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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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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0

당황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까닭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더니 머지않아 외모나 이성 취향 때문이란 이상한 답을 내놓질 않나.

거래를 하러 왔다고 말하면 오해하지 않을 것을 굳이 약혼 얘기부터 꺼내버리질 않나.

표정 변화도 너무나도 뻔한지라 일순간 참 알기 쉬운 여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약혼 자체가 제 목적이거든요.”

약혼 자체가 목적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쉬운 여자란 말을 당장 취소해야만 했다.

무엇을 얻어가느냐. 그 질문이 어리석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저택이나 땅은 물론이며 영지조차 직접 거느리지 않았고 재산이 부유한가 하면 그것조차 내 것은 없다.

따라서 그녀가 카르세인과의 약혼으로 얻어갈 것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다.

바그란드의 성.

바그란드 공작가라는 소속.

이 두 가지가 카르세인 바그란드에게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모든 것이었다.

‘그래. 여긴 그런 구조로 돌아가는 세상이었지. 내 생각이 짧았어.’

귀족이라는 신분이 드높은 지지대가 되어주는 만큼 가문의 이름이라는 건 어찌 보면 가장 큰 힘.

하르니에의 목적은 약혼 그 자체에 있다고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본래라면 거절해야 했겠지. 카르세인이 가진 마지막 무기가 저 여자와의 약혼을 넘어 결혼으로 이어진다면 그 무기마저 사라지는 셈이니까.

그러나 나는 이 제안을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바그란드란 성을 떼고 보자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카르세인으로서 언젠가 떨어져 나가게 될 때만을 기다리다 죽을 순 없다.

게임 속에서 친밀도에 따라 분기를 바꿀 수 있다고 하지만 변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부터가 이미 커다란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 않던가?

그렇기에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무기를 쥐고 있을 바엔 다른 대비책을 세워놓는 편이 훨씬 더 이롭단 거다.

이건 제안이 아닌 진또배기 거래에 해당하니 말이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당신의 말만 들을 순 없죠. 거절할 생각은 없지만 어떤 조건에서 어떤 목적을 이루고자 하는 건지 알아야겠습니다.”

“…”

그러자 하르니에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예전엔 그렇게…”

뭐라고 한 건진 모르겠다. 하지만 썩 기분나빠하거나 싫어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내 의사도 얼추 잘 전달된 것 같고.

“어떤 조건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서냐고 물었죠? 그래요. 확실히 알려줄게요. 저는 제 손으로 공들여 세운 것들을 남들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아요.”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말씀은?”

“정략혼 때문에요.”

정략혼.

귀족들이 가문과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자식들 사이를 엮어 혼인으로 묶어두는 수단이라고 했던가.

“얼마 전 다른 백작가와의 거래로 제 정략혼이 제시됐어요. 제 인생이 가문을 위해 소모되는 건 죽어도 납득 못 해요.”

옳은 말이다.

자기 인생이 소모품처럼 쓰여 버리다니.

희생양으로 자신이 쓰이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

이런 건 귀족이 아닌 내 입장에서도 충분히 납득한다. 현대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니까.

첫째가 매번 우리 가족에게 도움이 되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만 해도 진절머리가 다 날 정도였다.

“그렇다는 건 아직 정략혼이 체결된 건 아니다 이 말씀이군요.”

“네. 아직은 저울에 올려진 정도에요. 하지만 온갖 남정네들이 저를 눈여겨보고 있죠.”

하르니에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럴 만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품으로 가득 찬 그녀는 단순히 귀족이라는 이유뿐만 아니라 상당한 미인이었다.

언뜻 봐도 10대 후반이란 젊은 나이. 보랏빛의 머릿결과 눈동자. 거기다 남자들이 곁눈질로 눈독을 들일 만한 몸매는 누구라도 탐낼 테지.

저울에 올려졌다 말하는 걸 보면 치열한 쟁탈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불쌍하게도.

“정리해보겠습니다. 정략혼의 위협을 받고 있어 저와의 약혼을 체결하는 것으로 회피한다. 이게 목적이신 거죠?”

“아. 그게 맞긴 한데 한 가지 말씀을 안 드렸네요.”

“또 뭐가 있습니까?”

“기간은 1년이에요. 제가 성인이 되어 테레시아 후작가를 나갈 때까지 그때까지만 저와 말을 맞춰주시면 돼요. 보상이라면 충분히 해드릴 수 있으니까요.”

1년이라는 구체적인 기간까지 제시하자 빈약했던 근거가 전부 해소됐다.

‘나도 공부를 좀 했단 말이지. 귀족들의 사회가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도 좀 알아야 하니까.’

그렇게 알아낸 게 제법 도움이 됐다.

첫째로 반년 만에 부흥기를 맞이한 테레시아 후작가는 현 시점에서 충분한 권세를 잡았다. 백작가에서 후작가라는 작위의 단계가 대놓고 상승할 정도였으니 그만한 호재도 없을 것이다.

헌데 테레시아 후작가의 가주는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채 더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야망으로 넘치는 사내라는 거다.

다만 눈에 걸리는 것이 후작가라 한들 제국 내에서의 서열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바로 밑에서 발빠르게 추격해오는 다른 백작가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손을 써야 했다.

그래서 하르니에가 정략혼의 희생자가 되는 상황인 것이다.

옛날 유럽의 귀족이나 왕족들도 그랬다지. 아들의 경우에는 대를 잇는 것에 집중하고 가문의 딸이나 일국의 공주를 시집보내 휘하에 두려 했었다.

당위성은 충분하다.

둘째로 어째서 1년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테레시아 후작가의 급반등은 사실 의문이 많았다. 기존에 알려져 있던 후작과 그 집안 자식의 성적이 지지부진했는데 그만한 묘안을 낼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의 해답이 바로 하르니에 테레시아라면 가능하다.

백작가 중에서도 뒤떨어지던 가문을 반 년만에 반등시킨 게 사실 그녀의 힘이라면 1년 안에 모종의 수를 짜놓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테지.

만반의 준비를 거쳐 후작가를 나온 뒤 독립한다거나 한다면 말이다.

‘보상이라면 충분히 하겠다고 말했어. 이건 근거 없는 자신감 같은 게 아니야.’

후작가를 나와 귀족의 지위를 잃고도 살아갈 수 있다. 1년이 지나면 성인식을 치러 성인이 된다. 보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 자신감엔 필연적으로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니 더 자세히 들을 필요가 있다.

“이해했습니다. 그럼 1년 동안 제가 뭘 해야 하는 건지 설명해주시죠.”

“단순해요. 약혼 관계가 거짓이 아니란 것만 보여주면 되니까.”

“…그것뿐입니까?”

“정략혼을 피하는 방법이 이것 외에 더 있나요?”

“음…”

하긴 이게 직빵이긴 하겠구나.

이미 약혼자가 있다고 답한다면 꼬일 만한 영식들은 없을 거다. 그것도 무려 바그란드의 성을 달고 있다면 다들 깨갱거리며 물러나겠지.

그런데 내 탄식음이 어째 못 미더운 반응으로 보였는지 하르니에는 눈가를 좁히고서 속사포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추근대는 남자들도 적지 않았어요. 당신과는 달리 웬 늙어빠진 영감님이나 머리카락도 몇 가닥 없는 배불뚝이 아저씨들까지 있을 정도에요. 하지만 그들과 정반대인 당신이 저와 연이 닿았다는 소문이 돈다면 앞서 설명한 두 케이스를 모두 완벽히 견제하다 못해 또 다른 반사이익마저 생기겠죠. 이만한 장점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고 보는 걸요?”

그렇게 눈치를 잔뜩 주고 있다. 아무래도 이건 답정너인데…

별수 있나. 마지못해 대답했다.

“주기적으로 만나드리겠습니다. 이거면 됐죠?”

“꼭 그래주세요. 물론 그런다고 해서 연애 감정을 가지란 건 아니니까 부담 가지지 말구요. 아 참고로 반한다고 해도 안 받아줄 거에요?”

“당연한 말씀을.”

이럴 때도 자뻑은 하는구나.

뭐… 예쁜 건 사실이라 그쪽은 반박할 생각 없다.

“이럴 거면 빨리 좀 받아주지. 흥.”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이제 제 쪽에서 물어볼 차례죠?”

질문에 응답하며 목적을 털어놓은 하르니에가 내게 물컵을 스윽 밀었다. 이번에는 내 차례라는 듯했다.

“카르세인 공자께선 1년간의 약혼 관계를 유지하는 걸로 뭘 원하시나요?”

뭘 원하느냐라.

너무나도 단순한 질문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뭐에요. 그 기분 나쁜 웃음은? 음침하게 그러지 말고 그쪽이 원하는 거나 말해요.”

“그건 다음에 따로 만나서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요.”

“네?”

────?! ──!

“아 그렇군요.”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이 상황에선 중요한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슬슬 이 연회장에 내 모습을 비칠 때가 왔다는 뜻이니까.

▶[ 연회장에 세 번째 소란이 발생했습니다. 테라스에서 나가시겠습니까? ]

[ 1. 나간다. ]

[ 2. 나가지 않는다. ]

첫 번째와 두 번째 소란은 귀족들의 것. 그리고 지금 울려 퍼지는 세 번째 소란은 다른 누군가의 소란이다.

마침 이야기도 마무리됐으니 나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신은 앞으로 카밀라라는 하녀에게 붙여 주세요. 다음엔 계약서부터 잘 준비해 두시고요.”

적당히 말도 붙여 놨으니 문제 없을 거다.

그런데 이걸로는 영 만족하지 못한 건지 하르니에는 테라스에서 나가려던 내 손을 대뜸 붙잡았다.

“어딜 가는 거에요. 기다려 봐요.”

이 정도면 말귀는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닌가?

근데 정말 그게 아니었다.

하르니에는 불만스러운 듯 자기 손수건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말했다.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막 떼면 어떡해요. 그냥 좀 더 있다가 가세요.”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아이 정말!”

그 순간 보랏빛 머리카락이 찰랑였고 스멀스멀 따끔한 통증이 느껴질 즈음 그녀의 손수건은 다시 핏물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따스한 온기와 함께.

“다음에 돌려주세요. 그럼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도 편하잖아요?”

“…”

사용한 손수건을 주고 다시 돌려받으며 만남을 이어간다라. 하긴 제법 좋은 핑곗거리가 될 것 같긴 하다.

“그때 만나요. 카르세인 공자.”

“다음에 뵙죠. 하르니에 영애.”

짤막한 인사와 함께 나는 테라스 밖을 나섰다.

***

연회장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자정이 다가오자 생일을 축하한다며 폭죽 소리와 요란한 갈채소리가 장을 뒤덮었다.

생일을 맞이한 클레어에게 성인이 된 클레어에게. 오늘을 축복해주는 손님들은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녀 역시 환한 미소를 보이며 웃었어야 했다. 가장 행복한 하루였어야 했다.

그러나 장장 클레어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있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한 표정을 애써 참은 채로 누군가를 쭉 찾듯 연회장 곳곳을 쏘다니고 있었다.

‘카르세인… 너…!’

성인식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또 고집을 부리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카르세인의 얼굴에 상처를 낸 것도 사실. 아무런 죄도 없는 애를 때린 것도 사실. 억울할 만한 까닭이 있었단 것도 사실이다. 거기까지는 클레어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제 성인식에 참석 정도는 할 거라 예상했다. 가족이지 않은가.

생일 정도는 축하해줄 줄 알았다. 가족이니까.

뺨따귀를 맞은 앙금이 남았어도 박수소리 한 번쯤은 내줄 줄 알았다. 가족이니까!

그런데 박수나 축하 소리는커녕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체 왜?

도의적인 이유를 떼고 보더라도 바그란드의 성을 달고 있는 이상은 모습을 비추어야 한다. 둘째 누나의 성인식이 코앞에 있음에도 얼굴조차 비추지 않는다면 그건 명백히 선을 넘은 거나 다름없었다.

식이 이루어지는 내내 보이지 않았다.

식이 끝나는 동안에도. 축사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어머니께서 단상에 올라가 목소리를 올리는 동안에도. 그녀의 차례가 다가왔을 때도.

카르세인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다.

결국 식이 끝나자마자 카르세인은 어딨냐며 이사벨라에게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카르세인? 그 아인 헤론이 말하길 먼저 가 있겠다고 했었는데.”

먼저 가 있겠다는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그 뒤로 연회가 시작된 후 한참을 찾아다녔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길 바라면서.

하지만 아무리 연회장을 다 찾아봐도 카르세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찾고 또 찾아도. 카르세인이 낮에 입었던 복장은 비슷한 사람조차 찾지 못했다.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 클레어는 결국 화기를 분출하고 만다.

“내 성인식은 아예 오고 싶지도 않단 소리야?!”

아무리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한들 생일을 축하해주는 자리엔 참석해야 하는 게 아닌가?

같은 바그란드의 성을 가진 가족으로서 화가 잔뜩 날 수밖에 없었다.

“클레어 아가씨?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너희. 당장 이 연회장에서 사람 한 명 찾아 봐.”

열불이 난 클레어의 목소리를 듣고 하녀가 찾아왔다. 하지만 사람을 찾아보란 말은 영 내키지 않을 것이다.

카르세인 바그란드.

그 이름을 듣자마자 사용인들은 이미 고개를 절레절레 젓거나 체념한 채로 찾는 시늉을 해댔다.

당연히 그를 찾아온 사람도 없었다.

“찾아 오라고! 없을 리가 없잖아!!”

사용인들이 바짝 굳기 시작하고 언성을 올리자 아리나가 클레어를 제지했다.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라. 이 건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언니.”

“클레어. 너도 이쯤 되면 알잖아. 카르세인은 네 성인식도 참가할 생각이 없었던 거야.”

“…”

분하지만 클레어도 장녀의 대답에 무게가 실린다. 본인도 이미 어느 정도는 그리 생각하고 있었던 탓이다.

“그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 맞은 게 억울하다 치더라도 가족 생일 날에 얼굴 한 번 안 비추고 싶을 정도냐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어머니를 속였잖아. 저택으로 돌아가면 내가 직접 추궁해볼게. 뭐 돌아오는 대답이야 어차피 기대도 안 하겠다만.”

화가 나도 넌 오늘의 주인공이다. 경사스러운 날에 화를 내서 망가뜨리지 말아라. 우리가 그만큼 대신 더 축하해줄 테니까. 저 많은 손님들이 너 하나만을 축하하기 위해 찾아왔다.

아리나는 그렇게 동생을 달랬다.

그러나 끝내 제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지도 않다는 듯 모습을 보이지 않은 카르세인을 클레어는 그대로 넘길 수가 없었다.

“클레어!”

“놔 언니. 그 자식 면상을 보고 직접 얘기해야 할 거 아냐!”

“진정해. 여긴 다른 귀족들도 보고 있단 말이야!”

아마 저택으로 돌아가는 순간 이 분노를 그대로 쏟아내서 다른 한쪽 뺨에 휘둘렀을지도 모른다. 

눈앞에서 카르세인이 떡하니 나타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난 쭉 여기 있었는데. 무슨 얘길 하겠단 거야?”

“너 너…!”

“…카르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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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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