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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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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5

들리지도 않을 목소리로 홀로 무어라 중얼거린 플로라는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리에서 떠났다.

이와 동시에 상태창은 내게 메시지를 띄웠다.

-띠링!

▶보상으로 획득한 플로라와의 만남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허 미친. 어이가 없어서.”

페르디가 아니라 플로라가 왔을 때 의미심장한 느낌을 받기야 했지만 진짜 내 예상을 이렇게 한참 벗어날 줄은 몰랐다.

뭐? 플로라랑 만나는 게 보상이라고?

“지랄하고 있네. 보상이 아니라 함정이지 그건. 어?”

원래도 선택지를 잘못 고르면 친밀도와 인식이 팍팍 떨어지며 플레이어에게 경고창을 띄우곤 하지만 위험도가 높은 필드에서는 선택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력은 몇몇 방법들이 대놓고 봉쇄되는 수준.

그렇기에 플로라가 이렇게 찾아오는 건 재앙이나 다름없다.

“내가 본 배드엔딩 중에 최악은 네가 찾아와서 생기는 일이었어.”

위험도가 존재하지 않거나 그다지 위협적인 않은 경우에는 일부러 친밀도를 깎아먹으며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실제로 나도 페널티를 받아야 했던 늦은 귀가 이벤트도 그런 식으로 넘기며 좀 더 미래지향적인 플레이를 이어갔었고.

그러나 그 방법이 봉쇄되어 버렸었다.

나중에 안 거지만 위험도가 달린 필드의 경우 에피소드 내에서 연관이 있냐 없냐를 가리지 않고 필드 내에 있는 등장인물들의 친밀도를 갉아먹어 버렸었지.

지금 생각해도 그때 본 배드엔딩은 치가 떨릴 만큼 끔찍했다.

“뭐…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죽을 일은 없을 것 같네.”

▶플레이어는 바그란드 공작가의 힘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선택지를 택했습니다.◀

▶바그란드 공작가의 개입력이 무력화됩니다.◀

▶가족들이 찾아와 샤트렌 영지에 주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모두 상쇄합니다.◀

상태창이 저리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안심하며 필드 위에 나타난 정보창을 살폈다.

처참한 랭크. 처참한 수치다.

샤트렌 영지에서 카르세인을 향한 시선이 어떤지 어렴풋이 짐작이 갈 만큼.

“…이러면 친밀도뿐만 아니라 자동으로 서브 에피소드 쓰는 쪽도 탈락이네.”

첫 번째가 친밀도를 사용하는 방법이었다면 두 번째는 서브 에피소드를 대거 수행하는 방법이 있다.

바그란드 공작가에서 늦은 귀가 이벤트를 넘길 때 나는 대부분 친밀도를 써서 시간을 벌었지만 사실 그건 편법. 서브 에피소드로 잡다한 업무를 하며 아랫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우거나 페널티 대상의 의뢰를 받아들이는 것이 정석이었다.

카르세인의 행동력이나 HP를 소모하고 시간까지 갉아먹는 탓에 손해라고 여겼지만 가장 뒷말이 적은 방식은 분명 페널티를 깔끔하게 해소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서브 에피소드를 수행하는 것도 인식이 낮아도 너무 낮으면 도움을 주는 서브 에피소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샤트렌 영지가 딱 그랬다.

카르세인에게 있어 최악의 민심을 지닌 언제 어디서 데드 플래그가 발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의심과 불신의 눈초리가 가득한 상황이다.

“별 수 없지. 당장은 기회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딸기밭의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농기구를 들고 밭을 갈아 땅의 토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밭을 간 시간 밭을 간 양에 비례하여 정보의 양이 늘어납니다.◀

시간이 없지만 그렇다고 급하게 움직이면 그게 더 위험하다.

언젠가 분명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메인 에피소드가 시작되지 않은 지금은 분기점이 제시하는 지시를 따라가며 잠시 인내의 시간을 가질 때였다.

***

“가져다드린 물건은 좀 도움이 됐나요?”

“도움이 됐냐니… 이런 걸 거저 주신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의복은 저희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물자였습니다. 입었던 옷들을 해질 때까지 입다가 그것마저도 버릴 수가 없어 덧대고 덧대 입었던 것인데…”

“감사하다 못해 손해를 끼치는 게 아닐까 싶어 죄송할 정도입니다.”

“손해는 딱히 입지 않았으니 걱정 마세요. 그보다 혹시나 모자라면 더 말해주세요.”

“아이고… 이런 영주님이…”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하르니에 님.”

21차 동부 귀족 회의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똑같이 황실의 시험을 받은 입장으로서 하르니에 역시 그 일정을 순조로이 진행하고 있다.

‘운이 좋았네.’

심포지움이 전면 순위제라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작년에는 후작가의 눈을 속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점수를 더 떨어뜨려야만 했었다.

그 덕에 하르니에는 이번 동부 귀족 회의에서 더 낮은 층에 머물러 있었고 같은 층에서도 구역 역시 뒤쪽으로 밀려나 있었다.

그럼에도 영지의 여건이 제법 괜찮다.

주민들에게서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기미가 보이고 있고 그들에게 쥐여줄 수 있는 것 역시 하르니에가 알음알음 손을 보고 있던 평민들의 의복이었다.

하위권에 머물렀음에도 이만하면 굉장한 행운이라 볼 수 있었다.

“하르니에 아가씨.”

“미나?”

영지민들로부터 이런저런 정보를 듣던 도중.

미나가 그녀를 찾아왔다.

“서신이 도착했어요.”

“…서신?”

서신이란 말에 하르니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품었다.

황실의 시험을 받으며 영지를 다스리는 지금에 이르러선 딱히 후작가에서 압력이 들어올 일이 없을 텐데?

뿐만 아니라 플레시아 상단 쪽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불티나게 물건들을 팔아대며 수익을 올리고 있을 때지 별다른 보고가 들어올 때는 아니었다.

‘하지만… 미나가 이렇게 직접 찾아왔다는 건…’

제법 중요한 서신이 도착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다음에 제대로 설명할 테니 다들 볼일 보러 가셔도 좋아요.”

영지민들을 친절히 돌려보낸 그녀는 곧바로 미나에게 물었다.

“무슨 서신이길래 네가 직접 찾아온 거야?”

“…그게 아가씨. 사실 서신이 아니라요.”

“응?”

아깐 서신이라더니. 이번에는 아니야?

하르니에의 고개가 2차로 갸웃거렸다.

“으으! 여기서 설명할 게 아니에요. 일단 가보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으응? 가보다니 어딜?”

“저기요! 아가씨 머무르는 곳!”

앞뒤 없이 재촉하는 미나에게 등을 떠밀린 하르니에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거의 끌려가다시피 했다.

당황한 탓에 앞뒤가 어떤지 인과관계가 안 맞다는 둥의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그저 어딘가로 끌려갈 뿐이다.

그런데…

미나의 등에 떠밀려 온 건 이 심포지움 기간 동안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장소였다.

“미나? 여긴 우리가 머무르는 곳이잖아?”

왜 이런 곳으로 나를 데려와?

라는 말을 하려던 순간.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사박사박 걸어 나왔다.

‘사람?’

자그마한 발걸음 소리를 듣고 하르니에는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제야 이해가 갔다.

그래. 하르니에를 찾아온 건 손님이었던 것이다.

서신이 아니라.

그런데…

그 사람은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영애? 그쪽이 왜 제 영지에…?”

-꽈악.

여기에 왜 있냐고 묻기도 전에 그 여리여리한 두 다리로 달려온 소녀는 하르니에의 품으로 파고들어 소맷깃을 꽉 쥐었다.

그리고는 영문 모를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제발 도와주세요…”

“네? 그게 무슨…?”

“나 때문에 카르세인이 힘들어졌어요. 그러니까 걔 좀 도와줘요…!”

금빛 머리카락에는 상상도 못할 푸른 눈동자가 숨겨져 있었고.

그 푸른 눈동자에서도 상상도 못했던 눈물자국이 숨겨져 있었다.

-띠링!

[ 제발 ■■■ 마 ■■■■. ]

[ 수치 : 87% ]

***

-달그락.

“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

영지 탐색을 끝낸 언니가 찾아왔다.

오늘도 작년에 그랬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테니 차를 준비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진행하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아리나의 한 마디에 차를 마시긴커녕 찻잔을 되려 내려놓아야 했다.

“플로라가 카르세인의 영지로 갔다니?!”

그도 그럴 게 이런 소식을 들으면 찻물이 코로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리나는 혀를 차며 답했다.

“쯧. 나도 처음에는 플로라가 잘 공부하다 지쳐서 돌아가나 싶었는데 나중에 서신이 하나 도착하더라고. 플로라가 샤트렌 영지에 와 있단 서신이 말이야.”

“…”

예전이었다면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샤트렌 딸기와 샤트렌 포도는 플로라가 가장 좋아하는 열매들.

온갖 과일 채소 야채를 전부 물릴 만큼 썩 좋지 못한 식습관을 가진 플로라에게 있어서 샤트렌은 바그란드 령이 된 이후 플로라가 가장 자주 드나드는 영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게 느껴야 했다.

‘이 사실을 숨기고 카르세인을 만나러 갈 이유가 있단 거잖아.’

큰언니인 아리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클레어 너는 혹시 뭔가 들은 거 없어?”

“어…?”

“뭐랄까. 내가 느끼기엔 플로라가 굉장히 갑작스럽게 마차로 돌아가는 느낌이었거든.”

“갑작스럽게 마차로 돌아갔다고?”

“그래. 그걸 보고 있으니 둘이 서로 말도 안 섞는 게 꼭 싸우기라도 한 건가 싶어서.”

아니. 분명히 아닐 터다.

두 사람이 싸울 만한 여지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플로라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며 회초리를 맞았다. 눈물을 흠씬 쏟아내면서도 막내의 입에서 나온 건 이전과 같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잘못했다는 말이었고.

어떻게 해야 용서받을 수 있냐는 질문이었다.

클레어 역시 죄의 골이 깊은지라 그 질문에 답해주지는 못했지만…

그 덕에 카르세인을 왜 찾아갔는지 알 것 같았다.

“둘이 싸운 건 아니야.”

“음?”

“언니도 잘 알잖아. 카르세인이 부쩍 의젓해졌다는 거. 옛날이랑은 달라.”

“하긴 그렇긴 한데… 그럼 왜 플로라가 카르세인을 찾아간 거지? 더 이상 샤트렌 딸기와 샤트렌 포도가 나는 그 영지에 발을 들일 이유는 없잖아.”

클레어는 침을 꿀꺽 삼키며 또 한 번 거짓을 입에 담는다.

“배울 게 있으니까. 그래서 간 거겠지. 예전에는 공부도 안 했었는데 카르세인한테 공부를 배우고부터 바뀌었잖아.”

“흠… 확실히 그렇긴 하네. 하지만 정말 수학 공부 때문에 간 거라면 얼른 데려와야 할 텐데.”

“그렇지. 그 일은 내가 할게. 언니는 이까지 오는 데만 해도 멀잖아?”

그래. 언니가 직접 만나는 것보다는 내가 가는 게 낫겠지.

겸사겸사 찾아가서 영지 상황도 보고.

플로라에게는 왜 그랬는지 물어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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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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