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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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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2

샤트렌에서 머무는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제법 밤이 늦어 있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늦을 만한 거리는 아니다.

아무리 농땡이를 부린다 하더라도 몇십 분 내외로는 도착하는 거리이기에.

하지만 어떻게 하면 두 번째 에이전트인 다이크의 친밀도를 올릴 수 있을까 하다 트랩을 떠올렸다.

처음 샤트렌에서 트랩을 밟아 전투 위험도를 테스트해보던 그때 내 눈앞에는 샤트렌을 위협하던 소수 약탈자 무리들이 적 개체로 나타났었다.

게임에선 그저 레벨을 올리고 위협을 가하는 요소에 불과하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적 개체가 나타나는 영지 내 트랩이 제법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약탈과 관련된 서브 에피소드 주민들에게 위협이 찾아오면 자동으로 발동하는 서브 에피소드가 존재하는 데다 그때마다 나타나 경비병들을 도와주면 다이크의 친밀도가 오르곤 했었으니까.

그래서 이참에 미리 트랩을 좀 제거해두려 했던 거지만…

“대체 어딜 갔다가 이렇게 늦게 오는 거에요?”

트랩을 제거하느라 늦어 버리니 뿔이 나신 약혼녀님께서 팔짱을 끼신 채 기다리고 계셨다.

…망했다.

이러면 밤 늦게까지 일을 할 수가 없는데. 잔소리할 게 뻔하잖아.

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한참 늦은 뒤였다.

“이렇게 늦게까지 밖에 있었다는 건… 설마 식사도 거른 거에요?!”

뭐… 뒤는 뻔하지.

식사마저 똑바로 하지 않았냐며 대판 혼났다.

그렇게 잔소리를 듣고 식사 시간이 끝나기까지 1시간.

밤하늘은 이미 어두워지다 못해 새벽을 달리려 하고 있었다.

“저기 하르니에?”

“일할 생각 말고 잠부터 자세요?”

“…”

이럴 것 같더라.

오늘은 글렀구만.

…이 아니고!

최후의 수단이 하나 남아 있으니 이걸 써보긴 해야지!

“흠흠. 근데 뭐 때문에 돌아온 겁니까? 제가 시킨 일이 있었을 텐데.”

질문에 잠시 주춤하던 하르니에는 나를 슬쩍 흘겨보다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부탁한 건 샤트렌의 특산물이 다른 토양에서도 자라느냐였잖아요. 그럴 거면… 그 토양만 여기 들고 와서 심어도 되는 거잖아요.”

“…”

“뭐 뭐라도 잘못됐어요?”

“아니요. 딱히 그렇진 않습니다.”

토양의 비교군이 필요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별다른 수확이 없을 거라는 건 알고 있다.

샤트렌에서 자라는 작물인 샤트렌 딸기와 샤트렌 포도가 정말로 여기에서만 자라는 것인지.

토양뿐만 아니라 기후 식생 강수량 습도를 포함해서 다른 환경에선 정말 자랄 수 없는 건지.

그걸 전혀 모르고 있다면 비교군이 될 수 있겠지만 어지간해선 샤트렌의 특산물은 이곳에서 자란 적이 없다는 기록이 한가득했다.

게임 속 데이터만 해도 한가득이다.

샤트렌 영지 소개문. 공작가에서 얻은 서적 텍스트. 영지 조사도에 따른 추가 정보. 아이템 설명문 등 사실 조사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증거는 충분하다.

그럼 뻔히 알고 있으면서 왜 하르니에에게 이걸 부탁했느냐?

토양의 비교군을 통해 샤트렌에서만 자란다는 걸 고정시켜 놓아야만 농사법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선택지를 미리 만들어두는 작업이란 거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굳이 여기까지 올 일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그… 이번에 도와준 건… 고마워요.”

“네?”

“덕분에 후작의 의심은 넘어갈 수 있었어요. 플레시아 상단도 루스마이어를 거치면 지장없이 그대로 쓸 수 있고… 그래서 일이 잘 풀렸거든요.”

설마.

이 얘기 하러 온 건가?

“근데… 이 이것만으로는 솔직히 좀 불안한 점이 있잖아요.”

“부족하다고요?”

“심포지움에서 정혼자든 기혼자든 붙어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저 저희도 떨어져 있으면 후작에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니까… 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거군요.”

“마 맞아요. 그래서 붙어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이렇게 찾아온 거에요.”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색하기야 했지만 이어지는 말들을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

하르니에는 후작뿐만 아니라 사교계 쪽으로도 견제를 받고 있다. 어쩌면 목표가 겹치는 부분이 큰 만큼 양측에서 손을 잡고 하르니에를 끌어내리려 하고 있을 거란 추측도 들었으니.

가급적이면 나와 하르니에는 쭉 연인 행세를 하고 있는 편이 나았다.

‘역시. 이 똑똑한 여자가 시간 낭비를 왜 하겠어. 당연히 목적이 있는 게 맞지.’

…근데 왜 저렇게 쭈뼛쭈뼛 서 있지.

당연한 얘기를 하는 거 치고는 어째 상태가 이상해 보인다.

“하르니에?”

“네 네에?”

“흠.”

-슥.

“헉!”

이마에 손을 대자 하르니에가 놀란 듯 한발짝 물러섰다.

“뭐뭐뭐뭐 뭐하는 거에요…?”

“아. 놀랬다면 미안합니다. 얼굴이 살짝 빨갛길래 열이 있나 싶어서요.”

“여 열은 무슨 열이에요! 그런 거 없어요…!”

“그렇다기엔 열이 좀 있으시던데. 어디 아픈 거 아닙니까?”

“아니라니까요오?!”

분명히 손을 댔을 때는 열이 좀 있었는데.

극구 부정하시니까 뭐 그런가보다 해야겠다.

“저 저기. 창문 좀 열어도 되죠?”

“더우십니까?”

“조 조금요.”

“괜찮습니다. 최근 날이 좀 따뜻해지긴 했으니까요.”

하르니에는 손부채질을 하며 창문을 열었고 그 뒤로는 나를 째려보며 손가락으로 방에 하나 있는 침대를 가리켰다.

“늦었으니까 얼른 자요. 앞으로 옆에 붙어서 제대로 쉬는지 잠은 편하게 자는지 다 체크할 거니까.”

끄응. 결국 이렇게 되나.

난감하네. 하르니에가 여기 머물면 밤을 샐 수가 없으니…

일단 설득을 좀 해보자.

“그렇게 말씀하셔도 잠이 안 옵니다.”

“하아. 또 이상한 핑계나 대려고 그러는 거에요? 그렇게 잘 잠드셔놓고?”

“아니. 진짭니다. 저 실제로 불면증이 좀 심하거든요. 어제도 그렇게까지 깊게는 잠들지 못했습니다. 그땐 그냥 우연이었던 거에요.”

째릿!

억울하다. 이건 거짓말이 아닌데.

“…휴우. 그 그럼 할 수 없죠.”

“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녀는 말없이 다가왔다.

그리고. 내 세상이 갑자기 90도만큼 돌았다.

상황 파악이 안 된 나는 어리둥절한 채로 눈을 연신 끔뻑였고 그 사이 하르니에는 헛기침을 하고서 물었다.

“이 이러면 좀… 잠들 수 있겠어요?”

“하르니에? 이게 무슨…?”

“이러고 있으면 잘 주무셨었잖아요. 치 침대에서 잠이 안 오면 제가 허벅지 빌려주고 재우면 되는… 거니까…”

아니. 여기서는 잠이 잘 온다는 소리가 아닌데.

게다가 잠을 자고 싶어서 허벅지를 내어달라고 한 것처럼 보이잖아.

이거 해명해야 한다.

이상하잖아. 존나 이상하다니까?

여기서 잠들면 약혼녀의 허벅지 위가 아니면 잠을 못 자서 매번 빌려달라고 하는 놈이 되어 버린다고!

게다가 하르니에는 이런 거 제일 싫어하지 않나?

그래. 어쨌든 해명의 기회는 있다.

오해하지 않도록 잘 해명해야 하는데…

이 적응 안 되는 푹신한 무릎베개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

눈이 이미 하르니에의 두 손에 가려진 뒤였기 때문이다.

“…그냥 침대에서 잠드는 걸 노력해보겠습니다. 손 치워주세요.”

“돼 됐으니까 그냥 이대로 자요.”

“저기… 이대로 잠들기는 좀… 많이 미안한데요.”

-찰싹!

“억.”

“잠들 때까지 지켜보려면 제 쪽은 이게 훨씬 편하거든요? 정 미안하면 빨리 잠들기나 해요.”

“잠이 안 온다고 약혼녀에게 매번 허벅지를 빌릴 수는 없잖습니까. 다른 사람들 눈에도 썩 좋게는 안 보일 테고…”

“어휴. 무릎베개도 연인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거든요? 그리고 뭐 어때요? 약혼한 사이인 남녀끼린데.”

아무래도 이쪽은 틀렸나 보다.

그럼 플랜 B다.

“하르니에. 당신 원래 이런 거 엄청 싫어하지 않았습니까?”

“또 그 소리에요? 애초에 당신이 그럴 사람 아닌 거야 뻔히 안다니까요?”

“이런 미녀를 앞두고 있으니 제가 갑자기 나쁜 마음을 품을 수도 있…”

-찰싹!

“아야.”

“허 헛소리하지 말고 자요! 정말이지…”

연달아 두 번이나 내 어깨를 가볍게 때린 하르니에는 덥다며 또 손부채질을 해댔다.

두 플랜이 전부 막혀버렸으니 이 이상은 무리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또 적응되지 않는 허벅지 위에서 눈을 붙여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나를 이상한 놈으로 오해하고 있지 않다는 것과 이번엔 내가 먼저 잠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이 상태로 어떻게 잠을 자겠느냐만은.

시간이 몇 분 정도 흘렀을까.

하르니에가 하품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흐아암. 지금쯤이면 잠들었겠지…?”

연신 하품을 해대던 하르니에는 그리 중얼거린 뒤 내 얼굴 위로 손바닥을 두어 번 흔들었다. 잠든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녀는 침대 헤드에 슬쩍 기대어 잠들었다.

그로부터 약 10분쯤이었을까.

바로 위에서 새근새근 잠든 사람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푹 잠든 건 이쪽이겠지.

이때다 싶어 조심스레 손을 치우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눈을 뜨고 슬쩍 빠져나오니 깊은 수면에 빠진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몰라도 하르니에에겐 피곤할 만한 시간이려나.”

시곗바늘은 새벽을 가리키고 있다.

돌아온 시각부터가 이미 늦었으니 나를 기다리고 있던 하르니에는 제법 피곤했을지도 모르겠다.

“잠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 자야겠네요.”

-스윽.

조심스레 하르니에의 목과 오금으로 팔을 집어넣었다.

이 불편한 자세로 잠들다니. 내가 자는 시간을 생각하기보다 본인 잠자리나 좀 더 생각해야 할 텐데.

아무튼 깨지 않게 조심해서 침대에 눕히는 데에 성공했다.

‘오케이 열은 없고. 잠깐 더웠던 모양이야.’

확인할 것도 다 확인했으니 이제 두 팔만 빼면…

“으음… 카르세인…”

“…!”

어라. 빼려고 했던 한쪽 팔이 붙잡혔다.

이러면 좀 곤란한데.

“으으응…”

깨지 않게 빼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하르니에는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 좁은 침대에서 체온이 전해질 정도로 찰싹 달라붙어 버린 탓에 심히 곤란해졌다.

‘이건 영… 답이 없는데.’

들어서 옮기기 위해 팔꿈치까지 깊숙히 뻗어 넣었던 팔은 이미 어깨까지 그녀의 목을 지나가 있었다.

그걸로 모자라 품을 파고든 하르니에를 어떻게 떨쳐내기가 힘든 모양새가 됐다.

“잠은… 똑바로 자야 해요… 카르세인… 밥도 똑바로 먹어야…”

“…”

-야 민혁아! 잠은 똑바로 자야지. 밥도 똑바로 먹구!

그 와중에도 나를 챙기려는 그녀를 보며 또 한 번 지은이의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으응… 민혁아… 제대로 밥 먹고 자야 돼에…

그리고 눈앞에서 벌어진 이 사태는… 그래. 지은이와도 한 번 겪었던 일이었다.

“하아.”

왜 이렇게 비슷한 일들이 겹쳐 오는 건지.

이젠 나도 모르겠다.

어차피 당장은 하르니에로부터 빠져나갈 수도 없다. 이대로 눈이나 붙이는 수밖에.

몇 시간 정도 자다 일어나면 뒤척거리면서 떨어져있을 수도 있겠지. 잠꼬대를 이렇게 할 정도니까.

그러고 나면 몰래 일어나서 일을 하면 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나는 또 잠에 들어버리고 말았다.

***

어딜 가나 괴롭힘은 따라왔다.

귀족들에게는 대개 내놓은 자식이란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사교계의 영애들과 부인들 사이에서는 남자를 꼬시는 꽃뱀이 되어 있었으며 남자들은 미인이라 평가받는 외양이 되려 독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성실하게 공부하여 이뤄낸 쾌거는 혈육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채 사생아라는 현실을 하여금 실감케 했다.

괴롭힘에 고통에 고독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모아야 했다. 플레시아 상단이라는 숨겨진 탈출구를 완성하여 테레시아 후작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 지긋지긋한 귀족 사회는 한시라도 빨리 눈과 귀를 닫고 머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사회였다.

그런데.

이 지긋지긋한 시간 속에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 생겨났다.

“꺄악?!”

아직도 그때가 잊혀지지 않는다.

꽉 끼는 구두를 보낸 악의에 홀로 맞서다 상태가 나빠졌다는 걸 눈치채고 제 몸을 두 팔로 들어 테라스로 데려갔던 그 시간이 잊혀지지 않는다.

상처난 발에 손이 닿고 구두가 빠지며 시원한 바람이 스며들던 그때가 잊혀지지 않는다.

타인의 손에 약이 발라지고 밴드가 붙여지며 새 구두가 끼워져 가슴이 두근대던 그때가 잊혀지지 않는다.

일분 일초. 아니 그 몇 시간 가량의 시간은 전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분명 괴롭힘이나 버텨내야 했던 그 시간이.

파티장에서 벗어나고 나면 금세 잊혀졌을 그 시간이.

결코 그 장소에서 기억의 편린조차 남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던 그 시간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달콤한 꿈의 형태로.

“…”

그게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때는 눈이 절로 뜨였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깊숙히 잠들어있었음을 하르니에는 알아챘다.

‘또 이렇게…’

왜 이렇게 편하게 뉘여져 있을까.

그런 생각이 잠깐이나마 들 법도 했건만.

이렇게 침대에 누워있으면서도 꿈을 꿔서 그런지 자각이 없었다.

‘하아. 일어나야지…’

지금쯤이면 카르세인이 몰래 밤을 새고 있을지도 모르니 일어나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베개의 느낌이 다르다.

천과는 다른 질감에 따뜻하고 더 부드러운 게…

“…”

설마.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빼보는 하르니에.

불이 꺼져 있어 어둠이 찾아온 거라 생각했지만 슬쩍 떨어지자 그 어둠이 걷힌다.

시야가 그저 가려져 있어 찾아온 얕은 어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가 베고 있던 건…

‘파 팔베개?!’

다름 아닌 카르세인의 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영지 내 카르세인의 집에 있는 침대의 크기는 사람 한 명이 잘 수 있는 정도의 크기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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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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