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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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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1

이 모든 상황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단 사실을 알아챈 헬리는 곧바로 인상을 팍 찌푸렸다.

하르니에를 괴롭히기 위해 보냈던 방식과 동일한 사이즈가 맞지 않는 구두 선물.

통증을 누적시키고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누적시키고자 일부러 끌었던 시간.

모르는 척 실수한 척하며 은근슬쩍 발을 밟고 부딪치거나 방해함으로써 신경을 설렁설렁 긁어대던 움직임.

그리고 곡의 클라이맥스에서 아예 무대 위에서 넘어지게 만들어 개쪽을 주는 마무리까지.

그 모든 것이 계획된 장면이었다.

단 한 순간. 이 순간만을 위해.

하르니에가 겪었을지도 모를 이 상황을 완벽히 재현해내어 전달했음을 눈치챈 것이다.

하지만 그걸 눈치챘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을까?

아니. 장담컨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죄송합니다.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못 보일 모습을 보였네요.”

헬리는 그리 말하며 잡아달라는 듯 내게 손을 내밀었다.

‘오호. 그렇게 수습하려는 건가. 제법 머리를 썼네?’

하긴 그게 최선일 것이다. 실력이 부족했다고 할 수는 없고 컨디션이 나쁘다는 변명 정도로 무마해야 할 테지.

하지만 내 눈에는 생생하게 보인다.

이를 꽉 물고 있는 것이.

나는 개의치 않고 헬리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무대는 돌발 상황에 곧바로 종료되고.

한껏 무대 위의 사람들을 비추던 조명이 꺼져갔다.

하나둘 내려가는 귀족들.

그곳에서 귀족들의 눈과 귀가 가려지자 귓속말로 고요한 적의가 다가온다.

“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역시 이런 야비한 짓을 하는 년들은 머리에 든 게 없다.

이럴 때는 속이나 더 긁어주면 되겠지.

“풋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무대에서 춤추다 넘어지기나 한 년이.”

“이 천박한 새끼가…!”

“어이쿠. 괜찮겠어? 이러다 소리가 새어나가겠는데? 헬리 영애가 알고 보니 욕쟁이 할머니였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실까?”

“입 닥쳐. 천민!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 아니 머릴 박고 조아려. 그리고 이곳에서 나간 뒤 내가 시킨대로 해! 그러지 않으면 전부 까발려 버릴 테니까!”

헬리는 씩씩거리며 그렇게 나를 협박해왔다.

근데 어쩌냐.

하나도 무섭지가 않네.

“난 하나도 안 쫄리는데?”

“뭐?”

“어디 까발려 봐. 그런 것 따위 알려져 봤자 나는 상관없거든.”

나는 잃을 게 없다.

어차피 그런 일 따위는 각오하고 있었으니까.

“하 하…! 네가 미치기라도 한 모양이지? 나는 다 알고 있어!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목격자이자 피해자라고! 전부 까발리면 네가 어떻게 될 줄 알고?!”

헬리는 그 자리에서 바락바락 핏대를 세워가며 말했다.

“네가 일부러 사이즈가 작은 구두를 가져왔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춤을 추다 일부러 발 밟고 어깨로 밀치고 다음 동작을 방해했다고 할 거야! 마지막엔 네가 발을 걸어 일부러 넘어뜨렸단 소리까지 빠짐없이…!”

그리 열을 토해내던 헬리의 일그러졌던 표정은 일순간에 딱딱하게 굳는다.

‘그래. 그게 불가능하잖아.’

카르세인이 일부러 사이즈가 작은 구두를 가져왔단 말도.

춤을 추면서 일부러 발을 밟고 부딪치고 방해했단 말도.

카르세인이 발을 걸었단 숨겨진 진실까지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잖아?

이 모든 게 네 얄팍한 방심으로 인해 생겨난 일이니까.

카르세인의 잘못을 지적하게 되면 하르니에와 가장 어려운 춤을 잘만 췄던 상황을 부정하게 된다. 아까처럼 모르쇠를 떨어버리면 하르니에의 춤 실력이 더 돋보이게 될 테고. 최악의 경우에는 왜 네 실력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느냐며 다른 귀족들의 반문이 찾아올 것이다.

일부러 발을 밟고 밀치는 등 방해 공작이 들어왔다는 것도 마찬가지.

헬리가 그런 말을 해봐야 내 입장에서는 실력이 부족했다고 말해버리면 그만이었다.

마지막으로 사이즈가 작은 구두를 가져왔다고 하면 저 동일한 디자인의 구두가 화두에 오를 것이 뻔하다.

귀족들의 암묵적인 의례에 따라 이건 보복의 가능성이 있는데 왜 무시했느냐? 라는 소리 없는 질문들이 헬리에게 찾아갈 테지. 더군다나 그 상대가 카르세인인 만큼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 뻔했다.

그러니 헬리는 어떤 말도 꺼낼 수가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자충수가 되어 있었으니까.

다만 마지막 하나는 예외다.

“공작가에 이 소식이 들어가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바그란드 공작가에 이 소식이 흘러들어가는 것.

이것만은 예외였다. 카르세인의 잘못이라면 전부 잔뜩 부풀려지고 왜곡되어 엄한 벌로 다스려질 테니까.

하지만 그것까지도.

나는 두렵지 않았다.

“어디 마음대로 해봐. 그딴 거 하나도 안 무섭거든.”

“허…!”

“왜? 안 쫄아서 놀랐어? 가족들에게 이런 걸로 혼나는 것쯤은 밥 먹듯이 당해왔던 일이라 별로 안 무서워.”

그리고. 네깟 년 말을 내가 들을 리가 없잖아?

귓가에 그리 속삭이자 헬리는 결국 얼굴을 잔뜩 붉히더니 “어디 두고 봐.”라는 말을 남기며 무대 뒤편 길목을 따라 퇴장했다.

-띠링!

▶동부 귀족 회의 심포지움 이전 휴식기 일정을 전부 소화했습니다.◀

▶긴급 미션 완료!◀

▶결과를 정산합니다.◀

“이 창이 뜨는 걸 보면… 이제야 끝인가.”

언제 뜨나 싶었더니 긴급 미션을 받은 상태로 다른 행동을 더 이어나간 덕분에 클리어 창이 늦게 뜨고 있었던 모양이다.

“결과는 뭐… 뻔하지.”

무도회장에서 문제를 일으켰으니 아마 이걸로 페널티가 부여될 거다.

이를 문제 삼아 찾아오게 될 것은 아리나.

페널티에 따른 선택지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리나.

선택지로 인해 친밀도 손해를 보아야 할 것도 아리나.

이곳은 귀족들이 한가득 모인 장소이기에 공작가의 위신을 흐트렸다는 이유로 아리나만이 찾아오게 된다.

제약을 받거나 친밀도가 깎이는 건 감당해야겠지.

멍청하게 감정을 우선시한 대가니까.

“이런 것까지 비슷하다니. 좀 너무한 거 아니냐고. 이 망할 게임아.”

그리 뒷머리를 긁적이며 불평해 본다.

-왜… 나를 도와준 거야? 이런 짓 해봤자 나중에 혼날 건 넌데.

어렴풋이 떠오르는 현실에서의 기억.

그래. 나는 그때도 이런 멍청한 짓을 저질렀었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과격한 태도를 취한 건 하르니에를 보며 괜시리 한 사람과 겹쳐보게 된 걸지도 모른다.

내게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 친구였던 지은이.

그 애와 너무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으니까.

-띠링!

▶무도회장 구역의 위험도가 제한으로 바뀌었습니다.◀

▶제한 시간이 5분으로 변경됩니다.◀

“…이만 나도 돌아갈까.”

슬슬 계속 여기 머무르다간 페널티가 짙어지고 만다.

하르니에의 상태를 좀 더 살펴볼 겸 돌아가서 시간을 끌고 있으면 좋겠지.

-달그락.

“…?”

상념을 끊은 채 돌아가던 와중 발에 무언가가 걸렸다.

뭔가 싶어 손으로 주워 보니 창이 떴다.

◆하늘색 단추

[ 하늘색의 배경에 두 마리의 말 그림이 그려진 단추다. ]

“아이템 창이 뜬다는 건 어디다 써먹을 수 있단 건데?”

어디다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고 있어볼까?

***

고요한 테라스 안쪽.

무도회장에서 연주하던 음악 소리만이 들려가던 그곳은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

새로 가져다 준 구두를 내려다보는 하르니에.

헬리 영애의 악의가 담겼던 선물과는 상반된 구두였다.

올바르게 바뀌어 온 사이즈에 불편하게시리 굽이 높았던 헬리의 구두와 달리 편안하게 신고 다닐 수 있는 적당한 높이를 가지고 있었다. 재질도 부드러워 보이는 것이 헬리 영애가 가져다 준 것과는 확연히 다르리라.

그 구두를 계속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까 자신의 몸을 번쩍 들어 이곳으로 데려온 게 떠오르고 마니까.

“왜 왜 이런 거에 의미 부여를 하는 거야. 참… 나도 이상해졌어.”

부채질을 하며 그렇게 열을 식혀본다.

하지만 자꾸만 안쪽에서 콩닥거리는 건 막을 수가 없다. 대체 왜 이러는 건지.

“당신이 절 도운 건… 그저 계약 때문인 거죠?”

그래. 그럴 거야.

카르세인도 이걸로 바라는 게 있으니 움직인 거겠지.

거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만한 대가를 쥐어주면 될 것이다.

…아마도 그럴 텐데.

왜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정말 그가 대가를 바라고 이런 행동을 했을까?

만약 그런 거라면…

-콩닥 콩닥.

─♬

“아.”

무도회장의 음악 소리는 어느새 파티장의 음악으로 바뀌었다.

그제야 하르니에도 정신을 차렸다.

“으음… 그러고 보니 신발도 신발이지만 일단 약을 발라야 할 텐데.”

기껏 약까지 챙겨 줬는데 바르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이쪽도 옷이 문제다.

후작이 직접 골라 붙인 하녀가 미나를 대신해 치장하고 옷을 입히면서 일부러 흉부를 더 조여놓았다.

헬리의 구두보다는 당연히 덜하겠지만 이쪽도 답답한 건 매한가지.

잠시 시간을 내어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면 스스로도 다리를 웅크려 약을 바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문득 드는 생각.

카르세인이 돌아오면 발라달라고 해볼까…?

“무 무무무무무슨 소릴 하는 거야아!!”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그 사람에게 왜 발라달라고 해!

하르니에는 연신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 그래.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야지! 굳이 카르세인일 필요는 없으니까!”

이딴 생각은 집어 치우자며 곧바로 다른 사람을 물색했다.

그러고 보니… 밖에서는 카르세인이 직접 붙인 여기사가 대기하고 있다던가? 그 사람이라면 괜찮을 지도 모른다.

-달칵.

바로 그때 열리는 테라스 문.

하르니에는 환영했다.

“마침 잘 들어와줬어요. 라디엘 경. 혹시 옷이 좀 불편해서 그러는데 약 바르는 걸 좀─”

그런데 환영도 잠시.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라디엘이 아니었다.

‘하 하필 지금…!’

하르니에는 그 순간 입을 꾹 닫은 채 굳어버렸다.

하필 그런 생각을 한 지금. 그가 이곳에 들어와 버리다니!

“왜 안 바르시나 했더니… 옷 때문에 안 되는 거였습니까?”

무슨 말을 끝까지 이으려 했는지 어림짐작한 카르세인이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왔다.

“이리 주십시오. 발라 드릴 테니.”

“아 아니에요! 제가 제가 직접 하면 돼요!”

하르니에는 허겁지겁 발을 뺐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말도 안 될 소리나 하고 있다.

“방금까지 옷 불편하다면서요. 그거 때문에 못 바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게…”

“됐으니까 이리 주세요.”

“아…!”

별다른 생각 없이 하르니에의 손에 잡혀 있던 약을 가져가는 카르세인.

말릴 틈도 없이 약을 뺏긴 하르니에는 벌렁벌렁 뛰는 심장을 붙잡으며 시선을 돌리기 바빴다.

“읏…!”

“많이 아픈 모양이네요.”

“아니 그게…”

아픈 건 결코 아니었다.

고작 해봐야 약이 묻은 손가락이 이제야 닿았을 뿐이니.

하지만 뭐라 대답할 수가 없다.

그저 치마 한쪽을 붙잡은 채 뒤쪽으로 물러나는 게 고작이었다.

그게 영 답답했던 건지 카르세인은 아예 다리를 붙잡아 버렸다.

“가만히 계세요. 좀. 이런 거 안 바르면 덧나잖습니까.”

이젠 아예 도망갈 수도 없었다.

무릎을 꿇은 채 그가 약을 다 바를 때까지 기다려야 할 뿐.

약이 다 발라지고 난 뒤에는 정성스레 밴드를 붙였다.

그 시간이 왜 이렇게 긴 건지. 하르니에는 두 손으로 얼굴을 묻은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어야 했다.

그리 두 손에다 얼굴을 파묻고 있자 발에 무언가가 쑤욱하고 씌워졌다.

“뭐 뭐하는 거에요…?”

“사이즈가 혹시 안 맞나 싶어서요. 이렇게 신어보고 안 맞아야 제가 다른 걸 들고 오든 할 거 아닙니까.”

고작 사이즈가 안 맞나 싶어서 신발을 직접 끼워준다고?

당신은 그게 무슨 행동인 줄 알고…!

“음. 불편하진 않은 모양이네요. 안 맞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

하르니에는 그 순간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그래요. 당신은 그런 걸 일부러 노릴 사람이 아니었죠.’

다른 귀족들이었다면 일부러 접근해서 뻔한 속임수나 썼을 텐데. 카르세인은 절대 그걸 노렸을 것 같지 않다.

그렇게 계산이 빠른 사람이. 한 영지의 상황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람이.

정작 이런 쪽으로는 전혀 아는 게 없다.

예법서를 본다고 해도 이게 그 상황이라는 걸 눈치 채질 못한 거겠지.

“저기 카르세인.”

“말씀하시죠.”

“잠시 여기 앉아볼래요?”

하르니에는 바로 옆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하고 싶었던 질문들이야 차고 넘쳤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 질문들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고마워요. 도와줘서.”

부끄럽지만…

그의 어깨에 슬쩍 기댄 채 시선을 피하면서.

단지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또 한 번 답한다.

“이런 일 있으면 다음에도 말해요. 얼마든지 도와줄 테니까.”

그래. 이러니까 다른 질문 같은 건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이런 대답을 예견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지.

-콩닥 콩닥.

가슴 안쪽 깊은 곳.

그곳에서 따스한 온기가 퍼져 나온다.

혹시 밖으로 새어나가면 어쩌나 싶은 뜀박질 소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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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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