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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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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

켈비아 알레르기에 이은 무기.

손수건의 효과는 확실했다.

피 묻은 손수건이 이사벨라의 두 눈에 담겼다.

굳어가던 인상은 놀람으로 바뀌고 이내 당황으로 물들었다.

“이 손수건은…”

피가 묻었다는 건 카르세인의 아직 낫지 않은 뺨의 상처에서 흐른 피일 것이며 손수건의 주인과의 만남이 있었음을 증명한다.

“왜 늦으셨냐고 물으셨죠. 테라스에서 하르니에 영애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생긴 상처가 덧나 피가 다시 흐르는 바람에 그 손수건을 빌렸고요.”

“…그런 일이 있었니.”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왜 늦었는지에 대한 답이 되지 않으시겠죠?”

끄덕.

당연히 그렇겠지.

나도 그래서 좀 더 준비를 해왔다.

“그래서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최근 제게 도착하는 서신이 있었습니까?”

“아니. 그런 건 없었다.”

“만약 그 서신들이 있었는데도 걸러지고 있었다면 어쩌실 겁니까?”

“…뭐라고?”

일반적인 무기가 아닌.

폭탄으로.

“하르니에 영애께서 의아해하시더군요. 몇 번이고 제게 서신을 보냈는데도 답이 오지 않는다고. 그럼 그 서신들은 어디로 갔을 것 같습니까?”

달그락.

이사벨라가 들고 있던 찻잔이 확 기울어지며 테이블을 적셨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그녀는 그제야 심각성을 느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자세히 말해보거라.”

폭탄 효과 한 번 좋구만.

“저번 달엔 자그마치 스무 통 이상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중 하나도 도착하지 않으니 이에 연유를 묻고자 제게 직접 찾아왔고요.”

“스물… 이라고. 그럴 리가 없다. 공작가에서 너희들의 서신을 누가 그렇게 함부로…”

“참고로 전 마지막으로 도착한 서신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이에 진의를 파악하려 했을 뿐이고요.”

이로써 세 가지 문제점 전부를 해소했다.

지각에 복장 불량에 거짓말까지 단 한 번에 내 결백을 만들어냈다.

귀족으로서도 바그란드 공작가의 일원으로서도 걸맞는 태도를 보이라는 것 역시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

설령 주장 속에 일부 거짓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뭐가 문제란 말인가.

“일단 헤론을 불러 조사해 보마.”

아직 의문에 잠긴 채로 날 바라보는 이사벨라에게 다시 한 번 일침을 가했다.

“아니요. 필요 없습니다.”

“카르세인?”

“그냥 제 잘못인 걸로 치겠습니다. 이렇게 의심받을 정도면 전 딱 그 취급이나 받고 있었던 모양이죠.”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 기분이 나쁜 건 알겠다만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카르세인.”

“이만 가보겠습니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아서요.”

당신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은 듣고 싶지도 않아. 나와서도 안 될 일이고.

설령 그런 말이 튀어나온다 하더라도 이 녀석은 과연 그걸 좋아할 것 같아?

장담하는데.

오히려 역겨워할 거야.

그래서 나는 말할 틈조차 주지 않고 재빨리 일어서서 나가려 했다.

바로 그때.

선반 위에 보이는 한 물체가 환히 빛나기 시작했다.

‘이 분기에서 등장하는 메모리얼인가.’

그래. 뭐 어떤 좆같은 게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 번 봐두기나 하자.

서신에 손을 대자 눈앞이 점멸했다.

‘뭐야. 아무런 변화도 없잖아?’

그렇게 생각했을 찰나.

이곳에 나와 이사벨라뿐만이 아닌 아리나가 앉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사벨라의 집무실.

이 장소 자체가 메모리얼이 비추는 곳이었던 거다.

두 사람은 아주 단순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대로 카르세인을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한 대사만으로도 내용이 짐작할 만한 수준이다. 하도 사고를 많이 치는 카르세인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음 대사는 짐작하지도 못했던 내용이었다.

이 짧은 대화를 끝으로 메모리얼은 나를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냈다.

‘하 씨발.’

욕이 절로 나온다.

이건 관심이 없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사이 이사벨라의 손이 내 어깨에 닿았다.

“카르세인. 잠시만 앉아 보거라. 방금 그 태도는─”

탁.

불쾌감에 그 손을 거칠게 쳐냈다.

“너…!”

어째서인지 지금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짐작이 간다.

이 표정을 절대 이사벨라에게 보여선 안 된다는 직감도 섰다.

침착하게. 냉정하게.

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차고 올라왔더라도 참고 나가야 했다.

그러나 끝내 한 마디가 입에서 튀어나오고 말았다.

“약혼녀랑 보낸 밀회를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

거센 소리를 내며 닫혔던 집무실 문은 얼마 안 가 다시 열렸고 그 이후 시간이 흘러 또 다시 문이 열렸다.

“조사하시라 명했던 것을 들고 왔습니다.”

“어떻게 되었는가.”

“그것이…”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고민하던 헤론이 할 수 없다는 듯 보고서를 내밀었다.

“서신의 총량이 달랐습니다. 다른 아가씨들이나 마님께 도착하는 것들이야 문제없이 도착했습니다만…”

“카르세인의 것은… 개수가 맞지 않았단 건가?”

끄덕.

“아무래도 하녀들의 손을 거쳐가는 과정에서 새어 나갔거나 폐기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카르세인 도련님께선 서신을 직접 받은 적이 없으시니까요.”

“기간은… 언제부터로 추정되는가.”

“잠깐 살펴본 것만으로도 몇 개월 단위가 훌쩍 넘습니다. 테레시아 후작가뿐만 아니라 범위를 늘려 본다면 년 단위로도 사라졌을 수 있을 거라 추정됩니다.”

“하아 어째서 또 이런… 차라리 거짓이길 바랐거늘.”

이사벨라가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뱉어냈다.

“전면 조사는 이미 해두었습니다. 다만 내부 인력만으로는 사태를 묻어버릴 가능성이 있어 외부 인력을 고용했고요.”

“그래. 고맙네.”

그리 한탄하던 이사벨라에게 헤론이 입을 열었다.

“마님. 주제 넘게 말씀드리자면 이건 거짓이길 바라시면 안 되는 일입니다.”

“헤론?”

“도련님께 그리 무심하셨던 건 마님이십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렸듯 카르세인 도련님께만은 벽이 세워져 있으십니다.”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오는 건가.”

“한 번도 아닌 두 번이지 않습니까.”

켈비아 알레르기가 있는 줄도 모르고 외면했던 전례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또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어째서 카르세인은 늦게 온 것일까.

어째서 카르세인은 거짓말을 했고 왜 사용인들의 정복을 입고 왔을까.

그 이유를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던 게 화근이 됐다.

식당에서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한 번만 물어봤다면. 뭔가 문제라도 있냐며 물어보기라도 했다면 좋았을 텐데.

이사벨라는 그러지 않았다.

여전히 편견에 쌓인 시선을 가진 탓이었다.

이 편견을 헤론은 반드시 부숴야만 했다.

일이 커져 더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치닫지 않게끔.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 더 빡빡하게 조사를 시켜 카르세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도록 하란 의미일 테지?”

“아닙니다. 마님.”

“그것이 아니라고? 허면… 이에 맞는 상을 내리면 되는가?”

헤론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기선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셨어야 합니다. 마님.”

“사과를 해야 했다고…?”

“만약 다른 아가씨들이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도련님처럼 이리 불러 꾸짖으셨을 겁니까?”

“당연한 말을 하는군. 그 아이들의 잘못이라도 따끔하게 지적했을 거라네.”

“마님…”

쓴 표정을 짓던 헤론이 해가 지난 달력 하나를 들고 와서 펼쳤다. 이사벨라가 작년에 쓰던 달력이었다.

손가락으로 한 날짜를 가리키며 그는 다시 물었다.

“이 날이 무슨 날인지. 기억은 하고 계십니까.”

헤론의 손가락이 가 있는 달력엔 동그라미 표시가 쳐지다 만 상태였을 뿐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사벨라가 잘 모르겠다는 듯 갸웃거리자 헤론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달력을 바로 옆에서 보여주었다.

“이래도 모르시겠습니까. 마님.”

이번에는 제법 목소리에 중압감이 실린다. 일개 집사로서 공작 대리인에게 드는 따끔한 회초리였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그란드의 충신인 그가 이런 말을 함부로 할 리는 없다.

두 달력을 집중해서 번갈아 보던 이사벨라는 결국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마님. 같은 애정을 받지 않았다고 벽이 세워져 있는 느낌이라 말씀드린 건 바로 이것입니다. 마님께서는 도련님을 아가씨들과 동일한 자식으로 보고 있지 않으신 겁니다.”

중요한 날짜를 기입할 때만 쓰는 펜으로 똑바로 쳐진 동그라미와 클레어의 생일이라 쓰여진 1월 1일.

1선이 아닌 2선의 펜으로 덜 쳐진 동그라미와 아무 내용도 존재하지 않는 12월 31일.

두 날의 대우는 틀려도 확연히 틀렸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선이 이미 비틀려 있다. 이 차이를 헤론은 명료하게 짚어냈다.

“내가… 그런…?”

그제야 이사벨라의 눈이 번뜩 뜨였다.

제 딸들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먼저 물어봤을 것이다. 이유가 있느냐고. 왜 그렇게 행동했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카르세인이었기에.

제 배 아파 나온 자식이 아닌 주워온 자식이었기에.

애정이 아닌 일말의 죄책감만이 남아있었기에.

그래서 이미 흐려진 눈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헤론. 카르세인은 지금 어디… 아.”

이사벨라의 머릿속에서 문득 카르세인이 방을 나서기 전 뱉었던 말이 떠올랐다.

기분이 나빠져서 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분명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

할 수 없이 그녀는 펜을 쥐는 쪽을 선택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헤론은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아마도 관계가 호전되긴 어려울 것이다.

***

‘하필이면 그딴 걸 봐버리다니.’

방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화부터 삭히고자 욕실로 들어갔다. 속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참을 수 없어 찬물로 세안을 해야 했다.

찬물이 찰랑거리며 열기를 조금씩 식히니 그제야 정신이 좀 돌아오는 것 같다.

그렇기에 마지막 그 한 마디는 분명 잘못됐다.

“아오. 난 또 왜 정략혼 얘기를 봤다고 해서 그렇게 받아친 건지.”

내가 본 메모리얼의 장면이 그랬다.

아무리 가르쳐도 교화되지 않는 짐승과도 같은 카르세인을 차라리 정략혼을 시키는 게 어떠냐는 대화가 모녀간에 오갔다.

그래서 홧김에 말해버린 거다.

약혼녀와 밀회를 보내고 있었다고.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다.

“후. 진정하자. 슬슬 준비해야 할 시간이니까.”

하르니에는 대화를 나눴던 당일 카밀라를 통해 서신을 보냈다.

서신엔 오늘 만남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있었기에 얼른 준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세안을 끝낸 뒤로는 카밀라를 불렀다.

“부르셨나요. 도련님.”

카밀라가 눈치를 보며 빨래통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내 손을 살핀다. 또 걸레가 쥐어져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시선이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 위에서는.

[ 카밀라 ]

[ 친밀도 : 17% ]

3일째로 크게 상승해 15%를 넘긴 친밀도 박스가 일렁이고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이 올라 있어?’

데드 트리거 관리 차 요즘 부쩍 카밀라가 할 일감을 그대로 내버려두긴 했지만 그게 이렇게 많이 오를 정도인가?

잘 모르겠다.

그건 됐고 이참에 말해두자.

“호들갑 좀 그만 떨어. 앞으로 안 그럴 테니까 이제 그렇게 일찍 좀 오지 말고.”

“하지만…”

“안 그런다고 두 번 말했다. 세 번까지 말하게 만들래?”

“아 아니요! 똑바로 알아들었습니다. 주의할게요.”

매번 내 방에 들어올 때마다 눈치를 살피면서 일을 못하게 막으려는 눈치가 보이니 저게 더 거슬린다. 이럴 거면 차라리 일감을 줘버리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다.

“것보다 카밀라. 곧바로 외출 준비를 해줘.”

“외출이요?”

첫 일정 시간이 다가온다. 약혼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첫 단초는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

“사람 한 명을 만나야 하거든. 상대가 귀족이야. 그것도 제법 명문의.”

“네. 바로 마부에게 전달해 놓을게요.”

그렇게 카밀라가 다시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헤론 집사님?”

“실례하겠습니다. 도련님.”

헤론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뒤에 하녀들과 시종들을 주렁주렁 단 채로.

그 모습을 보자마자 신물이 올라왔다.

‘하 씨발.’

이사벨라가 알아차린 거다.

카르세인의 생일을.

생일을 알아차린 것 자체부터가 어쩌면 기적일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다.

하루 늦게 알아차린 생일을 이제야 언급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이 그대로 비치는 것 같다.

아니. 언급조차 아니지.

“늦었지만 마님께선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들어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이라도 생일 파티를 원한다면 열어줄 것이고 옷을 원한다면 유명 부티크를 불러들일 생각이며 보석이 잔뜩 달린 장신구를 원한다면 보석상을 부르실 예정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직접 오지도 않고 이렇게 남을 불러 전달하는 거니까.

그러면서 돈을 써서라도 내게 무언가를 쥐여주곤 그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려고 한다.

생일 파티? 유명 부티크? 보석상?

다 필요 없다. 카르세인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세 자매의 취향을 그대로 덧씌워놓은 꼴이 우스울 지경이다.

어떻게 이런 모습까지 역겨울 만큼 똑같은 건지.

필요 없다.

아무리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 사과하려 한들 아무런 소용도 없다.

하지만.

-띠링!

▶생일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반응하시겠습니까?

역시나.

선택지는 나를 그러게 내버려 두지 않을 테지.

그러니 나는 여기서 확실히 정했다.

“다른 건 다 됐고. 여기 있는 것들만 받을게. 근데 말이야. 요즘 하녀들이랑 시종들이 엄청 바쁘다던데 맞지?”

“…예. 최근 바쁜 일이 좀 많습니다.”

“그 정도면 성과금이 있어야 하잖아. 안 그래?”

전부 받지 않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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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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