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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Chapter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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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9

이번에도 카르세인의 잘못은 없었다.

외출의 이유는 너무나도 정당했고 그걸로도 모자라 충분한 납득이 이어졌어야 했다.

그러나 해선 안 되는 말을 입 밖으로 내버렸다.

“하도 네가 사고를 많이 쳤으니까 문제를 제기할 만도 하잖아. 이건 네 업보야.”

하도 사고를 많이 쳤다.

그래서 문제를 제기할 만도 하다.

네 업보로 인해 의심을 살 만한 상황이니 대꾸하지 마라.

바보 같이 거기서 오히려 그렇게 대응해버린 것이다.

실언이었다.

멍청한 판단이었고 명백한 잘못이었다.

켈비아 알레르기라는 이전 사례를 통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걸 알고도 큰 실수를 저질러 버리고 말았다.

이것뿐이었다면 카르세인도 속상해하는 정도에 그쳤겠으나… 그보다 더한 짓을 저질렀다.

속상하다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다.

그걸 넘어 상처를 남겨 버렸다.

아주 지독하고 깊은 상처를. 흉할 정도로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아직 늦지 않았을 거야…!’

엠마에게 호된 경고를 주고 저택으로 들어온 클레어는 발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생일 선물? 늦은 만큼 더 호화롭게 챙겨줄 것이다.

잊고 있었던 시간 만큼 두둑이 챙겨줄 것이다.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자신보다 더 호화로운 파티를 열어줄 것이다.

늦었지만 그래도.

누나로서 해줄 수 있는 건 다 해줄 셈이었다.

카르세인이 만족할 때까지.

-똑똑.

“카르세인. 아직 자는 거 아니지? 잠시만 문 열어볼래?”

만회의 기회가 남았음을 생각하며 카르세인의 방을 두드린 클레어.

카르세인의 목소리는 방 안에서 들려오지 않았다. 방 안에서 미동 하나 없는 반응에 클레어는 방문을 더 두드리기 시작했다.

“문 좀 열어봐. 네가 기분 나빴다는 거 알아. 그러니까 얼굴 좀 보고 얘기하자. 응?”

그럼에도 방 안은 조용했다.

쿵쿵!

마음이 조급해진 클레어가 방문을 더 크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카르세인! 문 좀 열어 보래도?”

그렇게 재촉이 몇 번이나 이어지자 드디어 문이 열렸다.

클레어는 드디어 대화라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희했으나 방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카르세인이 아닌 그의 하녀였다.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카밀라는 카르세인의 말을 전달했다.

“도련님께서는 대화를 나누길 원치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클레어 아가씨.”

“뭐…?”

“이유는 아가씨께서 더 잘 아실 거라고도 하셨어요.”

방 안으로 들어가면 무슨 말을 할 것인지부터 떠올렸다.

필요한 게 있다면 이번엔 의심 한 번 하지 않고 들어줄 거라 약속할 생각이었다.

오늘의 기억은 아예 잊어버릴 수 있도록 원하는 날에 원하는 방식으로 가장 행복한 생일 파티를 계획해 제안하려 했었다.

그러나 카밀라의 한 마디에 클레어의 들뜬 마음은 일순간에 식는다.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대화를 나눌 기분이 아니라고 하는 단호한 축객령에.

클레어는 입술을 달싹이다 카르세인의 말을 전달했던 카밀라에게 조심스레 물어본다.

“…많이 화났대?”

카밀라의 말마따나 그 이유는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안 그래도 상처로 가득했을 것이다. 생일날 관심 한 번 가져주지 않은 데다 선물 하나 받지 못했는데 고작 외출 허락이라는 초라한 선물을 받고도 이를 의심 받았다.

다름 아닌 생일을 축하해주어야 할 대상인 가족으로부터.

카밀라는 이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니.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는 편이 옳겠지. 심기가 거슬렸다는 것쯤은 뻔히 눈치챘을 테니까.

“알았어. 오늘은… 이만 돌아갈게.”

드물게도 오늘은 클레어의 어깨가 축 처진 날이었다.

-띠링!

***

“후우.”

집무실에서 이사벨라가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으며 한숨을 쉬었다.

제 아이들의 안락한 일상을 위해.

부유하고 풍요로운 나날을 위해 언제나 펜을 바삐 굴렸었다.

그러나 영 손에 일이 잡히지 않는다.

공작가의 안주인이자 가주 대리로서 해야 할 일은 터무니없이 많은데도.

스윽.

“…”

탁.

이사벨라의 펜이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영 펜이 잡히지 않는 듯 그녀는 물끄러미 소파를 보았다.

항상 이 시간이 되면 왔었던 카르세인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언제나 자기가 할 말이 있다며 아침 문안을 핑계랍시고 찾아오곤 했다.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이 어린 아이의 투정을 들어주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이조차도 하나의 일과로 여기며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했었다.

하지만 막상 자리가 비어 있으니 큰 이질감이 느껴졌다.

-앞으로 아침 문안으로는 찾아뵙지 않겠습니다.

어느 날부터 다시는 아침 문안으로 찾아오지 않겠다고 말했었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거짓말일 줄 알았고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로도 얼마든지 찾아오리라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리라 예상했다.

헌데 이런 뻔한 예상과는 달리 카르세인은 정말로 찾아오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아침 문안으로는 찾아오지 않았다.

켈비아 알레르기 때문에 이번엔 반드시 찾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음에도 카르세인은 결코 이사벨라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

-스윽.

“…왜 오지 않는 거니. 카르세인.”

이사벨라가 속이 쓰린 듯 지난 해 달력의 12월 31일을 문질렀다.

그렇다.

그녀가 펜을 놓은 이유는 다름 아닌 카르세인 때문이었다.

늦게 생일을 알아차린 것으로도 모자라 생일 선물을 주었음에도 마음이 영 편치 않다. 마음 같아서는 성에 찰 만큼의 선물을 보내주고 싶었지만.

-도련님께서는 더 이상의 생일 선물을 바라고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선물을 전한 헤론은 그리 답하며 그날의 일을 더는 꺼내지 않을 것을 권했다.

그렇다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카르세인이 제 발로 찾아올 때까지 말이다.

이전의 일을 전부 제쳐 두더라도 이번 건만은 찾아오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카르세인은 이사벨라의 예상을 넘어 이번에도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외출을 나갔다던 날로부터 3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약혼녀 쪽 얘기도 있으니 한 번은 불러 대화를 나누어야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건 둘째 치더라도 카르세인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약혼녀와의 밀회 건이든 생일 선물 건이든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아침 식사 자리.

그 정도라면 카르세인을 부르기에 더할나위 없이 적합하리라.

헤론을 부르고자 이사벨라는 벨 쪽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엄마. 나 지금 들어가도 괜찮아?”

뻗던 손이 멈췄다. 이 목소리는 둘째 딸 클레어였다.

“들어오렴.”

가볍게 문이 열렸다.

하지만 클레어의 표정은 어째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이사벨라는 곧바로 클레어에게 의중을 물었다.

“무슨 일이니? 네가 다 이 시간에 찾아오고.”

“으음. 그게… 엄마 내가 실수를 해버렸어.”

“실수?”

“응. 좀… 많이 큰 건데…”

뜸을 들이던 둘째 딸은 복잡한 머릿속을 어떻게든 정리하다 도저히 답이 안 나왔는지 토로하듯 용무를 꺼냈다.

“카르세인이 지금 3일 동안 안 나오고 있는게… 내가 생일을 잊어버린 데다 외출을 의심해버리기까지 해서 그런 것… 같거든?”

‘그래서…’ 하고 말을 늘이던 클레어가 애먼 뒷목을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사실 그. 아무 일도 없었잖아? 그날 외출했다고 해도 어디서 들려온 말 같은 것도 없고. 그러니까 카르세인 외출 말인데… 언니한테 잘 말해서 이제 풀어주면 안 될까?”

“…”

“미안 엄마. 내 잘못인데 도저히 어떻게 해볼 엄두가 안 나서. 그래서 도와달라고 찾아온 거야.”

도움을 요청한 클레어의 말에 되려 이사벨라가 침묵한다.

사실 카르세인의 생일 소리가 나오자마자 그녀 또한 주춤했다. 뭘 도와줄 처지가 아니었다.

“미안하구나. 나도 카르세인의 생일은… 뒤늦게 알아차려서 그렇게는 도와주기 어렵단다.”

“엄마도?”

-끄덕.

생일을 늦게 알아차린 것도 마찬가지였고.

생일 선물을 주려 했지만 그 성의가 잘못되었다는 것도 헤론에게 지적받았고.

어느 쪽이든 당당한 입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카르세인의 외출 금지령을 풀자는 클레어의 의견에는 솔깃했다.

“우선 아리나와 플로라를 불러 주겠니?”

오랜만의 가족 회의였다.

***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리나와 플로라가 함께 집무실로 들어왔다. 가족 회의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아리나의 표정은 벌써부터 좋지 않았다.

소파에 앉으며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카르세인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른 모양이군요.”

이런 식으로 가족 회의가 열릴 때면 보통 카르세인의 문제로 논의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뻔할 뻔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카르세인 때문에 너희를 부른 건 맞다만 그 아이가 잘못을 해서 부른 건 아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어머니.”

클레어는 멋쩍은 듯 여전히 볼을 긁적거리고 있고 플로라는 카르세인의 이름이 나오자 마자 표정이 썩었다. 그런 분위기에 이사벨라가 오늘의 안건을 화두에 올렸다.

“카르세인의 외출 금지령을 해제하고자 한다.”

“예?!”

“엄… 마?”

경악하는 아리나와 플로라.

이에 두 사람은 반발에 나섰다.

“안 될 말씀입니다. 어머니. 카르세인이 바깥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사건을 일으키게 내버려 두는 꼴이지 않습니까!”

“맞아 엄마! 바깥에서 무서운 걸 사와서 나한테 위협한 적도 있었잖아!”

“사실 어제도 불안했습니다. 카르세인이 외출했다는 사실에 제가 얼마나 수소문을 하고 다녔는지 아십니까?”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그만큼 카르세인의 외출에 잔뜩 예민해져 있을 만도 했다.

하지만 이대로 외출을 막아둘 수만도 없다. 이사벨라가 타당한 근거를 덧붙인다. 조금은 쓰리지만 본인의 입으로 말해야 했다.

“생일 선물이다.”

“네?”

“그 외출은 카르세인의 생일 선물로 내가 허가한 거란 말이다.”

회의의 장에 갑작스런 정적이 찾아왔다.

정적을 깨는 건 이사벨라였다.

“12월 31일. 완전히 잊고 있었지. 그날이 카르세인의 생일이었단 사실을. 그래서 외출을 허가했고.”

“…”

“아리나 플로라. 너희 둘은 카르세인에게 어떤 생일 선물을 주었니.”

그 말에 두 사람도 침묵한다.

선물은 고사하고 생일이 언제인지도 몰랐던 마당에 입을 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클레어가 이 틈을 타 조심스레 발언했다.

“사실 어제 하루 외출 말이야. 그게 생일 선물이라고 하기도 애매하잖아. 그러니까… 외출 금지령을 풀어주잔 거야. 어제 아무 일도 없었기도 하고.”

“나도 같은 생각이란다.”

이사벨라의 동의까지.

금지령 해제를 위해 남은 건 한 발짝이었다.

“언니랑 플로라가 무슨 생각인진 나도 알아. 그치만 카르세인은 모든 선물을 전부 안 받을 작정이야. 그럼 이런 것밖에 줄 수 없다고.”

“…하아.”

아리나가 긴 한숨을 쉬었다.

이 조치는 분명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함부로 카르세인의 발을 풀었다간 제국 곳곳에서 사고를 치고 다닐 것이 뻔하다.

그러나 자기도 잘못한 게 있으니 부정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선물을 안 받는다는 잔꾀까지 부린지라 다른 대안이 떠오르질 않는다.

결국 아리나도 합의점을 잡는 쪽을 선택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금지령을 풀 만한 성품이 갖춰졌는지 확인이 필요한 만큼 저희 눈으로 확인해보고 결정하는 것으로.”

“우리 눈으로 확인한다고?”

“그래. 마침 황실 측에서도 준비 중이잖아. 그건 클레어 네가 제일 잘 알 테고.”

“아. 그 얘기구나. 눈꽃 축제.”

다른 계절들이야 축제들이 만성하나 겨울은 쌀쌀하고 혹독한 탓에 사람들의 활기가 처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눈이 내릴 때면 아이들은 하하호호 웃으며 뛰놀고 있다. 추위에 축 처진 분위기임에도 아이들은 그 미소를 잃지 않고 서로에게 눈덩이를 던지며 놀고 있었다.

이를 인지한 제국의 황제가 겨울에도 활기로 가득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축제 기간을 지정했고 이를 눈꽃 축제라 칭했다.

대개 눈이 오는 시즌인 1월 초부터 바깥을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고안해 낸 제국의 연례행사 중 하나였다.

“이번 눈꽃 축제는 유독 더 클 거라더군요. 작년 가을이 워낙 풍요로웠기 때문에 인파는 훨씬 많이 몰릴 겁니다. 귀족들도 다들 눈을 모으고 있는 상태고요.”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카르세인이 사고를 치는가. 그걸 시험해보자는 게로구나.”

“네. 금지령은 그때 풀어도 늦지 않습니다.”

이 이상의 절충안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사벨라는 아리나의 의견을 용인하며 가족끼리의 축제를 준비하기로 했다.

한편.

3일째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카르세인은 상태창을 보고 있었다.

▶에피소드 IV. 눈꽃 축제가 시작됩니다!◀

▶가족들과 함께 평범한 축제를 보내세요!◀

[ 클리어할 경우 아리나의 금지령이 완전히 해제됩니다! ]

“드디어인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닛 예약한다는게 그냥올려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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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n Family

Damn Family

The Damn Family Is Back Again
Score 8
Status: Ongoing Released: 2023
The torment was over. I thought my ties to them had been severed by escaping from the place where nothing belonged to me. Yet, the game I had started with the intention of seeing the ending to the bitter end, ended up dragging me into hell. The hell of a house full of damn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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