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2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Chapter 2

부정하고 싶다.

아니 부정해야 한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난 번듯하게 김민혁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한 대학생일 뿐이라고! 그것도 수능 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풋풋한 신입생이란 말이야!

노크를 해대면서 카르세인이라 불러도 그게 나일 리가 없다.

꿈이다. 다 꿈일 거야.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바로 내 자취방에서 깨어날 나쁜 꿈일 거다.

‘그래. 이불 덮어쓰고 한 숨만 더 자면 분명히…!’

-띠링!

▶현재 튜토리얼이 진행 중입니다!◀

■ 게임 클리어 시 특전이 주어집니다! ■

▶특전 : 원하는 무엇이든 한 가지.

“…이런 시발.”

육성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마치 꿈이 아니라는 듯 게임에서만 보던 UI가 현실로 나타났다. 제발 아니길 바라며 내 볼을 꼬집어 봐도 더럽게 아프기만 하다.

꿈이 아니라기엔 너무나도 현실적인 통증인 것이다.

원래는 상금 5천만원이라고 써있던 것이 무엇이든 한 가지라.

저 텍스트가 뜬 순간부터 답은 정해져 버렸다.

게임에 빙의해버린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이 게임을 클리어해야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나는 숨만 쉬어도 죽어대는 카르세인으로서 끝까지 살아남아야만 했다.

‘하… 그래. 일단 일단은 상황 파악을 좀 해보자.’

카르세인 바그란드.

이 게임의 주인공이자 17세의 남성 캐릭터.

변화무쌍한 선택지 중에서도 함부로 뭔가를 골랐다간 금세 목숨이 달아나는 개복치 같은…

‘더 생각할 것도 없네.’

이 게임은 갖가지 게임들 중에서도 구세대 게임에 속하는 쯔꾸르 게임으로 알만툴이라는 구식 툴로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요구하는 바라고는 오로지 때마다 찾아오는 선택지뿐. 단순 스토리만으로 구성된 이 게임에서 저 선택지는 카르세인이라는 캐릭터의 목숨을 쥔 가장 중요한 밧줄과도 같았다.

생각할 시간이 끝나자 곧장 UI가 바뀌었다.

▶공작 부인이 도착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선택지를 골라주세요.◀

[ 1. 욕실로 들어간다. ]

[ 2. 옷을 갈아입고 바로 나간다. ]

[ 3. 가지 않는다. ]

우선 튜토리얼인가.

플레이어는 여기서 처음으로 선택지라는 수단을 접한다.

침대에서 막 일어난 카르세인은 노크를 한 하녀로부터 공작 부인이 귀환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만나러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이걸 묻는 거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상태창에 이런 게 있다.

■ 카르세인 바그란드 ■

▶현재 상태 : 허기 피로 수면 부족 등◀

▶아직 열람할 수 없습니다!

▶아직 열람할 수 없습니다!

▶아직 열람할 수 없습니다!

▶아직 열람할 수 없습니다!

▶아직 열람할 수 없습니다!

▶아직 열람할 수 없습니다!

▶아직 열람할 수 없습니다!

수면이 부족한 상황인데 굳이 가야 하나?

어머니라면 그 정도는 봐주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3번을 누르면.

‘응. 개복치답게 바로 죽지. 고생하고 돌아온 어머니를 보러 오지 않은 배은망덕한 자식이라면서.’

그래서 3번은 애초에 선택도 못 한다. 이러면 무조건 보러 가야만 한다는 입장에 놓인 건데 저 나머지 둘은 어떻게든 공작 부인을 만날 테니 상관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왜 그럼 여기서 왜 선택지가 떴을까?

-참방.

차가운 욕실의 물이 손끝으로 느껴졌을 때. 선택지가 뜬 까닭이 나온다.

-띠링!

▶욕실의 물이 굉장히 차갑습니다. 만약 씻을 경우 감기 상태 이상에 걸릴지도 모릅니다.◀

▶정말로 씻으시겠습니까?◀

[ 1. 씻는다. ]

[ 2. 씻지 않고 옷만 갈아입는다. ]

그래. 바로 이게 선택지의 악랄함이다.

씻으라고 받아놓은 물은 차가웠다. 가뜩이나 추운 겨울에 이런 차가운 물을 받아놓은 건 씻는 사람 배려를 전혀 해주지 않은 거나 다름없다.

호화로운 공작가 아래 도련님 소리를 들어야만 하는 카르세인에게 있어서는 불합리를 넘어 크게 진노해도 모자랄 정도였다.

그래서 이 선택지가 뜬 것이다.

씻으려고 하면 이 차가운 물로 인해 플레이어의 캐릭터에다 감기 상태 이상을 부여해버린다.

그렇다고 안 씻고 가자니 몸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이걸 무시할 수도 없다. 게임에서도 도트긴 했지만 더럽게 때가 껴 있었고 언뜻 봐도 마중을 가기엔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튜토리얼에서 안 씻고 갔다가 예의범절도 지키지 않는 놈이라며 가족들과 사용인들에게 호되게 당했었지. 그 뒤로는 상황을 모면해보려 해도 금방 배드엔딩을 봤다.

즉 답은 하나뿐이다.

감기 상태 이상에 걸릴 것을 각오하고 몸을 씻어야 한다. 불합리하고 억울하더라도.

“이야. 참. 좆같은 기억이 떠오르네.”

겨울 이맘때에도 일부러 온수를 꺼버린 어느 여동생 님 덕분에 찬물로 샤워를 했던 기억이 난다.

실수인 척 국을 쏟아 내 몸을 더럽힌 그년 덕에 강제로 몸을 찬물로 씻어야만 했었지.

놀랍게도 이 게임에서도 카르세인은 나와 똑같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내가 씻을 물로 찬물을 준비하라 말한 건 다름 아닌 셋째일 테니까.

이렇게 해두면 씻지 못할 테니 나오지 못하거나 안 나오려 할 거라는 영악한 계획을 꾸민 거다. 그럼 자연스레 혼나는 흐름이 이어질 테니까.

하지만 말이지.

네가 간과한 게 있단다.

-첨벙!

“크하! 시원한데 그래!”

카르세인이 아니라 난 이미 그런 경험을 수도 없이 해본 놈이거든.

찬물이 가득했던 욕조에서 물소리가 다 나며 들어간 무게만큼의 수량이 욕조 밖으로 넘쳐 흘렀다.

오랜만에 당하는 거긴 했지만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피부가 따가워지고 신경이 한기를 넘어 고통을 느끼지만 그 상태로 나는 몸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찬물을 뒤집어 썼다.

“씨발 어디 한 번 해보자고 그래.”

차가운 물이라 거품도 잘 퍼지지 않는 머리카락을 벅벅 부비며 나는 이를 악물고 씻었다.

***

차가운 냉수로 샤워를 끝내고 방으로 나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 예상대로라면 얼른 옷부터 입어야 했다.

-쿵쿵!

“카르세인. 도대체 언제까지 자빠져 자고 있을 거지? 마중을 나가야 하는 상황에 되려 우리가 어머니를 기다리게 만들 셈인가?”

아마도 첫째의 목소리라 추측되는 대사와 함께 문이 두드려졌다.

지체된 시간이 제법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튜토리얼 때도 선택지가 주어진 채 오래 머물면 패배 트리거가 작용해서 배드엔딩이 떴었지.

▶타이머가 작동합니다.◀

▶1분 내에 모든 옷을 갈아입으세요.◀

[ 실패 시 사망합니다! ]

지금 내게 주어진 건 1분인가. 게임에선 주어지는 시간 내에 숨겨진 옷을 찾아 입는 거였다. 이럴 땐 현실이라 다행이었다. 게임 때처럼 개같이 발발기며 제한 시간 내에 옷을 찾으러 갈 일은 없었다.

떡하니 보이는 옷들을 여기저기 주섬주섬 집어 입자 20초 정도의 여유 시간이 남았다.

“야 카르세인. 대체 언제까지 자빠져 자고 있을 거야?”

2차 경고.

대사로 짐작하건대 둘째였다.

시간이 다 되면 문을 콱 열어버리는지라 이게 경고창과 함께 떴었다.

물론 지금은 내가 열면 된다.

-달칵.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바그란드 공작가의 혈통인 벽안 푸른 눈이 나를 향해 쏟아졌다.

무표정한 듯 보이면서도 냉한 아리나. 아니꼬운 표정으로 팔짱을 낀 클레어였다.

“왜 이렇게 늦어? 미리 고지를 하라고 내가 그렇게 일렀는데.”

“늑장이라도 부린 모양이지. 카밀라가 그렇게 대충 일할 리가 없으니.”

늑장은 무슨.

너네 뒤에서 아쉬운 표정이나 짓다가 혀를 빼꼼 내밀며 놀리는 막내 때문인데.

‘…아니. 아쉽다는 표정은 저 녀석뿐만이 아니구나.’

주변에 뜬 흰색 박스들과 이보다 조금 더 어두운 흰색 박스들이 그걸 증명한다.

공작가 사용인 대부분이 이 상황을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준비도 끝냈으니 얼른 가자. 어머니께서 곧 도착하실 거야.”

첫째 아리나의 말에 따라 둘째 클레어 셋째 플로라가 줄줄이 이어 걸으니 나도 얼추 뒤따라 걸었다. 하녀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아 그런 건 들리지 않았다.

복도를 넘어 저택을 빠져나오고. 저택 마당을 넘어 정문이 보였다.

미리 문을 열고 몇 분 정도를 기다리자 공작 부인이 탄 마차가 나타나 마당으로 들어왔다.

시간상 내가 타이머에 제때 맞추지 못했다면 정말로 뒤늦은 마중이 되었을 것 같았다.

마차가 멈추고 공작 부인이 내린다. 세 자매는 누구 할 것 없이 달려가 가장 먼저 어머니를 반겼다.

“다들 추운데 왜 나와 있고 그러니.”

“추운 것보다 어머니께서 고생하신 게 우선이죠.”

“그럼 그럼. 엄마가 제일 고생이지.”

“너희도 참.”

“엄마아-.”

“어머. 오늘따라 우리 막내가 왜 이럴까?”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히히.”

플로라가 얼굴을 부비자 공작 부인은 막내딸의 금발을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사이좋은 모녀지간의 모습이었다.

플로라뿐만 아니라 나머지 두 딸에게도 깊은 관심을 보인다. 이 추운 날에 굳이 왜 나왔느냐는 따뜻한 대사를 던지며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 사이 나에게는 선택지가 떴다.

▶이사벨라의 마중을 나왔습니다.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 1. (버럭 화를 내며)어머니. 저도 있어요. 저는 보이지도 않으세요? ]

[ 2. (으슬으슬한 몸을 감싸며)으으… 너무 추워. 먼저 돌아가볼게요. ]

[ 3. (고개를 숙이며)고생하셨습니다. 어머니. ]

[ 4. (하녀 한 명을 가리키며)저 여자 저한테 찬물로 씻게 만든 거 아세요? 오늘 그 물로 샤워하고 나왔어요! 이게 말이나 돼요? ]

제대로 샤워를 하고 제한시간 내에 맞게 나온 터라 이번 선택지의 난이도가 떨어졌다. 답은 대놓고 3번.

아마 내가 씻지 않고 나왔거나 늦게 나오는 건 물론이고 나오지 않았을 경우엔 저기서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왔느냐고 난 그 동안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답 없이 바로 배드엔딩 직행이지.

‘사실 공작 부인 이사벨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지금 내게 있어서는 돌파구와도 같다.

UI가 뜨고 상태창이 뜨며 선택지가 떴으니 다른 게임의 요소도 분명 있을 터였고 실제로 사람들의 머리 위로 뜬 흰색 박스와 약간 어두운 흰색 박스 역시 이 게임 내적 요소에 해당한다.

저 수치는 깎이고 채워지며 결과에 따라 게이지가 요동치기도 한다.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건 카르세인의 행동. 즉 주인공 캐릭터의 움직임이었다.

이게 바로 답도 없는 막장 게임에서 내가 찾아낸 단 한 가지의 활로.

친밀도라고 정의한 흰 게이지 박스였다.

처음엔 어떤 선택지를 고르냐에 따라 변동하는 정도에 불과하나 친밀도를 적당히 쌓아두면 카르세인과의 관계가 생겨나 대화 내용이 바뀌거나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러한 관계는 선택지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 오로지 적뿐인 공작가에서 아군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현재 친밀도의 현황을 보면 다른 인물들의 머리 위로는 텅텅 빈 흰색 박스나 살짝 색이 어두운 박스만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벨라의 박스만은 그렇지 않다.

[ ■■■□□□□□□□ ]

총 세 칸. 100%로 친다면 30%의 수치가 올라가 있다.

이 시점에서 유일하게 카르세인의 아군이 되어 게임 클리어를 도와줄 수 있는 인물이라면.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어볼 만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영지에 다녀온 어머니를 마중 나온 아들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런데.

“그래.”

내 말이 끝나버리기도 전에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너무 짧다. 같은 자식인데도 반응이 너무 냉담하다. 다른 딸들에게는 그리 온화하고 단란한 장면을 연출하다 카르세인의 인사에 이렇게 반응한다고?

그러다 문득 기분 나쁜 옛날 기억이 떠올랐다.

긴 출장을 다녀온 어머니를 위해 찬물로라도 씻고 마중을 나온 나를 그때도 이렇게 단출한 답으로 대답했었다.

찬물에 샤워를 하고 부랴부랴 나온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이 상황 자체가 썩 달갑지가 않았다. 마치 나 때랑 똑같잖아?

-그래. 고맙구나.

온정으로 가득한 대답을 딸들에게 해주다 내게만 반응이 달랐던 그 모습이 이사벨라에게 그대로 비쳐지는 것 같았다.

“고생했어 엄마. 얼른 들어가자. 식사 준비 돼 있거든.”

“그러자꾸나.”

설마. 설마 아니겠지.

당신만은 그러면 안 되잖아.

그렇지 않길 바란다. 진심으로.

제발 내가 생각하는 상황이 카르세인에게 펼쳐진 게 아니길 바라며 나는 가족 아닌 가족들의 뒤를 따랐다.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