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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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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

어째서 잊어버렸던 걸까.

지금 생각해 보면 게임 속에서도 힌트를 주긴 했었는데.

성인식 연회장에선 잠시 바람을 쐬거나 휴식을 취할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연회라고 한들 지치지 않고 계속 놀 수만은 없어 적당히 배려해준 장소다.

그럴 때마다 주로 사용하는 장소가 바로 테라스. 커다란 장 안에서 모서리 구역마다 위치해 있는 휴식처였다.

성인식 에피소드가 시작된 이후부턴 언제 어디서든 카르세인은 이 테라스로 들어가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여기서 긴 시간을 보내며 가족들은 물론이고 손님들의 눈에도 띄지 않는 방법을 떠올려낸 것도 다 이런 장소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든 테라스를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 커튼이 쳐져 있습니다. ]

이러한 지문이 보인 장소가 간혹 있었는데 묘하게도 지문이 없는 바로 옆방 테라스를 쓰면 그건 아무런 지문도 뜨지 않고 들어가졌다.

고작 커튼이 쳐져 있다는 차이점뿐인데 왜 이런 차이를 보이는 걸까? 그때는 납득하지 못했다.

혹시 도움이 되는 메모리얼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닌가 싶어 기회를 엿봐서 다시 들어가보려 해봤지만 매번 저 지문이 튀어나왔다.

연회가 끝나고 나서 살펴본 결과 내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아무런 차이도 보이지 않았다고 하는 게 옳겠지.

처음 예상했던 메모리얼이나 특별한 아이템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고 의심을 멈추지 않고 여기저기를 뒤져본들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똑같은 테라스에 별반 다르지 않은 장소. 즉 그런 곳에 커튼이 쳐져있다는 이유만으로 카르세인은 들어갈 수 없는 장소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힌트를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봤다면.

카르세인이 왜 커튼이 쳐진 테라스로는 들어가지 않으려 했는지 고심해봤다면.

커튼이 쳐져 있다는 게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있단 뜻을 담은 표지판이나 다름없다는 걸 미리 깨달았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야야.”

여자가 부딪친 이마를 문질렀다.

나도 전혀 모르고서 부딪친 입장이라 이마가 아프기도 하고 그녀와 똑같이 엉덩방아를 찧어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아프다고 소리를 낼 때가 아니다.

‘이런 실책을…!’

보랏빛 머리카락과 아리따운 두 눈동자에 제법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미형의 여인은 기품도 그랬지만 옷차림부터가 고급스럽다.

귀족이란 뜻이다.

지금 카르세인이 절대 마주쳐선 안 되는.

일단 내 모습을 가려야 한다.

절대 알아보지 못하도록.

“죄송합니다. 마음이 급해져 부주의해진 탓에 영애께 결례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도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간 탓에 내가 사용인 신분이었다는 걸 망각하지 않았다. 귀족들을 대하는 사용인의 대사 역시 급히 떠올려낸 점도 천만 다행이었다.

고개부터 숙여 내 얼굴을 가린다면 카르세인이 소란을 피워 생겨나는 사망플래그는 충분히 저지할 수 있을 터다.

이미 엎질러진 물인 건 어쩔 수 없는 법.

무슨 수를 써서든 클레어의 성인식 에피소드는 그 어떤 소란도 일으키지 않는 분기점을 찍어 넘겨야만 한다.

귀족들과 사소한 마찰이라도 생기는 순간 카르세인은 가족들 중 누구에게든 지적받을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근데.

차악은 몰라도 최악만은 면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이거 최악인 것 같은데…?

“아… 드레스가.”

나와 부딪치며 한 손에 들고 있었던 컵이 드레스를 푹 적셔놓았다.

한 손에 들고 있었던 컵이 쓰러지며 벌어진 사태로 진짜 물이 엎어져버린 거다.

저걸 보고 있으니 머리가 새하얘지고 등골에 오한이 솟는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으로 도박수라도 던져야 한다.

“정말 죄송합니다! 배상할 금액을 알려주시고 가문을 말씀해 주시면 날이 밝는 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비치된 선반의 타올을 꺼내 내밀고는 다시 한 번 고개를 푹 숙였다.

돈은 죽어도 빌리기 싫지만 어떻게든 공작가에서 빌려서 이 난관을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비록 싫지만. 정말 끔찍하게도 빌리고 싶지 않지만. 안 빌려서 죽는 것보단 낫잖아?

이거라도 안 먹히면 사실상 배드엔딩 직행. 게임 오버라고!

그러자 귀족 여성은 한숨을 쉬었다. 어찌나 큰 한숨이었는지 내 귓가에도 그대로 다 들릴 정도였다.

이대로 끝인가 싶었던 찰나.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뺨을 스쳤고 의문의 따끔한 통증이 다가왔다.

“저는 옷에 물만 쏟아진 게 전분데 그쪽은 피가 흐를 정도로 다쳐놓고 왜 오히려 사과를 하는거에요?”

흰 손에 쥐여진 손수건이 어느새 벌어진 상처를 감쌌다.

“이런 일에 허리까지 굽힐 건 아니잖아요? 카르세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분명 얼굴은 보이지 않았을 터다. 조금 전 넘어진 이후로도 그녀는 내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개부터 숙였던 거고.

근데 그 이름이 여기서 튀어나온다고?

위험하다.

“여전하시네요. 정말.”

사용인 행세를 하고 있어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카르세인의 모습을 이 여인은 짧은 찰나의 순간에 알아챈 거였다.

***

보라색 머리카락을 흔들며 다가와 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한 내 뺨에 손수건을 갖다 댄 여인으로부터 내 정체를 들킨 순간.

골치 아프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지금의 내게 구면이라는 건 썩 달갑게 느껴질 리가 없다. 나 ‘김민혁’이 아닌 ‘카르세인’과 구면이라는 소리니 말이다.

어렴풋이 게임을 진행하며 한 번 정도는 봤던 기억이 난다. 그말인즉슨 이 여자 캐릭터도 등장인물 중 하나라는 거다.

하지만 모르겠다. 하도 많은 등장인물 중에서도 친밀도를 올리는 작업이나 리트라이 신공을 통해 제법 알아낸 정보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눈앞의 이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킨 뒤 슬쩍 그녀를 흘겼다.

“물이 엎어졌다라. 차라리 잘 됐어요. 카르세인 여길 들어온 걸 보면 당신도 따로 정해둔 일정은 없죠?”

반말을 하는 걸로 봐서는 일단 나도 반말을 해야겠다 싶어 얼떨떨한 표정으로 반응했다.

“…네 네 뭐.”

“그럼 여기 좀 있어 줘요. 나가서 기 빨리는 건 딱 질색이거든요. 그쪽이랑 있었다고 하면 그래도 알리바이가 생겨서 딱히 잔소리를 할 것 같진 않고.”

여기 있어 달라고? 기가 빨려서?

카르세인과 같이 있으면 알리바이가 생겨서 잔소리를 안 듣는다고?

‘…일단 두 개의 정보가 튀어나오긴 했는데.’

도저히 모르겠다.

이 여자가 카르세인과 어떤 관계로 엮여있는 건지.

여자는 눈을 좁히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설마 나랑 같이 있는 게 싫단 거에요?”

“아니 뭐… 그렇진 않은데요.”

굳이 따지자면 싫진 않다.

이대로 그녀가 날 붙잡아주고 있으면 시간은 자연스레 소모되어 이번 에피소드의 목적이 달성되는데 싫을 리가 있나.

“근데 왜 당신 표정이 그런 건데요! 싫으면 싫다고 차라리 말을 하시죠?”

다만 저런 게 적응이 안 된다는 거다.

카르세인이 받아왔던 시선은 혐오 경멸 적의 등 두말 할 것도 없는 부정적인 시선들이었다.

그런데 저 반응은 그런 게 아니잖아. 호의를 보이지 않는 거야 그렇다 쳐도 저걸 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건데?

적응이 될 리가 없다.

혹시 몰라 보라색 머리카락 위쪽을 슬쩍 올려봤지만 흰색 박스가 없었다.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원…’

소거법으로 공작가의 인물들은 모두 제외된다. 이외에도 카르세인을 아니꼽게만 보던 귀족들도 전부 제외.

한 방에 상당한 등장인물들을 지워버리고 추려봐도 그녀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거기서 선택지에 영향을 받고 선택지에 영향을 주는 저 친밀도 박스가 없는 등장인물이라니. 플레이어에겐 참 답답한 상황이다.

이 여자가 누구인가를 떠올리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을 때 다시 대화가 시작됐다.

“제 제안 말인데요. 생각은 좀 해 봤어요?”

“무슨 제안 말입니까?”

“서신을 보냈었는데… 도착하지 않은 건가요?”

의아해하는 여성의 물음에 나는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정답일 수밖에 없는 게 카르세인에게 서신이 도착할 상황이 존재하질 않는다. 애초에 그 서신들을 전부 공작가에서 도맡아 관리하기에 사용인들의 손에서 이미 걸러지고 만다.

“이상하네요. 분명 하르니에라고 제 이름도 붙여놨고 그쪽 사용인들로부터 제대로 전달했다고 통지를 받았는데…”

뭐 저쪽도 이 집 사정은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

마침 내겐 잘 된 일이다. 조금 더 이 여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고 윗선에 이 소식이 퍼진다면 사용인들이 내 서신을 똑바로 전달하게끔 유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 여자 이름이 하르니에랬지?

“하르니에 영애께선 저에 대해 아예 모르시는 겁니까?”

귀족들 사이에서 카르세인 바그란드 하면 떠오르는 말들은 수두룩하다 못해 아예 종이 한 장을 통으로 채울 수 있을 거다.

그녀 역시 귀족이었으니 한 번쯤은 분명히 들어보았겠지. 그걸 노린 질문이었다.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말입니다. 서신이 제게 도착할 일은 없습니다. 보통 다른 가족들의 손에서 버려지는 경우가 많죠. 하도 비난으로 가득하니까요.”

“으음 그래요? 거기까진 미처 생각을 못 했네요.”

“이렇게 된 김에 직접 서신의 내용을 알려주시죠. 뭐였길래 그럽니까?”

하르니에는 옅은 한숨을 내뱉은 뒤 한껏 진지해졌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내용일 거란 짐작이 든다.

“단 1년 동안만 저와 약혼해달라는 내용이었어요.”

“…예?”

근데 그 내용이 심상치 않다 못해 기함을 할 수준이었다.

여러 의미로.

***

-쿨럭 쿨럭!

카르세인이 당황한 듯 기침을 해댔다. 1년 동안만 약혼 관계로 있자는 서신의 내용을 읊자마자.

어째서 그 내용을 읊자마자 이런단 말인가. 하르니에는 눈가를 좁히며 물었다.

“뭐에요. 저랑 약혼하잔 제안이 그렇게 싫어요?”

지금이야 드레스가 물에 젖어서 그렇지만 단단히 준비를 하고 왔다. 다른 영식들이 알아보고 말을 걸어오기도 했고 개중에는 이미 흑심을 잔뜩 품고 있는 자들도 있었다.

하르니에 본인도 제법 외모에 자부심이 있단 말이다.

그런데 약혼 소리가 나오자마자 카르세인의 반응이 이런 식이니 자존심에 약간은 스크래치가 날 수밖에 없다.

“저 그쪽한테 그리 꿀릴 만한 외모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거 엄청 실례라구요!”

“예? 아니… 그게 아니라… 콜록!”

“제가 카르세인 공자의 취향에 안 맞단 거죠? 저도거든요? 저도 그쪽 제 취향 아니에요. 알겠어요?”

다소 막말에 가까운 지적을 끝내고서 하르니에는 흥! 하고 새침하게 고개를 홱 돌려버린다.

카르세인은 그제야 상황 파악을 끝내고 요점을 짚는다.

“그러니까 그 약혼 어떠한 목적이 있다 이거죠?”

“그래요! 공자가 이성적으로 맘에 들어서 제안한 게 아니라 나름 거래를 하러 온 거라구요!”

손가락으로 삿대질까지 해대며 시원하게 할 말을 쏟아버린 하르니에는 갈증이 나서 물컵을 콱 쥐었다.

허나 쏟아버린 컵에 물이 있을리 없을 터. 카르세인이 조심스레 비치된 주전자를 들고 와서 컵에 물을 따랐다.

-쪼르륵.

“오해하실까 싶어 말씀드리자면 그쪽의 외모가 제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네?”

“당신을 찾아온 사람이 다짜고짜 약혼부터 하자고 말을 꺼냈다고 가정해보죠. 안 당황스러울 것 같습니까?”

“그야…”

당황하는 게 일반적이지?

‘그렇구나. 당황하는 게…’

수긍과 함께 스크래치 났던 하르니에의 자존심이 회복됐다.

“싫어서 그런 게 아니고 이상하게 느낄 만하잖아요. 거래를 하러 왔다고 처음부터 말씀해주셨다면 오해할 일 없었을 겁니다.”

하르니에가 뻘쭘한 듯 눈을 굴리다 물을 들이켰다. 컵이 다시 테이블에 놓여졌을 땐 헛기침을 연신 해대고 있었다.

‘알기 쉬운 여자구만.’

카르세인은 피식 웃고서 사과했다.

“뭐. 미안합니다. 저도 하르니에 영애께서 오해하게끔 반응한 것도 있으니.”

“아니 그… 사과할 것까지는… 따지고 보면 아까 물을 쏟은 것도…”

“괜찮습니다. 진정하시고 일단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죠?”

“그 그래요.”

빠르게 대화를 일단락 지어버린 카르세인이 본론을 다시 화두에 올렸다.

목적이 있어 제안한 1년간의 약혼.

그러니까 계약 약혼이자 모종의 거래.

이건 기회였다.

“1년간의 약혼으로 하르니에 영애께선 무얼 얻고자 하시죠?”

“그런 거 없어요.”

하르니에는 간단하게 답했다.

간단해도 너무 간단한 답이 아닌가. 분명 거래라는 말을 담았음에도 1년간의 계약 약혼 치고는 바라는 게 너무 없었다.

하지만 뒤에 덧붙이는 말을 듣고서 카르세인은 곧바로 납득했다.

“이 약혼 자체가 제 목적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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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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