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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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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

거듭 말하지만 게임 속에서 이런 이야기는 없었다.

에피소드 III의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클레어의 성인식 전후의 내용으로 스토리를 진행할 뿐.

클레어가 내 방으로 하녀들을 보내거나 아침 식사에 불려 가는 장면 같은 건 없었다.

지금처럼 내 방으로 플로라가 찾아오는 장면조차도.

▶히든 에피소드 – 켈비아 알레르기가 진행 중입니다.◀

상태창 역시 진행 중인 창을 띄웠을 뿐 다른 정보를 알려주진 않았다. 이 또한 하나의 에피소드로 여태 내가 알던 대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보는 한없이 부족했다.

플로라 바그란드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알지 몰라도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처를 해야 할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나를 찾아온 이유쯤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할 말이 있어서 찾아왔다? 나한테?”

“…식당에서 나 째려봤잖아.”

식당에서 보인 행동 때문이다.

나는 우선 켈비아 열매를 음식에다 넣었을 사람으로 플로라를 꼽았고 이에 범인이 맞는지 확인하고자 응시했었다.

그걸 의식해서 찾아온 거라면 세 가지를 동시에 노린 행동 중 카르세인을 괴롭히는 데에만 치중했던 한 사람을 향한 압박은 제대로 들어갔단 소리였다.

“째려본 게 뭐 어쨌다고 그러는 건데.”

모르는 척 뻗대자 플로라는 그게 불만스러운 듯 즉답했다.

“지금 너 내가 범인이라고 의심하고 있잖아! 아니야?”

“그거 때문에 찾아온 거야?”

“당연하지! 난 범인이 아니니까!”

살짝만 말을 꼬았을 뿐인데 본심이 튀어나왔다.

꼬맹이들은 역시 이런 식으로 상대하는 게 맞지. 본론을 꺼냈으니 나도 맞받아쳐 볼까.

“글쎄. 네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나?”

“뭐 뭐?”

“내 입장에서는 범인으로 너부터 지목될 것 같은데? 당연히 의심스럽잖아. 음식에다 뭘 타먹인 게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난 그런 적…!”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음식에서 리고모스 반응이 일어났는데? 왜 이것도 증거가 아니라고 할 건가 봐?”

그러자 곧바로 아니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그런 거 아니야. 아니라고!”

어린애들은 원래 다 이런 식이다. 자존심을 부리고 거짓말을 하고 땡깡을 치기 마련이었다. 셋째가 그랬던 것처럼.

그럴수록 나는 참고 참았었다. 한 번에 이런 식으로 더 거세게 몰아붙이기 위해서.

“켈비아 알레르기. 이걸 아는 사람도 너 한 명이었잖아.”

“그건…!”

“어머니도 아리나도 클레어도 몰랐지. 근데 넌 이미 내 음식에 대놓고 그걸 타 먹이고 화내는 나를 죄인으로 만들었었잖아? 이것도 아니라고 할 셈이야?”

“아 아니야! 이번에는…! 난 정말…!”

“켈비아 열매도. 음식에 뭘 타넣는 방식도. 제일 유력한 범인이 눈앞에 있는데. 이것도 자기 일이 아니다?”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을 입에 담자 플로라는 펄쩍 뛰었다.

“나 아니란 말이야! 정말 정말로… 네가 그 정도로 켈비아 열매를 괴로워하는 건 줄은 몰랐단 말이야…”

나는 허리를 낮추어 플로라의 눈을 보았다.

자기가 아니라 부정하는 플로라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억울하냐?”

-끄덕끄덕.

힘찬 끄덕임을 보니 정말로 억울한 모양이었다.

왜냐면 진짜 자기가 한 일이 아니니까.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근데 내가 그 사정을 헤아려 줘야 하는데?

“난 말이지. 그 기분을 매번 느꼈어.”

“뭐어…?”

“지금 네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하루도 빠짐없이 느꼈다고. 날 쫓아내려고 온갖 방식으로 괴롭혀댈 때마다 말이야.”

카르세인을 그렇게 괴롭힐 때는 억울하다 말해도 하지 말라고 사정을 해도 듣지 않았던 썅년이 막상 자기 일이 되니까 다른가 보지?

인정사정 봐줄 필요 없다.

“넌 그냥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쫓아내려고 했었겠지. 근데 나한테 이 공작가에서 쫓겨나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냐?”

아무것도 없는 빈손으로 쫓겨난 아이에게 세상은 너무나도 가혹하다.

“비싸 보이는 옷은 사람들에게 이목을 끌지. 그런데 주위에 호위가 없다? 그런 것들에게 붙잡혀서 먼저 가진 걸 모조리 빼앗기고 말아. 어디서 본 적도 없는 덩치 아저씨들이 나타나서 강제로 빼앗아 가거든.”

뭐라도 가지고 있는 게 보이면 인간이란 족속은 금세 승냥이 떼처럼 몰려온다. 그걸 뜯어가기 위해서.

“그렇게 정말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로 빼앗기고 나면 뒷골목에 굴러다니게 돼. 만신창이가 되어선 혼자 남아 버리니까. 그러다 춥고 어둡고 무서운 곳에서 갑자기 사람의 손길이 뻗어져 와.”

되돌아갈 장소가 없어지면 자연스레 어딘가에 의존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손을 도움의 손길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 손길을 내미는 사람은 이렇게 말할 거야. 먹을 것도 주고 잘 곳도 만들어 주겠다고. 그러니까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된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다들 그런 식으로 빈민촌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야.”

그렇게 착각에 빠지면 모든 게 끝난다. 헤어나올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지는 길이니까.

“왜냐면 가지고 있던 걸 빼앗아 가는 녀석들이나 손을 내민 놈들은 다 똑같은 패거리거든. 이제 몸뚱아리 하나만 남은 애를 그런 식으로 마구 주물러서 시키는 일을 하지 않으면 물 한 모금 내어주지 않아. 끝내 쓸모가 없어지면 그땐 어딘가에 팔아 버리고 말지.”

결국 가진 모든 걸 빼앗기고 뼛속까지 이용당하다 버려진다.

이 사실을 좀 더 빠르게 인지하느냐 아니면 버려진 뒤 주마등을 보며 인지하느냐. 그 차이일 뿐.

어린 아이에게 세상이란 그다지도 가혹한 법이었다.

“거 거짓말 마. 그런 게 어딨어. 책에서도 그런 건 안 나와. 교사들한테 들어본 적도 없다구! 그냥 그냥 네가 이야기를 막 지어내는 거잖아…!”

그래. 전부 거짓말처럼 느껴지겠지.

곱게 자란 귀족 아가씨가 험한 바깥세상의 잔혹함을 어떻게 알겠어.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이 세계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는 좀 다를 수 있겠지.

하지만.

과연 이 녀석도 그렇게 생각할까?

“넌 내가 어디서 왔는지 잊었구나?”

“…!”

그 누구보다 빈민촌에 대해서 잘 아는 녀석이다.

세상의 풍파를 정면으로 맞으며 질 나쁜 자들을 몇 번이고 만나왔던 녀석이다.

그렇기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겪은 것보다 이 녀석은 비교도 안 될 만큼 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을 거라고.

“그럼 너… 바깥에선 그런…?”

“켈비아 열매 정도는 우스운 수준이지. 두 번이나 그런 경험을 겪게 만든 것에 비하면 말이야. 알레르기 따위보다 발길질이 더 아프고 찬물 샤워 따윈 상처가 난 몸이 아니라서 할만 해. 하녀들? 없어도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그러니까 겨울에 그 온도의 물로 빨래를 하는 거 아니겠어?”

“말도… 안 돼. 그런 게…”

가려져 있던 세상의 어두운 일면을 알려주자 플로라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말없이 훌쩍거렸다.

“안 믿어. 절대 안 믿어! 그런 게 세상에 있을 리 없잖아!”

달그락.

플로라의 손에서 내쳐진 무언가가 방에 나뒹굴었다.

“아…”

“뭐야 이건?”

“작은 언니가 주라고 한 거야. 성인식 빠지면 화낼 거랬고. 난 할 말 다 전했으니까 갈 거야!”

쾅!

자기가 던진 물건을 보며 탄식을 흘리던 플로라가 그리 소리치며 문을 거세게 닫았다.

뜀박질 소리가 점차 멀어져 간다.

동시에 내 앞으로 상태창이 띄워졌다.

▶히든 에피소드 – 켈비아 알레르기를 클리어했습니다.◀

■보상

[ 고급 연고 아이템을 획득했습니다. ]

■보유 아이템■

▶[ 고급 연고 ]

[ 일반적인 연고와는 달리 발랐을 때 통증이 크게 경감되며 회복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진다. 또한 상처를 잘 덮어주어 외관상으로 보기 좋다. ]

효과를 보아하니 이걸 바르고 성인식은 참여해라.

이런 뜻으로 보인다.

셰이든이 켈비아 알레르기에 대해 설명하면서 잘 넘어간 듯 보이고 아리나도 직접 찾아오지 않는 걸 보면 상태창이 말하는 것처럼 에피소드는 넘어갔다.

하지만 내 기분은 썩 좋지 못했다.

짜증나다 못해 더러운 기분이었다. 철없는 셋째의 행동이 그대로 플로라에게 겹쳐지다 보니 짜증이 안 날 수가 없다.

“성인식에 참여를 하라고? 웃기는 소리.”

딸랑.

“부르셨나요. 도련님?”

하녀를 부를 때 쓰는 종을 울리자 카밀라가 금방 찾아왔다.

“이 시간에 내 방으로 헤론을 불러 줘.”

***

시간은 어느덧 정오를 훌쩍 넘겨 저녁 노을이 지는 시간. 클레어의 성인식이 시작되는 때까지는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성인식 자체는 저녁에 진행되고 연회가 자정을 넘겨서까지 진행되니 지금이 바로 결단을 내릴 때였다.

“헤론입니다. 카르세인 도련님.”

노크 소리와 함께 노집사의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곧바로 들어오라 말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역시 헤론이다.

공작가에서 숱하게 봐왔던 다른 등장인물들과 달리 기울여진 시선 같은 건 없었다.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들어오거나 늦게 들어오는 일 따윈 없는 철저한 중립에 선 사내. 그는 게임 속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류에 속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언제나 중립을 지키는 올곧은 대나무 같은 사내였기에 나는 그를 불렀다.

클레어의 성인식 에피소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인 지금 이 시간에 말이다.

“어쩐 일이냐라. 그것부터 물어야 되는 게 아니지 않나?”

헤론이 짧게 침묵했다.

“켈비아 알레르기 얘기라면 지금쯤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마님께서도 아가씨들도─”

“아니. 내가 말하려는 건 그 얘기가 아닌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셰이든을 데려온 건 헤론 그대였잖아?”

“…”

그렇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에피소드의 잔해가 헤론에게 들려 있었다.

하녀들은 아리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카르세인의 명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는 건 추후 공작가 내에서의 인식을 쌓아 서브 퀘스트로 정보를 얻을 때지만 그걸 지금 밝히는 건 아무런 문제도 없다.

“하녀들은 내 말을 들을 리 없어. 공작가에서 내 입장이야 잘 알고 있거든. 근데 이러면 셰이든을 누가 불러왔겠어?”

“첫째 아가씨의 명이 우선이라 한들 도련님도 바그란드 공작가의 자식입니다. 그중 한 명쯤 움직일 명분이야 충분하지요.”

“예를 들면 내 전담 하녀 카밀라라던가?”

한발 앞선 내 대답에 셰이든이 움찔했다.

정곡이었던 모양이군.

“카밀라는 내 방을 청소하고 있었어. 그 소식을 듣고 움직였다 치더라도 지금처럼 정리가 되어있을 리는 없다는 거야.”

“…”

시간적으로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두 일이 겹쳤다.

정보의 불균형 덕에 이걸 논파할 방법이 헤론 입장으로는 마땅치 않을 것이다.

결국 헤론이 꼬리를 내렸다.

“반박할 수 없는 정론이로군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예 사실입니다. 공작가의 주치의를 데려온 것은 제가 맞습니다.”

순순히 인정하는 헤론에게 나는 재차 추궁할 수 있다.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지?” 라고.

단순하지만 뼈가 들어간 질문이다.

공작가에서 카르세인을 향해 호의를 베푸는 자가 얼마나 될까.

겉핥기식 호의라도 보인 사람이 손에 꼽히는 만큼 헤론의 행동은 의아한 것이 맞았다.

그 자체로 이상한 일이다.

중립을 잡아야 할 캐릭터가 한쪽으로 행동이 기운다는 게.

하지만 이 질문은 일부러 하지 않았다. 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래. 역시 그랬던 모양이군.”

“…이 말씀을 하려고 부르신 겁니까?”

“그럴 리가. 집사를 부른 건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어서야.”

더 묻지 않느냐는 질문을 돌려 말했음에도 나는 개의치 않고 다른 이야기로 빠져 주었다.

예상했던 대답이 아니었는지 헤론은 순간 주춤했다.

“부탁이라 하심은…?”

“헤론 당신도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아리나의 성인식에서 사고를 쳤던 걸.”

“…예.”

“그리고 몇 시간 뒤면 클레어의 성인식이지. 나는 두 번이나 같은 사고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이게 본심이다.

대놓고 성인식에서 사고를 치지 않겠다. 이 주장을 못박기 위해 나는 헤론을 불렀다.

“그러니 성인식의 타임라인이 적힌 팜플렛과 연회장의 약도 및 경비들의 배치까지 모든 정보를 알고자 해.”

▶[ 클레어의 성인식에 참여하시겠습니까? ]

[ 1. 참여한다. ]

[ 2. 참여하지 않는다. ]

[ 3. 좀 더 기다린다. ]

이미 선택지는 뜬지 오래였다.

지금 갈 것인지 나중에 갈 것인지는 내 손으로 선택해야 하고.

따라서 내가 준비할 것은 최대한 준비해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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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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