를 내보자고 한 것도 다 그런 까닭이다.

하르니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런 판단을 내린 거다.

헌데 여기서 내가 이걸 이용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 입에 담지 않은 것뿐이다.

“뭐… 너무 제가 비약적으로 말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언젠가 당신도 괜찮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

“허락이라도 해주시면 그땐 써먹기야 하겠습니다만…”

하르니에는 말없이 멍하니 나를 쳐다보다 흠칫하곤 고개를 홱 돌렸다.

“그 그런 건 일일이 허락 받지 않고 말해도 돼요! 서로 협력하자고 했으면서… 아 앞으로는 약혼녀 있다고 대놓고 말해도 된다구요!”

“어 음… 네.”

이것도 영 이상한 대답이었나. 괜히 뻘쭘해진 나는 볼을 긁었다.

고요한 적막이 찾아왔다.

이 얘기는 여기서 끝인지 하르니에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럼 마침 단둘만 있는 상황이니 나도 하나 물어보기로 했다.

“하르니에. 먼저 일정을 잡자고 말씀하셔놓고 제 서신에는 왜 답장 안 한 겁니까?”

“아… 그거요.”

그간 사정이 있었던 건 확실한 모양인지 하르니에는 한숨부터 쉬었다.

“당신 저랑 춤 춰야 해요.”

…예?

저기 약혼녀 씨?

그게 무슨 소리죠?

***

“하아…”

한 손에 얼굴을 파묻은 카르세인이 깊은 한숨을 흘렸다.

어찌나 깊은 한숨인지 테이블을 뚫고 땅까지 꺼져버릴 것만 같았다.

안면에서 손을 뗀 그가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이런 겁니까? 저와 계약하기 전 사교계 쪽에서 걸어온 태클 덕에 당신은 약혼자가 있다는 거짓말을 해야 했고. 그게 하필이면 오늘 열리는 파티장에서 춤을 추자는 거였고. 마지막으로 서신을 보냈지만 답장할 수 없었던 이유가 후작가의 감시 때문이란 거.”

“…”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대답에 하르니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말이 없었다.

이건 명백히 자신의 잘못이었으니.

“…혹시나 싶어서 묻는데 무도회의 시작은요?”

“지 지금부터 대략 한 시간 뒤쯤… 이죠?”

“아니. 그럼 그 안에 사교계의 영애들이 입 벙긋 못할 만큼 완벽한 춤을 춰야 한단 겁니까? 그것도 당신이랑 제가?”

상식적으로 그게 쉽게 될 리가 있냐는 듯한 물음이다.

하르니에의 뒤통수에선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른 방법 없습니까?”

“어 없어요…”

“혹시 모르잖습니까. 잘 생각해 보십쇼.”

“그렇게 물으셔도…”

이미 춤을 추겠다고 못을 박아버렸는데 어떡한단 말인가.

결국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카르세인이 다시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저 참고로 춤 못 춥니다. 한 번도 춰본 적 없어요.”

“그 그래도 지금부터 연습하면 어떻게든 될 거에요!”

“한 번도 춰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뭐가 됩니까. 예?”

“혹시 알아요? 당신에게 춤에 재능이 있을지요!”

“허 참. 퍽이나 있겠습니다. 당신도 마네킹이랑만 연습해봤다면서요.”

“아이 정말. 일단 일어나 봐요! 어떻게 춰야 하는지는 다 알고 있으니까 일단 되는 대로 연습이라도 해보자구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카르세인.

하르니에는 천천히 카르세인의 신체를 살폈다.

‘어라…? 제법 키가…’

늦게 눈치챈 거지만 하르니에는 카르세인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달라진 느낌이 들어 다시 발걸음을 뗐다 간격을 다시 조절해 보자 기분 탓이 아님을 깨달았다.

확실히 늘어났다.

카르세인은 원래 자신보다 조금 큰 정도라 이 정도로 위로 올려다 봐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몸까지도 그랬다.

덩치가 좀 더 넓어져 두 팔을 뻗으면 자신의 몸이 그대로 덮일 것만 같았다. 살짝 닿은 옷깃 사이로 탄탄하게 느껴지는 이건 깡마른 체형이었던 그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리고…

“왜 그러십니까? 제 몸에 문제라도 있습니까?”

다른 쪽도.

확실히 바뀌어 있었다.

영애들이 아주 좋아할 만큼.

“하르니에?”

“아 네?”

“급한 거 아니었습니까? 바로 연습해야죠.”

“그 그래야죠. 네… 일단 이쪽 손은 제 손을 가볍게 잡아 주시고 다른 팔은─”

그렇게 카르세인을 가르쳤지만 제대로 집중해서 가르치는 모양새는 아니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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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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