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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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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클레어에 이어 아리나 이사벨라까지 눈이 번쩍 뜨였다.

셰이든이 이런 일에 카르세인의 편을 들어줄 리는 없었다. 아리나가 곧장 이유를 묻는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셰이든.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라니?”

“켈비아 알레르기라는 것을 혹 알고 계시는지요.”

세 사람 모두 고개를 젓는다. 단 한 명만이 흠칫하며 어깨를 떨었다.

하지만 셰이든은 이를 못 보고 지나치며 “역시 그럴 테지요.” 라며 예상한 듯한 기색을 보였다.

“켈비아 열매엔 소량의 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인간의 몸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만… 알레르기를 보이는 환자의 경우는 얘기가 다릅니다.”

“알레르기… 라고?”

“설마 카르세인에게 그 켈비아 알레르기가 있다는 건가?”

“예.”

셰이든이 긍정하자 공작가의 벽안이 모두 식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이미 발걸음을 떼버린 카르세인은 그 어떤 음식도 손을 대지 않은 상태였다. 단 하나 가장 중앙에 있었던 칠면조 구이를 제외하고.

고기를 쥐어뜯었던 카르세인의 모습을 떠올린 클레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즈 증상은. 증상은 어떤 건데. 카르세인은 이미 고기를 먹었단 말이야!”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열매 자체에서 미각이나 후각 면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정도로 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열매가 들어간 음식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카르세인은 일부러 음식들을 먹지 않았다.

구분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봐도 무방할 정도로.

“하지만 그건 1~3단계의 경웁니다. 도련님처럼 가장 취약한 단계인 4단계에 속한다면…”

꿀꺽.

“약간의 섭취만으로도 독성이 크게 작용해 중화하지 않으면 며칠을 끙끙 앓아눕게 될 겁니다.”

““뭐?!””

“뭐 뭐라고…?”

“다행히도 드셨다는 고기에는 열매가 시즈닝으로만 발려 있어 속살만 발라 드신 모양입니다만… 이마저도 향은 피할 수 없어 거부감이 심했을 겁니다.”

어째서 음식을 먹지 않았는가.

알레르기 질환으로 인해 열매가 들어갔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거지처럼 손으로 고기를 쥐어뜯었는가.

켈비아 열매가 시즈닝으로 발린 껍질을 피해 고기의 살점만을 먹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어째서 잘못했다고 빌지 않았는가.

정말로 잘못한 게 없으니까. 명백히 잘못이라 볼 수 없었으니까.

음식이 아닌 독.

카르세인에게 이 식탁은 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참 억울하단 말이지. 나는 밥이나 먹으라길래 먹었을 뿐인데 왜 말을 들어도 이렇게 얻어맞는 걸까?

-차라리 이럴 거라면 감기 걸려서 끙끙 앓을 때가 훨씬 낫네. 맞지도 않고 멀쩡한 밥도 똑바로 오니까. 그렇게 생각 안 하냐 클레어?

-천박하고 더러운 놈이라 죄송합니다. 저 같은 놈은 성인식에 차라리 안 보이는 편이 좋겠죠?

-꼴보기 싫은 놈은 먼저 꺼집니다. 맛있게들 식사 하세요.

먼저 가보겠다며 식당에 울려 퍼졌던 카르세인의 목소리가 그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건 식사 자리에 초대해 놓고 먹지 말란 소리나 다름없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 동안 혼자 병풍마냥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니까. 아니 알레르기의 질환까지 포함한다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저번에도 느낀 겁니다만 도련님을 향한 악의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거듭 당부를 드립니다. 아랫사람들을 조사해보심이 좋을 듯 싶습니다. 그럼.”

셰이든이 문을 닫고 나가자 식당에는 긴 정적이 흘렀다. 조사 직후부터 하녀들은 물려 둔 상태였기에 남은 건 네 가족뿐이었다.

“어찌… 어찌 이런 일이…”

쾅!

이사벨라가 보기 드문 눈빛을 보이며 테이블을 크게 내려쳤다.

“누가. 도대체 누가 바그란드 공작가에서 이런 치졸한 짓을 벌였단 말이더냐!!”

노기가 잔뜩 실린 목소리가 식당을 한가득 메웠다. 이 자리의 제 딸들을 탓하는 건 아니라지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아리나. 당장 사용인들을 전부 집합시켜라! 당장!”

“어머니! 진정하세요!”

“진정? 저걸 보고 진정하란 말이더냐? 식사조차 하지 말라는 뻔한 의도를 보고도?”

“압니다. 알아요. 어머니 마음은 알지만 그들 전부를 엄히 처벌한다 한들 범인이 잡히는 게 아닙니다. 자칫 애꿎은 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어요.”

“카르세인. 아아 아아…!”

“어머니!”

“어 엄마!”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는 이사벨라를 클레어와 아리나가 붙잡으며 의자에 앉힌다.

“어머니께선 푹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범인은 제가 클레어와 함께 조사해볼 테니까요.”

“내가 잡을 거야. 반드시 잡을 테니까 엄마는 쉬고 있어. 응?”

“어찌 이런… 이런 치욕스럽고 야비한 짓을 하는 자가 공작가에…!”

그럼에도 이사벨라는 한참이나 씩씩거리며 분기를 삭히지 못했다. 두 딸들이 어르고 달래며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끔 적당한 대안을 내고 나서야 이사벨라는 자리를 떴다.

허나 난장판이 다 된 식당에서.

단 한 사람만은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어 어떡하지…?’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 바라보던 카르세인의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니. 정말로 알고 있는 걸지도 모른단 느낌마저 들었었다.

‘이번엔 나 나 아닌데…!’

-따닥 딱!

제 발 저린 소녀의 엄지 손톱이 부러졌다.

***

달칵.

“도련님? 벌써 오셨… 허업!”

침구를 정리 중이던 카밀라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다만 놀란 이유는 큰 소리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세 세상에… 도련님! 이게 무슨…?”

연회장에 입고 가려던 옷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꼭두새벽부터 몇 번이고 물을 갈아가며 말끔하게 씻고서 단장을 마쳤던 아침의 모습이 무색하리만치.

게다가 도저히 식사를 하고 온 것 같지 않았다. 한쪽 뺨이 날카롭게 긁혀 흐르는 피가 살결을 타고 흘러 어깨의 흰 원단을 붉게 적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벌을 받고 온 느낌이었다.

“카밀라.”

“앗 네. 네 도련님…”

갑작스런 부름에 카밀라는 주인의 부름에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난 그저 클레어의 의도에 맞춰서 어머니의 부름을 받고 식사를 하러 간 거였어. 거기서 네가 보고해서 받은 옷까지 준비됐다는 걸 보이기까지 했지. 여기서 무슨 문제가 있었을까?”

“아 아니요…”

“그럼 내 몰골이 이렇게 된 건 순전히 식사 자리에서 생긴 일이잖아. 그렇지?”

카밀라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카르세인은 식사 자리에서의 일을 꺼내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부름에 응했더니 식당에서 내가 참 재밌는 걸 봤어. 이야 어떻게 내가 못 먹는 음식들만 다 올라오는 건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켈비아 알레르기. 그것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 했어. 그래서 이 모양 이 꼴이지.”

“…!”

카밀라의 심장이 두 단어에 확 쪼그라들었다.

의뢰를 받아 매번 주인을 괴롭혀왔던 그녀도 익히 알고 있었다.

켈비아 열매. 카르세인에게 있어 그건 악마의 열매라는 걸.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위에다 올려 놓고 식사를 하라잖아. 이러니 내가 화가 나겠어 안 나겠어?”

차마 카밀라는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도 한땐 귀족이었기에 유사한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식사 자리에 초대해 놓고 못 먹는 상황을 연출해버리는 건 노골적인 악의였다.

즉 그 시간은 카르세인을 제외한 나머지 네 사람만의 시간이었던 거다.

‘그렇군요. 마님뿐만 아니라 그 자리의 어떤 아가씨들도 눈치채질 못했던…’

카르세인의 언동에 은연히 숨은 주장이 카밀라의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화가 나서 말이야. 어떻게든 켈비아 열매를 안 먹으려고 고기를 쥐어 뜯어서 안에 있는 살점만 먹었어. 그랬더니 클레어가 내 뺨을 후려치더라. 이거 보여?”

카르세인이 손가락으로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는 뺨을 가리켰다. 눈앞이 아찔해진 카밀라는 곧바로 피를 닦을 것을 가져왔다.

그러자 그는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풋 하고 실웃음을 흘렸다.

“이제 현실을 좀 알겠어? 카밀라. 더럽고 교양없고 천박한 것. 그게 딱 내 위치야.”

더할 나위 없는 직설적인 표현. 누가 듣더라도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으리라.

쓸데없이 네가 나선 덕분에 이런 꼴로 돌아왔다. 그러니 앞으로는 이렇게 독단으로 움직이지 말라.

그런 경고의 뜻이었다.

또한 현실을 알라는 말과 동시에 제 위치를 각인시킨 건 귀족으로 인정받지 못할 거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즉 카르세인은 자신이 성인식에 참여할 만한 인간이 아니라는 걸 은연히 내비치고 있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전담 하녀로서 주인이 오히려 이런 꼴을 당해 오게끔 유도한 셈이었으니까.

얼굴에 난 상처라도 어떻게 손을 봐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그조차 허락하지 않을 듯한 분위기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곤 성인식과 관련한 내용을 함구하는 정도가 한계였다.

그렇게 카밀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카르세인의 방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참. 카밀라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야.”

돌아서기 전 그가 물었던 그 질문은.

“오늘 공작가의 아침 만찬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야?”

굉장히 이상한 질문이었다.

***

카밀라가 방을 나선 뒤 나는 자연스레 다 버린 옷을 벗어던진 뒤 욕실로 향했다.

아직 식지 않은 욕조의 물을 이용해 여전히 흘러내리는 피를 쓰윽 닦자 따끔한 통증이 찾아왔다.

뭐. 그래도 손해는 아니었다. 뺨 한 번을 맞는 것으로 성인식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을 얻어낸 거라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니까.

맞은 거야 훌훌 털어버리면 그만이다.

‘손 매운 게 어째 둘째 그년이랑… 참.’

묘하게도 익숙하다 싶더라니. 비슷한 일을 이미 겪은 적이 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둘째의 생일 그러니까 한국식으로는 자정을 지나 스무 살이 되는 날. 나는 그때도 똑같이 카르세인처럼 둘째에게 뺨을 얻어맞았었다.

‘하필이면 그것도 딱 둘째의 생일날이었네. 게다가…’

상태창 이름 옆에 쓰여진 숫자가 하나 달라진 것도 그랬다.

‘이렇게 보니 정말 다를 게 거의 없는 수준이고.’

마찬가지겠지. 이 가족들도 전혀 모르는 거다.

나는 거울을 보며 적당히 핏기가 가신 걸 확인하고 빠르게 욕실을 나와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는 테이블 앞에 잠깐 앉아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본다.

“일단 기회를 잡긴 했는데. 어떻게 되려나.”

그 행동은 세 가지를 동시에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카르세인을 괴롭히는 데에만 치중했던 한 사람을 향한 압박이 있었고.

하녀장을 포함한 사용인들 전원의 움직임에 어느 정도 제약을 걸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클레어의 성인식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옷을 망가뜨리는 꼼수를 두었다.

사실 어느 쪽으로도 효과가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른다. 이건 추후 경과를 봐야 알 수 있는 데다 게임에서는 없던 장면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다만 이것 때문에 당분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효과 정도는 기대해도 좋을 테지.

한 사람은 아예 자기 계획이 대차게 실패한 걸 깨닫곤 이를 박박 갈고 있을 테고 말이다. 그만하면 충분하다.

“우선 가장 급한 건 클레어의 성인식인데… 흐음.”

카르세인은 항상 에피소드에 따라야만 하고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 강제로 반응해야만 한다.

내가 알기로는 이 에피소드 절대로 사라진 적이 없다. 다른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먼저 곁들여진 적이야 있다지만 진행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이걸 어떻게 넘겨야 할까.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바로 그때.

상태창이 켜졌다.

-띠링!

▶히든 에피소드 클리어!◀

▶에피소드 III. 클레어의 성인식에 숨겨진 에피소드를 찾아냈습니다!◀

‘히든 에피소드?’

▶플레이어가 인지하지 못한 설정입니다!◀

▶분석을 통해 적합한 설명을 부여합니다!◀

▶분석 완료!◀

※히든 에피소드

[ 메인 에피소드나 서브 에피소드와는 달리 숨겨진 에피소드로 특정 상황과 조건이 만족되어야만 해금됩니다! ]

[ 주로 비하인드 스토리 및 애프터 스토리 배경 등이 이에 해당하며 메인 에피소드의 개연성을 뒷받침합니다! ]

저런 거라면 메모리얼도 동일한 기능이 아닌가 싶었으나 따라 내려오는 설명을 보고 있자면 그건 또 아닌 듯하다.

‘메모리얼은 에피소드로 취급되지는 않아. 오로지 에피소드를 돌파하기 위한 정보 덩어리에 불과하니까.’

이미 일어났던 과거의 일에 개입할 수는 없다. 그게 메모리얼의 한계고. 하지만 이건 에피소드로 취급되고 있다고 언급한다. 주의해야 할 점이었다.

그래서 이게 왜 떴는가.

여기에 품은 의문은 아무래도 바깥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가 답을 주는 모양이었다.

-똑똑.

“누구야?”

누구냐는 말에 대답은 없었다. 계속 노크 소리만을 이어갈 뿐 그마저도 갈수록 문을 두드리는 힘은 약해져만 갔다.

‘설마 이거 데드 플래그가 여기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건…!’

그래.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

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그대로 돌아갈…

▶강제 이벤트가 이루어집니다.◀

▶문을 열어 등장인물과 대화하세요!◀

에라이 씨발.

여기서 상태창까지 뜬다고?

무시하고 넘기려 해도 강제 이벤트는 피할 수조차 없다. 나는 이제 저 문을 여는 것 외에 어떤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문을 열었다.

내 방을 찾아온 손님의 키는 제법 작았다.

고개를 아래로 꺾어 내려다 봐야 했을 정도로.

“네가 여길 왜 와?”

“하 할 말이 있으니까.”

나를 찾아온 건 다른 누구도 아닌 플로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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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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