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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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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83

정신을 차린 하르니에는 눈앞에서 잠든 카르세인을 보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팔베개라니.

그냥 눕혀진 게 아니라 그의 몸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니…!

그뿐만이 아니다.

‘서 설마… 나 이 사람 안고 잔 거야?’

눈을 떴을 때 두 팔에서 머리에 느껴지던 온기와 동일한 온도가 전해지고 있었으니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어둠에 적응한 눈은 코앞에서 카르세인의 얼굴을 보이고 있었고…

잠든 그의 얼굴과 가슴이 슬쩍 닿아 눌러진 몸을 번갈아보자니 얼굴이 절로 붉어진다.

흡사 진득한 연인의 모습이 아닌가.

사랑을 담아 부대낀 채 서로를 안고 잠드는 그런 진짜 연인의 모습이 아닌가.

그러나 두 사람은 가짜 연인이다.

오로지 계약으로 이어졌을 뿐인 서로의 목적을 위해 연인 행세를 할 뿐인 가짜 연인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원래대로라면 금방이라도 카르세인을 밀어내며 비명을 질렀어야 했겠지만…

지금 하르니에에게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

분명 침대헤드에 기댄 채 잠들었지만 그녀의 몸은 침대에 눕혀져 있다.

편안히 잘 수 있도록 하나뿐인 침대를 내어준 것이며 그걸로도 모자라 베개도 한쪽으로 밀어주었다.

이불 역시 마찬가지였고 켜져 있던 조명은 잠들기 좋게 꺼져 있기까지 하다.

그리고… 신발이 잘 벗겨져 있었다. 그의 손에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비명은 무슨. 이렇게 배려해 준 걸 감사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 덕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다.

‘그런 꿈을 꿨는데. 또 깨어나자마자 이런 걸 해주고 있다니…’

나쁜 사람.

꿈으로 떠올린 그때도 그렇고.

지금 이 시간도 그랬다.

‘이러면… 난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단 말이에요.’

받아도 받아도 그는 끝없이 이런 기분을 안겨다 준다.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어쩔 줄 모르겠단 마음과 함께 카르세인의 손에 손가락을 대자 살결이 아닌 다른 촉감이 느껴졌다.

‘이건…’

하르니에도 익히 알고 있던 경품으로 받아 서로 나눠 낀 웨데로스 왕국 제 반지였다.

“…”

현재 이 반지는 연인 행세를 하기 딱 좋은 물건. 어쩌다 얻게 됐지만 타인의 눈을 속이기 위한 커플링에 불과하다.

그걸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살짝 불편해졌다.

때가 되면 이 반지는 빠져야 한다.

거짓 약혼으로 묶인 만큼 진짜 연인을 만나게 되면 빠지게 될 것이다.

어차피 계약 관계니까.

서로 도움을 주고 서로의 목적을 달성한 때가 다가오면 갈라져야 한다.

그럼 그때가 되면 놓아주면 될 텐데.

‘나… 왜 이러는 거야?’

왜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거지?

왜 반지를 빼고 싶지가 않지?

왜. 대체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

하르니에는 콩닥거리며 뛰는 심장에 손을 얹은 채 고민에 잠겼다.

제 심장 소리를 들으며 이유를 찾아내던 그녀는 한 가지 모호한 결론에 도달했다.

이 사람이 아까우니까.

그래서 함께 있고 싶단 생각에 저런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냐고 말이다.

실제로 카르세인은 좋은 사람이었다.

이대로 놓치기 아까운… 아니 싫을 만큼.

그러니 이곳에 왔을 때처럼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좀 더 같이 있을 수는 없을까?’

하르니에의 탈출 계획은 겨울이 오기 전에 마무리 지어질 예정이다. 그때가 되면…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온단 뜻이다.

헤어지지 않을 방법?

아마도 찾아보면 있겠지.

플레시아 상단을 이끌고 있으니 여러모로 더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후작가의 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카르세인에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손을 써줄 방도가 생길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방향을 크게 틀어버린다면…

응. 그것도 어쩌면 가능할 거야.

-콩닥 콩닥.

열심히 뛰어대는 심장 소리에 맞추어 흰 손가락이 카르세인의 팔을 살짝 쓸었다.

떨어졌던 거리는 다시 좁혀지고. 따뜻하고 포근한 품에서 다시 체온이 전달되어 온다.

뛰는 가슴을 안은 채 하르니에는 다시 눈을 감는다.

꿈도 현실도.

이 시간들은 결코 잊는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 지금은 좀 더 눈을 감고 고민해 본다. 카르세인의 품 안에서.

***

새벽이 아닌 아침 해가 비추는 광원으로부터 눈을 찌푸리며 일어났을 때. 떨떠름하게도 나는 거하게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테이블에는 하르니에가 쓴 손편지 한 장이 펼쳐져 있었다.

“하하 참…”

첫 문장부터가 할 말이 없네.

『다음부터 그런 이상한 변명은 하지도 마요? 그렇게 잘만 주무시면서. 오늘은 제가 잠시 영지에 다녀오는 거라 그렇지 앞으로 쭉 옆에서 지켜볼 거에요!』

이 자리에 없지만 뭐랄까.

뭐라고 했을지 눈앞에 선하다.

분명 언제나처럼 잔소리하는 톤으로 허리에 두 손을 얹고서 똑같은 얘길 했겠지. 자칫 말을 잘못했다간 맹세의 보옥 얘기도 나왔을 테고.

다행인 건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너무 깊숙하게 잠들어 오해를 산 건 아닌가 싶었지만 딱히 그렇지만도 않았다.

“흠흠. 끌어안고 있었단 오해는 없는 모양이네.”

『그… 침대에 눕혀준 건 고마워요. 이불이나 베개도 그렇고… 또 팔도… 아 아무튼! 덕분에 잘 잤다구요!』

물론 화를 내기보다는 고맙다는 말이 돌아오는 바람에 나는 또 한 번 어색함과 머쓱함을 느껴야 했지만.

“그런데 팔은 무슨 소리지…? 게다가 글씨는 또 왜 유독 여기서 삐뚤삐뚤한 거래?”

하르니에의 글씨는 굉장히 예쁜 편인데… 평소답지 않았단 건가?

뒷내용을 보면 또 정상인 게 기분 탓이려니 싶다.

이 뒤로는 왜 영지로 잠깐 돌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미나로부터 서신이 하나 왔어요. 제 영지에서 내검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 와서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해요. 아무래도 후작이 견제를 넣으려는 모양인지라─』

내검 때문이라곤 하나 이는 사실상 후작의 견제.

내 덕에 위험한 건 아무 문제 없이 넘겼으니 때가 되면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대신 그 전까지 또 무리하고 있으면 화낼 거라나.

메모는 거기서 끝이었다.

“…또 몰래 밤 샜다간 혼나겠군.”

별 수 없었다.

언제 돌아올 거라는 언질을 전혀 두지 않았으니… 지금은 가급적 주의해야겠지.

하르니에의 손편지 옆으로는 다른 메모지가 있었다.

이쪽은 페르디가 쓴 것이다.

『형이 말한 대로였어요. 사람들은 남은 땅이라도 전부 샤트렌 딸기와 포도를 심어야 한다며 있는 돈으로 아예 식량을 사버렸어요.』

▶에이전트로부터 정보를 얻었습니다.◀

[ 땅의 규모가 줄어든 샤트렌 영지민들은 다른 작물을 심던 땅을 전부 샤트렌 딸기밭과 샤트렌 포도밭으로 경작했습니다. ]

“뭐. 이쪽은 예상하고 있었지.”

이전에도 땅의 권한을 가져갔을 때 샤트렌 측은 뜻을 굽히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땅의 소유 정도를 갈라 본 거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오로지 딸기와 포도를 꾸역꾸역 생산해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창이 뜬다.

▶지금부터 작물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밭 필드로 들어서면 UI가 나타나며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작물을 심을 수 있습니다.◀

▶각 맵마다 어떤 작물을 심을 것인지 지정해 주세요.◀

영지에서 작물 관리가 가능해진 시점부터는 직접적으로 원하는 작물을 심고 바꿀 수 있다.

이 말은 직접적인 간섭이 가능해졌다는 뜻으로 악영향이 생기면 고스란히 내 성적이 떨어지는 계기가 된다.

지금부턴 샤트렌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하나 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머지않아 주민들이 겪게 될 것은 2차 식량 부족 사태다. 딸기밭과 포도밭을 무작정 늘린 탓에 그들은 바그란드 공작가로부터 얻은 지원금으로 곡식을 구입하나 이 과정에서 트랩이 있는 장소를 지나가게 된다.

그 트랩은 샤트렌 곳곳에 쭉 퍼져 있는 도적 떼들과 마수 떼의 트랩. 따라서 부분적인 곡식 손실이 일어나 식량 부족에 시달린다.

이런 건 너무 많아서 제거할 수도 없었다. 게임에서도 그랬고 내 손으로 직접 해결할 때도 그랬다.

“그래서 이때는 작물들을 심어두면 친밀도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지.”

즉 오늘 할 일은 관리할 수 있는 밭으로 가서 해당 주민들에게 샤트렌 영지에서 먹을 농산물들을 기르라 명령하는 것이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다이크를 에이전트로 받아들이는 서브 에피소드. 에이전트를 전부 기용해야 진행되는 메인 에피소드. 밭 UI 성적표 창… 다른 것들은 전부 잘만 떠 있단 말이지…? 근데 왜 그건 안 뜨고 있는 거야?”

아직까지 뜨지 않은 그 창.

쓸모가 그렇게까지 있는 건 아니라지만 매번 봤던 창이 없는 건 영 찝찝한 면이 있었다.

…좀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똑똑.

“카르세인 형!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관리 가능한 영지의 주민들이 찾아왔습니다.◀

페르디의 목소리에 이어 덩달아 뜨는 시스템 메시지로 정신을 차렸다.

이런. 늦잠을 잤었지 참.

이 시간이면 내가 관리해야 할 영지의 주민들이 찾아온다. 영지에서 뭘 심어야 하는지 물으러 온 거니까.

일단은 이것부터 해결해야겠군.

“금방 나갈게.”

***

며칠이 지났다.

이 시즌이면 슬슬 다른 밭에서도 샤트렌 딸기가 수확될 시기.

본격적인 성수기로 접어들었으니 다이크는 지금쯤이면 샤트렌 딸기를 구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샤트렌 딸기와 샤트렌 포도를 구입하러 거래처로 들어간 동료들의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다이크는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간절히 바랐다.

-꿀꺽.

‘제발. 제발…!’

침을 꿀꺽 삼키며 이번에는 그들의 손에 딸기가 쥐어져 있기를 바랐다.

“저거 봐!”

“손에 뭔가 들고 있는데?!”

“딸기다. 샤트렌 딸기야!!”

인영이 드러났을 때.

동료의 손에는 딸기가 쥐여져 있었다. 구입에 성공한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여동생의 병환을 고칠 수 있다.

길고 긴 시간을 보내며 이 샤트렌에서 머물었던 다이크는 자신의 차례가 왔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다이크의 안색은 딸기를 보자마자 딱딱하게 굳었다.

“어… 잠깐만. 크기가 좀 작지 않아?”

“작으면 뭐? 구한 게 어디냐.”

“그래. 일단 다이크 녀석들한테 먼저 줘야지! 자 받으라고!”

“네 여동생 드디어 고칠 수 있겠네!”

아니. 이건 등급이 낮은 딸기였다.

헬케타 I 병의 약재에 써먹을 수 없는.

“…프릭트.”

“어?”

“이 영지에서 내 다음으로 오래 기다린 건 너였지?”

“그렇긴 한데… 왜?”

다이크가 프릭트의 앞으로 딸기를 내밀었다.

“야. 왜 그래?”

“…이건 못 써. 헬케타 I 병은… 못해도 D등급 이상의 딸기가 필요하니까.”

“뭐? 어떻게 그런…!”

“네가 써라. 가족 중에 초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며. 그 정도라면 이 E-등급이더라도 효과를 보일 거야.”

딸기를 프릭트에게 건넨 다이크는 터덜터덜 힘없이 돌아섰다.

“야 다이크! 이거라도 써봐.”

“그래! 혹시 모르잖아!”

“우리 전부가 십시일반 아껴가며 모은 돈인데…! 네 돈이 제일 많을 거라고!”

“정 안 되면 말야. 이틀 후에도 수확하는 딸기가 있댔어. 그 딸기의 등급은 모르지만…! 여러 개를 쓰면 혹시 모르잖아. 안 그러냐?”

그럼에도 고개를 젓는 다이크.

이걸론 안 된다는 걸 가장 잘 알기에 이 딸기는 필요한 자에게 넘겨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오늘자로 편지 한 장이 더 날아왔다.

시급히 약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전보다 한 단계 더 좋은 등급의 딸기가 필요하다는 편지였다.

혹시 모르는 마음이 든 건 사실이지만 그 말대로라면 D+ 등급의 딸기가 필요해진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격은 올랐다고 들었다.

내릴 거라 예상했던 딸기의 가격은 또 다시 올라버린 것이다.

‘씨발…! 그 돈을 어떻게 모았는데! 경비병들이 한 푼 한 푼 겨우 모은 돈이라고!! 그게 그게 겨우 E-등급의…!’

다이크에게 절망이 도래했다.

정말 이대로 아무 방법도 없이 동생을 잃어야 하는 걸까?

그때. 문득 한 사내의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며칠 동안 시간은 주겠어. 가격이 오르는지 오르지 않는지는 네 눈으로 확인해도 좋아. 다만. 마음이 바뀐다면 언제든 거기 적힌 장소로 와라.

“…”

그러고 보니.

그의 발언은 틀린 게 없었다.

딸기 값이 내릴 거라 의심치 않았던 자신과 달리 오를 거라 확신했고 구입 시간이 줄어들 거라고도 했었다. 수첩에는 표와 그래프를 그려 자세한 통계를 낸 흔적이 있었다. 그게 주장과 일치하는 확실한 근거이기도 했고.

그만한 조사를 통해 이번 일의 결과를 정확히 맞췄다는 건…

-꿀꺽.

그래. 어쩌면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카르세인 바그란드.

그를 찾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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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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