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27

You can change the novel's language to your preferred language at any time, by clicking on the language option at the bottom left.

Chapter 27

“계산 다 됐수. 저 아가씨가 낸 돈까지 합치니까 딱이네.”

돈이 부족할 줄 알고 쫓아낼 기미를 보이던 상인은 금세 속물의 모습으로 돌아와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거래가 완료되었음에도 마음이 썩 편치 못했다.

게임 속의 전개와 똑같은 진행을 거치며 최상의 대비를 마쳤다지만 그럼에도 저 돈의 전부를 내가 직접 지불해 구입하지 않았다는 게 영 찝찝함을 남겼다.

심지어 편찮은 어머니의 약값을 위해 공작가에서 일하고 있는 게 카밀라다. 그 일부 돈을 지불한 게 돈에 제법 예민하게 반응할 그녀가 대신 냈다는 점이 걸리고 또 걸렸다.

“다 포장 됐수. 더 필요한 건 있는 거요?”

“아니.”

더 생각해봐야 답이 나올 리 있나.

그래. 일단은 돌아가자.

무슨 생각으로 일부 돈을 떼어준 건지는 모르지만 게임에서도 데드 트리거가 카밀라라는 등장인물과 관련해선 지독하리만치 끝까지 남아있었던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겠지.

▶에피소드 IV의 외출 분기가 진행중입니다!◀

▶말을 타고 바그란드 공작가로 돌아가세요.◀

어쨌거나 캐묻는 건 나중이었다.

마침 상태창도 그리 움직이라 답하고 있다. 주변을 살펴봐도 해가 저물기 직전이고. 정황이 어떻건 간에 빨리 여기서 떠야 했다.

저물기 시작한 해와 모습을 조금씩 드러낸 노을 사이 나는 말없이 고삐를 쥐고 흔들 뿐이었다.

.

.

.

어느덧 해가 완전히 져버리고 노을마저 걷히자 나는 카밀라와 함께 공작가에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카밀라는 말을 타는 내내 조용하더니 아직까지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솔직히 먼저 말을 걸어올 법하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합니다.”

말에 오를 때 말에서 내릴 때.

지금처럼 감사 인사를 표한 것 외에는 어떤 대화도 이어지지 않았다.

‘뭔가 꿍꿍이가 있나?’

주인인 카르세인이 목줄을 쥐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는 이상 카밀라에게 있어 이는 반격의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서로 약점을 잡고 있다면 협상의 여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미리 이 상황을 대비하려고 움직인 거지만…

그녀는 마차를 타고 공작가로 도착한 현재까지도 묵묵부답이었고 마구간에 도착한 마부가 자리를 뜨자 그제야 첫 운을 떼었다.

“물건들은 제가 바로 들고 갈게요. 도련님. 먼저 들어가 계세요.”

“됐어. 내가 직접 들고 가는 게 뭐가 어렵다고.”

“저어 피곤하실 텐데 얼른 들어가 쉬시는 편이 낫잖아요.”

“…고작 거기 한 군데 다녀왔다고 피곤하진 않아.”

“그래도 이런 건 아랫사람이 직접 하지 않으면 모양새가 나빠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도련님.”

어째 카밀라의 반응이 묘했다. 평범하게 물건을 들고 가는 것 치고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피곤할 테니 들어가 쉬는 편이 좋다던가.

아랫사람이 직접 하지 않으면 모양새가 나빠진다던가.

카밀라는 심기를 거스르려 하는 눈치야 있다지만 듣기 좋은 말을 부러 하지는 않는 타입이었다.

‘그렇단 건…’

곰곰이 머리를 굴려 본다.

사실 카밀라는 이전부터 징조를 보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와 엮여 생겨난 데드 트리거 하나 하나에서 사연이 섞여있었던 만큼  이러한 반응에는 분명히 어떠한 징후가 존재할 것이었다. 게임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럼 그런 떡밥을 언제 보였느냐가 맹점인가.’

시기를 하나 하나 따져보기 시작했다.

물건을 고를 때? 상점 주인의 눈을 피할 때?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아니. 여긴 아니다. 징후를 보인 게 없으니 좀 더 앞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앞으로. 또 앞으로 기억을 되감다 보니 의미심장한 대화가 생각난다.

-어디로 가시는 건진 모르겠지만… 저를 데리고 가시면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마부가 도련님의 이동 반경을 주시하는 것 같았어요.

마부의 주시를 알리며 자신을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하던 그때다.

여기까지 기억을 떠올렸다면 카밀라의 의도를 얼핏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얼른 여길 떠버리길 바란다는 거군. 그걸 보고하라 명한 누군가와 마주치기 전에.’

그럼 더더욱 자리를 떠선 안 된다.

“어딜 이리 늦게까지 다녀오시는 건가요. 카르세인 도련님.”

유리한 싸움은 애초에 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에피소드 III. 클레어의 성인식을 마무리하고 나면 카르세인에겐 주로 두 가지 분기가 주어진다.

연무장을 찾아가는 분기와 외출 분기.

어느 쪽이건 카르세인에게 진짜 선택의 구간이 생겨나는 때였다.

전자를 선택하면 아리나의 친밀도를 올릴 수 있다. 이는 카르세인이 과거에 저지른 일을 만회한다는 인식을 쌓아 올리는 분기로서 아리나뿐만 아니라 추후 생겨날 데드 트리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페널티로 연무장 청소를 해야 한다는 점. 이건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기도 하고 카르세인의 몸을 생각하면 제법 힘들 거다.

후자를 선택한 현재의 경우 이사벨라의 부름을 무시할 수 있다. 생일 선물이라는 정당한 권리를 누리며 정해진 시간 동안 자유 행동이 가능해진다.

지금처럼 미리 아이템을 입수해놓을 수 있단 장점이 있어서 이걸 고른 거지만… 페널티로 엠마를 만나 위기를 맞는다.

좀 더 빨리 왔다면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하르니에와 계약하는 시간도 있고 연인 행세를 위해선 빨리 돌아오기도 꺼려졌었다.

그래서 이 페널티는 어쩔 수 없다.

“도련님께서는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바뀌시는 게 없으시군요. 해가 이리 질 때까지 밖을 쏘다니다 오실 줄이야. 어찌 이리 경망스러운 행동만 골라 하시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엠마는 기다렸다는 듯 외출을 다녀온 내 행동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풋.”

“바 방금 무슨…! 절 비웃으신 겁니까!”

어이가 없어서 육성으로 비웃고 말았다. 이에 자존심이 긁힌 엠마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며 노발대발했다.

그 와중 아직 선택지는 뜨지 않았나.

저 대사를 볼 때마다 네가 뭔데? 라는 말을 내내 속으로 삼켰었다. 마침 선택지도 안 떴으니 딱이었다.

“여전히 허리가 뻣뻣해? 엠마.”

“…!”

기세등등했던 엠마의 얼굴은 그 순간 당황으로 물들었다.

“아니 아닙니다. 카르세인 바그란드 도련님.”

당황하는 것도 잠시. 이번에는 똑바로 허리를 숙이더니 내 이름을 틀리지 않고 성까지 붙여 답했다.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는 건 절대 원치 않는 듯 재깍 허리를 숙이거나 발음 하나 새지 않으려는 모습이 퍽이나 우스꽝스러웠다.

제법 치욕스러웠을 테지. 바그란드 공작가의 하녀장이라는 고귀한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여자가 고작 빈민촌의 떨거지에게 사죄를 입에 담아야 했었으니.

절대로 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을 경험일 거다.

인사를 끝낸 엠마는 이를 바득 물며 반격에 나섰다.

“공작가의 하녀장으로서 도련님께서 허락도 없이 외출을 하신 이유를 물어야겠습니다. 왜 그러셨죠? 또 이런 식으로 마님의 환심이라도 끌어보시려고 한 겁니까?”

“흐음? 허락 없는 외출이라니. 무슨 소리지? 페셀로스 제국의 귀족은 고작 하녀장에게 외출 자체도 허락을 받아야 하는 문화가 있었던가?”

어디 말해보란 식으로 나오자 엠마가 움찔거리며 당황했다. 표정이 썩 좋지 않은 게 자존심이 구겨진 게 훤히 보일 정도였지만.

엠마가 움찔대며 당황하는 것도 아주 잠깐뿐이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감히 제가 도련님의 외출을 허락하고 할 수 있을 리 없지요. 하지만 도련님은 외출을 하시려거든 아리나 아가씨께 허락을 맡으셨어야 했습니다.”

저렇게 믿는 구석이 있으니 말이다.

-띠링!

여기서 선택지는 딱 맞추어 뜨기 마련이다.

이러나 저러나 불합리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감정적으로 엠마에게 달려드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따라서 나는 이 판도를 먼저 살살 뒤집어야 한다.

예전부터 결백을 주장하는 방식을 써서.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내가 외출을 하는 데에 아리나의 허락이 왜 필요하지?”

“도련님의 외출에는 항상 첫째 아가씨의 허락이 필요했을 텐데요. 혹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고 왔단 생각이 들었는지 엠마는 다시 당당한 태도로 말을 이었다.

“공작가에서의 일뿐만이 아닙니다. 연무장에서도 첫째 아가씨의 성인식 날에서도 도련님이 망쳐버린 영지에서도 그러셨지요. 이뿐만 아니라 하도 사고를 치시니 외출에 제한이 걸리지 않으셨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땐 실제로 카르세인이 계속 외출 제한이 걸린 채였다. 설령 가족 전원이 참석해야 하는 장소라 하더라도 혼자 내버려 두지 않으려고 감시를 단단히 붙이기도 했으니까.

허나 이건 얄팍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확신하며 이 자리를 뜨지 않은 것이다.

확실하게. 아무 모순도 없이.

엠마의 주장을 꺾을 만한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제 떡밥 투척을 해 볼까.

“외출을 제한했다면 카밀라를 통해 내 귀에 가장 먼저 닿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나는 그런 얘긴 못 들었는데.”

“글쎄요. 도련님께서 혹시 잊으신 건 아니신지.”

“아하 내가 잊었다? 카밀라가 직접 얘기를 꺼냈는데도?”

“꼭 그게 아니더라도 거짓말을 자주 입에 담으셨지요. 잊었다고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고요.”

“그럼 다른 이유로 외출을 했다고 하면?”

“도련님. 죄송하지만 도련님이 외출하는 데에 다른 이유 같은 게 붙을 리가 없잖습니까? 얼른 첫째 아가씨께 가서 싹싹 비시지요.”

엠마는 보기 좋게 내가 던진 떡밥을 물었다.

두 번도 아닌 세 번까지. 확실히 물어 놓지 않고 있었다.

“이거 너무한데 엠마. 나는 정말 중요한 이유로 외출을 했는데 이걸로 오히려 허락을 안 받았다고 아리나에게 빌어야 한단 건가?”

그러자 떠 있던 선택지가 전부 사라지며 한 사람이 급히 대화에 끼어들었다.

“카르세인 네가 언니한테 빌어야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크 클레어 아가씨.”

반갑다. 핑크머리야.

***

내 입장은 상당히 불리한 쪽에 속한다. 카르세인의 외출은 여러모로 공작가에서 좋지 않은 쪽으로 시선이 쏠려 있기도 하고.

기사들이 자신을 모욕했다고 검을 뽑아 달려든다던가.

마찬가지로 공작가 내에서 하녀에게 모욕을 당했다며 소란을 일으킨다던가.

아리나의 성인식 때 그 짧은 찰나 귀족 한 명을 때려 눕힌다던가.

영지 경제를 파탄 냈다며 온갖 보고서와 탄원서를 받게 된다던가.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외출한 것만으로도 카르세인은 또 말썽을 일으킬 거라는 확신이 깃든 상태.

안 좋게 볼 만한 건덕지가 차고 넘치기에 바깥으로 나가 무슨 기행을 저지를지 모르겠다는 인식이 박혀있어 한없이 불리한 입장에 놓여져 있다.

따라서 엠마와 정면으로 맞붙게 되면 백전백패한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더라도 가족들의 친밀도가 깎이는 걸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듣는 귀가 늘어난다면 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안 그래? 엠마.

-움찔!

눈빛으로 그리 답하자 엠마의 안색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나한테 얘기해 봐. 무슨 일이길래 엠마랑 싸우고 있어?”

이야. 배드엔딩만 갖다 주는 클레어가 그렇게 싫었는데 지금만은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선택지도 친밀도를 미리 관리해놨던 탓에 전부 괜찮은 것들뿐이었다.

나는 너스레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해줬다.

“하녀장이 나한테 그렇게 말하잖아. 외출 허락도 안 받고 밖에 나갔으니 아리나한테 싹싹 빌라고.”

“흐음. 그런 이야기였단 말이지.”

턱을 매만지며 나와 엠마를 번갈아보던 그녀가 말했다.

“하도 네가 사고를 많이 쳤으니까 문제를 제기할 만도 하잖아. 이건 네 업보야.”

“그래서. 나더러 아리나한테 싹싹 빌러 가라 이 말이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뭐 때문에 외출을 했는지만 말하면 크게 문제 없을 것 같아. 어디서 사고를 치기라도 했으면 내일 중으로 저택에 서신이 올 테니까.”

그 말에 엠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반대로 나는 입꼬리가 입에 걸릴 것 같았고.

“그래서 뭐야? 뭐 때문에 바깥에 나갔다 온 건데?”

이런 기회는 절대 놓치면 안 된다.

“생일 선물.”

“뭐?”

“어머니께서 내 생일 선물로 외출 허가를 내렸다고.”

클레어의 눈동자가 크게 요동쳤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생일 선물이라니?”

“아. 맞다. 너도 잘 모르지?”

말을 더듬으며 혼란에 접어든 클레어에게 나는 한 번 더 비아냥거리며 말해주었다.

“내 생일 12월 31일이야.”

그 순간 클레어의 눈동자가 빛을 잃었다.

다음화 보기

If you have any questions, request of novel and/or found missing chapters, please do not hesitate to contact us.
If you like our website, please consider making a donation:
Buy Me a Coffee at ko-fi.com or paypal
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