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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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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58

동부 귀족 회의.

줄여서 심포지움이라 불리는 이 회의장에는 사실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표면상으로는 회의를 거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황실이 귀족들을 향해 시험을 내리는 장소인 만큼 급 나누기와 서열 나누기를 좋아하는 귀족들에게 보란 듯이 서열을 만든 것이다.

그 서열이란 건 단순하다.

바로 회의장의 자리였다.

전년도 회의장에서 당해의 실적을 발표하여 점수로 매기고 각종 규정과 가산점 및 감점을 통해 만들어진 성적표가 해당 귀족의 가문 이름 아래 내려진다.

따라서 이 점수는 자연스레 가문의 순위를 상징하게 되었고 이 순위는 자연스레 다음 심포지움에서 구분이라도 하듯 구역을 만드는 척도가 되었다.

단지 앉는 좌석 하나만으로.

급을 나누기 좋아하는 귀족들에게 있어서는 가문의 명예와 서열을 자리매김할 수 있는 수단이 된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바그란드는 최상위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중앙을 기점으로 총 여섯 층으로 나뉜 이 점수의 층 중에서도 가장 높은 그야말로 귀족의 정점이라 말할 수 있는 구역에서 한 차례도 내려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카르세인은 현재 가장 아래층에서 모습을 보였다.

그곳은 황실의 시험에서 실적을 거의 내지 못한 자들의 구역.

바그란드 공작가가 있을 곳은 절대 아니었다.

“어머니의 배웅을 늦춰 기다리게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번에는 아주 지각을 한다 싶더니…! 자기 자리도 못 찾아?”

마음 같아서는 당장 내려가서 저 볼기짝을 후려친 다음 데려오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그래서야 되겠는가.

제국의 온 귀족들이 다 모인 장소다. 품위를 지켜야 했다.

안면을 쓸어내리며 짜증을 겨우 참아낸 아리나는 아래층의 카르세인에게 소리쳤다.

“카르세인! 네 자리는 그곳이 아니다. 이쪽으로 올라와라.”

이미 옆 좌석에 앉은 자가 생겨 전원이 모여 있을 수는 없게 되었으나 계속 저 자리에 헤매다 앉아버리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 우선 카르세인을 이쪽 층으로 불러야 했다.

물론 어머니를 고생시키고 제때 들어오지 않은 값은 치러야 할 테지. 이건 카르세인이 겪어야 할 쓴 대가다.

심포지움의 바뀐 규정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느냐는 다 녀석의 몫이었다.

그런데…

카르세인은 그 목소리를 들은 척도 않고 그 자리에 앉아 버렸다.

“쟤 지금 뭐하는 거야? 저길 왜 앉아?”

“야 카르세인! 네 자리 거기 아니야! 이쪽으로 올라와야 할 거 아냐!”

다급히 일어나 외치는 플로라와 클레어의 목소리도 닿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카르세인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다리를 꼬아 앉은 채 턱을 괴었다. 이대로 회의가 시작되어 진행되더라도 그 자리에 있겠다는 것이다.

“하. 이딴 식으로 또 가문의 위신을…!”

도대체 언제까지 저런 짓을 저지르려는 건지.

참지 못한 아리나가 핏대를 팍 세우며 내려가려 했다.

“클레어. 이 자리 지키고 있어. 저 자식 목덜미를 잡아채서라도 끌고 와야겠…!”

“언니. 잠깐만. 저기 저기!”

“왜 그래?”

클레어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아하니 그곳에서 바그란드 공작가의 시종 한 명이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아리나는 불현듯 직감했다.

귀족들이 잔뜩 모인 이 회의장에서 저런 시종이 다급히 다가왔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카르세인이 또 무슨 일을 벌인 게 틀림없었다.

“…회의까지 얼마나 남았지?”

“1분… 정도인데.”

“하. 금방 다녀올게.”

눈앞이 아찔해지면서도 일단은 가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선 진땀을 뻘뻘 흘리는 시종으로부터 예상했던 대답을 받게 되었다.

“그게… 카르세인 공자님께서 와글루 계파의 귀족들에게 주먹질을 하셨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아리나의 눈이 곧바로 뒤집힌다.

한참 내리깔린 목소리로 시종에게 돌아가라는 명령을 내린 아리나는 이미 그 벽안에 날카로운 칼을 품고 있는 듯했다.

“내 저 자식을…! 당장 당장 저 새끼 이 회의장에서 끌어내 버리겠어!”

“언니. 안 돼! 곧 회의 시작한단 말이야!”

“크 큰언니?”

제국 각지의 귀족들이 몰려온 장소에서 뭐?

싸움을 일으켜?

그때와 하나도 변하질 않았다.

카르세인은 역시 이 심포지움이라는 시험을 치를 자격 자체가 없었다. 처음부터 자격을 주지 말았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

─아르시엔 황녀님께서 입장하십니다!

그 순간 들려오는 황가의 행차에 아리나는 주춤하며 그 자리에 멈춰서야 했다.

조금 전 클레어가 회의 시작까지 남은 시간이 1분이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늦은 모양이었다.

아르시엔의 등장과 함께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그리로 쏠렸으니.

하지만 카르세인이 저곳에 앉아 바그란드 공작가의 위신을 땅바닥에 처박는 걸 눈 뜨고 볼 수만은 없다.

아르시엔 황녀의 가벼운 연설과 안내가 끝나면 비는 시간이 있다.

그때 내쫓을 것이다. 바그란드 공작가에서 카르세인은 이 심포지움의 시험을 볼 자격이 없다는 근거를 내세워서.

‘분명 나는 널 인정하며 기회를 주려 했다. 카르세인. 하지만 이건 네 손으로 그 기회를 직접 쳐낸 거야.’

아리나는 카르세인에게 형형한 벽안을 치켜세웠다.

***

▶어디선가 트랩을 밟았습니다! 귀족들로부터 누명을 쓰게 됩니다!◀

▶아리나의 친밀도가 하락했습니다!◀

[ 현재 수치 : 39% ]

▶주의하세요! 동부 귀족 회의 도중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네.’

이 메시지가 떴단 건 아리나에게 시종의 말이 닿았다는 뜻이다.

원래라면 단순히 친밀도가 하락하는 정도였겠지만…

▶트랩을 연이어 밟았습니다!◀

▶카르세인의 누명이 악화되어 선택지가 발생합니다!◀

▶경고! 선택지의 결과에 따라 회의장에서 쫓겨날 수 있습니다!◀

연이어 따라오는 이 메시지는 결코 한 트랩만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다.

또 다른 트랩을 밟아야 하고.

또 다른 트리거를 작동시켜야만 한다.

그렇게 두 개의 트랩을 연속해서 밟아 조건을 완성시켜야만 위 메시지를 띄우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어찌 알았는가.

해당 장소에서 발견한 한 메모리얼이 내게 에피소드를 강제했기 때문이다.

▶히든 에피소드. 스스로 쥔 권한을 진행 중입니다.◀

▶본 히든 에피소드는 서브 에피소드로 취급되며 클리어 이후 메인 에피소드로 이어집니다. 그 전까지 다른 에피소드는 종류를 불문하고 진행할 수 없습니다.◀

▶아래 조건들을 완수해야 합니다!◀

이 메모리얼을 건든 순간부터 나는 에피소드를 진행할 수가 없다.

내가 전혀 모르는 모종의 트리거가 발생했다는 뜻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데드 플래그로 직행하는 줄 알고 꼼수를 부리거나 편법을 써서 회피해보려 했지만…

하나 하나 진행할수록 묘하게 메모리얼에서 본 카르세인의 과거와 겹쳐 지나갔다.

[ 제한 위험도를 가진 필드에서 와글루 계파라 불리는 봄나들이 에피소드에서 내게 얻어맞았던 귀족 자제들을 향해 악담을 퍼부어야 합니다. ]☑

카르세인은 과거에도 자신이 쓰러뜨렸었던 귀족들과 싸웠다. 그것이 몸싸움이었다는 건 크게 다르지 않으나 그때 이 자리에서. 동일하게 그 귀족들과 싸운 것이다.

[ 악담을 퍼부어 해당 필드에서 인식을 깎은 뒤 귀족 자제들 뒤에서 조소하고 있는 한 귀부인에게 꽃이 든 유리병을 던져 위협하세요. ]☑

그때도 귀족 자제들을 데려와 일을 일으킨 귀부인이 존재했고 녀석은 누가 주동자인지를 간파해 꽃병을 던졌다.

[ 아리나에게 이 소식이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식을 -30까지 깎기 위해 제한 시간을 넘겨 회의장에 진입하세요. ]☑

35분가량 남았던 입장 시간은 사실 심포지움의 시작 시간이 아니었다. 카르세인은 그때도 약 2분 정도의 시간을 넘긴 뒤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야 아리나는 시종에게 이 소식을 전해들었고.

[ 회의장에서 바그란드 공작가의 위치가 아닌 가장 아래쪽 층의 좌석에 홀로 앉으세요. ]☑

층별로 나뉜 제국 귀족의 서열 좌석에서도 개의치 않은 채 최하위 층의 좌석에 자리 잡았다.

거긴 네 자리가 아니라며 최상층 좌석에서 일어나 소리치는 아리나의 목소리까지.

그 모든 상황이 메모리얼과 겹쳤다.

정말로 이게 단순히 페널티를 주는 상황에 불과한 것일까?

트리거를 건드렸기에 데드 플래그로 향하는 경고 메시지를 띄운 것일까?

그렇다면 카르세인은 멍청하게 화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한 것일까?

메모리얼은 그런 카르세인의 어리석은 과거의 치부를 보여줄 뿐이란 말인가?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 역시 현실에서 그런 식으로 학창 생활에서의 발표를 이어나갔으니까.

카르세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나의 능력을 똑똑히 증명했으니까.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직접 경험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녀석이 옳은 판단을 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심포지움에서 녀석은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증명하고자 한 거다.

자신 또래의 귀족들에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기 위해서.

공작가라는 신분과 바그란드라는 성에 구애받지 않은 채로.

온전히 카르세인이라는 한 사람의 능력을 증명해보이고자 한 것이다.

…그 가족들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기 위해서.

“쯧.”

메모리얼을 떠올리던 나는 기분 나쁜 일치율에 괜스레 혀를 찼다.

그래도 남은 조건은 이제 하나뿐이었다.

[ 심포지움 시작 직전 ───── ]

─아르시엔 황녀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저 행차 소리.

그것으로 나는 마지막 파츠를 맞췄다.

“…허. 그대는 정말이지.”

아르시엔이 한숨을 푹 쉬며 지나간다.

이와 동시에.

[ 심포지움 시작 직전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아르시엔에게 확실히 포착될 것. ]☑

과거의 카르세인이 그녀와 눈을 마주쳤던 것을 그대로 실현하며 나는 히든 에피소드의 조건을 완성했다.

-띠링!

▶히든 에피소드. 스스로 쥔 권한을 클리어했습니다.◀

▶회의장에서 바그란드 공작가 소속을 끊어냅니다.◀

그랬던 건가.

메모리얼을 통해 엿본 과거의 카르세인은 바그란드 공작가 소속을 끊어냈었다.

그때도 카르세인은 자신이 홀로 영지를 도맡아 다스리려 했었지.

사고를 쳤다는 소리를 시종으로부터 전해 듣고 잔뜩 화가 난 채 카르세인을 쫓아버리려는 세 자매에게 아르시엔은 과거의 녀석이 제시한 용적량 개편 제도에 근거하여 그럴 자격이 있다며 시험을 보게끔 도와줬었다.

‘나도 그땐 학생회장이 도와줬던가.’

어쩐지 묘하다 싶었지만 익숙하면서도 납득이 가는 결과였다.

▶메인 에피소드가 지정됩니다. 해당 에피소드의 제목은─◀

“풋.”

에피소드 제목을 보니 피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번에는 달라야지.

같은 과거를 반복해선 안 돼.

▶에피소드 V. 반복되지 않는 과거를 진행합니다.◀

▶플레이어는 히든 에피소드의 영향으로 바그란드 공작가의 힘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는 히든 에피소드의 영향으로 바그란드 공작가의 자금 인력을 끌어다 쓸 수 없습니다.◀

▶바그란드 공작가의 백지수표 어음 사용이 봉쇄됩니다.◀

▶아리나의 힘으로 시험 수행 기간 동안 바그란드 공작가 소속을 잃습니다.◀

문자만 보자면 온갖 페널티가 다 붙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건 절대 페널티가 아니다.

▶당신은 루스마이어의 영주로서 심포지움에 참가합니다.◀

▶샤트렌 영지를 제외하면 그 어떤 영지도 고를 수 없습니다.◀

내가 가장 바라던 방식으로 에피소드가 진행되었으니 말이다.

어차피 샤트렌 영지는 내가 맡을 생각이었고. 루스마이어의 영주라 주장할 방법은 어련히 시스템이 마련해줬다.

이 샤트렌 영지를 똑바로 살려내기만 하면.

모두가 기피하고 있는 이 영지를 과거와는 달리 살려내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내게 또 다른 자금줄이 되어줄 거다.

‘하지만 이건 대체…’

■보상

▶히든 에피소드 클리어 보상으로 정보를 지급합니다.◀

▶주의하세요! 샤트렌 영지를 향한 위협이 존재합니다!◀

[ 적 개체 : 마수 2768마리 ]

***

‘하아. 정말이지. 그 이상한 기입은 루스마이어의 영주로서 심포지움에 응하겠단 뜻이었나?’

뒤늦게 카르세인의 의도를 파악한 아르시엔이 심포지움을 설명하는 와중 속으로 옅게 탄식했다.

하지만 탄식이 그리 길지만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게 더 잘 된 것일지도 모르겠군.’

그 당시엔 몰랐지만 노골적으로 성을 빼둔 카르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영지는 몇 개나 될까.

아니 아마도 고르는 게 불가능할 터다.

루스마이어의 영주로서 카르세인 바그란드가 아닌 한 명의 영주로서 영지를 고른다면 그 순번은 최하위가 된다. 최하위층에 앉아있는 저곳에서도 가장 마지막이란 소리다.

그렇다면 자연스레 골라지는 것은.

‘샤트렌 영지.’

루스마이어가 사라진 지금 모두가 기피하는 1순위의 영지는 단연 샤트렌이었다. 그 어떤 귀족이 와도 실적을 내지 못할 환경이라 꼽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어서─”

아르시엔은 심포지움 규정 안내를 이어가며 머나먼 과거를 떠올렸다.

한 예언가는 황실에 샤트렌 영지에 크나큰 악재가 다칠 것을 예언했다.

황실로서는 그 예언가가 여태 한 번도 예측을 비껴선 적이 없다는 걸 알기에 주시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예언은 몇 해가 지나도 맞아들지 않았다.

황실히 엄히 조사에 착수했다곤 하나 그 영지에서 보이는 건 특산물을 재배하며 다가오는 풍요로움뿐이었다.

영지민들에게 위험하니 이 땅을 쓰지 말라 언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 예언가가 틀렸다고 하기에는 대신전과 황실이 모두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예언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귀족인 바그란드 공작가에 소식을 전해 봤지만…

돌아오는 건 없었다.

며칠 몇 개월 몇 해가 지나도 황실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단 그것도 카르세인이 저 영지에 손을 대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샤트렌은 그저 풍요로움을 안은 영지였을 뿐 그 어떤 흉년의 징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손에 흉년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무언가가 그 땅에 있다는 걸 알아냈었던 걸지도 모르지.

‘그대를 믿네. 루스마이어라는 불모지조차 교통의 중심지로 만든 그대의 저력이 발휘된다면…’

어쩌면 황실과 바그란드조차 해결하지 못한 샤트렌의 비밀을 온세상에 밝힐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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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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