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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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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1

‘하르니에가…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다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플로라가 왜 그녀를 찾아갔는지에 대한 얘기가 오가던 중이었다. 그마저도 꼬맹이가 뭔 소릴 했는지는 그닥 관심이 없지만 이건 얘기가 달랐다.

하르니에는 꼼꼼한 여자다.

그녀는 테레시아 후작가로부터 어찌 빠져나와야 할지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정략혼이라는 방식으로 희생당하지 않고자 약혼자로서 나를 택하는 방안을 세웠고 뿐만 아니라 밑작업으로는 후작가의 시야를 가려 행동하는 상단을 두었다.

자신이 견제당할 수 있는 방향은 어디이며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그들을 속일 수 있을지도 고려하고 있다.

그만큼 계획적인 사람이란 거다.

머릿속에 지식을 채워넣고 공들인 계획을 진행하고 문제를 판가름해 대처를 해놓을 만큼.

간혹 덜렁거리면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씩 빠뜨릴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세계의 지식을 쌓는 데에 내가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사람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만약 문제가 생겨도 대비를 해둘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다고?

이건 뭔가 있단 소리였다.

그리 의문을 가진 채 하르니에를 바라보고 있자 손을 홱 떼버리더니 당황한 눈빛으로 입술을 살짝 가렸다가 뗀다.

“그… 아니에요. 제가 무슨 소리를.”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매번 보던 그런 표정으로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이다.

이건 마치… 실언이라도 했다가 얼버무리는 모양새인데.

“너무 뜬금없었죠? 고민이 많다 보니 갑자기 그런 말이 나온 모양이에요.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

역시는 역시다.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저게 과연 실언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어.’

하르니에가 이런 말을 허투루 담을 만한 사람이 아니란 건 그녀와 계약을 통해 이어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만 가볼게요. 방해해서 죄송했…”

“잠깐만요.”

“카 카르세인…?”

일어나려는 하르니에의 팔을 붙잡자 그녀는 당황하며 떨었다.

그래. 이 떨림이다.

맞잡은 손에서 전해져 오는 약간의 떨림.

이 떨림은 예전에도 받아본 적이 있었다.

‘눈꽃 축제에서 사교계의 여성들을 마주쳤을 때였던가.’

눈앞에서 다른 여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직전이었던 그 상황.

그때도 하르니에의 손에선 이런 식으로 잔떨림이 실려오곤 했다.

또 고개를 슬쩍 숙인 채 연인 행세를 해달라는 말도 했었지. 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이다.

그래. 이건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내가 저 얼굴을 가장 자주 하고 다녔는데 그걸 모를 리가 있나. 저건 어떻게든 아무렇지 않은 척 숨길 때의 얼굴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이렇게 손이 떨린 걸 보면 제법 버거운 문제가 생겨난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하르니에는 일부러 내게 숨기려고 한 거겠지. 모종의 피해가 갈 것 같아서. 저렇게 무의식적으로 도와달라고 할 만큼 심각한 사안임에도 다시 말을 물릴 만큼 고민했다는 거다.

‘사람이 착한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라고.’

어쩌면 이건 나와도 상관이 있다고 봐도 될 텐데.

독기를 가지고 좀 더 기개 있게 나와도 될 텐데.

계약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조리 있게 말할 수도 있을 텐데.

차마 그걸 내게 말하지 않는 건 그저 이 여자의 선함 때문이다. 그걸 못 본 척 하고 넘어가고 싶진 않았다.

‘일단 아무 창도 뜨지 않는 걸 보면… 타이밍도 나쁘지 않아.’

에피소드가 떠 있거나 시스템 메시지가 떠 있어 제약이 걸렸다면 모르겠지만 현재 내 상태창은 잠잠하다.

스킵 장면.

선택지에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타이밍이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 놔주지 않았다.

“그 얘기. 더 들어보죠.”

“네? 아 그거라면… 굳이 더 얘기하지 않아도 돼요. 아까 한 말은 그냥 못 들은 걸로 하구요.”

계속 괜찮다며 손을 빼려는 그녀.

힘을 더 주면 아플 테고 그렇다고 빼버리면 이대로 괜찮은 척하며 도망가버릴지도 모른다.

할 수 없네.

진짜로 힘을 써버리는 수밖에.

“꺄악?! 카 카르세인! 이게 무슨…!”

파티장에서 그랬듯 오금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번쩍 안아들자 하르니에는 허둥지둥대기 시작했다.

“내려주세요. 왜 갑자기 이러는…”

“똑바로 얘기해주기 전까지는 안 놔줄 겁니다.”

“뭐 뭐라고요?”

“곤란한 상황이라면 서로 돕자고 해놓고 이런 식으로 비밀로 부치면 공평하지 않거든요.”

“그렇게 곤란한 거 아니래두요? 고민이 깊어져서 딴소리가 나온 거니까 그런 걱정은…!”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어마?!”

“어이쿠. 조심하셔야죠. 그러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렇지. 이렇게 두 팔이 내 몸쪽으로 붙어있어야 한다.

그래야 안 떨어지거든. 아무리 버둥대도.

일단 퇴로는 막았고.

다음은 설득의 차례인가.

“이런. 약혼녀가 찾아왔는데 대접도 똑바로 안 하면 곤란하겠네요. 그렇죠?”

“…! 카르세인 제 말 듣고 있죠? 내려달래두요?!”

“들어갑시다. 천천히 티 타임이라도 즐겨 보자고요. 하하하.”

“치사해요. 이렇게 힘으로…!”

치사해도 별수 없다는 걸 아는 건지 하르니에도 주먹으로 내 어깨를 툭툭 칠 뿐 딱히 저항이 거세진 않았다.

***

분명 플로라 영애가 찾아온 건은 잘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자신을 찾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으나 카르세인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클레어 영애가 업어가며 헤어지는 걸 보면 잘 찾아온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것도 그렇지만 카르세인이 제대로 숙면을 취하지 않은 걸 간파한 점이 좀 더 만족스러웠다.

도중 갑자기 소파 위에서 덮치는 그림을 만들어 버려서 크게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자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 보옥에 이 조항을 넣었으니 그가 뭐라 할 수도 없을 테고.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어야 했다.

“그 그래서 어떤 이유로 찾아온 겁니까?”

어떤 이유로 찾아왔냐는 그 말.

그 말을 들었을 때 흔들리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어야 했다.

혹시 그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어가며 플로라 영애와 그녀의 의도를 들먹여선 안 됐다.

단호하게 여기서는 민폐란 사실을 깨닫고 이기적인 마음을 쳐내야 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사실… 제가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서 그래요.”

얼떨결에 속마음은 튀어나와 버리고 말았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그가 도와줄 수 있다는 일념만으로 그 말을 꺼내버리고 말았다.

뒤늦게 실언을 담았다는 걸 깨닫고 입술을 매만지다 애써 아닌 척해봤지만…

“잠깐만요.”

카르세인이란 사내는 눈치가 너무 빠른 남자였다.

“그 얘기. 더 들어보죠.”

“네? 아 그거라면… 굳이 더 얘기하지 않아도 돼요. 아까 한 말은 그냥 못 들은 걸로 하구요.”

손을 붙잡힌 뒤로는 정말 이대로라면 큰 민폐를 끼쳐버리고 말 거라는 불안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만 가보겠다며 용건은 끝났다고 확실히 끝맺음을 맺고 돌아서야 했다.

다만 그마저도 소용없는 행동이었으니.

팔에서 힘을 빼버리긴커녕 아예 몸을 번쩍 들어올려 버렸다.

도망치지 못하게. 확실히 잡아둔 것이다.

또한 그는 철두철미한 남자다.

“똑바로 얘기해주기 전까지는 안 놔줄 겁니다.”

“뭐 뭐라고요?”

“곤란한 상황이라면 서로 돕자고 해놓고 이런 식으로 비밀로 부치면 공평하지 않거든요.”

서로 돕자는 과거의 말을 꺼내 대화를 다시 열고.

“어마?!”

“어이쿠. 조심하셔야죠. 그러다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요?”

공중으로 떠버린 몸을 떼어내려 허우적대봤자 넘어지는 걸 방지하고자 더 가까이 거리를 붙였다. 아주 치사하게.

‘어떡해…’

이러면 기대를 품어버리고 만다.

혹시 이 남자가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아주 나쁜 기대를.

하르니에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고개를 설설 저었다.

안 될 말이지 않나.

그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참으로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부탁을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고 있다니.

절대로 그런 민폐를 저질러선 안 됐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의 품에서 버둥거리며 벗어나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전력으로 벗어나야 하는데도 벗어날 수가 없다.

마치 이 자리에 안주해버린 것처럼.

가슴 안쪽에서 들려오는 고동소리와 함께 하르니에의 몸짓도 멈춰 버리고 말았다.

그때부터는 무의미한 저항뿐이었다.

다른 말이 나온 건 그저 고민이 깊어졌다고 해명해봐야 변명에 지나지 않았고 카르세인은 아예 약혼녀라는 정당 사유까지 붙이며 티 타임을 가져야 겠다며 하르니에의 몸을 소파에 올려다 놓았다.

그리고는 씩 웃으며.

“곤란하시다는 건 테레시아 후작 때문일 테죠?”

“…!”

“뭐 어느 정도는 예상했습니다. 하르니에 당신이 곤란해할 상황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무엇 때문에 찾아왔는지를 정확히 짚어 버렸다.

아직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세상에… 대체 어디까지 꿰뚫어 본 건지…’

하다못해 마지막 돌이라도 여기서 던져보려 했는데.

그마저도 무로 돌아가 버렸다.

“…어떻게 알았어요?”

“당신이 절 잘 아는 만큼 저 역시 당신을 알고 있습니다. 영지 쪽에서 문제가 생길 사람이 아니니 분명 가문의 압력을 받은 게 분명할 테죠. 그마저도 제법 억지를 부렸을 느낌이 납니다만.”

기가 찼다.

저 비상한 두뇌에 예리한 통찰력까지 겹쳐지니 설명이 필요가 없었다.

“정말이지.”

하르니에는 어이 없는 미소를 흘리며 탄식했다.

첫 단추부터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이 남자에게 빈틈을 보인 순간. 그는 모든 걸 파악했단 소리니까.

“후작가에서 저와 당신의 심포지움 성적을 거론하며 약혼자를 다시 구할 필요가 있단 주장을 냈어요. 때문에 전 이번에 펼쳐지는 심포지움 성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구요.”

“오. 이제 솔직하게 말해주시는 겁니까?”

“변명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아버렸는데 어떡해요 그럼.”

하르니에가 그리 투덜거리자 카르세인이 씨익 웃으며 차를 건넸다.

“계속 얘기해 보시죠.”

“테레시아 후작은 가문에 꾸준히 도움이 되지 못한 저를 슬슬 다시 정략혼으로 써먹고 싶은 모양인지 벨리안의 점수를 따라와 보라고 했어요. 정확히는 장남인 벨리안을 넘어서라는 조건을 내밀었지만… 그게 쉽지가 않아요.”

펼쳐둔 지도 안에 꽂히는 두 개의 다트.

그건 하르니에의 영지와 벨리안의 영지였다.

두 영지의 위치를 유심히 보던 카르세인은 곧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플레시아 상단의 힘을 쓴다면 벨리안의 성적 정도야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지만 반대로 상단이 노출되어 버린다. 그 문제로군요. 하필 바로 옆 영지인 데다 탁 트이기까지 해서 감시의 눈이 생겼고 후작가의 프리버리지를 받을 대상이 벨리안이라면 당신에겐 상상 이상의 페널티라 볼 수 있겠네요. 아 벨리안에게 지원을 보내란 소리도 있었을 법한데요?”

“그걸 어떻게 한눈에…?”

“절 찾아온 이유도 대강 알겠습니다. 만약 약혼자인 저와 협업을 한다면 양측 모두의 실력을 증명함과 동시에 약혼자의 역량에 대한 의문도 종식시킬 수 있겠죠. 아닙니까?”

“…”

감탄사가 이젠 나오지도 않는다.

대단하다 못해 기이할 지경이니.

하지만 놀라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못 들은 걸로 해달란 거였어요. 카르세인.”

“어째서요?”

“당신만 해도 샤트렌 영지를 거느리느라 힘든데… 저까지 그런 민폐를 끼칠 순 없잖아요. 하물며 전 감시의 눈이 달리기까지 해서 도와줄 방법도 거의 없고. 이렇게 되면 카르세인 당신이 두 영지를 관리해야 한다구요.”

모든 사정을 설명했다. 그의 마음을 거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니던가.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사실 말도 안 되잖아요? 두 개의 영지를 동시에 돌봐달라는 게. 그런 불가능에 가까운 부탁을 하려고 했던 제가 이상한 거에요. 그러니까 못 들은 셈 치고 넘겨줘요. 이건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요.”

하지만 카르세인은 오히려 피식 웃으며 응수해왔다.

“누가 그럽니까? 두 개의 영지를 동시에 돌보는 게 불가능하다고.”

“…네?”

“아니. 오히려 샤트렌만 달랑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조건인데요?”

저기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낙장불입입니다. 이 자리에서 협업 체결해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 협업까지 해버리면 여기서 되돌릴 수 없게 되는데…! 아니. 그걸 떠나서라도 민폐잖아요!”

“민폐라고 생각하지 마요. 이건 계약 약혼을 유지하려는 제 의지니까요.”

또. 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약 약혼은 서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였는데… 이건 당신이 일방적인 손해를 봐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날 도와주겠단 거에요? 직접 그 커다란 리스크를 져가면서?

“어서 도장 안 찍고 뭐합니까. 하르니에.”

당신은 정말…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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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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