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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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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7

1시간 가량 진행됐던 속성 과외는 쉽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이 시간 안에 춤이라는 걸 배운다는 것도 무리거니와 귀족의 예법에 맞추어 움직인다는 점이나 서로 호흡을 맞춰 움직이는 게 쉬울 리가 없다.

더군다나 사교계 영애들을 만족시킬 만한 움직임을 보여야 하니 언뜻 보기에도 쉬운 춤은 선보일 수 없다. 팔다리가 이리저리 꼬일 만큼 난해하고 어려운 템포에 맞추어 난도 높은 댄스를 선보여야 했다.

그마저도 한 사람은 초심자. 다른 한 사람은 마네킹을 쥐고서 움직였기에 실제로 사람과 춤 호흡을 맞춰본 적은 없었다.

여기서 시간까지 쫓기고 있으니.

벼락치기 식으로 남은 시간을 다 쏟아부어 바삐 연습하려 하자 허우적거리고 버둥거리며 무너지는 장면이 수시로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이렇게 영 진전이 없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꾸욱.

누군가가 발을 밟았다. 역시 처음 춤을 춰보는 쪽인 카르세인이 하르니에의 발을 밟은 게 아닌가 싶지만.

“억.”

“아 아니 그… 미안해요.”

밟힌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하르니에가 아닌 카르세인이었다. 가르치던 쪽에서 가르침을 받는 쪽 사람의 발을 밟은 것이다.

“음… 다시 해봅시다.”

“그 그래요…”

어려움을 겪곤 있지만 그래도 포기하진 않는 카르세인. 그를 따라 하르니에도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꾸욱.

“하르니에. 왼발이 밟혔습니다.”

“미 미안해요!”

-꽈악.

“하르니에? 이러면 제가 못 움직이는데요.”

“헉…! 미 미안해요.”

-끼익!

“어 어어어?! 이러면 부딪히는…!”

“악!”

-꽝!

다시 발을 밟고. 파트너의 움직임에 방해가 될 만한 힘을 줘버리고. 이걸로도 모자라 미끌려서 넘어지거나 춤을 추다 자세가 꼬여 머리를 부딪치는 등 하르니에는 좀처럼 집중하지 못했다.

이와 정반대로 카르세인은 오히려 집중하여 실력이 알음알음 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남은 시간은 좀 쉬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여기서 더 연습해봐야 늘기는 어렵고 최선을 다해보겠지만 긴장해 실수하는 쪽이 더 위험할 테니 쉬는 게 어떻냐고 제안하는 카르세인.

그 제안에 하르니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여차하면 뭐… 제가 자존심을 부려 그런 거짓말을 시킨 쪽으로 수습해보던가 할 테니까요.”

결국 연습은 그렇게 끝. 카르세인은 자연스러움을 위해 먼저 나가있겠다며 밖을 나섰고 그녀는 홀로 테라스에 남게 되었다.

카르세인이 나가자마자 하르니에는 한숨부터 쉬었다.

“하아… 정신차려야 하는데. 왜 이렇게…”

솔직히 말해 카르세인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늘었다.

조금만 가르쳐도 그의 실력이 늘어나고 있단 사실을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춤을 추는 내내 집중을 못 했다.

안 그래도 시간에 쫒기고 있어 조금이라도 더 완벽히 연습해두어야 하는 상황에 딴생각이 우후죽순 솟아오른 탓이었다.

그 딴생각이라는 게 참…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모를 일이다. 하나 하나 떠올려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들 투성이였다.

카르세인이 영애들에게 둘러싸였을 때는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빴었다. 딱히 기분 나쁠 일도 아닌데. 왠지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단 이유만으로 그를 데리고 가버렸다. 왜 그랬을까?

카르세인의 손을 확 채버리고는 한 번 째려본 뒤 테라스로 데려가 아주 기분 좋았겠냐는 식으로 쏘아붙였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가 영애들에게 둘러싸인 걸 좋아할 리가 없는데. 왜 그랬을까?

그 길을 지나가고 있단 말에도 심기가 거슬렸고. 한참을 붙들려있던 게 아니꼽게만 보였다. 영애들의 손길이 은근슬쩍 팔이나 손목에 닿고 있으면 괜히 눈가가 움찔거리곤 했다. 정말 왜 그랬을까?

모른다.

확실한 건 하나 같이 이해가 가질 않는 행동들을 하고 있었단 점이다.

“꺄아…! 으으… 나 정말 왜 이래…?”

이상한 데서 심통을 내기나 하고.

약혼녀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될 것을 왜 입에 담지 않냐며 묘하게 타박이나 넣고.

그뿐만이 아니다.

그렇게 카르세인을 몰아세우다 갑자기 좁혀진 거리에 얼굴이 화끈거려선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 하나 거를 타선 없이 부끄러운 일이다.

얼굴이 활활 타오를 만큼.

웃긴 건 이렇게 심통을 냈는데도 카르세인의 몇 마디에 곧장 기분이 풀려버렸다는 점이다.

-그건 그렇지만 당신이 싫어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요.

-당신이 남자들로부터 온갖 희롱과 추파를 다 받으며 괴로워했던 걸 생각하면 이런 소리가 제 입에서 나오면 안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싫어할 수도 있을 거라니.

그런 말이 나오면 안 될 거라니.

처음이었다.

이렇게까지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 준 건.

언제나 이해 받지 못한 채 여자들에겐 질투와 시기를 받기나 하고.

남자들에게는 정략혼에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이해 받기를 포기했었다.

그런데. 계약으로 묶인 이 애매한 관계에서 이 사내는 한없이 깊은 배려를 건네고 있었다.

그때였을 것이다.

한쪽 가슴에서 뭔가 콩닥콩닥 뛰는 느낌이 든 건.

그래서 자꾸만 춤을 출 때마다 호흡이 흔들리고 템포를 잃었었다.

“…정말이지. 왜 이래 하르니에.”

고작 해봐야 계약 약혼자가 하는 말일 텐데.

그것 때문에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니 한숨을 토로하는 것도 이상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한 건.

아직까지도 그리 심장이 뛰는 기분이 썩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거였다.

-휙휙.

“아냐. 정신 차려야지. 무슨 딴생각이나 하고 있는 거야.”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일어나는 하르니에.

고작해봐야 계약으로 묶인 사이다.

그래봤자 언젠가 헤어질 사이지 않던가.

카르세인의 말대로다.

-언젠가 당신도 괜찮은 남자 만나서 결혼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진짜 약혼자 약혼녀 사이는 아니었다.

“슬슬 일어나야지. 언제까지 이렇게 딴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지금 중요한 건 영애들에게 쳤던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게 하는 것.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와 합을 맞추어 춤을 추는 쪽에 집중력을 쏟아야 했다.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난 하르니에는 곧바로 다리를 삐끗하며 눈을 찌푸린다.

“…하필이면.”

상체와 두 발에서 찾아오는 통증에 눈이 팍 찌푸려졌다.

조금 전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지만 카르세인과 춤을 연습하면서 움직이다 보니 통증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후작가에서는 하르니에가 도중 파티장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일부러 조금 끼는 옷을 준비했고.

사교계 쪽에서는 헬리 영애가 선물이랍시고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낸 탓에 이걸 신고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절할 수 없는 형태로 전달된 드레스와 구두는 공통적으로 하르니에의 이탈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하르니에는 버텨낸다.

“참자. 하르니에. 이런 건 자주 겪어봤으니까 익숙해질 법도 하잖아.”

이전에도 수없이 버텨왔던 후작가의 핍박.

억울함을 호소해봤자 들어주지도 않을 사교계의 괴롭힘.

어느 쪽이든 자주 접해봤으니 익숙해질 법도 했다.

이런 일로 자리에서 벗어나 카르세인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또각. 또각.

자연스럽게.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하르니에는 미소를 머금은 채 카르세인에게 다가갔다.

***

하르니에와의 춤 연습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을 때.

메인 홀에서는 공작가가 도착해 있었다.

“저기 보세요. 바그란드 공작가가!”

“어머…!”

바그란드 공작가의 등장과 함께 파티장은 급속도로 부산스러워졌다.

인정하기 싫지만 귀족들에게서 저런 목소리가 나올 법했다.

귀족의 정점에 선 그들은 한 명 한 명이 상당한 기품을 가지고 있었다.

“플로라 영애께서는 여전히 깜찍하시네요.”

“깜찍하시지만 그렇다고 예법은 어디 가질 않으시는 게 정말…”

“작은 몸 안에 새겨진 고귀함은 숨기지 못한다는 거겠죠.”

내게 있어서는 그저 짜증나는 꼬맹이일 뿐인 플로라도.

“설마 저건 신상품을 직접 홍보하려고 입으신 걸까요?”

“클레어 영애께서 이번에 새 브랜드를 냈다더니…”

“대단하셔요. 어쩜 저리 질리지 않는 옷인지.”

“귀족들의 패션을 주도하시는 분이시잖아요. 온갖 유행을 다 만들어내시는 분이고.”

아니꼬운 말이나 해대며 내게 손을 올리는 클레어도.

“오셨네요! 빈틈 하나 없는 공작가의 차기 후계자!”

“아리나 영애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귀족의 모범이지 않으실까요?”

“바그란드 공작가를 이끌기에는 충분한 인재시죠.”

공작가에서 무엇 하나 내게 어울리는 건 없다는 아리나도.

결국 귀족이고. 바그란드 공작가의 혈통을 이은 자들이었다.

한낱 구경꾼에 불과한 저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에 반해… 이쪽은 아주 찬밥 취급이지.’

-슥.

“그나저나 한 사람이 안 보이네요?”

“주제를 알고 빠졌을까요? 그런 거라면 이해가 되긴 하는데.”

“그런 거면 조금이나마 머릿속에 개념이라는 게 박혔다는 뜻이긴 하겠네요. 호호.”

수군대는 목소리 사이에서 들려오는 건 앞전에 카펫을 밟은 세 사람과 완전히 대비되는 카르세인을 향한 비난이었다.

뭐 마음껏 떠들라지.

그리 콧방귀를 쳐주자 살포시 내 손 위에 손이 덮였다.

누구의 손일지는 뻔하다.

“연습한 대로 잘 될까요?”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아까 하도 실수를 많이 해서 연습이 됐을 지는…”

컨디션은 아무래도 잘 회복되지 않은 모양이다.

사실 춤이라는 게 생소하기도 하고 내가 잘 못 추는 게 문제겠지.

“최대한 열심히 해보고 안 되면 제가 변명 댈 테니까 걱정 마세요.”

“굳이 당신이 저 때문에 그럴 필요까지는…”

“저런 험담 정도 한 번 더 듣는 수준으로 끝날 텐데요 뭘.”

이것보다 더 심한 일도 당했는데. 저런 험담 정도면 귀여운 수준이지.

그 사이 한 영애 무리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두 분 사이가 정말 좋아 보이네요?”

그 여자군.

“헬리 영애.”

“저번에도 봤지만 정말 가까운 사이이신 모양이에요. 그런 만큼 하르니에 영애의 말씀처럼 춤은 완벽히 추실 테죠?”

영애들의 비웃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대하고 있을게요. 두 분.”

짤막한 그 몇 마디와 함께 그들은 사라진다.

더 대답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가치가 없으니.

“동부 귀족 회의를 앞둔 명예로운 귀족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저는 사회자인─”

그 사이 조명들이 하나둘 꺼지고.

한 스포트라이트 뒤로 사회자가 나타났다.

“오늘의 무도회는 특별한 분들을 모셨습니다! 큰 박수로 부탁드립니다!”

짤막하게 무도회의 시작을 알린 그는 우리 쪽으로 조명을 일제히 비췄다.

악질이군. 아주 빼도 박도 못하게끔 앞으로 나오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어쩔 수 없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고.’

바그란드 공작가 전원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

개쪽을 파는 건 둘째 치더라도 이걸 대차게 실패하면 분명 영향이 갈 테지.

춤은 못 추지만 최소한 내가 하르니에의 발목은 잡지 않게끔만 하면…

-띠링!

‘응?’

▶긴급 미션 발생!◀

▶타이밍에 맞춰 잔상이 나타납니다. 주어진 잔상의 자세를 똑바로 수행할 때마다 점수가 상승합니다!◀

▶높은 점수를 획득할수록 귀족들로부터 받는 조소가 사라지며 페널티를 받지 않게 됩니다.◀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는 당신! 최고의 댄서가 되어 보세요!◀

‘잠깐. 이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똑바로 춤을 추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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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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