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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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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9

“…”

카르세인이 테라스를 나선 시점으로부터 대략 몇 분 정도였을까.

그만한 시간이 지날 때까지 하르니에는 멍하니 허공에 시선을 둔 채 생각에 잠겼다.

묵묵히 제 몸을 번쩍 안아 든 채 다시 돌아온 카르세인.

그때까지만 해도 왜 이러나 싶었지만 곧바로 구두를 빼낸 뒤 발부터 확인하는 걸 보고서 눈치를 챘다.

꽉 끼는 구두.

상처 난 발.

그도 모종의 눈치를 채고 이곳으로 데려온 것이다.

표정 관리는 충분히 됐다고 생각했다.

딱히 아픈 티를 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목소리가 새어 나가지도 않았다. 당연하겠지만 이 구두에 대해 알고 있을 리도 없고.

문제가 있었다면 클라이맥스 구간에 실수를 했다는 점인데…

단지 그거 하나로?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이 춤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진작에 실수를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다.

음악부터 움직임을 방해하기 딱 좋기도 하고 음악에 버무러지면 혼란은 더 가중될 터다.

뿐만 아니라 제대로 연습한지 얼마나 됐다고?

카르세인이 의외로 잘 따라오긴 했다지만 서로 호흡을 맞춘 시간이 얼마 안 되면 실수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전부 뚫고도 마지막 실수만 보고 발의 상태를 짐작한단 말인가?

절대 마지막 실수 때문이 아니다.

그럼… 대체 뭘까?

카르세인은 어떻게 자신의 몸 상태를 눈치챈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자꾸만 떠오른다. 그의 목소리가.

-제 약혼녀가 아니더라도 당신이 이런 경험을 두 번이나 겪게 만들고 싶진 않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말을…?”

그저 계약 약혼 상대일 뿐인데.

의식하지 않고 싶어도 의식하게 된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어딘가의 뜀박질 소리와 함께.

그러다 문득.

밖에서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똑똑.

“카르세인 도련님의 명을 받고 찾아온 바그란드 공작가의 기사 라디엘 그루페인이라고 합니다. 하르니에 영애. 혹시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카르세인의 명이라고요?”

“네. 지금 혼자 계신 약혼녀 분의 호위를 맡아달라 부탁하셨습니다.”

호위라니.

그 말을 작게 중얼거린 하르니에는 또 한 번 뛰는 심장 소리를 넘기며 라디엘의 입장을 허용했다.

테라스로 들어온 라디엘의 손에는 새 구두가 놓여 있었다.

“이것도 설마…?”

“네. 도련님께서 하르니에 영애의 사이즈를 알아본 뒤 준비하라 명하셨습니다.”

-두근!

또 한 번.

어디선가 큰 뜀박질 소리가 들렸다.

***

나도 잘 알고 있다.

이건 저질러봤자 손해밖에 없는 멍청한 짓이라는 걸.

구두를 들고 당사자에게 찾아간들 뭐가 더 나아지겠는가. 당사자에게 경고한들 뭐가 더 달라지겠는가.

달라지는 건 내가 아리나 클레어 이사벨라로부터 받을 잔소리일 것이다. 확실하진 않지만 이 게임의 시스템이 개입하려 든다면 긴급 미션에서 얻은 자그마한 보상조차 덮여버리고 말겠지.

손해만 보는 짓인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이딴 치졸한 짓으로 나온다는 건가.”

언뜻 봐도 사이즈가 작아 보이는 구두.

이런 구두에다 발을 집어넣고 춤까지 추고 있었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하지만 하르니에는 단 한 번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프다는 기색도 내지 않았으며 어떤 사정이 있다는 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아니. 그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아프다는 티를 숨기기까지 했었지.

그래서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춤을 출 때만 해도 오늘따라 몸에서 떨림이 조금 잦다 싶었지만 표정이 영 변화가 없다는 게 이상하다 싶었다.

하지만 춤을 추면서 그 움츠러듦과 자그마한 진동이 이는 게 깊어지자 그제야 눈치를 챘다.

하르니에가 고통을 참고 있단 사실을.

왜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

단순하다.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으니까.

입 밖으로 다른 소리를 내었다가 더 나쁜 처지에 놓일 수도 있으니까.

어차피 도와달라고 해봤자 도움에 응할 사람 따윈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래서 참고 버티고 이를 악물고 이 구두에다 발을 집어넣은 것이다.

고통은 어차피 잠깐일 테니까.

“…바보 같은 짓을.”

구두를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 같지만…

이건 틀리다.

이건 집단 따돌림이다.

하르니에를 향한 사교계 영애들의 집단 따돌림.

그런 상황에서 참는 건 독이다.

“가만히 있는 건 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닙니다. 하르니에.”

고독 속에 묻혀봤던 내가 아주 잘 안다.

학교라는 장소에서 더한 짓도 당해봤던 나였기에 장담할 수 있다.

확실하게 되갚아줘야 한다.

이렇게 덤벼들어 상대를 위협할 인간이란 사실을 확실히 그들에게 각인시켜 줘야 한다.

마냥 당하기만 하고 있는 호구가 아니란 걸 똑똑히 보여줘야만 한층이고 두층이고 힘이 꺾인다는 것이다.

“카밀라.”

“네. 도련님.”

“다른 귀족에게 선물 받은 구두의 사이즈가 만약 수신자의 발 사이즈에 맞지 않다면 어떤 식으로 트집을 잡을 수 있지?”

잠시 흠칫하던 카밀라는 구두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정도로 그칩니다만 조금 과격하게 해석하면 능멸했다는 표현을 쓰실 수도 있습니다.”

“그걸론 부족해.”

“네?”

“능멸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내 쪽에서 이걸 앙갚음으로 여길 여지는 없냐고 묻는 거야.”

그래야만 그 야비한 작자들에게 한 방 제대로 먹여줄 수 있지 않겠나.

말뿐이 아니라 직접적인 압력을 넣어가며 확실히 각인시켜주는 게 아니면 안 된다. 잽 몇 번이 아니라 안면이 돌아갈 힘의 훅 그대로 고꾸라질 힘의 스트레이트여야 한다는 것이다.

눈치 빠르게 내 의중을 읽어낸 카밀라는 구두를 가리키며 말했다.

“보통 어떤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그걸 받은 즉시 망가뜨려 보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하긴 합니다만… 지금은 한 번 쓰신 상태겠지요?”

“그래.”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혹여나 누가 들을까 주변을 살짝 둘러본 그녀는 내게 다가와 귓속말로 제안했다.

“명백한 귀족들의 방식인 만큼 그 부분에서 물꼬를 틀고 넘어질 일은 없을 겁니다.”

“흐음. 그래?”

제법 마음에 드는 답이었다.

문제는 그게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는 건데.

“걱정 마십시오. 이 파티에 참여한 영애들은 명단을 남기니까요. 그걸 보고서 추려낸다면 금방 도련님께 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그마저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듯한 답이 되돌아 왔다.

하긴. 카밀라도 예전에는 귀족이었으니.

“그럼 부탁할게. 카밀라.”

“맡겨 주십시오.”

남은 건 이딴 짓을 저지른 주모자가 어떻게 나올지 준비하는 거였다.

***

같은 시각.

계획이 잔뜩 꼬여버린 헬리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대기실로 돌아왔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약혼자와 함께 춤을 오랜 시간 춰왔다?

그건 불 보듯 뻔한 거짓말이 아니었던가.

약혼자의 존재가 하필이면 바그란드 공작가라는 점은 교활하게 빠져나갔다 볼 수 있었으나 춤이라는 코너에 몰린 건 명백해 보였다.

귀족들의 예법조차 잘 모르는 천민이 춤을 언제 춰 봤을까.

가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춤이라는 건 교사를 따로 불러 익히기도 할 만큼 교양과 예법에 특화된 분야가 아니던가.

말로는 귀족의 소양 소양 하지만 그걸 단기간에 익힌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독학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분야인 게 두 사람이서 추는 춤을 카르세인이 춰봤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신만만했던 건데.

‘왜 그렇게 잘 추는 건데! 흠집이 하나도 안 났잖아!!’

막상 웃음거리가 되어 주었어야 할 카르세인은 하르니에와 잘만 호흡을 맞춰가며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오히려 증명해버리고 말았다.

주변에서 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자들은 더욱 빛나고 그들의 초라함은 더욱 짙어질 수 있도록. 사람을 붙이고 또 붙여가며 엄선한 자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하르니에와 카르세인이 춘 춤은 하나 같이 난이도가 높은 동작들이었다.

어렵고 난해한 곡이 골라지며 더 손발이 꼬이기 쉬운 환경임에도 비껴나가지 않고 똑바로 춤을 추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을 텐데…

어떻게 자기 발에 맞지도 않는 구두를 신은 상태로 완벽하게 마무리까지 지은 거지?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데그르르르.

내려친 테이블 위에서 바르르 떨리던 찻잔이 뱅글뱅글 돌았다.

바로 그때.

-똑똑.

밖에서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헬리는 혹시 자신이 준비한 무대에 심기가 거슬린 인물이 아닐까 하며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조금 전까지 화를 내고 있었단 사실을 숨기며 목을 가다듬은 그녀가 손님에게 물었다.

“누구시죠?”

“카르세인 바그란드입니다.”

“…!”

놀랐다. 방금 하르니에와 춤을 춘 사람이지 않나. 그가 왜 여기에 찾아온다는 거지?

그는 하르니에 테레시아의 약혼자로 알려져 있어 이곳에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

‘아니. 그게 아니지.’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뭔가 이상하지 않나?

‘하르니에 영애와 사이가 나쁘다는 걸 몰라서 찾아온 게 더 신빙성이 있잖아?’

그쪽이 더 타당했다.

약혼자라고 한들 모든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사이일 수가 있나.

심지어 하르니에는 테레시아 후작가에서 압력을 받고 있고 카르세인은 알려진 것처럼 그리 귀족 사회에 잘 물들어있는 귀족이 아니다. 출신 자체가 천민이니까.

그런 거라면.

이 상황 딱히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혹시 모르니까.

헬리는 일단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어서오세─”

흠칫.

잔뜩 꾸미고 온 카르세인의 모습을 눈앞에서 목도한 헬리의 눈이 살짝 떨렸다.

“왜 그러십니까?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네 네? 아 아뇨. 그런 건…”

헬리가 말을 얼버무리며 헛기침한다.

‘이런… 남자였던가?’

말라 비틀어졌던 몸이 각지고 단단하게 변해 있다.

슈트 핏도 잘 받는 데다 키도 이전에 비해 더 크다.

거기다 상체 위쪽도 작정하고 꾸미니 훤칠하지 않은가.

헬리는 묘하게 자꾸 카르세인에게 눈이 갔다.

“아. 반갑습니다. 혹시 그쪽은…? 헤 헬… 뭐였죠?”

자신의 이름을 모르고 있다니.

일반적으로는 귀족으로서 모욕스러운 감정을 느낄 법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애써 올라가려는 안면 근육을 붙잡아야 했다.

‘그래요. 잘 모르신다 이거죠?’

하르니에가 말해주지 않았음이 틀림없다.

그렇단 건 이쪽에서도 이간질을 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헬리랍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사람만 좀 기억하는 편이라.”

“괜찮아요. 그보다 방금 추신 춤은 잘 봤답니다. 난이도가 높은 춤을 멋지게 소화하시더군요?”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헬리.

그녀는 이 자리에서 생각했다.

하르니에로부터 이 사내를 빼앗자고.

“그런 무대를 보고 나니 선물을 준비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준비하고 있었답니다?”

본래 이런 용도는 아니었지만 마침 그럴싸하지 않나.

헬리는 카르세인에게 선물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의외로군요. 저도 헬리 영애께 선물을 준비했는데.”

“…네?”

“예전부터 춤을 잘 추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만 다음에는 보여달라는 의미로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안에 든 건 구두라고 한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잘 풀릴 수 있는 거지?’

헬리는 속으로 물개박수를 쳤다.

카르세인이 자신의 장기를 알고 있는 건 둘째 치더라도 이런 선물이 교환된다는 게 사교계에서는 어떤 의미로 받아지는지 알면 이는 더 손을 댈 것도 없이 완벽한 근거가 된다.

“좋아요. 무도회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니 다음에는 이 구두를 신은 저와 한 곡 추시죠. 우선 좀 신어볼까요?”

옅은 미소를 품으며 선물 상자를 여는 헬리.

이걸 신고 춤을 춘다는 걸 동네방네 알린다면 하르니에는 나락으로 떨어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

선물 상자를 열자마자 그녀의 안면은 딱딱하게 굳었다.

“신어 보시지 않고 뭐 하십니까?”

옅은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당황으로 물들고.

이와 상반되게 카르세인은 서늘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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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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