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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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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4

서책과 서류를 보며 글귀를 읽는 것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고.

축제가 열려 폭죽과 마력의 빛이 하늘을 환히 덮는 모습은 몇 시간을 봐도 지루하지 않다.

수업을 들으며 이것저것 배우는 것보다는 밖에서 어떤 식으로 놀면 더 재밌을지 궁리하고 싶다.

공부는 싫고.

노는 건 좋다.

플로라는 언제나 그래 왔었다.

그런 성격인 만큼 동부 귀족 회의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는 지루해 빠진 이 회의가 영 싫기만 했다.

영지민들에 대해 고민할 시간에 친한 사람들과 재미있는 얘기를 하거나 가족들과 시장을 둘러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우움… 이 영지 사람들은 곡식은 많이 나오지만 돈이 부족해서 그 세금을 곡식으로 대신해서 낸다는 거지?”

“그렇지. 우리 막내 열심히 잘 들었네?”

“히히.”

옛날 같았으면 몇 번이고 설명했지만 잘 모르거나 까먹었다는 식으로 대답을 회피하고 얼른 놀러 가자고 졸랐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다만 한계는 존재했으니.

“이건 너무 어려운 얘기긴 하지?”

“힝. 언니 말대로 그건 너무 어렵다아.”

아리나로부터 영지에 대한 설명을 좀 더 듣긴 했지만 부족한 지식을 메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모른다고 해서 낙심하진 말고. 플로라는 아직 어리니까. 천천히 언니 옆에서 배우면 돼.”

너는 아직 어리니까 천천히 배우면 된다.

예전에도 들었던 말이다. 비단 아리나뿐만 아니라 클레어 이사벨라에게도 귀에 틀어박히게 들었던 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새삼 그 말이 다르게 느껴진다.

‘언니들이랑 엄마는 이런 복잡한 일을 하고 있었던 거구나…’

나도 때가 되면 할 수 있겠지.

영지 사람들이랑 잘 얘기하는 게 전부라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잖아?

언니들처럼 영지를 다스리면 엄마에게 칭찬 받을 수 있을 거야!

참 멍청하게도 과거에는 그리 쉽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것이 그리 쉽게 생각할 만한 사안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틀간 영지 상황을 듣고 또 들었는데도 아는 게 거의 없다.

그렇게나 한참 듣고 봤는데도 얄팍하게나마 귀에 들어와 몇몇 대답을 겨우 입으로 꺼냈을 뿐 실질적으로 머릿속에 정리된 건 전혀 없는 것이다.

언니로부터 그만 쉬러 가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지만 플로라는 그래도 끝까지 따라가서 지켜보고 싶다며 응석 아닌 응석을 부려본다.

그러자 아리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플로라는 큰언니의 손을 꼭 잡고서 아직 남은 영지 시찰을 쭉 돌았다. 그 와중에도 드문드문 질문하며 배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언젠가 자신도 나이가 차게 되면 홀로 영지를 맡아야 할 테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작년에 시도하지 못한 공간 확충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어떤가?”

“아리나 공녀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는 것에 어찌 문제가 있겠습니까!”

“반대하는 사람 없지?! 있으면 내가 그 입 막는다!”

─하하하하!

첫날 아리나가 찾아와 임시 영주라는 것을 밝히자마자 환호했던 그들은 이틀이 지난 오늘도 한 치의 의심조차 품지 않고서 계획을 수락했다.

어떤 지시를 내릴 것인지는 아직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음에도 대단한 환호성이었다.

아리나의 손을 꼭 잡은 채로 그리 이동하면서 영지를 쭉 둘러보고 있자면 새삼 영지민들이 언니를 잘 따른다는 것이 체감이 될 정도였다.

아리나는 싱긋 웃으며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플로라. 마냥 이렇게 일이 잘 풀리는 건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

“보시다시피 영주란 자리는 이 영지에 대한 권한을 모두 쥐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무게가 어마어마해. 그래서 보여지는 이미지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기도 하고.”

“이미지…?”

“영지민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삶이 더 풍족해지고 윤택해지기를 바라거든. 그렇다면 더 좋은 영주를 만나고 싶을 거야. 역량이 떨어지거나 나쁜 소문이 있다면 반대로 자신들의 땅에는 해를 입힐 수도 있으니 거부할 수도 있지. 실제로 특정 영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영지도 적지 않아.”

그런 사람에게는 절대 그 땅을 맡기고 싶지 않을 거라고 아리나는 덧붙인다.

그 순간.

플로라의 머릿속에 불현듯 그 말이 스쳐 지나간다.

영지민들의 입장에서 영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

그 단어가 머릿속에 확 꽂혀버린 것이었다.

“그 그럼 혹시… 언니나 나처럼 바그란드 공작가처럼 신분이 높으면?”

아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목소리로 그리 묻는 플로라.

“저 사람들은 다 평민이잖아. 귀족인 우리가 말하면 받아들여주는 거 아니야?”

신분이 높으면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영주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해도 신분이 이를 해결할 수 있지 않느냐 묻는 것이다.

그러나 아리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고.

“만약 내가 희대의 거짓말쟁이라거나 비열한 사기꾼이었다면 저 사람들도 절대 이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야.”

플로라의 머릿속에서 피어오른 불길함은 그녀의 과거를 다시 한 번 관통시키며 가슴 안을 답답한 공기로 불어넣었다.

불길한 답답함이 덮쳐 들어오자 플로라는 그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차로 뛰어 들어간다.

그리고는 급히 마부를 시켜 다른 영지로 발걸음하게 만든다.

희대의 거짓말쟁이.

비열한 사기꾼.

아리나가 언급한 대로 그런 이미지를 가진 자는 영주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한 영지의 영주가 된 자가 있다.

똑같이 샤트렌 영지를 받고 영주가 된 카르세인이었다.

과거의 자신은 샤트렌 영지민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카르세인은 거짓말쟁이야!

-우리 언니들이랑 엄마도 속여서 공작가로 들어왔잖아! 그 거짓말쟁이를 믿을 거야?

-공작가에서도 막 거짓말 치고 그랬어. 걔 때문에 하녀들이나 시종들도 엄청 고생했다구!

괜히 이 땅으로 인해 그가 잘 되는 게 보기 싫어서.

영지민들로부터 인정받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혹여 이 일로 인해 제 가족들의 환심을 받을까 싶어 있지도 않은 말을 지어냈다.

심지어 영지 내에 있는 모든 평민들이 그를 불신하길 바라며 이런 말까지 덧붙였었다.

-혹시나 수작이라도 부리는 거 아닌지 잘 확인해 봐! 분명 뭔가 망치러 온 게 분명하다구!

무슨 일이 벌어지면 반드시 그의 탓이 되도록.

혹여 어떠한 지시를 내린다면 그건 거짓말이 되도록.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였었다.

그리고…

말이 씨가 되기라도 하듯 샤트렌에서는 카르세인이 임시 영주로 부임해 한 지시를 내리자마자 비교도 안 되는 흉작을 냈고 이후 땅은 망가져 버렸다.

그렇게 카르세인은 모든 잘못을 떠안고서 샤트렌 영지민들을 속인 희대의 거짓말쟁이로 전락해 공작가로 돌려보내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때 영지민 전체를 기어이 속여버린 사기꾼인 카르세인이 그 영지에 발을 들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아마도 짐작하는 대로일 것이다.

‘제발 제발… 아무 일 없게 해줘…!’

플로라는 빌고 또 빌었다.

아무 일도 없길 빌었다.

카르세인이 그곳에서 자신이 퍼뜨린 거짓말로 누명을 쓰고 있지 않길 빌었다. 마차가 샤트렌에 도착할 때까지.

마치 부정에 가까운 소망을 빌고 있었다.

‘어디 어디에 있는 거야!’

샤트렌에 도착한 이후로는 한참을 헤맸다.

카르세인을 찾아 나섰지만 이곳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그토록 유명한 장소라면 한 번쯤 지리를 알아두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그간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았던 자신이 또 다시 원망스러운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

주변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내 정책에 따르지 않으려면 따르지 않아도 좋다. 나는 이 명령을 제외한 그 어떤 명령도 너희에게 내리지 않을 것이다.”

막상 이곳에 와서 보게 된 건 과거에 그녀가 뿌렸던 악의의 씨앗이었다.

답답했던 가슴 안쪽에서 물기가 차오르더니 이내 플로라의 눈에 맺히기 시작했다.

***

이틀이나 늦었던 카르세인의 임시 영주 선고는 처참했다.

영지민들은 이미 의심으로 가득했고 또 다시 영지를 속이려 왔느냐며 그를 내쫓을 기세였다.

그가 모종의 수를 내어 어찌어찌 이 영지 안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지만…

그건 영주로서의 권한을 죄다 포기해버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흡…!”

플로라는 그 이후 눈물을 훌쩍이며 샤트렌 이곳저곳을 방황했다.

또 다시 그는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아무것도 누릴 수 없었던 건 공작가에서뿐만이 아니었다.

공작가 밖에서도. 이미 그 불똥이 잔뜩 튀고 있었던 거다.

꿈 속에서 봤던 카르세인처럼.

“흐윽!”

꿈 속에서의 카르세인이 불타 사라지는 모습을 떠올린 플로라는 화들짝 놀라며 헛숨을 들이켰다.

“아니야. 아닐 거야…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게…”

부정하고 싶었다.

자신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고작 그 몇 마디 때문에 영주로서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싶었다.

그래. 주장하면 되잖아.

직접 카르세인에게 가서 물어보고 난 그런 의도가 아니었단 것만 주장하면 되잖아.

물어보러 가자.

확인하러 가자.

카르세인이 있는 곳으로.

카르세인이 걸어간 곳으로.

그를 만나기 위해 그 조그마한 발을 움직였다.

“넌 또 왜 왔냐?”

퉁명스레 묻는 그를 보며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하지만 플로라는 꾸역꾸역 입을 열었다.

“아니지…? 카르세인. 여기서도 누명 썼다는 거… 아니잖아. 그치…?”

얼른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줘.

그건 우연히 사고가 겹쳐 일어났을 뿐이라고 말해줘.

샤트렌 영지가 망가진 건 네가 잘못해서 그 일이…

“이게 네가 바라던 상황 아니냐?”

마음 속으로 온갖 변명을 다 대가며 현실을 외면하고 있던 그때 싸늘한 한기가 몰아쳐오는 것이 느껴졌다.

플로라는 반사적으로 눈물을 닦던 손을 멈춘 채 카르세인을 바라보았다.

“아 참. 말실수를 해버렸네. 그래. 네가 바라던 게 아니라 어디선가 흘러 들어온 소문이었지?”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이미 싸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또 또 그 기분이다.

한없이 싸늘하게 냉랭하게. 

소리 없이 커다란 경계선이 그어지는 이 답답한 기분이었다.

이 답답함을 느끼고서야 플로라는 정신을 차렸다.

‘난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카르세인의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었잖아.

네가 꾸며낸 거짓이란 불씨로 다시 카르세인을 괴롭힌 거라면 순순히 먼저 인정을 했어야지!

속으로 현실을 또 다시 외면하려 한 자신이 미친 듯이 미웠다.

하지만 태평하게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뭐라고 말이라도 해야 한다.

예전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모든 죄가 그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야 그 말이 어떻게 이렇게 딱 딱 들어맞았나 모르겠어. 샤트렌을 내가 망칠 거라던가? 소문은 소문인가 싶었는데 그건 거의 예언가가 아닌가 싶단 말이지.”

그러나 입이 떨어지질 않는다.

뭐라고 말해야 하지?

어떤 말을 해야 그걸 부정할 수 있지?

내 잘못이라는 걸 어떻게 밝혀야 하는 건데!

“나도 그 말에 귀를 좀 기울일 걸 그랬어. 조금만 빨리 그 소식이 닿아서 내가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다면 샤트렌도 망가지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이렇게 사고를 저질러 버리다니. 아직도 그때가 마음에 걸리네.”

아니야.

아니잖아.

그런 말이 어딨어.

네가 그렇게 말해버리면 내가 부풀린 건…!

“그러니까 난 누명을 쓴 게 아니야. 자업자득인 거지. 천민인 주제에 능력도 없으면서 괜히 영지를 살리겠단 소리나 하고 자빠졌었으니. 그래서 이번에는 잠자코 벌만 받으면서 기다려 보려고. 하늘이 주신 기회가 또 올 수도 있잖아?”

그 순간 플로라는 깨달았다.

또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는 걸.

처음부터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면 될 것을.

처음부터 자신 때문에 일이 더 커졌다는 걸 인정했으면 됐을 것을.

재차 현실을 외면한 것 때문에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바보 멍청이…”

뚝. 뚝.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그 말을 중얼거린 플로라의 뺨 아래로 눈물이 방울지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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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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