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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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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3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의 손님이 연달아 찾아온 이후.

며칠이 확 지나갔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상태창은 게임에서 봤던 선택지들을 연달아 띄웠고 나는 아직 섣부르게 움직이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리며 영지 조사 진행도를 올리는 방법을 이 밭으로 한정했다.

어차피 준비는 모두 되어 있었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러.

1주차가 지나갔을 때.

-띠링!

▶1주차 보고 회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회의장으로 이동하세요.◀

▶정해진 시간 내에 이동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 히든 에피소드 클리어 특전으로 제한 시간 내역을 제공합니다. ]

[ 남은 시간 : 48분 15초 ]

이제는 무르익은 때를 맞이하며 다음 에피소드를 받아들일 시간이 찾아와 있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서 두 개의 시간을 번갈아 보았다.

‘흠… 시간이 지체되면 발동하는 트리거가 있는 모양이네.’

3시간이라고 표기된 타이머.

히든 에피소드로 제공된 48분이라는 또 다른 제한 시간.

지체되는 순간 다른 선택지가 뜨는 거라면 변수는 최대한 차단하는 게 좋겠지. 원래 움직이려 했던 시간보단 이르지만 지금 움직이는 게 나아 보인다.

“저기 도련님!”

발을 떼려하자마자 페르디가 내 앞에 나타났다.

다만 녀석의 표정은 조금 좋지 않아 보였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진 알겠네.’

녀석도 걱정되는 거겠지. 이 일주일 동안 내가 한 거라고는 밭을 조사한 게 전부였으니.

우선 그 걱정부터 풀어줘 볼까.

“호칭 바꾸라고 했잖아. 페르디.”

“…아.”

“난 지금 바그란드 공작가의 도련님이 아니야.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알지?”

“네. 그럼… 형.”

그래. 형이지.

딱딱하게 뭔 영주님이고 소속도 없는데 도련님 소리를 듣겠나.

나는 그제야 고개를 까딱여 녀석에게 질문을 허락했다.

“형. 진짜 괜찮아요? 내내 밭만 조사하고 있었는데. 심포지움에서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야… 동부 귀족 회의는 황실의 시험이기 전에 귀족들의 회의잖아요. 잘못 다스린 영주는 귀족들에게 지적을 쭉 받으면서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고 들었는데…”

녀석. 제법 잘 아네.

페르디의 말대로다.

귀족 회의인 만큼 황실의 시험임과 동시에 나는 귀족들로부터 온갖 지적을 다 논파해내야 하는 ‘디펜스 타임’ 라는 시간을 거쳐가야만 한다.

1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말은 회의에 참석한 귀족들이 임시 영주가 된지 1주일이 지난 시간이며 동시에 영지를 다스린지도 1주일이 지났다는 뜻이다.

주마다 회의장에 반드시 들러 맞이하게 되는 이 디펜스 타임은 한 마디로 이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를 묻는다.

임시 영주로서 제국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고 맡은 영지의 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증명해야 하고 이를 판단하는 건 황실뿐만이 아닌 귀족들의 지적이 함께 이어진다.

즉 수십 명이 넘는 귀족들 사이에서 그게 얼마나 발전도가 높은 행동이었는지를 타당한 근거를 뒷받침해가며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계속 밭만 갈고 있었으니… 부실한 게 아닌가. 그리 생각할 법도 하겠지.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물었다.

“내가 정말로 밭만 갈고 있었던 것 같냐? 짜식.”

“…다른 게 있었어요?”

“너도 잘 알면서 뭘 물어. 이 영지 안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잖아.”

그게 무슨 소리냐며 골똘히 생각하던 녀석은 머지않아 “아!” 하고 소리치더니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런 페르디에게 나는 검지 손가락을 입술 위로 들어 보였다.

“쉬잇. 알았지?”

“어… 네!”

나는 그 시간을 밭이나 가는 데에 허비한 게 아니다.

그러니 회의장에서 할 말도 분명히 존재했다.

***

회의장은 고요했다.

각자 준비해 온 바는 있을 터다.

이 1주일이라는 시간을 마냥 허비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래서인지 회의장에는 평소와 달리 긴장감이 잔뜩 흘렀다.

“지금부터 1주차 회의를 시작한다. 순서는 내가 직접 뽑을 테니 호명하는 가문의 자제는 나와 보고를 시작하도록.”

아르시엔이 보고의 시작을 알렸다.

동시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호명되는 황녀의 목소리 이외엔 침이 꿀꺽 흘러내리거나 긴장을 머금은 땀방울이 흘러내릴 뿐이었다.

머지않아 보고가 시작되자 그들은 귀족이라는 맹수의 발톱을 잃고 깨갱거리기 바빠졌다.

“어떤 정책으로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는 잘 알겠다. 다만”

-위잉.

“그 정책은 결국 이때와 같다. 그대의 주장은 결국 제국민들의 노역량을 늘려 진행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이는군.”

“오 오해십니다. 어디까지나 영지의 여건을 나아지게 만들기 위해서…”

“당장은 영지의 환경이 달라지겠지. 하지만 그 노역량을 매번 채우지 못하면? 탄광에 나선 제국민들의 피땀이 그때만 흘러내린다는 뜻으로 들리네만?”

아르시엔의 질문에 차마 대답하지 못한 귀족은 고개를 푹 숙인다.

“감점은 각오하게. 다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이 장면은 사람이 바뀌더라도 도돌이표처럼 계속됐다.

순번은 언제나 영지 보고 아르시엔의 질문 귀족의 대답 아르시엔의 지적. 이곳에서 끝난다.

다른 귀족들의 지적들을 들어봄직한 상황 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그녀가 철통같이 앞에서 귀족들의 주장을 날로 베어버리고 있기에.

반전을 꾀한 자는 적지 않아 보이지만 여태 나선 자들 전부가 결국 꼬리를 내려야만 했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시간이 쭉 흘러 내 차례가 되었다.

“다음으로 카르세인.”

-띠링!

▶1주차 보고가 시작되었습니다.◀

▶영지 보고 순번이 찾아왔습니다. 샤트렌 영지 보고가 시작됩니다.◀

▶선택지 러쉬가 이어집니다. 심포지움 성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드디어 시작인가.

짧은 심호흡과 함께 최하위층에서 내려와 단상으로 걸어갔다.

‘황녀 전하께 대차게 깨지긴 했지만… 저놈한텐 질 리 없어.’

‘저 녀석도 마찬가지겠지. 그걸 어떻게 뚫겠어?’

‘볼 것도 없어. 제대로 안건을 가져오지도 않았겠지.’

멸시로 가득한 시선들.

비웃음으로 들어찬 목소리들.

그리고 그런 시선들 안에 세 사람의 눈동자도 내쪽으로 향하고 있다.

‘꼭 학급 회의 때 같네.’

참으로 익숙한 광경이었다.

나도 모르게 비웃음을 흘릴 뻔했을 정도로.

하지만 가족들이 보고 있던 그때가 떠올라서였을까?

나는 오히려 더 냉정해질 수 있었다.

“샤트렌 영지 보고를 시작하게.”

보고가 떨어지자마자 나는 곧바로 상태창을 확인했다.

[ 1. 샤트렌 영지의 현황 중 직접 간 딸기밭의 이야기를 꺼낸다. ]

[ 2. 영지 지도를 펼쳐 카밀라의 보고서 안에 있는 ─── ]

[ 3. 영지 지도를 펼쳐 하르니에의 보고서 안에 있는 ─── ]

샤트렌 영지 보고 시작과 함께 펼쳐진 선택지.

이중 일부는 나의 행동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었고 일부는 보고서를 쥐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었다.

다만 게임 속에서 내가 고른 선택지는 보이지 않았다.

‘왜 그게 없는 거지?’

이상했다.

그 선택지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에도 보이질 않았다.

‘제기랄. 조건이 바뀐 건지 조건을 만족하질 못한 건지…!’

플레이어의 자그마한 행동만으로도 변하는 게 선택지의 내용이고 특히나 심포지움 때는 영지라는 영역으로 더 넓혀지기 때문에 변수 역시 확장된다.

그것 때문에 내가 썼던 선택지가 없는 거라면… 게임 속에서 밟아왔던 그 전철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없다고 해서 못 고르는 건 아닐 거야.’

게임 속에서도 변수를 내어 선택지가 사라진 거라면 내쪽에서도 변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 선택지를 고르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선택지의 일부 내용을 수정해 수행하는 건 가능할 테지.

그 선택지대로 수행하려고 한다면…

‘이것밖에 없겠지!’

-슥.

쥐어서 한 번 그어 보니 알 것 같다.

감각은 화이트보드와 매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거라면 게임 속에서 썼던 선택지를 그대로 수행할 수 있다.

“저 자식 뭐 하는 거야?”

“그림이나 그리려고 나왔나?”

“보고를 시작하라더니 무슨…”

“하 하하. 하하하.”

쑥덕거리는 목소리 사이에서 황녀의 호쾌한 웃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귀족들의 비웃음 소리는 더욱 커져갔다.

“멍청한 놈. 그러게 누가 여기 와서 네가 어제 눈 지도를 그리래냐?”

“역시 천민에게는 저 정도가 한계겠지.”

“시간 낭비라고 생각됩니다. 황녀님.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옳습니다. 이 귀중한 회의 시간이 저 자의 부족한 자질로 망가져선 안 됩니다.”

비난을 날리는 자들부터 시작해 그림이나 그리고 앉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귀족들은 이 보고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나.

“멍청한 놈들. 실로 아둔하기 짝이 없도다.”

아르시엔은 한껏 내리깔린 어조로 답했다.

“그 그게 무슨…?”

“호 혹… 저희를 겨냥하며 말씀하신 건 아니실 테지요?”

“그렇지요. 저희일 리가 없습니다. 황녀님께선 당연히 카르세인의…”

“그 미개한 눈으로 일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 너희는 실로 멍청한 것이다. 적어도 닥치고 보도록. 그대들과는 뭐가 다른지를.”

이후 쑥덕거리는 소리 따윈 들리지 않았다.

방해하지 말고 입이나 닫으라는 아르시엔의 직설적인 지시에 그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던 탓이다.

딱히 그것들이 나를 비난하는 목소리에 신경을 쓰인 건 아니지만…

‘괜히 학생회장이 떠오르네.’

그때랑 묘하게 또 겹치는 부분이 있다.

짧게 심호흡하며 다시 남은 걸 그렸다.

[ 12. 영지 전도를 그려 지형을 설명한다. ]☑

머지않아 뜨는 상태창.

지형을 설명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다. 영지 전도를 그린 점이 필요했을 뿐.

다만 선택지가 골라진 것으로 보아 이건 허용 범위 내라는 소리였다.

“그래서. 그것은 무엇이지?”

완성이 끝났을 때는 피식 웃으며 묻는 아르시엔의 질문이 다가왔다.

나는 개의치 않고 답했다.

“영지 전도가 아닌 샤트렌 영지 내부 지도입니다.”

***

언뜻 들으면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영지 전도가 대놓고 나와 있는데 왜 굳이 지도를 그리는가.

마도구를 이용해 전도를 펼치고 간단히 소개를 끝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지도를 그린 것이야말로 심포지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했다 볼 수 있었다.

‘과연. 그대는 이 어중이떠중이들과 확실히 다른 모양이야.’

1주차 보고에서 귀족들은 대개 영지 조사를 해온 뒤 그 땅이 가진 강점을 필두로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설명하는 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카르세인은 정반대였다.

이 설명은 그저 한 영지의 구조를 설명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도를 펼친 채 샤트렌이라는 영지에 대해 일일이 알리는 것에 불과하다.

자기가 펼칠 정책에 대한 설명은 한참이 지나도 나오질 않았다.

아주 천천히.

깊고 널찍하게.

귀족들의 얇고 옅어빠진 영지 설명과는 달리 묵직한 양의 정보가 딸려들어왔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한때는 황실의 땅이었던 샤트렌 영지에 어떠한 문제가 추가로 더 생겼는지를.

“해서 그대는 다음 주에 어떤 방침을 내릴 생각인가.”

아르시엔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고.

“다른 토양을 들고 와 동일한 작물을 심어볼 생각입니다.”

카르세인은 그 기대에 응하듯 답했다.

아주. 심플하게.

-타앙!

곧바로 망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좋다. 그대의 방침에는 아무 문제도 없으니 그대로 진행하라.”

귀족들은 재차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자신들도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한 아르시엔의 검수를 저 카르세인이 어찌 아무런 문제도 없이 통과한단 말인가.

자존심 높은 그들이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머지않아 귀족들은 아르시엔의 예상대로.

“황녀님. 이의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디펜스 타임을 열어 주십시오!”

귀족들이 귀족들을 향해 이의를 제기하는 시간. 디펜스 타임을 요청했다.

“맞습니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저 말대로라면 밭만 몇 번 갈다가 찾아온 게 다라는 소리잖습니까!”

“샤트렌의 상황이 나쁜 걸 감안한다면 저 방침에 무슨 미래가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시간 낭비입니다. 샤트렌은 하루 빨리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토양의 회복에 힘써야 하는 때가 아닙니까? 헌데 저 행위가 어찌 토양의 질을 향상시킨단 말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부디 디펜스 타임을 열어 타당한 근거를 들어보고자 하심이…”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찌 이리 아둔한 자들밖에 없단 말인가.

이러한 차이를 보여줘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은 결국 트집을 잡는 게 목적일 터였다.

‘그리고. 그대들이 카르세인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야말로 정말 시간 낭비나 다름없는 짓이지.’

본래라면 허가했을 디펜스 타임이지만 아르시엔은 가차없이 체스말 하나에 각인된 마법식을 발동했다.

“…!”

“전하!”

“이것이 내 대답이다.”

황실 측에서 디펜스 타임을 제거하고 임시 영주에게 해당 정책을 펼치라는 권한을 지닌 마법식.

단 세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페셀로스 프리버리지가 카르세인에게 발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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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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