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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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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76

“대체 그게 무슨 말버릇이지. 카르세인.”

같은 의문문이지만 전혀 다른 목소리.

아까는 철없는 동생을 향한 한탄의 의문이었다면 이번에는 확연히 위압이 실린 의문이었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는다.

오히려 그걸 바란 거니까.

“무엇을 지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책으로 배운 예법은 이것인지라.”

“하…”

좁아지는 아리나의 두 눈.

푸른 눈동자에서 분노의 이채가 환히 펼쳐지고 있다.

“가족끼리 그런 호칭이나 존댓말을 쓰고 다니겠다고. 밥을 잘못 처먹기라도 했나? 왜 오늘따라 이딴 헛소리를 하는 거지?”

“일개 루스마이어의 영주 따위가 어떻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바그란드 공작가의 첫째 공녀님께 그런 호칭을 붙이는 게 정상이란 말씀이십니까?”

“카르세인.”

“제가 배운 예법이 틀린 거라면 말씀해주시죠. 귀족들 사이에서 알려진 예법서 중에선 정독해야 할 유명 예법서라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리나의 눈가가 움찔거리기 시작한다.

“이딴 장난질이나 계속 치고 있다니. 공작가로 돌아가면 네 방에 있는 그 잘못된 예법서부터 태워 없애버려야 하는 건가? 가족끼리 누가 그런 식으로 호칭과 존대를 구분하여 예법을 갖춘다는 거지?”

-차락!

“시간 아까우니 얼른 이 협업 체결서나 작성해. 고집 부리지 말고. 한 번 더 똑같은 장난을 치려 들면 그때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그때와 같이 앞으로 내밀어지는 한 장의 서류.

우습게도 구체적인 계획 사안이 담긴 그 서류를 내밀고 있다지만 아리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눈빛이었다.

-띠링!

▶연속 선택지입니다. 아리나의 서류에 어떻게 반응할까요?

이어서 나오는 선택지.

어차피 여기서 정답이야 뻔히 알고 있다.

다만 그게 왜 정답인지는 잘 몰랐다.

거절하는 방식이라면 얼마든지 있을 텐데. 굳이 이런 방법까지 써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놓고 말해 난 그냥 이게 정답이겠구나 하고 넘어가며 그 선택지를 고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몇 번이고 리트라이를 통해 같은 장면과 같은 대사 같은 전개를 이어가며 봐왔던 그 선택지는 완벽한 정답이었다.

찢어진 계획서 메모리얼에서 보여준 그대로.

본 선택지는 카르세인에게 가장 걸맞는 대사였다.

[ 1. 나는 바그란드 공작가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

그 대사에 약간의 MSG를 첨가해 본다.

“이 멍청한 고집불통 자식이.”

보다 험악해진 목소리로 그녀가 나를 향해 욕설을 품었다.

“바그란드 공작가에 속한 것도 아닌데 제가 감히 어찌 그런 민폐를 끼칠 수 있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죠.”

“하…!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이딴 천박한 장난질을…!”

그래. 바로 그거지.

이전과는 달리 완전히 분노로 덮여버린 벽안은 안광이라 보아도 손색없을 지경이었다.

기어코 참지 못한 손이 올라간다.

보다 확실한 이 계획서를 말아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였다.

‘넌 그 뒤집어진 눈으로 내 뺨을 다시 한 번 내려치면 되는 거야. 나에게 거리낌없이 손찌검을 했던 그 첫째년처럼 말이지.’

게임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아무 문제 없다.

HP 역시 지금 당장은 좀 깎여봤자 크게 의미는 없다.

이걸로 선택지는 똑바로 골라졌으며 아픈 것 따위는 찰나일 뿐이다. 이런 고통엔 익숙하다.

차갑게. 더 차갑게.

나는 이성을 유지하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속으로 그리 비웃으며 아리나의 손이 내 뺨에 따끔한 통증을 새기길 바랐을 때.

그 손은 내 뺨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회의장에서 이게 무슨 짓인가. 공녀.”

“플로렌스 전하.”

마나까지 실렸던 아리나의 손은…

2황자 플로렌스. 그 사내에게 붙잡혀 있었다.

‘이 장면. 어째 위화감이 있는데.’

그래. 이런 적이 있었다.

카르세인의 메모리얼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

-띠링!

▶선택지 이상의 결과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2황자 플로렌스가 이 상황을 목격합니다.◀

■보상

[ 선택지 페널티를 받지 않게 됩니다! ]

…하. 여기서는 또 부회장이라니.

***

플로렌스의 등장에 아리나가 주변을 슬쩍 흘겨보고는 아직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마나를 거두었다.

“죄송합니다. 황자 전하 앞에서 경솔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

한 발 물러나 예를 깍듯이 취하는 아리나.

플로렌스는 그런 그녀를 보며 옅은 탄식을 흘렸다.

그리고 이어 카르세인 쪽으로도 눈길을 슬쩍 흘렸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카르세인. 그대는 돌아가게.”

“…전하. 외람되오나 이는 가족간의 일입니다. 소란을 걱정하시는 거라면 자리를 바꾸는 쪽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아리나 공녀.”

“카르세인이 버르장머리 없는 짓을 한 건에 대해서는 확실히 벌을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심포지움 성적과는 무관할 텐데요.”

“하아.”

이번에는 한숨을 대놓고 푹 쉬었다.

“내친 김에 그럼 물어보도록 할까. 카르세인. 그대가 먼저 말해보게. 두 사람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저 협업 계획서를 제가 거절한 것뿐입니다.”

“협업 계획서?”

“예. 받으면 안 되는 것인지라.”

“그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카르세인이 즉답을 내놓자 아리나가 불쑥 끼어들었다.

“가족간의 협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일이었기에 이는─”

“공녀. 나는 지금 카르세인에게 묻고 있네.”

“…!”

“카르세인. 계속하게.”

“저는 루스마이어의 영주로서 심포지움에 참석 권한을 얻은 몸입니다. 허나 저 계획서는 바그란드 공작가에 일방적으로 민폐를 끼치는 꼴이 되므로 협업이 아닌 기생에 가깝습니다.”

카르세인 너…!

그런 말을 하고 싶은 듯 아리나의 푸른 안광이 형형히 빛났다.

계획서를 받아 확인한 플로렌스가 서류를 고이 접었다.

“확인했네. 협업 계획서는 한쪽이 거부하게 되면 진행할 수 없지. 돌아가도 좋네.”

“감사합니다.”

카르세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이 결과에 불만이 가득했던 아리나는 카르세인이 회의장에서 사라지자마자 플로렌스에게 물었다.

“어째서 저 녀석의 억지를 들어주시는 겁니까. 전하.”

“하아. 공녀 그대는 정말이지. 왜 기억을 못 하는 건가.”

“기억이라니요?”

플로렌스가 탄식하며 안면을 쓸어내렸다.

“따라오게. 그때는 내 담당이었으니 직접 알려주겠네.”

-띠링!

▶대상의 친밀도가 상승했습니다!◀

[ 플로렌스 큐르넨 페셀로스 ]

[ 현재 수치 : 20% ]

***

회의장에서 카르세인을 떠나보낸 두 사람은 제법 긴 거리를 도보하고 있었다.

도중 아리나가 이쯤 되면 여기서 해도 되지 않느냐 물었으나 플로렌스는 소란 피우려 했던 벌이라며 잔말 말고 따라오라는 답을 낼 뿐이었다.

그렇게 아리나는 플로렌스를 따라 가장 안쪽 응접실로 들어오게 되었다.

“차는? 필요한가?”

“됐습니다. 그보다는 본론으로 들어섰으면 좋겠습니다.”

“급하기는. 이 방을 고른 건 최대한 방음이 적어야 해서 그런 걸세. 소란이 심해지는 건 나도 바라지 않거든.”

소란을 피운 건 그 멍청이 자식인데.

자꾸 머리가 지끈거렸다.

“…표정을 보아 하니 아직도 카르세인을 탓하고 있는 모양이지.”

정곡을 찔러오는 플로렌스.

아리나는 거리낄 것 없이 고개를 들어 당당히 답했다.

“사실이지 않습니까. 샤트렌을 망가뜨린 장본인이 온갖 구설수에 다 휘말릴 짓을 하고 있는데.”

“공녀.”

“다시 한 번 강조드리자면 이건 탓하는 게 아니라 사실입니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그 부실한 역량으로 샤트렌을 이끄려고 하는 카르세인의 오만이란 말입니다.”

망치고 또 망치고.

사고는 사고대로 다 일으키고.

수습은 하나도 하지 않는 그 멍청이의 오만.

이번 일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나마 가족이기 때문에 그나마 감싸줄 수 있어 이런 방법을 취한 겁니다. 그 멍청이는 이런 저와 다른 가족들의 노력을 일체 생각하지 않은 채로 방만하게 행동하고 있고요.”

그러자 플로렌스가 돌림없는 화법으로 물어왔다.

“그래서 그대는 가족에게 내쫓아버리겠다는 말을 하는 건가?”

“예? 그게 무슨…”

“자기 입으로 가족이라고 말한 그 카르세인에게 바그란드 공작가에서 내쫓아버리겠단 말을 했었지 않나.”

아리나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건가? 이 회의장에서 그때도 심포지움 당시에 생겨난 일인데도 말이네.”

“…”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아.”

플로렌스가 쓴 표정으로 찻물을 한모금 들이켰다.

그리고는 아리나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읊기 시작한다.

“그 얼빠진 보고를 보며 내가 정리해둔 것이다. 급한 불이라도 꺼야 하니 이 계획서대로라도 진행해. 나머지 책임은 공작가에서 묻지.”

끝이 아니라는 듯 플로렌스가 말을 잇는다.

“한 번만 더 바그란드 공작가에 먹칠을 한다면 그땐 어머니께서 뭐라 하시더라도 내 손으로 네놈을 공작가에서 내쫓아 버릴 거다.”

그 순간 아리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설마… 제가 그런 소릴 했단 겁니까?”

“그래. 똑같이 오늘처럼. 카르세인에게 마나가 실린 손으로 뺨을 가격한 뒤 그리 말했지. 그리고 또 하나.”

-스윽.

“이런 협업 계획서를 그때도 내밀었네.”

“…!”

“이제 좀 기억이 나는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에 당황의 기색이 서렸다.

“가족이라서 감싸려 했던 동생이라고 했던가. 그런 동생에게 똑같은 짓을 저질러 놓고도 가족이기 때문이라 주장하는 건가?”

“전하. 그건… 홧김에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나온 실수입니다. 본심이 아니라…!”

“그대가 본심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카르세인은 어찌 생각할 것 같은가.”

“예…?”

“공녀의 말대로 공작가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정말로 안 했을 것 같나?”

플로렌스의 말을 곱씹어보며 카르세인의 입장을 대변해 보자 금방 숨이 막혔다.

-언제는 나더러 한 번 더 이딴 짓 저지르면 공작가에서 쫓아버릴 거라며? 그냥 쫓아낸 셈 치지?

이미 카르세인은 알고 있었기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공녀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이 말이었네. 그런 마당에 공녀는 잘도 과거와 똑같은 짓을 카르세인에게 저질렀군.”

-퐁.

“실망일세.”

마지막 한 마디와 함께 플로렌스는 아리나의 찻잔에다 얼음을 넣어 버린 뒤 자리를 떴다.

이 말은 귀족 예법 사이에서 머리를 좀 식히라는 뜻이었다.

“…이런 실수를.”

정말로 머리를 식혀야 할지도 몰랐다.

카르세인에게 그때처럼 또 한 번 같은 결과를 안겨주고 말았으니.

어렴풋이 눈꽃 축제 때 돌탑 앞에서 본 카르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애를 밖에다 내버리겠다는 건… 단순 위협이든 협박이든 절대 꺼내선 안 될 말이었다.

“…”

-뽁!

술병이 눈에 들어온 아리나는 곧바로 병을 땄다.

꼴꼴꼴꼴 채워지는 와인잔.

지금은 좀 잊어 버리고 싶다.

이런 멍청한 행동을 저질러 버린 자신을.

-띠링!

▶아리나의 친밀도가 상승했습니다.◀

[ 아리나 바그란드 ]

[ 수치 변화 : 45%→49% ]

***

“하아.”

한숨을 쉬며 회의장에서 벗어난 플로렌스는 아리나가 있는 응접실을 슬쩍 흘겨보다 고개를 저었다.

“그대에게 너무 큰 죄를 지어버린 모양이야.”

웨데로스 왕국 출신인 그라면 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제안한 거였지만… 그의 가정 상황을 너무 고려하지 않았던 게 너무 큰 문제가 되었다.

때가 되면 손을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무거운 마음으로 회의장 밖을 나서는 플로렌스.

지금은 시원한 바깥 공기를 쐬며 이 무게를 조금 달래려 했다.

“…자네?”

그때. 바로 눈앞에 카르세인이 있었다.

아리나로부터 떼어놓으려 했던 그 카르세인이.

“왜 여기에 있…? 아.”

얼떨결에 물었던 플로렌스는 그제야 눈치를 챘다.

“그야 전하께서 부르셨지 않습니까.”

귀족 예법에 따른 신호를 무심코 카르세인에게 보였음을.

따라서 이상할 것은 없다.

카르세인에게만 보였을 그 신호는 이후 따로 할 말이 있으니 남아있으라는 의미였다.

‘하 이거. 내가 또 과소평가를 해버렸군.’

예법에는 서투르다고 생각했던 카르세인이지만… 어쩌면 그건 서투른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로렌스는 약간의 기대와 함께 카르세인에게 물건 하나를 건넸다. 일전에 선물이라 칭하며 전하려던 것에 숨겨져 있던 진짜 선물이었다.

“뭐 별일은 아닐세. 이걸 전해주고 싶었을 뿐이거든.”

“이건… 샤트렌의 내부 전도군요. 조금 틀린 것 같습니다만?”

“맞네. 그건 다른 귀족 계파 쪽에서 만들어졌다고 짐작 중인 거거든.”

역시. 이런 기대는 빗나가지 않는다.

“…설마. 와글루 계파 측에서 저희 샤트렌에 손을 대고 있었단 겁니까?”

샤트렌 영지 전도를 보이며 전하고 싶었던 말이 순식간에 카르세인에게 파악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이상하게도 플로렌스는 그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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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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