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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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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0

처음에는 분명 많이 긴장했다.

샤트렌 영지까지 찾아오긴 했지만 막상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 싶었다.

언니가 찾으러 올 수도 있단 말로 시작해 대응 준비는 됐느냐 물어야 할까?

아니면 플로라가 찾으러 왔다던데 어딨냐고 물어야 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플로라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아야겠다고 물어야 했을까?

온갖 질문들이 다 떠올랐지만 어떻게 운을 떼야 할지 정할 수가 없었다. 끝내 카르세인이 찾아왔을 때도 입에서 나온 건 노크나 좀 하라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하지만.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하고 싶은 말은 그것들이 아니었단 사실을.

아리나 언니가 이곳에 찾아와 잔소리를 할 거란 이유 때문에?

아니다.

샤트렌 영지로 찾아온 플로라 때문에?

그것도 아니다.

플로라가 이곳에서 카르세인과 무슨 대화를 했는지가 신경 쓰여서?

그 역시 아니다.

“…미안하다는 말. 하고 싶었는데.”

과거에는 몰랐지만 현재는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다.

샤트렌 영지에서 카르세인은 무언가를 눈치채고 영지를 되살려보려 했다. 그런 카르세인의 행동을 강제로 저지하며 계획을 망친 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자신이 아닌 카르세인이 받고 있다는 것도.

전부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찾아온 것이었다.

카르세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지금이라도 전하고 싶어서.

그러나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애꿎은 애한테 괜히 손바닥으로 때리기나 해버렸네.”

제 손바닥을 두어 번 움켜쥐었다 펴보는 클레어.

그리 세게 때린 건 아니지만 이번에도 욱해서 손부터 나갔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그러니 이렇게 카르세인에게 말을 전하지 못한 게 어쩌면 다행일지도 몰랐다.

아마도 카르세인을 설득하려 하거나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다고 한다면… 성급한 자신은 또 다시 일을 그르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처럼.

“그래. 내 성격에 괜히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이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등을 돌려보는 클레어.

그녀의 벽안에는 이미 정답이 담겨 있었다.

“흐응. 또 제대로 ──── 모양이네요?”

“…아.”

“아는 무슨 아에요? 나랑 약속했잖아요!”

“그… 제 말 좀 들어보실래요? 저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

“됐어요! 약속을 어겼으니 이번엔… 어? 어디로 도망치는 거에요! 당장 이리 안 와요?!”

“지금 잡히면 그 말도 안 되는 소릴 또 할 텐데 도망 안 치겠습니까?!”

“카르세인 당신…! 잡히기만 해봐요!”

자신이 아니더라도 남동생을 도와줄 사람은 존재한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걱정해주고 때로는 화를 내줄 사람이 있었다.

클레어는 그 모습을 쭉 지켜보며 피식 웃다가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우움… 여긴…?”

“일어났어 플로라?”

“…작은언니? 여기 여기 어디야? 혹시…! 카르세인 어디 있는지 못 봤어?”

“플로라.”

클레어가 다급해보이는 플로라의 말을 끊어버리듯 조곤조곤 이름을 불렀다.

“카르세인한테 또 잘못한 게 있어서 찾아온 거지?”

“…”

호들갑을 떨던 플로라가 말없이 입을 꾹 닫았다.

그야 정곡이기 때문이다. 카르세인을 찾아온 건 과거에 그녀가 저지른 잘못 때문이었으니.

“무슨 잘못을 했는지 말해볼래? 언니한텐 말할 수 있잖아.”

클레어는 그런 플로라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샤트렌 영지 사람들한테 다 카르세인 잘못이라고… 나쁜 소문 퍼뜨렸어. 카르세인이 이 땅을 망치러 왔다는 소문도 냈었고… 또… 카르세인 방에 있던 물건도 몰래 팔아다가 그 사람들 도와주는 척도 했고…”

그러자 플로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제 잘못을 고했다.

하나 하나 빠짐없이.

들을 때마다 얼마나 카르세인의 처지가 악화되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자금은 자금대로 영지 내 문제는 그것대로 안 풀렸다.

주변에서 도와줄 사람은 클레어가 틀어막아버린 데다 유일한 실마리가 담겼던 계획은 썩은 로헤아 씨앗처럼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속이 비틀릴 것 같지만 클레어는 꾸역꾸역 참아내며 물었다.

“그래서. 여길 온 이유는 카르세인이 너 때문에 힘들어할 수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찾아온 거였어?”

“…응.”

“하르니에 영애를 찾아갔던 건?”

“큰언니가 영지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게 되면 심포지움 내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엄청 힘들다고 그래서… 도와줄 사람을 찾은 거였어.”

“그러다 보니 도와줄 사람이 누가 있나 싶었는데 그게 하르니에 영애였던 거네?”

“…맞아.”

“역시 그랬구나.”

클레어가 쓴웃음을 지었다.

짐작뿐이었지만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방법이다.

“…우리는 그러면 안 돼. 플로라.”

“언니…”

“그게 오히려 카르세인을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어.”

왜 그러면 안 되냐고 소리칠 것 같았던 플로라는 다시 말없이 눈물을 훌쩍였다.

오히려 카르세인을 더 힘들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말.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다과회장에서 나온 요리에 켈비아 열매가 잔뜩 들어가 있던 그 기분 나쁜 과거를 알지도 못한 채 다과회장으로 끌여들인 장본인이 바로 플로라였기 때문이다.

“그럼 어떡해? 나 때문에 카르세인은 더 힘들어졌는데… 더 도와줄 사람을 데려오는 걸로는 안 되는 거야?”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다른 방식을 써야해. 플로라. 심포지움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과 협업을 하게 되면 카르세인은 성적이 더 떨어지잖아.”

“아…”

“전혀 모르는 사람을 데려올 게 아니라 카르세인의 처지를 보고 도와줄 사람을 데려와야겠지. 그것도 잘 설득해서 말이야.”

클레어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해 카르세인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 있을 인물을 물색하곤 했었다.

약혼녀인 하르니에 쪽은 어찌어찌 정답으로 들어간 모양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샤트렌에서의 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 없을 테지.

하지만 직접적인 도움으로는 안 된다.

간접적으로. 하르니에와는 달리 엇갈린 방식으로.

진정으로 카르세인을 돕고 싶다면 그리 한참을 돌아가야만 했다.

“걱정하지 말고 큰언니한테 가 있자? 언니가 부를 때까지.”

“응…”

클레어는 그리 말하며 울적해하는 막내를 어르고 달랬다.

***

조용하다.

하지만 조용하지 않다. 내 머리속에서는 혼잡한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따뜻하고 푹신한. 그리고 평온하기까지 한 곳에 누워있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따뜻하지만 그것대로 문제가 되는 것 같고.

푹신하지만 이건 묶여있는 듯한 느낌이고.

평온하긴 개뿔. 이 상황이 적응이 안 돼서 미칠 지경이다.

그래. 이 무릎 위에서 잠드는 상황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저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침을 꿀꺽 삼킨 나는 눈치 보듯 그리 운을 떼 보았다.

“조용히 눈이나 감고 있어요?”

하지만 어김없이 단칼에 날아오는 칼날과도 같은 단호한 목소리.

하르니에는 이 상태로 몇 시간 동안 내가 잠들 걸 지켜보기라도 할 기세였다.

‘…또 어쩌다 이렇게 됐대.’

원인이야 뻔했다.

거짓말.

수면을 똑바로 취하지 않았다는 그 거짓말이 또 다시 이 허벅지 위에 내 얼굴을 놓이게 만든 근본적인 문제였다.

‘어째서인지 하르니에에겐 이 거짓말이 전혀 먹히질 않는단 말이야.’

다른 사람들은 내 겉모습을 봐도 크게 달라지질 않는데 그녀는 어찌 된 촉을 가진 건지 단박에 내가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음을 눈치채 버린다.

그럴 만한 티를 낸 적도 없고.

책잡힐 만한 상황도 아니었다.

하르니에가 나를 찾아왔을 땐 사실 플로라 때문이라고 자기가 말하기도 했고 클레어에게도 시선이 끌려 있었으니 그런 걸 알아볼 시간 같은 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내가 잠을 안 잤단 걸 단박에 알아챈단 말이지?

대체 어떻게 알아내는 건지. 참.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야.’

그래. 지금은 잠이나 잘 때가 아니었다.

적당한 핑곗거리를 떠올려낸 나는 조금 더 강하게 나서기로 했다.

“뭐 하는 거에요. 일어나지 말고 가만히 있─”

“당신은 진짜 조심성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르니에.”

-풀썩.

“…!”

“이거 보세요. 제가 마음 먹고 이렇게 밀어붙이면 아무것도 못 하시면서.”

소파 뒤쪽으로 그녀를 옴짝달싹 못하게 밀어붙이자 그제야 당황하는 얼굴이 나온다.

그렇지. 위협을 느끼는 게 정상이다.

숨결이 닿을 만한 거리지 않나.

이런 상황이 나오지 않게끔 허벅지에 내 머리를 뉘는 게 위험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 정도면 적당히 알아들었으니 알아서 놔주겠지?’

…라고 생각하긴 했다.

조금 전까지는.

“자요. 앞으로는 조심 좀 하세─”

-짜악!

“으억!”

“뭐뭐뭐뭐뭐 뭐하는 거에요!!”

등짝에 또 붉은 손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

***

“으으… 그렇게 세게 칠 것 까진 없었잖아요.”

“흥. 자업자득이에요. 갑자기 그렇게 밀어붙여선… 그렇게 놀라게 만들면─── 사람 심장이 얼마나─── 거봐. 이렇게 뛰잖아. 흥.”

얻어맞은 등을 쓰다듬자 하르니에가 고개를 홱 돌린다. 그리고는 뭐라 궁시렁대는 것 같은데…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어차피 당신이 저 덮칠 사람이 아닌 건 안다고 말했었잖아요.”

“…그거 진심이었습니까?”

“그럼 거짓말이겠어요? 당신을 한두 번 보는… 아니 아무튼! 그 그러니까 다음부턴 그런 짓 하지 마요.”

“예에…”

영 좋지 못한 형태긴 했지만 어쨌든 하르니에의 허벅지 위에 올려지는 건 막았다.

이제는 본론을 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뭐 때문에 저 찾아온 겁니까?”

“네?”

“단순히 제가 잠이나 잤는지 체크하려고 온 건 아닐 거 아닙니까.”

그러자 하르니에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당신이 제대로 잠을 잤는지도 중요하거든요? 그렇게 별거 아니란 식으로 취급하지 마요?”

“아니 뭐… 실제로 그리 별거 아닌 게 맞…”

“카. 르. 세. 인?”

“…옙. 제대로 잘게요.”

꿀꺽.

저 지옥의 스타카토는 하르니에의 입에서 내 등짝에 손바닥을 새기겠다는 중주다.

앞으로 하르니에 앞에서 수면 시간이 중요하지 않단 소리는 절대 안 나오게 해야 할지도.

“그 그래서 어떤 이유로 찾아온 겁니까?”

눈치를 보며 그리 묻자 하르니에는 냅다 한숨을 푹 쉬었다.

“플로라 영애께서 저더러 당신을 도와달라고 했어요.”

“…예?”

그게 뭔 소리야.

플로라가 나를 도와달라고 했다니.

“당일 그런 건 아니고 며칠 전쯤이었을 거에요. 대뜸 당신을 도와달라는 말만 해서 잘 모르겠지만… 자기 때문에 당신이 더 힘들어질 테니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서 저를 찾아온 거였다고 하네요.”

왜 하르니에가 나를 찾아왔나 했더니.

그런 이유였나.

“표정을 보니 짐작이 가는 게 있는 모양이네요?”

“예. 그래봤자 뭐 괜히 당신 시간 낭비만 시킨 것 같습니다만.”

“그래요?”

“그 꼬맹이가 괜히 헛소리 했다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어차피 제 성적은 문제 없을 거에요.”

“…저도 사실 당신 성적은 걱정 안 하긴 해요. 여태 본 것만 해도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잘 아니까요. 그런데…”

-슥.

하르니에가 내 손을 슬쩍 붙잡았다.

“이번엔 사실… 제가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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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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